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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_ ‘죽음’이 이처럼 유쾌할 수 있다면 | 나의 서재 2019-12-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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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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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맞은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대가족의 유쾌발랄한 시트콤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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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터지다가도 어느새 감동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가족 소설!

인생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맞은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대가족의 유쾌발랄한 시트콤 같은 이야기!

 

 

  며칠 전날 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게 여름쯤이었으니, 그간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었기에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다만 생에 워낙 미련이 많으셨던 분이라 끝끝내 다 채워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보내게 한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이었다. 외할머니가 마지막까지 애타게 찾으셨다던 그분은 과연 장례식장에 나타나셨을까, 나는 아직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꽤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던 친척들을 그곳에서 마주했다. 낯설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듯 강렬하게 이끌리는 감정이란 게 이런 것인가, 단 한 번도 손잡아 준 적이 없고 등조차 토닥여준 적이 없던 우리들이 외할머니의 부재를 통해서야 비로소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우리들의 시대는 다 흘러갔다. 이제는 너희들의 시대야.”

   나의 아빠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조부모님 세대와 이렇게 모두 이별을 하였으니 이제 나의 부모님 세대가 다음 이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밀려나왔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리셨나, 어느새 세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이 나이가 들어버린 나의 부모님과 삼촌들 그리고 이모들의 얼굴을 훑어보면서, 아빠의 말처럼 이제는 가족의 중추가 우리 세대로 바뀌어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렇게 작은 공간에 모두가 모였을 때에야 비로소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죽음이 끊어진 줄로만 알았던 인연을 다시 이어붙이고 이렇게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붙들게도 한다는 것. 죽음이 반드시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바로 그곳에서 또렷이 마주할 수 있었다. 나의 ‘죽음’이 흩어졌던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하고 화해를 할 수 있게 한다면, 그리하여 내 죽음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을 수 있다면 퍽 아름다운 것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나요, 외할머니? 빅 엔젤처럼 말이에요.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을 일이기에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뿔뿔이 흩어져있던 대가족을 한 데 모아 인생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열면서 자신의 죽음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무겁기 마련이지만, 가장 번잡스럽고 떠들썩하게 마지막 생일을 보내며 가까워져오는 마지막 시간을 미처 화해하지 못했던 가족을 끌어안고 따스한 인사말을 건네며 이렇게 유쾌하게 마무리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특히 가문의 가장 큰 어른이자 수장으로, 한때는 가족 위에 군림하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였기에 죽음 앞에서 화해를 시도하는 이러한 과정이 자칫 신파로 그려질 법도 하지만, 소설은 특유의 시트콤 같은 발랄함으로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삶과 죽음’, ‘상처와 화해’, ‘연민과 사랑’과 같은 진부해 보이는 주제마저 화려한 축제 속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소설 곳곳을 밝힌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 엄수를 중시하여 가족 중 누구도 느릿하게 구는 꼴을 절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그 유명한 빅 엔젤 데 라 크루스가 하필이면 자신의 생일 전날 열린 어머니의 장례식에 늦게 되어 무슨 알리바이를 댈까 전전긍긍해하는 모습 하며, 무기력하게 하반신을 모두 드러내가며 딸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해야만 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에 몰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생일 파티에 난입한 총잡이 앞에서 당장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친 욕설을 내뱉는 장면에서는 이 소설이 마지막까지 눈물 콧물 흘리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 일체 없음을 단호하게 보여준다.

 

 

 

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시간을 엄수하기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은 그를 가리켜 ‘독일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참 웃긴 일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멕시코인이라고 해서 시간을 안 지킬 거라고 생각하다니. 비센테 폭스가 일처리를 제때 하지 못한 적이 있냔 말이다. 호로새끼들. 그놈들의 생각을 고치는 게 그의 소명이었다. / 16p

 

 

“아주 넓은 해안이 있어. 우리는 모두 자그마한 호수야. 그런데 저 물 한가운데가 요동치면, 중심에서부터 퍼진 물결이 완벽한 원을 이루거든.”

그때 그는 이렇게 대꾸했었다.

“데이브, 지금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인생이 그런 거라고, 멍청아. 너 말이야.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본인이 뭔가 성취했는지 어떤지 의심이나 하고 있잖아.” / 41p

 

 

휠체어에 앉은 그는 매처럼 사나웠다. 그는 비밀 병기처럼 복도에 뿜어지는 신부의 입 냄새를 맡았다. 빅 엔젤은 수천 명의 조카들과 손녀들과 자식들을 가리켰다. 그의 형제자매들은 이제 구세대였다. 맨 앞줄에 음산하게 앉아 있는 그들. 모두 마마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동시에 똑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이제 제일 윗세대군. 이제 다음으로 죽는 게 우리겠지. 그들은 뒤를 돌아보다 빅 엔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그를 매일 같이 봤는데도 그랬다. / 94p

 

 

 

 

 

 

