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hjh8s님의 블로그
http://blog.yes24.com/hjh8s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hjh8s
hjh8s님의 블로그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1월 스타지수 : 별3,255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나의 리뷰
나의 서재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18 / 0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최근 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ㅈ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새로운 글
오늘 14 | 전체 24928
2016-04-11 개설

2018-01 의 전체보기
기억이 머무는 밤_ 모든 것은 문고리를 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나의 서재 2018-01-11 10:10
http://blog.yes24.com/document/1010050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저
상상출판 | 2018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고 무너지며 기꺼이 동요당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감성에세이!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더해 가는 일상과 비워 가는 여행, 그 모든 순간의 기록!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고 무너지며 기꺼이 동요당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감성에세이!

 

 

 

   1년 전에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내내 물리적,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한 노인이 우연히 알게 된 아내의 과거 행적을 쫓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노인에게 있어 여행의 목적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내의 과거 찾는 데 있었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즐거움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사사롭지만 정해진 일상의 규칙에서 벗어나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여행'이었다. 그가 자신이 용기를 내어 집밖으로 발을 내딛지 않았다면, 여행을 하는 내내 만나게 되는 갖가지 사건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냥 두려워만 하고 있었더라면 감히 '미래'라는 것을 꿈꿀 수 있었을까.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반드시 물리적으로 어떤 먼 곳을 떠나는 게 아니라 일상을 떠받치고 미래로 나아가는 하는 어떤 자유의지를 얻어가는 과정 그 모두가 우리에겐 여행인 듯하다.

 

 

 

   <기억이 머무는 밤>의 저자 역시 살아온 틀을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낯선 것을 비롯한 두려움은 모두 여행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새로운 회사와 학교에 면접을 보러 가는 그 길의 두려움은 내 미래에 대한 여행인 것이고, 겪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삶의 성숙을 이끈다. 어쩌면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현실로 나아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와 앞으로의 나를 견주게 하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 이국의 풍경과 자유, 낭만과 고행으로 점철된 여느 여행에세이와 조금은 다른 글을 써내려간다.

 

 

 

 

 

 

 

현실. 그러고 보면 여행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어딘가에서 '현실'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는 듯했다. 먹고 싶은 거 먹고 쉬고 싶은 만큼 쉬는 것. 살아 숨 쉬는 내가 값을 주고 행하는 모든 것이 어찌 비현실이 될 수 있는지. 혹시 그 누군가 이 모든 걸 비현실로 정의 내렸기 때문에 현실과의 이해관계에서 숱한 장애물이 생겨나고 결국 잊어 가야만 살아가기 편하게끔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런지. / 221p 

 

 

 

   어쩐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름의 저자, 현동경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미련이 강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를 테면 만년필과 종이의 마찰음, 길거리 공중전화나 LP판에 마음이 이끌린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 저자 역시 어느 가을날 건조하게 말라 부스러져 버린 낙엽 같은 세상에서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공허한 하루가 지나쳐가는구나 하는 일기가 그만 쓰여질 날을 꿈꾼다. 빗물 자국과 여러 얼룩이 뒤섞인 신발의 먼지를 일일이 털어 내는 일보다 어깨를 누르는 일상의 무게를 덜어내는 게 우선일 만큼 고단한 현실의 청춘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을 통해 그것을 덜어내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세상이 수놓은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써내려가며 위로를 얻는다.

 

 

 

한참을 사막의 능선에 앉아 모래를 휘날리다 바지 한 번 훌훌 털고 일어나며 그래도 지금이 썩 나쁘진 않다고 위로한 이유는 나는 사막처럼 외로울 자신이 없다는 안일한 이유였다. 수많은 이들이 그곳에 내려 두고 갔을 셀 수 없는 근심들을 덮어 줄 만큼 나는 넓지 않아서, 이 좁은 마음에 안타까움을 담고 너를 담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조금은 더디게 지워지는 기억들에 아파하면서, 저기 아지랑이는 저 땅은 슬픔을 지우는 것만큼 행복도 함께 지울 거라는 질투 어린 위로를 하며, 놀이터 그네에 앉아 발밑에 모래를 모아 괜스레 이리저리 흩트려 본다. 이 모래는 그리 쉽게 자국들을 지우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 90p

