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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그 가게만 잘될까_ 장사가 재미있어지는 서비스 디자인의 모든 것 | 나의 서재 2018-07-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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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유독 그 가게만 잘될까

현성운 저
다산북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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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문가'가 전수하는 성공하는 음식점 창업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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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가게는 분명 이유가 있다!

'현장 전문가'가 전수하는 성공하는 음식점 창업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

 

 

 

   훗날 고즈넉한 동네 어귀에서 북카페를 여는 것이 나의 꿈이다. 동네 어르신에게 시원한 토마토주스 한 잔 갈아드리며 더운데 쉬었다 가셔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정감어린 곳, 책 모임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넉넉한 자리를 제공해드릴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곳. 그런 꿈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카페에 출근해 바리스타 기술과 매장 업무는 물론 서비스업에 필요한 디테일을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덕분에 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설픈 접근으로는 불가능할뿐더러, 고작 27퍼센트만이 5년까지 생존한다는 창업성공률에 다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몸소 체감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가게를 만들 수 있을까?

 

 

 

직원과 손님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장의 리더십

 

 

   16년 경력의 외식 서비스 전문가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구체화하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각각의 매장이 갖춰야 할 서비스 매뉴얼과 매장 운영관리 매뉴얼, 직원 관리 매뉴얼 등을 제작하고 실행한 저자 현성운은 자신의 책 <왜 유독 그 가게만 잘될까>를 통해 줄 서는 가게에 숨겨진 서비스와 공간의 비밀을 밝힌다. 그녀는 '본죽', '죠스떡볶이', '바르다 김선생' 등의 외식 기업에 몸담으며 2000여 개의 매장을 수없이 관찰하고 연구한 덕에 시간이 지날수록 잘되는 가게와 망하는 가게의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에 담긴 몇 가지 노하우만 응용해 적용하더라도 자신의 매장에서 골치 아팠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거나 큰 수고가 필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팁들이 많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 오늘도 줄어드는 고객들 때문에 고민하는 사장님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잘되는 가게의 성공 노하우와 공식을 소개하기 위해 책은 크게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가게의 제1고객은 직원이다'라는 마인드를 기반으로 가게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최대의 만족을 드리기 위해 사장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을 일러준다. '직원의 성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가게가 오래 살아 남는다'는 그녀의 철칙은 엄밀히 말하자면 서비스업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내부고객인 직원을 먼저 배려해야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손님이 만족감을 느껴야 비로소 이익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아침 조회의 힘과 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미래를 지원하는 경영철학,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서비스 매뉴얼 제작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려면 앞서 말한 사장의 경영철학을 모두에게 공유해야 한다. 우리 가게가 지향하는 가치를 알고 일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업무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사실 직원들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가게의 주인, 즉 사장이다. 부모가 아이의 거울이듯 사장은 직원들의 거울이나 마찬가지다. 사장의 올바른 서비스 마인드와 태도를 기꺼이 따르는 것, 바로 이것이 먹는장사의 성패를 과주하는 결정적 열쇠다. / 28p

 

 

 

   2장에서는 ‘장사의 성패는 재방문율에 달렸음’을 밝히며 다시 찾고 싶은 가게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의 법칙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손님 수가 줄었다며 전단지를 돌리기에 앞서, 손님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독려하며 작은 가게만의 강력한 무기, 그 집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시그니처 서비스, 기분 좋은 기억을 남기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어 3장에서는 매출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장사 매뉴얼을 소개하다. 인건비와 재료비의 황금 비율, POS가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한 매출 향상법, 품 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홍보가 되는 SNS 마케팅 등 맛만큼이나 중요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조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게를 운영할 때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데에 다섯 배가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 번 방문한 손님을 또 오게 하는 고객 관리가 가게 운영과 매출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가게의 규모에 관계없이 단골손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셈이다. / 68p

 

 

우리 가게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 유념하면 된다. '시스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직원과 손님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 이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것이 작은 가게에도 필요한 이유다. / 172p

 

 

 

 

 

 

   4장에서는 '장사는 좌석을 파는 사업이다'라는 마인드를 통해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의 비밀을 일러준다. 매장 인테리어의 중요성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던 사실이지만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란 무엇인지, 기다리는 손님을 붙잡는 공간의 힘은 무엇인지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의 숨은 장사 천재들'을 소개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일곱 명의 대박집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생생한 성공 전략을 공개한다.