   멕시코인인 아버지와 미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답게 멕시코인들의 생활상과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 또한 눈에 띤다. 이는 빅 엔젤의 할아버지 세대에서부터 아버지, 그리고 빅 엔젤 자신의 경험담과 배다른 동생인 리틀 엔젤 그리고 자식인 랄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그려진다. 이를 테면 피부색이 너무 진한 갈색이라는 이유로 세군도는 로스앤젤레스 동쪽에 있는 공공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 없었고, 1932년에는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따라 2백만 명의 메스티소들이 잡혀서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국경 너머로 보내졌다. 빅 엔젤과 같이 일했던 회사 중역들은 멕시코인이라면 바닥을 쓸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게 마련이라 생각했으며, 컴퓨터 센터장이나 사이버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는 멕시코인을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혐오감을 드러내며, 세상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나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며 은밀하게 자기들끼리 모여서는 정족수가 넘는 회의를 해버리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랄로는 파병이 되면 자동으로 미국인이 된다는 말에 넘어가 미국의 군인이 되었지만 결국엔 추방을 당해 어둠 속에서 티후아나 강을 건너 몰래 미국으로 들어와 이제는 아버지의 차고에서나 사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 그러하다.

 

 

 

그 시절, 빅 엔젤은 직업이 두 개였다. 가끔은 세 가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불쌍한 페를라는 어두운 아파트에서 고생을 했다. 그녀는 그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었다. 엔젤이 왜 이토록 미국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더 나은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고향에서는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다. 심지어 희망도 있었다. 티후아나에서는 파티를 하고 싶으면, 길 한가운데에다 모닥불을 지필 수 있었단 말이다. / 252p

 

 

“내가 떠나서 미웠겠지. 알아. 내가 형을 비롯해서 모두를 깔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알아. 뭐, 어쩌면 그랬을지도. 난 평생 살아남기 위해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형에게서조차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그런데 이제 형이 날 떠나려 하고, 나는 형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난 언제나 생각했어. 내가 원했던 아버지를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그리고 이제껏 내가 원했던 아버지는 사실 형이었어.” / 423p

 

 

모든 사람은 비밀을 품고 죽는다. 빅 엔젤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안전하게 숨긴 채로 죽을 테니까. 삶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또한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긴 투쟁이다. 이것이 그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었고, 그건 결코 죄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 뿐이었다. / 466p

 

 

 

 

 

 

   이 소설이 흥미로운 소재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작법으로 이목을 끄는 것에 비해 어느 정도의 호불호를 지닌 작품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자면 그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을 듯하다. 독자로서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멕시코-미국의 국가 관계 및 사회적 배경과 그만큼 복잡하고 방대한 가족 관계로 인한 몰입의 어려움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때로는 시적인 표현을 쓰다가도 때로는 저급하게 느껴지리만큼 직설적인 표현으로 인해 문학적 감흥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의미 있는 것은 세대와 시대를 넘어서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좀 더 삶 가까이에 끌어와 축제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죽음이란 이미 그 자체로 숭고한 것이기에 마냥 진지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비록 시끌벅적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지라도 내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가장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채워가는 것으로 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순간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갈무리 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어쩌면 불의의 사고나 재난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과 작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생의 가장 큰 행운이 아니겠는가. 빅 엔젤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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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엄마의 20년

오소희 저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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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는 엄마들을 위한 자기계발서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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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더 크게 키워주는 법!

아이만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한 책!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엄마들을 수식하는 각종 단어들 가운데 아들 둘이라 ‘목메달’,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뜻하는 ‘경단녀’, 집에서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전업맘’이란 타이틀을 달고서. 아들만 둘이라 딸을 더 낳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말까지 꾸역꾸역 들어가며, 집에서 놀면 뭐하겠느냐고, 아이 조금만 더 키우고 직장에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경제적인 활동이 없으면 노는 사람처럼 치부하는 세상의 온갖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가며 말이다. 그래서 커피 만드는 일을 배워보고 싶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맞춰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고, 어린이집 휴일에는 아이를 맡기느라 또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하는 속사정은 ‘이렇게 하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 하고 자괴감만 늘어갔다.

 

 

 

   그런 가운데 유일하게 나의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은 ‘책’이었다. 줄곧 책이나 글을 쓰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해왔기에 출산 후 손을 놓고 지내는 것이 내내 아쉬웠던 찰나에, 책을 읽고 나름의 생각을 서평으로 정리해 블로그에 올려보기로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특히 평소 책편식이 심했던 터라 소설책만 줄곧 읽기보다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보게 되면서, 출판사가 운영하는 각종 블로그와 SNS를 통해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하나씩 도전해본 것이 좋은 계기가 되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의무적으로라도 읽게 되고, 책과 어울리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야외로 나가거나 카페로 가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핑계도 생겼다. 내가 쓴 서평이 우수 서평으로 채택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고, 출판사의 마케터님들로부터 서평 제의도 받고,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뜻밖의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더더욱 행운이었다.