 

 

 

 

 

 

 

   그녀의 글은 화려함에 가려져 그 빛을 숨길지언정 끝내 잃지 않고, 아련할지라도 연약하지 않은 '대낮의 낮달' 같은 은은함을 품고 있다. 덕분에 '나'와 '내 사람들' 또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의 향수와 감정 그 내밀한 속살 속에서 여행을 추억하는 <기억이 머무는 밤>은 좀 특별하다. 발칸의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사람들의 여유 있는 미소와 따스한 눈인사, 바라나시에서 만난 한 꼬마의 순수한 마음을 섣불리 돈으로 보답하려 했다 부끄러워진 기억 같은 것들. 특히 할머니와의 나고야 여행은 이 책의 그 어느 장면보다도 인상적이다.

 

 

 

   어릴 적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한국으로 건너온 할머니는 그 뒤로 아들 둘에 딸 넷을 낳아 평생 자식들을 키우는 데 힘을 쓴 것도 모자라 엄마와 아빠의 부재를 느끼지 못하도록 손녀에게까지 지극정성을 다하셨다. '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우선이었던 이기적인 나는 빳빳하던 여권에 하나둘 스탬프가 늘어 가는 동안에도 그녀가 그리는 고향, 일본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던 저자는 마침내 70년 만에 할머니가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나고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할머니는 자신이 살던 곳이 '상고'인지 '산고'인지 기억조차 흐릿했지만, 막상 고향에 도착하자 70년 만인 것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 익숙한 걸음으로 앞장 서 걸으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이제는 편히 눈 감을 수 있겠다며 손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할머니의 음성과 그녀의 시간 안에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해하는 저자의 글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70년 전 할머니의 기억과 70년 후 현재의 구글 맵에 의존해 여행을 시작했다.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까. 할머니의 고향은 나고야 안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주택단지에 불과해 정보랄 것이 하나도 없어 가는 내내 긴장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런 마음을 알아챈 건지 혹은 나랑은 다른 뜻으로 그녀 역시 마음을 졸이고 있던 건지 그녀는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순간 마음이 아려 왔다. 이유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그리고 할머니도 모두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 34p

 

 

그래서인지 처음엔 세상을 보겠다고, 그 후엔 여유를 찾는다고 떠났던 여행이 이제는 왜인지 그냥, 하고 머뭇거리다 결국엔 '사람이 좋아서였나' 하고 되뇌게 된다. 지나온 날을 돌이켜 보면 숨 막히던 풍경도 놀랍도록 거대한 건물도 화려한 불빛도 모든 게 익숙해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다시금 떠나게 해 준 것도 사람이었고, 우습게도 나를 긴장케 하고 두려움을 안겨 준 것 또한 사람이었으나, 그러한 나를 흐르는 시간 속에 편안히 녹여낸 것 역시 끝내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어디선가 만날 그들에 대한 기대로 하여금 계속해서 떠나는 것 같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 131p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면 누군가는 사표 한 장 던져놓고 무작정 배낭 하나 짊어진 채 여행길에 올랐다고 하고, 역마살이 끼었다는 한탄을 늘어놓으며 월급을 모으는 족족 여행을 떠났다는 이도 있다. 이 모든 글에는 갑갑한 현실을 뒤로 하고 당신도 떠나보시라, 하고 권하는 무언의 부추김이 존재한다. 하지만 강요와 권유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대리만족 삼아 읽어보고자 했던 것이 때로는 발목을 붙드는 현실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용기를 내어보지 못하는 내 자신의 유약함만 더욱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다.

 

 

 

   고맙게도 <기억이 머무는 밤>은 그런 부분을 경계하려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질 만큼 가만가만 자신의 생각들을 덤덤하게 풀어놓는 데 그친다. 그녀는 그저 이 넓은 세상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순간순간 포착하고 그것을 글자로 기록하고 싶을 뿐이었던 것 같다. 이것이 여행에세이라 말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에 대한 세상의 수많은 단편들을 담은 이 책이 조금은 특별한 이유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아서 페퍼_ 아내의 과거를 찾아 나선 한 남자의 감동적인 이야기 | 나의 서재 2018-01-09 10:08
http://blog.yes24.com/document/1009577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아서 페퍼

패드라 패트릭 저/이진 역
다산책방 | 2017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과거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가슴 따뜻한 소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아내가 죽은 뒤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던 남자에게 찾아온 놀라운 삶의 변화!