 

 

 

"우리 스스로가 전문가로 성장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단순히 커피 타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것이고, 우리의 미래 또한 불 보듯 뻔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만들고 파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감받는가, 저는 그것을 고민합니다." / 213p 

 

 

 

 

 

 

   이렇듯 <왜 유독 그 가게만 잘될까>는 사소한 차이를 통해 디테일을 완성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소개한다. 특히 다년간 외식 업체에서 근무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아찔했던 실수들, 고객과 함께 울고 웃었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서비스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었던 것도 좋은 독서경험이 되었다. 그보다 내가 만들어보고자 하는 북카페의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이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장사에 뛰어들려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 정신과 반드시 지녀야 할 장사 마인드를 익히게 하여 사랑받는 가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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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할 것인가_ 최고를 능가하는 최선에 관한 기록들 | 나의 서재 2018-07-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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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곽미경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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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제대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위한 치열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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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제대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위한 치열한 기록들!

 

 

 

   외과전문의 이국종 교수는 의사가 되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심성'을 꼽는다. 의사는 절대 혼자서 일할 수 없다. 일면식도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고, 최소 3~4명의 동료들과 협력해서 일하는 데 있어서 먼저 베풀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가 없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을 자기 환자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 내지는 의료진과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결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사의 마음가짐을 떠나서 과도한 업무, 부족한 시스템, 순수한 의료 행위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래의 압력 등으로 인해 한계를 느끼며 이를 향한 쓴 소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볼 때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사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외과의이자 저술가, 공중보건 정책 전문가인 아툴 가완디 역시 이러한 고충을 자신의 책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서 솔직하게 드러낸다. 과학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모든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지만, 터득해야 할 지식은 방대하고 신속성과 일관성이 요구되며, 온화함이나 따뜻한 배려 같은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어야 하고 책임의 막중함과 의료 행위를 둘러싼 복잡한 시스템까지 아울러 파악해야 하는 이 과중된 업무 구조는 대단히 흥미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심난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고충들, 한계들, 문제점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기록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신념들, 의사라면 어떻게 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과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최고와 최선 사이에서 오늘도 고뇌하는 의사들

 

 

   이 책은 우리가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면서 상황을 다듬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알기에,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해왔고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의료계만이 아니라 위험과 책임이 따르는 그 어떤 시도든 성공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 세 가지를 검토한다. 첫 번째는 '성실함'에 관한 것이다. 흔히 성실은 하찮고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결코 쉽지도, 사소하게 여길 수도 없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1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손 씻기를 의무화하려는 끈질긴 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치열한 부상병 치료,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에 쏟는 엄청난 노력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성실함에 관한 여러 모습들을 확인하고자 한다.  

 

 

 

초강력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의 감염률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이 처음 출현한 것은 영국에서 어느 임대 투척 장치에 득시글대던 균을 발견한 1988년이었다. 1990년대에 그 박테리아는 이미 전 세계로 퍼져 미국 중환자실 환자의 23퍼센트가 감염되었다. 사스 바이러스가 2003년 중국에서 출현해 몇 주 만에 전 세계 20여 개국 수만 명에게 퍼져 그 가운데 10퍼센트가 목숨을 잃었을 때, 일차적인 감염 매개체는 의료 종사자들의 손이었다. 그게 만약 조류인플루엔자라든가, 더 치명적인 신종 박테리아라든가, 훨씬 더 위험한 유기체라면 어떻게 될까? "재앙이겠죠." 요코의 답변이다. / 33p

 

 

우리는 늘 손쉬운 해법만을 바란다.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변화 말이다. 그러나 인생에 그런 요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공은 백 걸음을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똑바로 나아갈 때,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의료 행위라고 하면 고독하면서 지적인 소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 35p

 

 

숭고한 목표를 한 꺼풀만 벗기면 거기에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고되고 불분명한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 소아마비 근절이 기념비적인 일이라면 이는 곧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의료 행위를 기리는 기념비일 터이다. 원대한 꿈이 세세한 주의를 기울이는 근면성을 만났을 때 성취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기념비 말이다. / 65p

 

 

   '손 씻기'에 관한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병원에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은 무지의 문제, 즉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서가 아니라 결국에는 이를 실행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잘 실천하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 말이다. 바로 여기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긍정적 일탈'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사람들에게 어떻게 바꾸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긍정적 일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가치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내는 '긍정적 일탈자'가 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재정리하는데,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긍정적 일탈자로서 일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제언

_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라.