 

 

 

   덕분에 나는 요즘, 삶의 활력뿐만 아니라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던 자존감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책을 가져와 내 옆에 앉아 읽으려 하고, 신랑도 내가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을 기울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책 문화가 가족 문화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20년』의 오소희 작가 역시 이렇게 말했다. “‘엄마’라는 이름의 당신, 당신의 인생은 소중합니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세요. 돈을, 시간을, 열의를, 당신을 성장시키는 데 쓰세요. 운동이든, 독서든, 꾸준히. 당신을 든든히 지켜줄 당신의 세계를 가꾸세요.” 라고. 비록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준 이 소소한 기회가 ‘엄마’라는 자리에서 요구되는 세상의 수많은 기준으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게 하고, 정서적인 안정과 새로운 유형의 에너지를 얻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니까.

 

 

 

 

 

 

엄마라는 자리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당신은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세요. / 17p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를 통해 대한민국 엄마들이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하는 여행 작가이자 엄마 작가인 오소희의 신작 『엄마의 20년』은 아이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장르를 개척한 여행자답게 ‘평범하지 않은’ 육아 방식으로 그간 많은 엄마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자 노력해왔던 그녀다. 실제 강연장에 나가면 그녀가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나를 찾고 싶어요”였다고 한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수가 ‘가정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지레 포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어째서 대한민국 엄마들은 왜 이구동성으로 ‘나’를 찾고 싶다고 할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을까?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엄마들이 ‘나’를 잃어버렸는데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그리고 입시 중심적인 사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낮은 임금, 보육시설 미비 등 다양한 장애물에 걸려 차단당한다. 입시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대학입시까지 무려 20년을 아이에게 붙잡혀 차단당한다. 이렇게 두 번 차단당하고 나면 금방 50대가 넘어버린다. ‘내 세계’를 적극적으로 가꿀 가능성은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남성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이 공고한 입시 교육 사회의 현실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녀는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꼭 당장 돈을 버는 활동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엄마가 카페에 가서 책만 꾸준히 읽어도, 매일 등산만 열심히 해도, 그 활동은 결국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이 되어 남성 중심 사회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엄마 스스로 자신의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내 육아 목표는 OO야. 대학이 아니야!”라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다면 불행한 입시육아를 거부할 힘이 생긴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엄마의 성장을 삶의 중심으로 바꿔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엄마가 베이커리를 배우면 아이는 빵을 많이 먹으며 자랄 것이고, 엄마가 노래를 배우면 아이는 엄마의 흥얼거림을 따라 하며 자랄 겁니다. 엄마가 노력하는 동안, 아이는 그 일부를 자기 세계에 하나씩 가져가는 것이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전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탐색하는 전 과정이 아이에게는 다양한 체험이 되기에, 엄마가 ‘THE 가치’를 좀 뒤죽박죽 찾아내도, 찾아낸 시기가 좀 늦어진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낳은 뒤에야,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찾아내도 괜찮아요. / 63p

 

 

 

내가, 내 가정에서부터 먼저, 성적분리불안을 끊어내고 더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장 아이 앞에 놓인 접시에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놓아줘야 한다는 강박부터 내려놓읍시다. 부모가 반찬 한 가지에 연연하면 아이도 평생 반찬 생각밖에 못 해요. ‘큰 시야’가 ‘큰 가정’을 만들고 ‘큰 아이’를 만듭니다. / 83p

 

 

 

가족을 앞에 세우고 자신은 뒤에 서는 철저한 보조자의 역할. 그것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로막힌 사회에서 친정엄마에게 허용된 유일한 사회적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정엄마는 자신의 욕구를, 남편과 자식이 쓸 화장실 청소보다도 더 나중으로 미루고 돌보지 않았어요.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꿈을 자식이 이루어주길 바랐지요. 생활은 고되고 자아는 돌볼 겨를이 없으니 지친 감정을 (무서운 남편이나 귀한 아들 말고) 만만한 딸들에게 퍼붓는 일도 흔했습니다. 수많은 딸들이 수시로 엄마의 ‘감정 펀칭백’이 되었을 뿐 아니라, 엄마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역할까지 해내야 했어요. / 118p

 

 

 

 

 

 

   이렇게 앞서 1부에서 이 사회가 얼마나 조직적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는 ‘그걸로 끝’이라는 ‘조연 의식’을 심어놓았는지, 얼마나 교묘하게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과도한 모성 신화’를 유지시켜 왔는지 짚어보았다면,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잘 가꾸는 법과 그 잘 가꿔진 인생 안에서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는 방법 15가지를 제안한다. 이 중 단호하게 ‘내 인생은 나의 것, 애 인생은 애의 것’이라 외쳐볼 것, 가족 단위의 욕망에 짓눌려 살았던 친정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낡은 ‘엄마’의 롤모델은 지울 것, 전업맘이라고 해서 나를 홀대하던 습관을 버리고 무조건 화장대로 달려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할 것, 애 학원비 20만원은 안 아까운데 내 활동비 20만 원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매일, 자신에게 어떤 감정 상태를 선사할지 스스로 선택할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공동체’를 만들 것, 가족이 공통으로 향유할 수 있는 가족 문화를 만들 것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엄마가 자기 삶을 돌보지 않고 아이에게만 집중하면, 아이도 엄마의 간섭과 통제를 막아내는 데만 집중하고, 성인이 되면 성장과정에서 생긴 불균형을 메우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 즉 엄마의 삶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같은 맥락에서 ‘나의 활동’은 진정으로 나 자신을 위한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육아책을 선택하지 않는 겁니다. 스릴러든 로맨스든 내 취향이 단긴 책을 읽는 거지요. 산을 가더라도 평소에 아이와는 갈 수 없었던 난코스를 가보고요.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면 학부모들, 남편, 부모, 시부모, 회사 사람 말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나의 욕망, 나의 관심, 나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딸린 식구라곤 없는 사람처럼, 그냥 잠시 나를 사는 겁니다. 역할을 떠나, 존재를 느끼는 거지요. 그런 순간이 바로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말을 들어주는 순간입니다. / 168p