과거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가슴 따뜻한 소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아내 혹은 남편이 곁을 떠나 홀로 남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잠깐의 이별도 아쉽기 마련인데, 하물며 사랑하는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 거대한 상실감을 무슨 수로 메울 수 있을지 차마 짐작하기도 어렵다.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흔히 하는 위로의 말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 하듯 바쁜 일상과 삶의 변화에 기대어 조금이나마 잊을 수는 있겠지만 예순아홉 살이 된 은퇴한 열쇠수리공이자 미래라는 꿈을 꾸기엔 너무나 나이가 들어버린 노인으로서는 그저 아내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든 공간 속에 자신을 가두어두는 일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을 듯하다.

 

 

 

   딸 루시와 아들 댄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미리엄의 웃음소리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아서 페퍼는 아내가 죽은 지 1년 째 되는 날, 그녀의 유품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식상한 위로를 건네던 딸 루시와 이제는 새 가정을 꾸리고 고향인 영국을 떠나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들 댄이 더 이상 집 안을 박물관으로 만들지 말고 다 내다버리라고 퉁명스럽게 말한 것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아서는 아내와의 추억이 묻어난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벼룩시장에서 산 부츠 한쪽에서 하트 모양의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화려한 금팔찌가, 엄밀히 말하자면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까지 여덟 개의 참이 달려있는 장신구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여덟 개의 참, 그 의미를 찾아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다

 

 

   초록빛의 에메랄드 보석이 박혀 있는 코끼리 참이 유독 인상적이었던 아서는 꼬리 부분에 새겨진 "아야, 0091 832 221 897"이란 글자를 발견한다. 그는 아야가 ‘동아시아나 인도의 보모 또는 가정부’를 일컫는 말이며, 인도의 국가번호가 0091이란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그는 누구에게든 충동적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참에 얽힌 호기심에 이끌려 적혀진 번호를 누르고 만다. 이날의 전화 통화는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 아내의 행적을 추적하는 신호탄이 된다. 이후 호랑이, 책, 꽃, 골무, 팔레트, 하트 참의 순서에 따라 그는 아내가 떠난 뒤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집을 떠나 영국 배스, 런던, 프랑스, 인도 등에 이르는 뜻밖의 여행을 하기에 이른다.

 

 

 

드 쇼펑이라는 작자에 대해 아서가 느끼는 감정이 불안과 질투라고 해도, 그 감정으로 인해 그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의 몸에는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안락한 감옥을 뒤흔들 무언가가 필요했다. 미리엄과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아서에게는 뭔가 다른 게 필요했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서 프레더리카가 촉촉하게 잘 있는지 보고 옷가지를 더 챙겨야지. 그다음엔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 126p

 

 

"만약 당신이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당신을 만나기 전에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귀었고 전혀 다른 세상에 살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했는데 그 얘기를 당신한테 하지 않았다면, 그게 문제가 될까요?"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아뇨. 그건 그 여자 사정인 거죠. 그러니까 제 말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요. 현재에 충실하고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현재에 만족한다면 왜 뒤를 돌아보겠어요?" / 163p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아서는 그가 알지 못했던 아내 미리엄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꽤나 멋진 삶을 살기도 했던 그녀가 별 볼일 없는 열쇠수리공일 뿐인 자신에게로 와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수시로 고개를 든다. 아이들을 키운 뒤로 그들은 함께 새로운 곳들을 가보고 새로운 경험들을 했어야 했다고, 늘 정확하게 계획된 삶을 살았던 그의 고집스러운 생활 방식이 그녀의 숨통을 조인 것은 아닌지 후회와 자괴감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과거를 쫓는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아내가 죽은 뒤 제자리에 머물러만 있던 그가 조금씩 궁리를 하고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자신이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하고 더 속 깊은 사람이었고, 자신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실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어요." 그가 시인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변하고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다른 사람들도 날 만나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기분이 묘합디다." / 172p

