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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_ 진보된 사회를 이끌어 온 여성의 서사 | 나의 서재 2019-08-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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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나탈리 코프만 켈리파 저/이원희 역
작가정신 | 2019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용기 있는 시도들에 당당히 도전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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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인 아름다운 발자취를 따라가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용기 있는 시도들에 당당히 도전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며칠 전에 한 SNS에서 세계 여성 인권 순위를 게재한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여성의 인권이 세계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 순으로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와 공동 4위에 올라 있었다. 최근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꽤 활발하게 일어남으로써 이전보다는 여성 인권에 관한 인식이나 시스템에 변화가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삶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미약하기에 4위라는 순위가 무색하기만 했다. 특히 한 고등학생이 학종 전형을 지원하려는데 독서 활동 중 여성 인권과 관련된 책들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페미니스트도 아닌데 혹시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글을 읽으며, 여성 인권 증진을 향한 시도들이 극단적이고 과열된 성격으로 번지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역시 우려되었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려는 본래의 목적보다, 여성주의에 함몰되어 편향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여성 스스로에게조차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모든 것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 뿌리 깊은 억압과 불평등한 제약에 겁먹지 않고 용기를 낸 여성들의 이야기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을 읽으며,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의와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남성 위주의 역사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여성들의 반인권 투쟁과 자기실현의 역사가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가 더디게 흘러가고 있는 점이 안타깝지만 ‘여성의 권리를 결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여러분은 사는 동안 내내 경계해야 한다.’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처럼,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와 자기 고민이 끊임없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최악에서 최초, 그리고 최고가 되었던 그녀들이 나아갔던 걸음걸음에 빚을 지고 있기에.

 

 

 

억압과 착취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이야기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은 프랑스의 예술사학자인 저자가 최초의 여성 ‘루시’에서부터 FIFA 사무총장이 된 파트마 사무라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정면돌파한 여성 100인을 소개한 일종의 인물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하며, 여성은 어디서나 남성의 지배를 받았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정도가 어떠하든 여성들의 투쟁은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즉, 한 여성에 대한 압박은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유감스럽게도 여성에게 폭력이 가해지지 않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전 세계의 역사를 통해 평등한 권리가 사회 진보와 사회 개선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보인 여성 100인과 그들이 열어준 희망을 되짚어본다. 이를 통해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며 여성들이 온갖 행태의 차별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책은 루시가 존재했던 320만 년 전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흘러간다. 그 속에서도 출현의 시대, 주장의 시대, 요구의 시대, 용기의 시대, 참여의 시대, 희망의 시대로 나뉘어 시대별 특징에 따라 이를 대표하는 여성들을 소개한다. 첫 장인 ‘출현의 시대’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인간인 루시를 통해 여성의 근원과 상징을, 고대 올림피아 제전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 키니스카, 로마에 대항해 제국을 건설한 신화적인 여왕 제노비아 등을 통해서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던 고대의 여성상에 대해 살펴본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이 책에 유일하게 우리나라 역사 인물로 선덕 여왕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최초로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여왕의 비범한 능력과 악의적인 반란군들을 진압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통해 여성 지도자로써의 비전을 제시한 그녀를 높이 평가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결혼은 합의로 성립되며 일부일처제였고, 가정 내에서는 권리와 의무가 상호적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법 앞에서 평등했다. 이집트 법은 여성이 사업을 운영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이혼하고, 재혼하고, 이름을 유지하고, 국가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포함해 정치적 역할을 하도록 허용했다.

행정이든 의학이든 성직자든 모든 직업이 여성에게 열려 있었다는 사실은 고대사와 심지어 현대사에서도 유일하다. 기원전 2000년에 이르러서는 여성이 파라오까지 될 수 있었다. / 23p

 

 

통치 기간 중 대부분을 정복 전쟁으로 보낸 아미나투는 그녀가 그토록 열렬히 싸우던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원정 나간 자리아 북부의 아타가라에서였다. 나이 일흔일곱 살 때였다.

아미나투는 남성처럼 살았던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다 간 여성으로 후세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기고 떠났다. 그녀는 자신의 왕국과 고향의 전설이 되었고, 여성과 인류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 69p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 테오도르 드 베즈에 따르면, 여성의 삶은 이렇게 요약된다. 오래 참고 견뎌낼 것, 남편에게서 안락함을 찾을 것, 스스로를 잘 다스릴 것, 결코 다른 데에 빠지지 말 것, 남편을 불쾌하게 하는 일은 어떤 것도 하지 말 것. ‘주장의 시대’ 즉, 1600년 무렵의 시기는 바로 여성을 철저하게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대하던 시기다. 그래서 여성 최초로 오페라를 작곡한 프란체스카 카치니나 여성 최초로 자연과학자가 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노예제 복원에 저항한 솔리튀드 등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남성의 세계에서 최초로 인정받고 남녀차별에 저항했던 의지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중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를 선언한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의 전문을 읽고 있노라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의 권리들이 얼마나 끈질기고 과감한 시도들 끝에 쟁취하게 된 결과물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남성이여, 그대는 공정할 수 있는가? 그대에게 질문하는 사람은 여성이다. 그대는 적어도, 여성에게서 질문할 권리를 빼앗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해보라, 내 성을 억압하는 최고 권한을 누가 그대에게 주었는가?’ 같은 대담한 질문을 기꺼이 내던진 그녀의 용감한 정신에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계몽주의 시대의 여성 에밀리는 저서 『행복론』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고결하고, 건강하며, 욕망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 도덕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그 길을 모른다면 열정을 억누르고, 욕망을 다스리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인간은 욕망과 완벽한 열정을 통해서만 행복해진다고.’ / 88p