 

아이에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라도 뛰어가 도와줄 거예요. 그러나 뛰어가기 전에 “혼자 해볼 수 있겠니?”라고 한 번 더 물을 거예요. “혼자 해보겠다”고 하면 비록 미덥지 않더라도 ‘믿으면서’ 과감히 물러날 거예요.

아이에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아이가 도움을 청하더라도 정중히 거절할 거예요. 아주 편한 엄마 역할이지요. 내가 내 운전대를 양보하지 않듯, 아이를 조수석으로 밀어내고 대신 운전해주는 짓 같은 건 하지 않는 겁니다. / 226p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면 매주 금요일 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영화를 보는 식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부모와 아이가 순서대로 ‘My week’를 정해 한 주씩 돌아가며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 거예요. 이때, 부모가 아이에게 교육적인 영화를 보이려는 흑심을 품으면 이 ‘금요영화관’은 금방 문을 닫을 거예요. 아무리 다른 사람이 고른 영화가 내 취향에 맞지 않아도 군말 없이 같이 봐줘야 합니다. 아무리 유기농만 먹이는 엄마라도 이때는 팝콘과 치킨을 준비하는 거고, 아무리 깔끔한 엄마라도 이때는 거실 바닥에 이불을 펴주는 거지요. 아빠 역시 제아무리 중요한 ‘불금 회식’이 있어도 제때 들어와야 합니다. 아이 시험기간에도 영화관 문은 닫지 않아야 해요. 그래야 이 모임이 지속됩니다. / 250p

 

 

 

 

 

 

   언제가 되었든, ‘THE 가치’를 찾기만 한다면, 그런 게 지구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죽는 부모를 두는 것보단 자식에겐 이득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다시 말해 아이‘를’ 자랑으로 삼는 부모가 되기 보다 아이‘가’ 자랑으로 삼는 부모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내 삶은 없어졌다고 방관하고 놓아버리는 순간에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엄마가 자기계발을 하면 아이는 스스로 엄마가 열어놓은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을 보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나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덕분에 외할머니의 시간을, 나의 엄마의 시간을 많이 생각했다. 그녀들이 나에게 기꺼이 베풀어준 희생과 헌신에 감사히 여기면서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야 할 시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봐야겠다. 그러는 동안에 내 자존감이 다시 바닥을 찍을 것 같을 때면, 또 아이만 생각하느라 나를 뒷전으로 밀어 둘 것 같을 때면 내 눈에 가장 잘 보이는 책장에서 이 책을 몇 번이고 꺼내서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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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_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법 | 나의 서재 2019-12-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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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

이승화 저
시간여행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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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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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읽는 법!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의 하루는 대부분을 미디어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을 위해 EBS교육방송을 틀어 놓고,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후면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한다. 이후 둘째 아이가 잠이 들면 나는 책을 읽거나 전에 읽은 책의 서평을 적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블로그에 접속해 쓴 글을 정리해 업로드하고, 휴대폰으로는 인스타그램으로 전날 도착한 책 사진을 정성껏 찍어 게시한다. 그런 뒤에 아이가 자고 일어나면 이제 Btv를 켜서 베이비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채 아이와 책을 읽거나 교구나 장난감을 이용해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기 직전까지 TV는 습관처럼 켜져 있고, 첫째 아이도 태블릿으로 영어 동화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곤 한다. 이쯤 되고 보면 미디어 속에 내 세상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를 의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나마 아이가 있다 보니 휴대폰이나 태블릿 이용 시간을 적당히 제한하거나 아이가 보지 말아야 할 유해한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그만큼 우리는 누가 더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시대에 이미 돌입했다. 더 이상 미디어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을 저울질만 하고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디어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생산하는가의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는 보다 능동적으로 미디어에 대해 고민해보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참 시의적절한 책인 듯하다.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미디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간 당연하게 접해온 미디어를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미디어를 100%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독서교육과 문화콘텐츠학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미디어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을 이어주는 통로”라고 정의한다. 즉, 다른 사람의 고민과 생각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미디어라는 것이다. 미디어는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구성하며, 단순히 세상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지 양식까지도 바꾸어준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릴 줄 아는 눈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더 깊어지고, 더 영리해지고, 더 많은 사람과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정보와 생각을 얻으려면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미디어를 제대로 알고 잘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쏟아지는 미디어의 내용을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미디어의 내용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더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미디어 읽기’라고 소개한다.

