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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_ 모성에 관한 강박에 진지한 물음을 던지다 | 나의 서재 2019-08-0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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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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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엄마에게 완벽을 요구하는가, 모성에 관한 강박에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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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문장 하나로 이미 공포는 시작되었다!

누가 엄마에게 완벽을 요구하는가, 모성에 관한 강박에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소설!

 

 

   “나는 다른 사람한테 우리 아이 못 맡기겠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서 돌 쯤 키웠을 무렵,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곧 복직을 앞두고 있었기에 친구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득 찼다. 이유인 즉, 아이를 잠깐 시어머니께 맡겼는데 마트에서 그만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부리나케 매장 곳곳을 돌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던 시어머니는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옷을 발견하고 달려갔는데, 낯선 여자가 아이를 안고 마트 밖으로 막 나가려 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직원에게 소리쳐 급히 여자를 잡았는데, 여자는 시어머니에게 “우리 아이인 줄 알았다”는 믿지 못할 말을 횡설수설하며 아이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 황망히 밖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사색이 되었다. 하물며 엄마인 친구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이런 일이 있고 난 후라 친구는 자연스레 아이를 맡기기가 두려워졌는데, 복직을 앞두고 있다 보니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복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걱정은 오로지 엄마의 몫인 게 더 슬프고 짜증이 난다고 했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불편한 진실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아이를 낳으면서 경력이 단절된 괴로움이야 본인이 더 큰 법인데 전업주부를 무능력하게 바라보고, 다시 일을 시작하자니 이렇다 할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 더러는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간다며 타박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오로지 생계를 부담지우는 것이 미안해서 일을 시작하긴 했는데, 살림과 육아에서 일이 더해져 오롯이 부담은 엄마에게 더 가중되지 않던가.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나면 탈모나 늘어난 체중과 신체기능 저하 등 신체적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데, 출산 후 예전의 몸으로 회복했다며 연일 기사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을 볼 때면 더욱 마음이 불편해진다. 또 워낙 출산율이 낮다 보니 하나, 둘 있는 아이를 그 누구보다도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퍼펙트 마더. 엄마라는 이름 속에 요구되는 이 많은 것들. 대체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완벽한 엄마’를 요구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나는 이미 <퍼펙트 마더>라는 책의 제목을 접하는 순간, 일찍부터 어떤 끔찍한 공포를 예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모성이 짊어져야 하는 완벽함이라는 강박에 대하여

 

 

5월맘. 내가 속한 엄마 모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건 너무 정치적이고 안 좋은 단어다. 우리는 맘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마였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된 여자들이었다. 이렇듯 낯선 사이였지만, 아기를 위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 19p

 

 

 

   ‘맘동네’라는 육아 사이트를 통해 출산 전부터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엄마들끼리 5월맘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새로 얻은 엄마라는 삶에 대해서, 육아에 대한 고충과 유용한 육아 정보를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프렌시가 이들에게 직접 만나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공원의 버드나무 아래에 모여 만남을 가졌는데, 그 중 프랜시와 콜레트, 넬은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어느 날, 넬은 멤버들에게 기분 전환을 위해 하루쯤은 아기를 맡기고 엄마들끼리만 외출해보자고 말한다. 그 중 몇몇은 아기가 너무 어려서 외출을 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날만큼은 고된 육아에서 벗어나보기로 약속한다. 그 중에서도 스칼릿의 말에 따르면 위니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까닭에 넬은 보다 적극적으로 위니를 끌어들이고, 싱글맘인 위니를 대신해 그 날 하루만 대신 아기를 봐줄 베이비시터까지 소개해주기도 한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나 혼자만 아이 키우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자 위니가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요. 여기 5월맘들을 보면요, 다들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하려고 무척 애쓰고 있어요. 그 모습 보고 기죽을 필요 없어요.”

위니가 눈 속에 수줍은 기색을 떠올리며 말했다. 프랜시와 평생 친구였기라도 한 듯이.