 

 

그녀는(플로라 트리스탕) 여성과 노동자들의 운명을 연결한 최초의 사회주의 운동가로, 서로 단합하여 보편적인 노동자 연합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남성 근로자의 운명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면, 여성 근로자는 훨씬 더 악조건이다. ‘가장 억압받는 남성도 아내라는 존재를 억압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아내는 프롤레타리아 중의 프롤레타리아다.’ / 100p

 

 

황녀 이자베우는 도망치는 노예들을 도와주고, 리우로 피신한 노예 공동체 ‘킬롬보데 데브롱’을 지원해주었다. 노예제 폐지론자인 한 지주가 노예들을 보호하면서 동백나무를 재배했는데, 이때부터 동백꽃은 노예제 폐지를 지지하는 이들을 식별하는 징표가 되었다. 이자베우 역시 궁전을 동백꽃으로 장식했다. 그래서 동백꽃은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 되었다. / 131p

 

 

 

   시간은 흘러 1800년대 후반에 이르렀지만 여성 인권의 증진은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최초로 여성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빅토리아 우드헐, 영국 여성의 투표권을 획득한 에멀린 팽크허스트, 여성의 참가가 허용된 최초의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한 샬롯 쿠퍼,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마리 퀴리, 코르셋을 벗어던진 커레스 크로스비 등의 활약은 남다르게 보인다. 이 중 고대 올림피아 제전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 키니스카에서 1900년 파리 근대 올림픽에서 샬롯 쿠퍼가 우승해 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성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는지, 참 잔인하고 서글픈 여성의 서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어 ‘용기의 시대’에서는 여군이 되어 참전한 밀룬카 사비치를 비롯하여 할렘의 갱단 보스가 되어 뉴욕 마피아에 맞선 스테파니 세인트 클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가 된 아가사 크리스티, 여성의 신체 해방을 위해 싸운 마거릿 생어,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등을 통해 남녀 차별의 한계를 넘어 용기 있게 도전한 역사를 보여준다.

 

 

 

1920년 3월 18일, 여성참정권을 인정하는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된다.

앨리스 폴과 여성참정권을 주장해온 여성들은,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 인권 선언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참정권 획득을 위한 운동이 활발해진 지 70년이 지나서야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참정권을 얻은 것이다! / 189p

 

 

당시는 피임을 ‘외설적’이라고 비판하던 시대로, 피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주의 일간지 《뉴욕 컬》을 비롯한 몇몇 신문이 그녀의 주장을 게재했다. ‘모든 어머니가 알아야 할 것’과 ‘모든 여성이 알아야 할 것’이란 제목으로 실린 기사였다. 1914년에 마거릿은 직접 《여성의 반란》이라는 신문을 발간하고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이니, 누구도 지배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 192p

 

 

 

 

 

 

   ‘참여의 시대’와 ‘희망의 시대’ 편에서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여성들이 다수 등장한다. 세계를 유혹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현대 페미니즘의 기초를 놓은 시몬 드 보부아르, 오늘날까지도 단독으로 우주에 간 유일한 여성이며 최연소 우주 비행사인 발렌티나 테리시코바, 과감하게 마라톤에 도전한 캐서린 스위처, 유럽을 통솔한 시몬 베이, 억압과 착취에 도전한 인도 하층 계급의 여성 풀란 데비, 여성 할례 문제를 세계적인 인권 이슈로 이끌어낸 와리스 디리,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백악관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미셸 오바마도 여기에 손꼽힌다.

 

 

 

   여기서는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백인들로 가득 찬 버스에서 한 백인 남자가 좌석에서 일어나라고 명령하자 “NO.”라고 과감하게 거부한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녀는 ‘NO’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공질서 문란과 지방법 ‘분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되어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이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목사 마틴 루터 킹을 결의하게 만들었고,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퍼져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운동이 되었다. 이렇게 로자 파크스의 ‘NO’는 미국 국민을 자각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마침내 미국을 혁신시켰다. ‘이제라도 여성으로부터 유래하는 모든 것, 여성들이 역사와 문화에 특별히 기여한 것 그리고 인류 공동체에 가져다준 모든 것에 대해서는 어머니의 유산상속이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던 저자의 뜻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다.

 

 

 

1955년 12월 1일 목요일, 로자는 버스에 올랐다. 퇴근하는 길이었다. 2857번 버스 기사는 그녀에게 백인 남자가 앉을 수 있도록 좌석에서 일어나라고 명령했다. 로자의 대답은 짤막했다. “싫어요.”

로자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내가 피곤했기 때문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육체적으로 피곤하지 않았다, 아니 평소에 퇴근할 때보다 더 피곤한 건 아니었다. 마흔두 살이니 나는 늙은이가 아니다. 내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차별을 참는 것이 지긋지긋해서였다.’ / 254p

 

 

 

   이처럼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용기 있는 시도들에 당당히 도전했던 여성들을 통해서 비록 더디지만 진보된 사회를 이끌어온 여성의 위대한 서사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페미니즘을 여성의 인권이 아니라 인간 존중, 시민권, 양심의 자유, 사회의 모든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여겨야 하는 것처럼 이 책을 단순히 여성들을 위한 책으로 여기기보다 남녀 모두 혹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은 여성대로 자긍심과 용기를 얻고,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의 서사를 존중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자세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듯해서다. 앞서 말했던 대로 우리는 최악에서 최초, 그리고 최고가 되었던 그녀들이 나아갔던 걸음걸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고, 모두가 당당하고 주체적인 존재로써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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