 

 

 

누구든지 생산적인 활동을 할 때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듬는 과정에서 책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자료를 얻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넓게 보면 모두 미디어의 틀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를 훼방꾼으로만 여기는 것은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다. 항상 접하는 미디어를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접한다면 거기서 쌓은 능력과 지식은 더 많은 분야에서 발휘될 것이다. / 18p

 

 

‘이미지(영상)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그런 구분은 더는 의미가 없다. 독서교육의 권위자 돌로레스 더킨 교수는 ‘읽기’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 정의했다. 문자뿐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말투, 음악에서도 우리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읽기라고 할 수 있다. / 20p

 

 

 

 

 

 

  『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는 앞서 말한 ‘미디어 읽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읽고 쓰는 능력’이란 의미의 리터러시와 미디어가 합쳐진 말로,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도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인데, 책은 미디어 접근 능력, 미디어의 비판적 이해 능력, 창의적 표현 능력, 소통 능력의 기준에 따라, 우리가 활용할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 그것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바꾸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법을 제시함으로써 평소 미디어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다음은 호기심이다. 그 이야기가 왜 불편했을까? 왜 비슷한 내용인데 어떤 것은 감동적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많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궁금함이 그 미디어를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같은 장면을 위해서 촬영했다면 어떨까?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마음으로 이어져 창조성도 기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포함된 궁극적 의미 중 하나가 미디어를 활용하고 제작하는 능력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읽고 쓴다’는 것은 ‘소비하고 생산한다’는 말로 이어질 수 있다. / 36p

 

 

이 모든 것은 미디어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귀결된다. 미디어를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귀한 원석처럼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석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다듬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고전, 남들이 다 좋다는 명작이라도 내가 의미 있게 읽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것을 내 안에 받아들일 대 그 작품은 비로소 내게 가치를 갖는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보석이든, 조금 기억에 남는 돌멩이든, 동전 한 닢이든,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나의 몫이다. / 52p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는 방법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 깊어 남기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작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점이다. 작품은 작가의 ‘자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진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관점에 따라,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성향과 세계관까지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관점이다. 시대와 배경에 대한 많은 지식은 작품의 의미를 더 풍요롭게 해주는데, 이것이 과거 역사에만 그치지 않고 거시적으로 사회를 보는 시선과 접목되어 현시대의 정치나 경제와도 긴밀히 연결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사를 알수록 세계문학을 이해하고 감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내재적 관점, 즉 작품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경우다. 이는 내용과 형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어떻게 전달하는가 등에 집중해서 작품을 읽어봄으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껴보는 방법이다. 네 번째는 독자의 감상과 반응을 중요시하는 경우다. 어떤 지식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감상에 충실하게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한발 더 깊이 나아가 ‘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와 자신의 경험을 편하게 꺼내면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내가 활용하는 다섯 마디 리뷰법을 소개한다. 원하는 항복을 더하고 빼면서 자신만의 리뷰 스타일을 만들어보자.

한마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

두마디: 작품에 대한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

추천 대상: 이 작품이 도움될 것 같은 사람

이미지: 작품을 이미지화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나의 질문: 작품을 내면화하는 질문 / 190p

 

 

 

 

 

 

   이 외에도 책은 여러 형태의 미디어 특성에 따라 제각기 다른 미디어 읽기의 방법들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해 감상문 쓰기와 발표안 만들기, 책방송 만들기, 나만의 콘텐츠 제작법 등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실천법까지 소개하고 있어 알차다. 서평 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은지, 또 그것을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미디어가 일상이 된 지금, 늘 습관적으로 켜고 끄기를 반복하며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만큼 이를 각성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의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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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_ 짠내 나지만 자꾸 빠져드는 여행 유튜버의 청춘방랑기 | 나의 서재 2019-1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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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이원지 저
상상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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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기에 떠나보는 거다, 비록 짠내 풀풀 풍기며 방황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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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기에 떠나보는 거다, 비록 짠내 풀풀 풍기며 방황할지라도!

여행이 일상이 된 여행 유튜버 원지의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여행기!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책을 손에 딱 쥔 순간, 참 씩씩해 보이는 이 선언이, 표지 속에서 유쾌하고 당차보이는 저자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상의 시름과 불확실한 청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나 그냥 떠날래~ 하고 외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문득 정적인 포즈들로만 가득한 내 여행 속 사진들이 떠올라서 이 생생한 밝음이, 적극적인 용기 같은 것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웬걸 책을 넘기자마자 가족의 상처와 짠내가 풀풀 풍기는 여행기가 금세 안쓰러워진다. 어디 하나 정착하지 못하는 이 청춘의 유목민을 오히려 응원하게 된다. 언니 같은 마음으로 그녀의 꿈을 지지해주고 싶어진다. 가수는 노래 제목대로 된다던 말처럼, 그녀도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비록 현실은 비루할지라도 기대해볼 만한 내일이 있기에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유튜브에서 여행 크리에이터로 ‘원지의 하루’를 통해 일상과 여행에 관한 콘텐츠를 기록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BTS의 ‘피, 땀, 눈물’이라는 제목처럼 그야말로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청춘의 일기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앞으로 넌 뭐하고 살 거냐’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앞으로 난 뭐하고 살까’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고달픈 일상에 숨이 막힐 때면 마치 유일한 해답처럼 다가왔던 여행, 이제는 그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그녀의 행적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찌질(?)하게 담겨 있다.