_ 투덜대지 마라.

_ 수를 세라.

_ 글을 쓰라.

_ 변화하라.

새로운 시도를, 변화를 모색하라. 자신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횟수를 세어 보라. 그것에 관한 글을 쓰라. 사람들의 생각을 풀어보라. 그렇게 대화를 지속해 나가라. / 298p

 

 

 

 

 

 

   2부에서는 '올바른 실천'에 관한 요소들을 살펴본다. 우리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 몇 가지를 다루는데, 의사가 갖추어야 할 에티켓 기준, 의사들이 얼마를 벌어야 적절한가, 실수로 환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 또한 의료 윤리 강령을 위반해 가며 사형 집행에 참여한 의사 네 명, 간호사 한 명의 이야기와 아픈 환자를 위해 계속 싸워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에 관한 오랜 숙제를 다루기도 한다.

 

 

 

질병과 싸우는 이 일은 유전자나 세포와의 씨름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 관계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환자의 말을 제대로 듣는지,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는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 완벽한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104p

 

 

그렇지만 이 일이 순전히 서비스와 돈의 맞교환에 불과하고, 의사라는 직업이 자동차 판매원과 다를 바가 없다면 뭐하러 12년이나 고생해 가며 수련을 하는가? 차라리 2년이면 되는 경영대학원에 가는 게 낫지 않나? 그 이유는 의사라면 적어도 사람과 사회를 위해 의미 있고 존경받는 일을 하고픈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설사 보험사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더라도, 설령 보험이 아예 없는 환자라 할지라도, 의사들 대부분은 아픈 사람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을 저버리는 순간 우리가 특별한 일을 한다는 보람 또한 사라진다. / 155p

 

 

가장 단순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로 비치겠지만 의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늘 싸우라는 것.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밤낮없이 찾아보라는 것. 나는 이 원칙에 공감한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환자인데도 포기하고 마는, 실수 중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 198p

 

 

 

   3부에서는 '새롭게 생각하는 자세'에 관하여 고찰해본다. 개선은 끊임없는 노동이다. 새로운 사고는 실패를 찬찬히, 심지어 극단적으로 반추하여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나온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는 분만 방법이나 낭성섬유증 같은 불치병 치료에 혁신을 불러온 의료진들의 이야기와 어떻게 하면 많은 의료진들이 그처럼 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한 아이를 낳은 엄마로 이 부분을 매우 관심 있게 읽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제왕절개술의 발전 역시 큰 진보를 이루어냈음을 대단히 여기면서도 무분별한 수술은 경계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나의 친구가 별 이렇다할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알고 보니 그 날 밤에 함께 분만실에 들어간 산모들 모두가 제왕절개술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하여 분노한 적이 있다. 최대한 자연분만을 시도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보다 편하고 진료비를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제왕절개술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의료와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편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부적절하게 이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경계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분만이 너무나 쉽게 수술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예사로이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분만의 절반 이상을 제왕절개술로 하고 있다. 이런 염려는 단순히 옛것에 대한 향수만은 아니다. 또 하나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과의 인연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만 기술을 볼 일도 점점 줄어든다. 위기에 처한 아기를 질 분만을 통해 안전하게 세상에 데리고 나오는 기술이 아무리 일관성 없고 들쭉날쭉하다고 하더라도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온 것이다. 이제 그 기술이 산과학의 주류에서 영영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 240p

 

 

기본 비품과 위생을 유지하는 것보다 최신 MRI 기계를 들여놓는 일이 더 수비다고 말한 의사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러한 기계가 현대 의학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그런 식으로 바라본다면 의학에서의 성공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기계를 들여놓는 것이 치료인가? 특정한 각 문제에 맞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부 사항을 알아내는 것이 치료다. 인도의 의료 시스템은 갑작스레 복잡다단해진 새로운 질병에 적응해야 하는 근본적이고 어마어마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금은 의료품만큼이나 합리적이고 믿을 만한 조직이 필요하다. / 290p

 

 

 

 

 

 

   이렇듯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의사라는 직업이 정확한 진단, 뛰어난 기술, 환자와 공감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의료 시스템이나 기술, 환경, 사람, 자신의 약점과 끊임없이 씨름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직업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어떻게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상황을 가다듬고 개선해야 하듯 어떻게 일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제대로 일하는 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해나가다 보면 더 나은 길이 보일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의료 행위에 있어서 만큼은 순수하게 임하려 하는 의사들에 새삼 경외심을 느낀다. 덕분에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한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고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이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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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_ 정의의 사도니까 게으르면 안 된다고 대체 누가 정했어? | 나의 서재 2018-07-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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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도미히코 저/추지나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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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정의의 사도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어느 게으름뱅이가 펼치는 한여름밤의 교토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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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정의의 사도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어느 게으름뱅이가 펼치는 한여름밤의 교토 판타지!