 

 

그 사람들과 사건들이 아서의 내면에서 불러일으킨 것은 갈망이었다. 욕정이나 그리움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는 돕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호랑이가 그를 공격했을 때 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오렌지색 짐승이 그를 내려다볼 때, 그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생각했다. / 226p

 

 

 

   참의 역사,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는 동안 아서가 발견한 것은 결국 그 자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참은 아내의 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소원했던 딸과 아들과의 유대를 복원하고, 벽을 세우고 있었던 이웃과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 미리엄은 지금 비록 곁에 없지만 그녀를 추억하고 함께 사랑했던 이들이 그의 곁에 있는 한 흘려보내기보다 채워가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여행을 하면서 미리엄이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이 날 기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구나. 미리엄은 더 이상 여기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 아직 살아 있어." / 272p

 

 

 

 

 

 

 

   <아서 페퍼>는 <오베라는 남자>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과 유사한 경향이 있지만 깐깐하고 모난 구석이 있는 노년의 캐릭터가 아닌,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평범하지만 연륜과 지혜를 지닌 캐릭터가 주인공이란 한다는 점에서 보다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때문에 늘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의 말들을 곧잘 하곤 하는 나의 조부모님에게 아서의 이야기가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신 삶은 과거에 멈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때가 나에게도 오기를 바래보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사람과의 삶을 더욱 사랑하고 충만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아서가 그러했듯, '왜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땐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미련으로 삶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삶의 순간순간과 그것을 함께 한 사람들에 감사해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준 <아서 페퍼>는 이 차가운 겨울날, 그 어느 책보다 내게 완벽하고 따뜻한 독서가 되어 주었다. 꽤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만 같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조선통신사 1,2_ 조선 오백인의 생생한 일본견문록 | 나의 서재 2018-01-03 23:03
http://blog.yes24.com/document/1008502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조선통신사 1

김종광 저
다산책방 | 2017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1차 조선통신사의 행적을 정교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낸 역사소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소설의 지평을 열다

11차 조선통신사의 행적을 정교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낸 역사소설!

 

 

   몇 달 전에 읽은 대마도 여행가이드북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조선통신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으로 대마도인들이 더는 조선과 무역을 할 수 없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중에 일본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선과 다시 관계를 맺어 조선통신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고,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그 집안의 위패를 모신 흔적을 모셔두었다는 만송원을 비롯하여 마지막 조선통신사가 머물렀던 객사 국분사, 쓰시마 역사민속자료관에 있는 조선통신사 비와 통신사행렬도 등 다수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는 까닭이다. 대마도가 지정학적으로 대한민국과 일본을 이어온 섬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국사책에서 단 몇 줄의 설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조선통신사의 자취가 그곳에 오롯이 남겨져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고작 아는 것이라곤 '조선과 일본 양국의 문화적 교류의 상징' 정도뿐이라 역사 속 생생한 현장의 감동을 크게 느낄 수 없어 퍽 아쉬웠다. 그런데 때마침 <조선통신사>라는 이름의 역사소설이 출간되어 지난 독서에서 덮어두었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 왕후장상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영웅호걸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지만 어쩐지 이 책은 한 번쯤 꼭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양국의 뿌리 깊은 역사를 좀 더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고, 통신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졌던 조선 오백 인의 '진짜' 이야기가 무엇일까 과연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5백 사내, 3백 일, 1만 리의 일본견문록

 

 

