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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_ 이토록 짧고 강렬한! | 나의 서재 2019-03-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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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저/이원희 역
작가정신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생 영화가 나의 삶에 미치는 기막힌 반전 그리고 아름다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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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간결한 문체가 전달하는 강렬한 문학적 힘!

인생 영화가 나의 삶에 미치는 기막힌 반전 그리고 아름다운 반란!

 

 

   누구에게나 소위 ‘인생 영화’, ‘인생 배우’ 혹은 ‘인생 노래’ 같은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기쁜 순간 또는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마치 나를 구원해주는 듯했던 어떤 모델 같은 것 말이다. 문득 나에게도 인생 영화란 것이 있었나를 고민하다가 독특하게도 영화 <타이타닉>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왜 하필이면 <타이타닉>? 그러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이 내 인생 최초의 덕질이었다는 게 퍼뜩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군인인 친구를 따라 사령부 내에서 개봉했던 <타이타닉>을 우연히 보러 간 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최초의 경험이었던 탓일까. 영화를 본 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나는 내내 영화 장면을 잊을 수 없었고, 결국 용돈을 털어 OST 테이프를 구매하고 당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이모를 졸라 비디오테이프까지 구입해 틈만 나면 돌려보곤 했다.

 

 

 

   그때 나를 <타이타닉>에 빠져들게 한 것은 잘생긴 디카프리오도 아니고, 화려한 스케일의 대작이란 사실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당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 거대한 운명 같은 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던 게 분명했다. 고작 그 짧은 만남에 온 마음을 내던질 수 있는 힘이란 게 무엇일까, 심해로 가라앉는 거대한 배를 바라보며 뱃조각에 의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무엇일까, 나는 그 ‘감정’이란 것에 무척 이끌렸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덕분에 나는 글이라는 것을 직접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나는 소설이란 걸 썼고, 결국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으며 나의 여정은 줄곧 글 혹은 책과 함께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 때문에.

 

 

인생 영화가 나에 미치는 기막힌 삶의 반전들

 

 

   빰 빠바밤 빠바밤…….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음악은 모두가 들어봤을 법한 영화 <록키> 시리즈. 주인공인 실베스타 스탤론을 당대 최고의 인기 흥행 배우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던 그 영화!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1983년 1월, 우연히 영화 <록키3>을 보러 갔다가 인생의 기막힌 반전을 실현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아는 그 <록키> 시리즈가 정말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꿨다고? 복싱으로 인생 승리라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보여준 이 영화의 상징성과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었던 희열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의 마지막 히어로> 소설 속의 그것처럼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나. 책의 소개에 따르면 엠마뉘엘 베르네임 작가 자신이 실제 영화 <록키3>를 보러 갔다가 40도에 이르는 고열로 몸져누웠고, 이후 첫 소설 『잭 나이프』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한 자신의 삶을 반영한 자전 소설이자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바치는 소설이라 하니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의아함과 흥미로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영화 초반의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 16p

 

 

 

 

 

 

   소설 속 주인공 리즈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 <록키3>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날 고열로 쓰러진다. 영화 속에서 되는 대로 살며 매너리즘에 빠져 살던 세계 챔피언 록키가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그녀는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중단했던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스탤론 덕분에 그녀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스탤론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를 보러 다닐 것이다.

전부 다. 한 작품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맹세를 한다.

앞으로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하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관에 가서 표를 사서 볼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스탤론 덕분에 그녀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25p

 

 

 

   그녀는 록키를 따라서 권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가 그곳에서 거울 제조업자 장을 만나 결혼을 한다. 이후 토마스와 앙투안 두 아들까지 낳고 전에 없던 행복한 삶을 살며 매순간 스탤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때로 스탤론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자, 스탤론이 후에 가난해지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그녀가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저금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까지 한다. 뭐랄까, 정말 유쾌하고도 황당한 일이지만 그만큼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애정이 각별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남편. 남편을 만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가정을 갖게 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의사가 된 것도 스탤론 덕분이었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 46p

 

 

 

   책의 말미에 《씨네21》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스탤론을 향한 리즈의 무한한 애정을 이와 같이 해석한다. ‘스탤론이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여자의 강한 의지가 삶을 변화시킨 거고, 단지 스탤론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에요. 그 점이 덕질을 연상시켰어요. 내 배우 덕분에 산다, 하는 거죠. 누구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리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어떤 힘과 계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해줘요. 결국 사람들 마음 안에 자신을 바꿀 힘이 있는 거고, 스타는 그 힘을 끌어내줄 버튼인 셈이죠.’ 라고. 어쩌면 리즈는 인생의 변화를 내내 갈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꿀 만큼의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사리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스탤론이 그 버튼이었던 것이다. 하긴, 공부와 담쌓고 지내던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니는 대학교에 같이 다니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 합격했다는 일화들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되지 않는가.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그 안에서 전달되는 강렬한 문학의 힘

 

 

   100페이지의 미학이라 불릴 만큼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분량이 매우 짧다. 일종의 중편소설 정도의 분량을 읽는 정도인데, <록키3>를 본 뒤 인생의 변화를 경험하고 또 느닷없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겪는 방대한 서사에 비하면 내용은 지극히 간결하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구체적인 묘사와 감정 서술에 집중하여 문학적 완성도를 높인다면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은 그러한 서술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과감한 간극 사이를 독자가 상상하여 메우게 하고 또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항상 문장을 길게 쓰는 게 버릇이 된 나에게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준다고나 할까.

 

 

 

종산_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노출 콘크리트를 쓴 공간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런 건축 기법을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고 하더라고요. 브루탈리즘이란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사상으로 재료나 구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인데,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골격만 남겼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72p

 

 

 

 

 

 

   내 인생의 청춘스타,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을 울렸던 노래들이 떠올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나의 마지막 히어로>. 그래서 나는 또 내 삶의 2막을 변화시켜줄 그 무언가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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