 

 

   천진난만한 검은 머리 아가씨와 남몰래 그녀를 좋아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로맨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가 다시 한 번 더 기묘한 밤의 도쿄 거리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들과 함께 돌아왔다. 그 이름도 흥미로운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다. 너구리 가면에 검음 망토를 두른 기이한 사내, 어딘지 알파카를 닮은 듯한 외모의 남자, 달빛 아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까지. 모리미 도미히코가 또 어떤 기막힌 하룻밤을 독자에게 선물하려는 것인지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소소한 모험을 비웃는 자는 소소한 모험에 운다는 말이 있다. / 42p

 

 

 

   교토 교외에 있는 모 화학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청년 고와다는 평일에는 묵묵히 업무에 힘쓰고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이끼 낀 지장보살처럼 빈둥대고 싶어 하는 게으름뱅이다. 그야 말로 골수 게으름뱅이. 바로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주인공이다. 반면, 고와다의 상사인 고토 소장은 무시무시한 풍모에 민머리를 하여 겉으로 봤을 때는 대단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게으른 고와다에게 늘 충실한 주말을 보내라고 조언하는 의외의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고와다의 선배인 온다와 그의 여자친구인 모모키 역시 휴일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사는 독특한 커플로, 고와다를 끌어내 함께 충실한 주말을 보내려 하지만 고와다는 항상 시큰둥할 뿐이다.

 

 

 

 

 

 

   이런 고와다에게도 하나의 고민이 있었으니 폼포코 가면의 사나이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으라는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는 일이었다. 폼포코 가면의 사나이란 이른바 교토의 '정의의 사도'. 그는 하치베묘진의 사자를 자처하며 위기에 처한 교토 시민들을 구하는 데 앞장 서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폼포코 가면을 쓴 정의의 사도가 이 도시를 위해 한 일이란, 기모강을 표류하면서 왕왕 짖던 시바견을 구하고, 비와호도로 옆에서 안경을 떨어뜨려 우물쭈물하던 뚱뚱한 학생을 구하고, 음탕한 어른들이 공동주택에 모아 놓은 외설물이 불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 것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에 틀어박혀 라면도를 연마하려다 신경쇠약에 걸린 가게 주인, 보도기사로 그릇된 원한을 사 송년회 때 습격당한 대학신문부, 매상 감소로 고민하는 상점가 사람들, 보물 지도를 손에 넣고 뇨이가타케 산봉우리에서 조난할 뻔한 소년탐정난 등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손을 내민 이들을 위한 선행으로 게으름을 피울 새가 없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필이면 골수 게으름뱅이인 고와다에게 그 임무를 맡기려 한다는 게 문제였다.

 

 

 

당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하고 있지요.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사생활로 눈을 돌리면 어떠한가요. 충실함이라는 관점으로 인생을 다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장님은 그런 어려운 소리를 해서 싫어요."

"소장의 의견과 가지 꽃은 천에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젊을 때 놀아 두지 않은 인간이란 나이를 먹고서 이상한 즙이 나오는 법입니다. 남자의 농축액은 젊을 때 전부 배출해 두지 않으면 나처럼 멋진 아저씨가 될 수 없습니다." / 74p

 

 

"인간이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깨닫지 못하는 법이에요. 참된 당신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으려고 바로 이 순간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 괴로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갈등을 극복했을 때, 당신은 한층 단련된 멋진 남자가 될 겁니다. 이봐요. 고와다 군. 제가 이토록 멋진 남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 177p

 

 

 

   이 사실을 몰래 엿보게 된 우라모토 탐정과 그의 조수인 다마가와. 알파카를 닮은 남자로부터 폼포코 가면 사나이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를 위해 잠복을 하던 가운데 다마가와는 뜻밖에도 고와다가 폼포코 가면의 계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고와다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기온 축제가 벌어지는 운명의 토요일 밤, 폼포코 가면은 자신의 도움을 받았던 쓰다로부터 국수 가게에 초대되어 갔다가 자신을 궁지에 몰기 위한 함정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뜻밖의 위기에 처한다. 이때부터 자신이 가는 곳마다 그토록 호의로 가득했던 도시가 적의로 가득한 도시로 변모해간다. 폼포코 가면의 팬이라고 호소했던 이들이, 자신의 모둠을 받았던 이들이 하나같이 폼포코 가면을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쫓고 쫓기는 기묘한 난장파티가 시작된다.