“아이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거든요. 내 말 믿어요.” / 95p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거죠?” / 118p

 

 

좋아. 가자. 나는 급히 결정을 내렸다. 거절하지 않을 참이었다. 간다고 말할 거라고! 왜 안 돼? 나도 누구 못지않게 하룻밤 나가서 놀아도 괜찮은 사람이야. 재미있게 놀 자격이 있어. 왜 집에 남아서 아기에게만 집착해야 해? 다른 엄마들은 다들 나가서 잘만 노는데. 기념일도 축하하고, 술도 한잔하잖아? 그 엄마들은 이 새로운 세상을 참 쉽게도 헤쳐 나가고 있잖아. 너무나도 평온하게.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짜증나도록 완벽하게. / 132p

 

 

 

 

 

 

   마침내 7월 4일 토요일 밤, 동네 술집에서 5월맘 멤버들이 모여 간단하게 한잔 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위니의 아기가 베이비시터가 잠든 사이 요람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룻밤의 외출을 위해 위니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넬, 술집에서 낯선 남자가 위니에게 접근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던 프랜시, 갑자기 위니가 사라진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콜레트까지 이 세 여인은 즉시 사건이 일어난 위니의 집으로 쫓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들은 절망에 빠져있는 위니를 마주한다.

 

 

 

   하룻밤 사이에 아이가 사라진 사건은 브루클린 일대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내 위니가 1990년대 초반에 그웬돌리 로스라는 이름으로 인기 드라마 「블루 버드」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또 고단한 육아를 내려놓고 기분 좋게 술 한 잔 하며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 모였던 5월맘의 멤버들이 뉴스 1면을 장식하면서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받게 된다. 언론이 매일 같이 그들을 두들기고, 경찰의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넬, 프랜시, 콜레트는 그들 스스로 각자가 알고 있는 단서들을 모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하고, 그러는 동안에 소설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비밀까지 하나씩 밝혀진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요즘 세상에 여자들보고 집에 앉아서 종일 미트볼이나 만들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요, 제가 만약 아이가 있다면, 그것도 갓난아기가 있다면 그 애를 두고 술집에 갈 수 있었을까요? 말도 안 되죠. 우리 어머니가 첫 아이를 낳으셨을 때는요, 아기가 어머니의 우선순위였어요. 그리고 막내가 유치원에 갈 때까지 그 우선순위는 쭉 변함이 없었답니다. 우리 어머니라면 절대로…….” / 229p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이러는 걸까요? 그냥 이 아기들이 살아가도록 지켜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압박감이 큰데. 이토록 아이를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그런데 또 한순간에 모든 걸 망치기가 얼마나 쉬운지 안다면 이럴 수 없어요. 우리 엄마들도 우리를 키울 때 이랬겠죠?” / 276p

 

 

프랜시는 뒷좌석에 앉아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서 애써 수치심을 가라앉혔다. 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스칼릿은 참 단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웨스트체스터에 집도 있지 않은가. 가구를 새로 살 수도 있고, 키우기 수월한 아이가 있는 엄마이자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가. 통제가 안 되는 아기를 데리고 이케아에서 훌쩍거리고 울지를 않나. 남편이란 사람은 거실에 에어컨 하나 놓자는 것도, 바퀴에 브레이크 달린 유모차 하나 사자는 것도 안 된다 하질 않나. / 311p

 

 

 

 

 

 

   소설 <퍼펙트 마더>는 아이가 사라진 사건을 통해 모든 엄마들에게 내재된 ‘아이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완벽한 엄마’를 요구하는 모성에 관한 강박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넬을 통해서는 예정된 출산 휴가일보다 더 빨리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워킹맘으로서의 부담감과 상사와 부하 여직원 사이에서의 미투를, 프랜시를 통해서는 좋아하는 카페인도 끊어가며 모유 수유나 자연 출산에 고집을 부리는 완벽한 육아맘에 대한 강박을, 자신의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육아 환경에 괴로워하는 콜레트를 통해서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일과 육아 사이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기의 행방과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스릴러의 긴장감과 현대 사회의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점과 모성에의 강박에 따른 공포들을 탄탄한 구성력과 인물 구성, 섬세한 묘사 등으로 균형 있게 녹아낸 수작이다. 특히 페이지를 끝까지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탄탄한 필력과 비밀에 비밀이 더해져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내는 능력까지, 왜 이 책이 ‘「걸 온 더 트레인」과 「나를 찾아줘」에 이어 도시 여성 스릴러 3부작을 완성할 완벽한 작품’이라 평가되는지 알 만하다. 원고 공개 즉시 영화 판권이 계약되어 케리 워싱턴이 주연 배우로 낙점되었다고 하니 이 역시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예비 엄마와 오늘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끊임없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의 복잡한 감정기복에 몇 번이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들 모두에게 ‘그 어디에도 완벽한 엄마는 없다’는 이 말이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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