   <조선통신사>는 조일전쟁(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1763년에서 1764년까지 일본으로 파견된 제11차 계미사행단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강호까지 다녀온 마지막 사행단으로 500여 명에 이르는 조선의 사내들이 332일, 1만 리라는 긴 여정을 다녀온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가 무려 4년 만에 소설로 구현해낸 집념의 작품이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무척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데 있는 듯하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주인공의 대활약상을 그린 것도 아니고, 조선통신사라는 비교적 상징적인 이미지와 그 의의를 과대포장하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대서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에 이르는 조선 사내들과 이들을 강호로 안내하는 대마도인을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을 마치 옆에서 면밀하게 관찰한 듯 생동감 있게 구현해냈음은 물론,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재현해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재능 있어 뵈는데 뭘, 꼭 써야 한다. 살해일왕 어쩌고 그건 접어두고 먼저 얘기한 거 말이다. 동고동락한 거. 네 진심이 절반만 발휘되어도 읽을 만하지 않겠느냐?……. 원래 좋은 이야기는 많은 이에게 읽히지 않는 법이란다. 나라와 주군께 충성하고 어버이께 효도하자, 삼강하고 오륜하자, 좋은 놈 잘되고 나쁜 놈 망한다, 사랑은 숭고하다, 이런 도덕 염불로 도배된 이야기나 팔리지. 진짜 이야기는 알아먹는 사람이나 알아먹는 것인지라 안 팔리는 게 당연하다. 자기계발, 처세술 책보다 안 팔리는 게 진짜 이야기야. 대중이 못 알아먹거든. 하지만 진짜 이야기도 필요한 법이란다. 너에게 희망을 건다." / <조선통신사> 1 중에서 60p

 

 

 

   소설은 총 책임자인 조엄을 비롯하여 부사, 종사관, 제술관, 군관, 서기, 역관, 의원, 화원, 소동, 악공, 격군 등 이들이 통신사 일행으로 차출되는 과정에서부터 돌아와 가족을 만나기까지 그 여정의 흐름을 차곡차곡 밟아나간다. 굉장히 많은 인물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분산되거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유려하게 흘러간다. 그 중 도입부에 통신사로 파견될 아랫사람 수백 인을 차출하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족히 만 명은 넘는 인파들이 모인 가운데 시험과제가 제시되는데 첫 번째가 부산진지성 남문까지 선착순으로 뛰어 삼백 등까지 통과하기, 벼 한 섬을 지고 오백 보 이상 떨어뜨리지 않고 걷기, 노질하기 등이었다. 통신사로 가는데 이런 시험이 왜 필요하냐며 구시렁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사행단에 참가하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기대할 것 없을 거라며 면박을 주는 소리도 들리고, 더러는 40년 가까이 용상에 올라 물러날 줄 모르는 영조와 그가 내린 금주령에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까지, 온갖 기대와 한탄이 뒤섞여 들려온다.

 

 

 

   조선의 강렬함을 주지시킬 것이며, 왜국의 사정을 속속들이 살펴봐야 할 이 중대한 사행단의 의미야 더 말해 무엇할까마는 대체 누구를 위한 행차라 할 것인지, 이 수백여 명이 먹고 잘 곳을 마련해야 하는 각 지역에서는 이들에게 지공할 것들을 마련하느라 하루에 백여 금의 비용이 들 지경이니 각종 폐단도 만만치 않다. 신분 차별로 인해 아랫사람들이 비루한 대접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모호한 신분 처지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깔보기도 하며, 각 고을의 여기저기서 온 사내들이 무려 오백 여명이 있는 곳이다 보니 감정싸움이 왕왕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가무와 놀이판, 이야기판과 같은 흥겨운 광경이나 단합이 이뤄지기도 하니 조선의 풍속과 저마다의 목소리를 매우 사실감 있고 유쾌하게 담아내는 저자의 놀라운 입담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구경은 잘한다. 도대체 이름도 모르겠는 그 진귀한 것들을 얼마나 실컷 봤는지 지금 내 눈이 내 눈이 아니다. 그게 다 어디서 오는 거냐? 불쌍한 팔도 백성들한테 빼앗은 거 아니냐? 다 그만두고 호피, 호랑이 껍데기 말이다, 그것만 열 장은 봤다. 죽여주더라. 호랑이 한 마리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민이 개고생을 해야 하냐?