 

 

 

   “나는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되었다”

   그녀의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학생 시절, 아빠의 첫 사업 도전이 ‘지인 사기’라는 결과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살던 집을 떠나 오래된 판잣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한 지붕 아래 여덟 세대가 사는 집이다 보니 방은 변변치 않았고,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으며, 밤 9시 이후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더 서러운 건 정확한 주소도 없어서 배달 음식이라도 주문하려 하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거나 근처 슈퍼로 배달시킨 후 미리 나가 받아오는 수고로움까지 치러야 했다. 어떻게든 두 딸을 키워내야만 했던 엄마는 끈질기게 동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고, 노력 끝에 가족은 기초수급대상자가 되었고, 매달 쌀 한 포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흙수저’가 된 것이다.

 

 

 

이즈음이었을까.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 대한 미련이 다른 식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 그동안 여름엔 펄펄 끓고 겨울엔 오들오들 몸이 떨려오는, 오롯한 화장실 하나 없던 집에 도저히 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집착은 반대로 어디에도 발붙이지 않는 ‘여행’에 뜬구름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 40p

 

 

 

   그녀는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돌려보다 문득 아프리카란 대륙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사방이 꽉 막힌 작은 집에서 벗어나 치타처럼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싶었다고. 이런 막연한 동경은 어느 순간 ‘가야겠다’는 확신으로 돌변했고, 단숨에 ‘아프리카 여행’에 꽂혀 각종 여행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선 예상보다 많은 여행 자금이 필요했고, 경비를 모으기 위해 이때부터 눈물겨운 아르바이트를 이어갔다.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물러가며, 남몰래 변기 위에서 짓눌린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들인 돈의 99% 정도를 저금했고, 단 몇 달 만에 800만원이라는 돈을 모으게 되었다.

 

 

 

   누군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용기를 어떻게 얻으시나요?”라고 물어온다면 그녀는 진정한 여행의 용기는 ‘무를 수 없는 비행기 표’에서 나온다고 답한다 한다. 참 현실적인 정답이다. 여자 혼자서 그것도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이 어디 쉬운 결정이었겠나. 그러나 비행기 표는 이미 구매해놨고, 여행을 준비하면 할수록 밀려드는 불안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기어코 대망의 출국 날은 찾아왔다. 한국에서 아랍에미리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무려 91일에 이르는 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우여곡절, 고진감래 뭐 이런 말들을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흥미진진한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연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아프리카로의 여행에 대해 단 1도 생각이 없던 사람까지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에서는 ‘원지의 아프리카 여행 일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혹시나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치안을 검색하면 늘 따라 나오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남아공은 치안이 좋지 않으니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이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 화장실에서 미리 현금을 세 덩이로 나누어 안전하다 생각되는 곳에 각각 찔러 넣었다. 운동화 깔창에 100달러 한 장 깔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볼펜 하나를 꺼내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꼭 쥐었다. 준비 완료. 볼펜은 차마 칼자루를 손에 쥐고 다닐 수가 없어서 선택한 것이었다. / 85p

 

 

교통도 치안도 불안한 아프리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트러킹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과 트럭을 타고 동고동락하며 아프리카를 누빌 수 있다. 한 가지 큰 단점은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 여행 계획 짜기를 무엇보다 귀찮아하는 나는 그 편안한 매력에 목돈의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며 교통이며 모든 게 해결된다니. / 92p

 

 

세렝게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린과 코끼리. 2박 3일 내내 벌판을 달리며 보다 보니 처음에 신나게 환호하던 마음도 잠시 지나가는 들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관심이 시들해졌다. 잠이 든 서로를 깨우며 괴롭히는 게 가장 재미있을 무렵. 우리는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동물 대이동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보니 소과에 속하는 누 떼가 끝도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그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번 수 만 번 상상해 온 그 순간에 내가 들어서 있었다. 오길 잘했다. 정말로. / 117p

 

 

 

 

 

 

   비록 아프리카에서 돌아와 그녀는 다시 학업에 매진해야 했고, 취직도 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이때의 여행은 훗날 스타트업에서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아가는데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뭐 하나 완벽하게 계획을 짠 일이라고는 없지만 그녀는 일단 시작해보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드는데, 그 모습이 나로서는 신기하고 또 멋져 보였다.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알게 된 새로운 정보들을 차근차근 습득해가며 이제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녀가 전하는 이 메시지는 더디고 무딘 내 삶에도 끊임없이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불쌍하고 굶주린 모습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담아 줘. 이게 진짜 아프리카니까.” / 184p

 

 

이곳에 살아보는 동안 여행과 일상의 차이를 조금씩 깨달아갔다.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갔고, 입맛에 맞는 단골 식당이 생겼으며, 다른 곳보다 저렴한 슈퍼마켓을 알게 되는 것. 그렇게 그들이 만든 세상의 기준에 한발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기준은 오직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상식이 비상식이 되기도, 비상식이 상식이 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가지의 삶의 방식이 존재했다. 때론 ‘디스 이즈 아프리카!’란 말처럼 ‘디스 이즈 원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 204p

 

 

그날 밤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공간, 한동안 ‘내 방’이라 부를 공간에 누웠다. 머릿속에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떠다녔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 생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10년쯤 더 지나면 나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때는 앞으로 뭘 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과거에 뭘 했나를 더 돌아보게 될까. 나이에 맞게 산다는 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그 기준에 맞게 살면 이런 고민들은 사라질까.