 

 

 

 

 

 

   그 사이 우리의 게으름뱅이 주인공 고와다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폼포코 가면 뒤에 숨겨진 괴인의 정체는 또 대체 누구일까? 더군다나 정의의 사도도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다니, 뭐 이런 친숙한 영웅이 다 있는지.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하룻밤 동안 폼포코 가면을 쫓고, 또 도망치는 폼포코 가면을 도우며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한여름밤의 판타지처럼 유쾌하게 펼쳐진다.

 

 

 

거룩한 게으름뱅이란 평범한 사람이 보면 이상한 존재이지만 하늘의 질서와는 맞는 존재이며, 쓸모없어 보이는 가운데 쓸모 있는 사람이다. / 328p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만큼 이채롭고 다양한 캐릭터가 주는 조화를 기대하기엔 어쩐지 아쉬운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이 작가만이 선보일 수 있는 소설의 세계관이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 다음 작품에서는 또 도쿄의 어느 거리에서, 어떤 인물들이 그곳을 누비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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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_ 내가 펜을 들어야 했던 모든 순간이 곧 삶이었다 | 나의 서재 2018-07-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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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함정임 저
작가정신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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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통증에게 전하는 안부와 위로의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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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에게 삶은 늘 펜을 들어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통증에게 전하는 안부와 위로의 산문집!

 

   백지, 그 무한한 영토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기력해졌던 시절이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나는 불과 1년 만에 글을 쓰는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프란츠 카프카와 알베르 카뮈 그리고 로맹 가리처럼 작품의 진폭을 넘나드는 생을 살아낸 것도 아닌 다음에야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야만 밋밋한 삶의 밑천으로 넉넉한 이야기를 일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기민한 감각으로 시류를 읽어내는 촉수 또한 날카롭지 못해서 늘 헛헛하기만 한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글을 쓰는 이에게는 결국 '경험'이라는 것, 어머니 혹은 죽음으로 대변되는 원체험 같은 것은 동력들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또 절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가 함정임은 '소설가란 단 한 순간도 쓰지 않으면 사는 데 의미가 없다고 자각한 사람들이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그것은 작가만의 운명이 아니다. 모든 인간의 속성이되, 대부분 쓰지 않을 뿐이다.'고 말한다. 어쩌면 나는 써야만 한다는 목표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 단조로운 삶의 가벼움에 집착한 나머지 사사로운 삶 속에서 빛나는 혹은 뜨거운 그 어떤 순간마저도 간과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후회가 밀려들었다. 내가 펜을 들어야 했던 모든 순간이 곧 삶이었음을 나는 왜 진작 알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그런 후회 말이다.

 

 

 

뜨거운 것이 목울대까지 맺혀 올라와 혀끝에 매달릴 때마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작가 함정임이 꾸준히 세상과 소통하면서 느끼고 쓴 것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이사 갈 집을 볼 때, 서재와 책상의 위치를 정할 때, 열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고 돌아올 때, 그리고 누군가와 카페 또는 식당에 앉을 때, 늘 창의 위치와 창밖의 형편을 살핀다던 그녀의 고백처럼 그녀는 이쪽의 삶과 저쪽의 방향성을 살피며 세상과 관계한다.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수많은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창작자의 소명을 생각하며, 때로는 성난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자들을 위로한다. 암울한 시국과 각종 재난, 재앙이 몰아닥치고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광장으로 모여드는 광경 앞에서 '쓰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아도 마음으로 아는 일이고, 누군가의 손에 내 마른 손을 얹는 일이고, 누군가를 품고 순리대로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여기며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 안아주려 한다.