…… 나도 알아. 주는 것만큼 받아온다고. 지들 딴에는 교린을 빙자한 무역이라는 건데, 문제는 지들끼리 나눠 먹는 거잖아. 팔도 백성은 그만두고, 봉물 싸고 나르고 쌔 빠지게 고생한 우리 격군, 아니, 격군 생병신들한테 떨어지는 게 있느냐고? 뭐, 쪼금 주기는 준다던데 받기 전에는 받은 게 아니고. / <조선통신사> 1 중에서 65p

 

 

 

 

 

 

   대마도를 거쳐 강호로 들어가기까지의 여정 또한 참 만만치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통신사가 꾸려지면 배를 타고 왜국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사정으로 인해 조선 사공과 왜 사공이 일치되어야 배를 띄울 수 있음은 물론 각종 관행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한 고장에서 여러 며칠, 수십 일을 지체하는 일도 허다했던 것이다. 문득 박물관이나 국사책에서 본 조선통신사 행렬도가 낯설게 느껴진다. 조선통신사 하면 자칫 조선인들로만 이루어진 행렬인 줄 알기 쉽지만 이들을 인도하는 강호인 천여 명, 배행하는 대마인 2천여 명, 통신사 수천 명, 호행하는 고장인 2천여 명 등 무려 만 명에 달하는 장대한 행렬이고 보니 어찌 온갖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장엄하고 엄숙한 풍경 뒤에 이토록 지난한 여정이 숨어 있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통신사의 표면 목적은, 임금의 국서-별 거 아니고, 관백 직위 이어받는 것을 축하한다는 몇 문장-를 새 관백에게 전하는 '전명'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외교사절이 오가는 것은 겉으로는 간단명료해 보여도, 속은 시시콜콜 복잡하다. 뭐, 저런 사소한 문제 가지고 저토록 사생결단 우기고 버티고 티격태격한단 말인가. 단순한 목적 안에 오사리잡놈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 <조선통신사> 2 중에서 108p

 

 

어쩌면 다른 까닭은 다 빚 좋은 개살구고, 조선과 일본은 오로지 '초량왜관'을 유지하기 위한 보증수표로 통신사를 보내고 받았는지도 모른다. 통신사가 오가던 시절에 일본은 막대한 은 생산국이었다. 일본의 은이 교토에 모인다. 교토에서 대마도를 거쳐 초량왜관으로 들어간다. 은은 조선 서울로 옮겨졌다가, 중국 가는 연행사 편에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중국 베이징은 비단의 집결지였다. 조선 사신은 비단을 매입하여 귀국한다. 이 비단이 한양을 거쳐 초량왜관으로 들어간다. 대마도를 거쳐 교토로 들어간다. 일본의 최대 산업이 비단 방직이었다. 초량왜관은 중국·조선·일본을 잇는 비단길의 거점이기도 했고, 일본·조선·중국을 잇는 은길의 거점이기도 했다. 조선·일본 간 인삼길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 300p

 

 

 

   제11차 계미사행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간혹 총 책임자인 조엄이나 한학 암물통사 이언진, 부사 서기 원중거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이 소설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토록 낯설고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 인물들을 매우 입체감 있게 재현하면서, 동시에 커다란 역사 뒤에 숨겨진 이면의 역사들을 끄집어내 역사란 결코 한 단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왕후장상이 나오지 않아도, 영웅호걸이 나오지 않아도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다.

 

 

 

후대인들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잘 알고 우러러보지만, 원중거의 『승사록』과 『화국지』는 잘 모르고 알아도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학자의 눈에는 분명 수준 차이라는 게 확연하겠지만, 박지원의 책은 조선보다 앞선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중국에 대한 기록이고, 원중거의 책은 오랑캐 금수의 나라로 여겼던 일본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무시당한 바도 크지 않을까?

강호에 머무는 통신사는, 사사건건 무식하고 해괴한 오랑캐놈들이라 깔보려고 애썼다. 한데 어떤지 오랑캐놈들의 격물과 문화가 더 발전되고 볼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을 주체할 수 없었다. / 138p

 

 

 

 

 

 

   책의 말미에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적혀 있어 무척 반갑다. 덕분에 <조선통신사>역시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또 다른 기록물처럼 여겨진다. 부산에 가면 '조선통신사역사관'도 있다고 하니 언젠가 아이와 손잡고 가봐야겠다. 오랜만에 읽는 역사소설인데 정말 흠뻑 빠져서 읽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