정해진 답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그만 아닐까. / 226p

 

 

 

 

 

 

   아울러 이 책은 유튜브 여행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상을 유튜브로 기록하다가 우간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재는 전문 여행 크리에이터로 그녀가 남긴 영상들이 QR코드만 찍으면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니, 책 이상의 보는 재미까지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그녀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 유튜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지 않을 때였는데, 이렇게 일찍이 도전하고 성장 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만큼 그녀의 노력이 건강한 콘텐츠와 함께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흥미로운 아프리카 여행기와 함께 한 청년의 좌충우돌 인생 성장기를 담은 책으로,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불안한 오늘의 청춘들을 위로하고 도전과 열정을 독려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짠내 풀풀 풍기더라도, 다시는 없을 청춘의 한 시절에 과감하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려보라고, 모든 것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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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_ 독일에서 얻은 건강한 삶의 기술 | 나의 서재 2019-12-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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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구보타 유키 저/강수연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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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나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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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독일식 라이프를 통해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해보는 시간!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나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에세이!

 

 

 

   “시간이 없어, 빨리!”

   오늘도 아침부터 아이 어린이집 차량 시간에 맞춰 움직이느라 바쁘다. 혹시나 미리 차가 와 있어 지체하게 하면 뒤에 기다리고 있을 다른 아이와 부모님께 민폐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꼭 늦게 나설 때마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천천히 해도 괜찮아. 빨리 가지 마.” 그럴 때면 괜히 머쓱해져서 바짝 긴장한 몸을 풀어보지만,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혹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재촉하는 마음은 늘 습관처럼 따라붙는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에 하나가 “빨리, 빨리”라고 하지 않던가. 어디 그게 다 나를 위해서일까, 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누군가를 배려하느라,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삶의 한 방식일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신주쿠의 흔한 아침에도 이런 순간은 찾아오나보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의 저자 구보타 유키 역시 바삐 걷는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의 통로를 지나며 맞은편에서 세게 부딪혀오는 사람을 반사적으로 노려본다. 짜증이 확 솟구친다. 그리고 잠시 뒤 밀려오는 민망함. ‘나는 망가지고 있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어.’라고 마음속으로 화를 누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짓무르고 곪아서 터져버릴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 하지만 일상은 늘 반복되기에 개선의 여지는 없다.

 

 

 

어떤 불편이든 결국은 마음의 약이 될 거예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였던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작업은 매번 새롭고 즐거운 작업이지만, 늘 성과가 요구되고 끝나지 않은 야근으로 뭔가 기분이 끝도 없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어쩌면 신주쿠역에서 사람과 부딪힌 일은 그녀가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릴 적 독일에서 살았던 1년을 떠올리며 그녀는 일본을 벗어나 독일 특유의 느긋한 템포에 따라 살아보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은 몸과 마음이 지친 그녀에게 주효했나보다. 독일 사람들 속에서 일하고, 쉬고, 살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면서 자신의 템포도 점점 느려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자 짜증을 내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간 고작 몇 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일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했던 게 바로 스트레스의 큰 원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독일에서 배운 건강한 개인주의 덕분에 남에게 친절할 땐 피곤했던 삶이 나에게 친절한 순간 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게 된다.

 

 

 

 

 

   우리는 흔히 ‘독일인’하면 어딘지 모르게 경직돼 보이는, 성실하고 근면한 인상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 내부에서는 ‘독일인은 게으름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은 서류상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길게 휴가를 떠나는 나라라고 하니 말이다. 여름휴가를 3주 정도 다녀오며 느긋하게 ‘3주의 쉼’을 지극히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나라, ‘모두가 빈둥거리는데 잘 돌아가는 이상한 나라’라고 수식하는 그녀의 표현이 참 놀랍다. 아니나 다를까, 이 때문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비교적 저렴한 택배사의 택배 수거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오전 여덟 시에서 오후 여섯 시 사이에 방문한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라니, 일본이나 한국처럼 두 시간 단위로 시간을 지정하는 세심한 서비스를 독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점심 시간에 마감 시간까지 지나도록 택배원은 소식이 없고, 걱정하며 나가는 길에 1층에 있는 우편함을 열었다가 이내 분노를 느낀다. 하루 종일 택배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집에 부재중이었다는 부재 알림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서비스 불모지라 불리는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그녀는 저절로 ‘물건이 제대로 도착하다니!’, ‘메일에 답이 오다니!’, ‘예정대로 취재가 진행되다니!’ 하고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습관이 생기고 상대적으로 성실한 이들에게는 존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일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 뿐인데, 아예 기대를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분노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실컷 화를 내고 난 다음에야 배우게 된 것이다.