 

 

 

 

 

 

   저자는 세월호와 촛불 혁명을 기점으로 한국 소설계에 유독 참사와 재앙, 애도의 서사가 많이 생산되는 모습을 눈여겨본다. 그 중 김애란 작가의 단편 <물속 골리앗>에서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태양 아래,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했던 지구가 당도를 잃고 물러지던 날들이. 아주 먼 데서 형성된 기류가 이곳까지 흘러와 내게 영향을 주던 시간이,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자꾸 내리던 시절이, 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이 말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재앙과도 같은 현실과 재난 같은 시절의 서사를 그려낸 이 젊은 작가의 감각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서 집단적인 공포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반항 정신을, 편혜영은 <아오이 가든>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광경을 극렬하고도 기형적인 공간으로 그려냈던 것처럼 한 편의 소설이, 한 명의 작가가 세상에 떨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통찰하게 한다.

 

 

 

부조리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엄연히 존재하나 마비되어버린 체제의 무능과 악화가 일으킨 총제적 난국은 <페스트>나 <아오이 가든>의 비인간적인 현실을 성난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 메르스 이후, 어떤 소설이 우리 삶의 부조리한 치부를 드러내 보여줄 것인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면, 아픈 눈으로 새겨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말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은, 제발 이번으로 족하다. / 73p

 

 

작가란 그저 이야기의 재미(오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의 맥락 속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과 흘러가는 시간에 맞서는 예술의 의미를 소설을 통해 던지는 존재이다. 뭇사람들의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어긋나고 응어리진 현실을 풀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가 작가이고, 소설이다. / 78p

 

 

 

 

 

 

   저자는 '현대의 속성은 견고한 것들이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깃털처럼 부유하는 세계이다. 21세기의 시공간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기에 어떤 것도 고유하지 않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문 지면의 힘은 인터넷 매체 환경에서 산산이 흩어졌다. 오로지 문학만이 덧없음에 맞서 내가 겨우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이 때로 아름답다는 것을 되새겨줄 뿐이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어디서든 쓸 수 있고 어디서든 자신의 글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문학'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여전히 치열하게 살고 싶고, 그 안에서 존재감을 찾고자 하는 소설가의 고뇌가 유독 나의 마음을 두드린다. 너도 그런 삶을 살라고. 계속해서 문학을 하라고.

 

 

 

 

 

 

   달맞이 언덕에서, 톨스토이 무덤에서, 포틀랜드행 열차에 오르면서 그녀가 사유한 것들과 기록한 문장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건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지만,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단어 하나 감정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나만의 속도대로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괜찮다는 그 말 하나 뒤에 나는 또 얼마나 수많은 감정들을 삼켰을지, 그때마다 나도 나를 위해 한 번 글로 써보자고, 그렇게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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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 공화국_ 재미있고 신나는 국가, 함께 만들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나의 서재 2018-07-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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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저
다산책방 | 2018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건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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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발상에서 시작된 발칙한 소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건설 프로젝트!

 

 

 

   작가 함정임은 '소설은 자기 안에 억눌린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숨을 터주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소설 쓰기의 본질은 구원에 있다고, 구원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고 말이다. 2014년 4월 16일, 소중한 생명들이 거대한 바다 속으로 사라진 날 우리 모두는 '국가'의 의미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한 소설가는 국민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나 몰라라 하는 국가는 국가로서 자격이 없으므로 '나는 존재할 이유와 자격이 없는 국가를 버리고 국민이 국가 그 자체가 되는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음을 고백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사욕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말았던 국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리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나라를 바꿀 수 없다면 아예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발칙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친환경적인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5층 이상의 건물 역시 짓지 않는다, 시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방위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적 본질을 바탕으로 하는 국가권력 기관을 만들지 않는다, 누구라도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때문에 소외받지 않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노는 기술을 가르치고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준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전 국민이 광장에 모여 파티를 연다, 이 모든 게 정말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의심스럽겠지만 동중국해 한복판에 세워진 작은 나라 '아로니아 공화국'에서 마침내 실현된다.

 

 

 

   소설은 아로니아공화국의 대통령 김강현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아로니아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앞에서 대통령 선서를 하던 모습을 회고하며 동중국해 한복판에 영토를 건설하여 아로니아공화국을 설립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쫓아간다. 청소년 시절, 강현은 여느 집안에서나 볼 수 있는 꼴통 녀석과 다름이 없었지만 우직하고 강직한 성격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이때부터 계속된 자기 수련과 공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검사직에 오르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 소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지속되는 군부독재 정권의 야욕과 그늘, 각종 부정과 부패, 국민의 삶을 흔들어놓았던 IMF 사태 속에서도 떵떵거리며 살아남았던 재벌기업의 행태, 전라도를 빨갱이라 낙인찍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자행되었던 대한민국의 낯부끄러운 역사들을 낱낱이 까발린다.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재벌기업 회장들과 자식새끼들과 일가붙이 나부랭이들은 갈 곳을 잃거나 헤매지도 않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다. 사재를 털어서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기업 구조를 개선하며 공적자금이 들어간 자신의 기업을 국가에 헌납하는 아름다운 기업인들을 바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늉이라도 바라며 일말의 양심을 기대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자의 착각이었을까? 착각은 무슨, 어리석은 민중이지. / 92p

 

 

 

 

 

 

 

   결국 1969년 4월 11일, 중앙정보부 제6국 남산대공분실에 불법으로 연행되어 목숨을 잃었던 고 임주호와 고 조남규의 재판을 재심하는 일을 맡게 된 강현은 이 일을 계기로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협정을 맺은 '한일공동개발구역 JDZ'가 과거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국제해양법에 무지했던 이유로 인해, 2028년 6월 22일이 지나면 일본에게 JDZ 대부분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이를 저지하고 여기에 새로운 국가를 세워보자고 나선 송성철, 백민정, 라파엘 등의 일행들과 만나 야심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노력보다 타고난 것보다 빽보다 재수보다 더 세고 강한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힘이 센 사람은 놀자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놀자고 덤비는데, 무엇이 어찌되든지 놀자는 것뿐이라는데, 재밌게 놀고야 말겠다는데 누가 막겠어요. / 204p

 

 

밑도 끝도 없고 누가 들으면 틀림없이 정신 빠졌다고 할 재밌고 신나는 국가 아로니아를 세우겠다고 모인 여러분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믿는 곳이 국가라면 아로니아는 이미 여러분에게 국가입니다. 과연 아로니아가 실체가 있는 국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로니아의 실체를 만드는 일은 아로니아 시민을 자처하는 여러분이 할 일입니다. 국가가 뭐냐고 물으셨죠? 아로니아가 뭐냐고 물으셨죠? 국가는 서로가 서로를 믿는 시민들이 만들고 세우는 보이지 않는 덩어리입니다. 아마도 지금 여러분은 서로가 서로를 믿는 국가가 필요한 것이겠죠. / 238p

 

 

 

   바다 위에 국가를 건설한다? 이 발상은 어찌 보면 황당무계하고 국제 여론을 감안했을 때도 절대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이지만 소설은 나름의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한 시도들을 해나간다. 여기에 따르는 몇몇 작위적인 구성과 친중, 반미의 정서는 어딘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점은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인지, 그럼에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개개인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던 아로니아공화국이 때로는 자신들의 설정한 제도 아래에서 행복을 강요하기도 하고, 결국엔 폭력으로 자신의 공화국을 지키겠다는 논리를 앞세우기도 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해지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일은 행복한 일이지만,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좋든 싫든 꼼짝없이 한 국가의 국민이 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죠. 저는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쓰레기들이 장악한 국가의 국민으로 길들여진 채 평생 의무를 지고 권리를 찾아다니며 허둥지둥 살아야 한다면 슬프고 불행한 일 아닌가요? 저는 제가 선택한 재밌고 신나는 국가 아로니아를 만들 겁니다. 제가 살고 제 자식들이 살고 또 그 자식들이 살아갈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직접 만드는 일은 정말로 멋지지 않나요? 이렇게 멋진 일을 하지 않는 건 제 자신에게 죄를 짓는 거죠." / 261p

 

 

국가는 본질적으로 재밌고 신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국가는 태상부터 인간의 존엄을 획일화하고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며 인간의 행복을 모른 척할 때 유지됩니다. 강하고 새로운 국가 아로니아는 더 이상 재밌고 신나는 곳일 수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재밌고 신나고 존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로니아공화국을 해체하고 국가를 소멸하겠습니다. / 395p

 

 

 

   이처럼 <아로니아공화국>은 모두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발상이 가져다주는 발칙함과 도발적인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우리 삶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다양한 작품 중에 이런 유쾌한 작품 하나쯤은 있는 것도 위로가 되는 일일 테다. 이 어마어마한 작가의 뚝심이 언젠가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눈이 될지 또 모를 일이지 않는가. 내 아이가, 또는 내 아이의 아이가 살아갈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그 미래를 아슴하게 바라보고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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