 

 

 

독일에는 ‘근로시간 계좌’라는 제도가 있어요. 근무시간 외에 추가로 일한 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예금하듯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업무를 짧게 마치거나 휴가로 쓰는 방식이죠. 이 제도가 있으면 아무리 연속해서 야근을 하더라도, 일한 만큼 쉬거나 빨리 퇴근할 수 있게 됩니다. 일정 시기에 업무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균일해지는 셈이죠. / 42p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에요. 그 기준은 회사에 따라, 일의 목적에 따라 달라요.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 자신과 가족의 가치관 혹은 환경에 의해 달라져요. 이렇게 우선순위를 판가름하는 기준을 세운다는 건 크게 봤을 때 나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예요. 일에서도 개인 생활에서도 내 나름의 기준을 갖지 않으면 그때그때 상황에 휩쓸리고 맙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늘 남 탓만 하게 되죠. / 48p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녀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임을 찬찬히 깨달아간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의 미로 속에서 살다가 이제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된 건 역시 직업과 휴식을 대하는 독일인의 태도에 있었다. 근무 형태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들, 눈치 보지 않고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당당히 쓸 수 있는 시스템과 정서까지. 물론 독일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완벽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러기에 더더욱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라고 말한다. 어디에서 일하든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내가 만든 결과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도 내 인생의 여정을 차분히 밟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우선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거예요. 반복해서 말하지만 하루의 행동을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위핸 그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기록을 근거로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럴 때는 싫지 않은 일을 꼽아봅니다. 그러면 점점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일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무엇에 시간을 들이고 싶은지……. 그러다가 일하는 방식이나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어지면 그 방법을 궁리하는 거죠.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면 내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게 돼요. / 61p

 

 

다소 불편해도 서로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어서 재충전 할 수 있는 사회, 매우 편리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서로 힘든 사회, 과연 어느 쪽이 살기 좋을까요.

독일에 살고 있어서 보이는 점인데, 일본은 서비스나 인프라의 평균치가 높고 그 때문에 주위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요. 하지만 사람은 모두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 동시에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기도 해요. ‘분명 이러저러하게 해줄 거야’, ‘보통은 이렇게 해줄 텐데’라는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이 편안해집니다. / 86p

 

 

  독일어에는 ‘게뮈트리히’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안락하고 편하다’, ‘느긋하게 쉰다’라는 의미로 일상 대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최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가 꽤 널리 알려졌는데, 게뮈트리히는 휘게의 독일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게뮈트리히한 집’이라는 식으로 쓰이는데,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과는 다르며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좀 더 독특한 뉘앙스를 지닌 단어라고 독일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가 자고, 먹고, 입고 쉬면서 느끼는 일상들은 이 게뮈트리히라는 말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특히 우후죽순 늘어나는 아파트 대단지 속의 삶과, 오래된 것보다 새롭고 깨끗한 것을 더 선호하게 된 우리와 달리 알트바우처럼 100년이 넘는 주거 공간을 내부만 개조해 사용하는 독일인들의 주거 라이프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그녀는 스스로 도배를 하고 집 안을 꾸미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일본에 있을 때는 10년 전은 옛날 일, 1세기 전은 자신과 관계없는 역사 교과서 속 세계에 불과했지만, 베를린에서 1세기 전에 지어진 집에 살게 되자 역사의 세계와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된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그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삶까지 찬찬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일 음식의 본질적인 맛은 이런 소박함에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키운 과일로 케이크를 굽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즐긴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활인가요. 작물을 기르는 단계부터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과 티타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내게 즐거움을 주고, 그런 시간과 일상이 삶을 알차게 만듭니다. 게다가 돈은 얼마 들지 않아요.

유명 파티셰의 고급 케이크를 먹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성이, 다른 종류의 풍족함이 독일 생활에는 있습니다. 금전과는 전혀 관계없는 매일 매일의 여유. 제가 베를린에서 많은 사람과 접하면서 배운 가치관이에요. / 222p

 

 

혹은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이 화장을 제대로 안 하면 실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본에서는 패션이나 화장에 대해 매너나 몸가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요. 고등학교까지는 교칙으로 화장을 엄격히 금지해놓고,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직을 하면 갑자기 화장하는 게 매너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어요. 과연 나의 맨얼굴이 남에게 폐가 되는 걸까요?

(중략) 화장도 멋도 내 기분이 좋아지거나 즐기기 위한 것. 남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때 화장을 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죠. 이런 식으로 스스로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 화장을 생략할 수 있는지, 반대로 어디까지 화장을 하고 싶은지 거울 앞에서 한번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250p

 

 

 

 

 

 

   사실 그녀의 삶은 바쁜 대도시의 감각으로는 너무나 단순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마음 구석구석까지 영양가가 가득하며, 물질적인 보충은 이제 확실히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 여유와 당당함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오늘도 헉헉거리고 있는 높아진 삶의 기준과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친절할 줄을 몰랐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부럽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높은 빌딩 속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가느라 힘든 청춘과 이 시대의 가장들, 아이를 다독이느라 내 삶을 잃고 살아가는 엄마들 모두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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