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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_ 역사 앞에서 우리 모두는 목격자다 | 나의 서재 2020-04-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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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기억을 보라

아리엘 버거 저/우진하 역
쌤앤파커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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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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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

배움과 행동, 의문과 저항을 강조해온 이 시대의 현자로부터 가르침을 듣다!

 

 

 

   지금 전 세계는 현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으며 종교는 법회와 미사를 중단하고 도시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구의 한 편에서는 사재기로 인해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만연하고,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인종차별의 위협이 벌어지고 있으며 시체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특정 공간에 방치되어 있다는 끔찍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야말로 개인과 기업, 세계와 미래가 위협을 받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도래한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행정 질서를 지키고 나와 타인을 위해 철저히 위생을 지키며, 따뜻한 온정과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빠르게 안정화되어 가고 있는 듯하여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는 이를 일컬어 우리 민족에게는 ‘재난 극복 DNA’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실재로 지난 세기동안 우리가 겪어 온 다양한 국가 재난의 위기 덕분에 오늘의 위기를 대체로 현명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비록 어둡고 처참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기억일지라도 기억들과 함께 절망 속에 빠져 살아가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응답할 수 있는 힘을 얻도록 어떤 식으로든 이용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 ‘기억’을 계속 말하고 경청함으로써 온전히 전달하는 데에서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기억을 보라』는 비통한 시대에서 살아남은 자의 위대한 증언이자,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시키며 초월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혜의 서(書)이다.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인류 전체를 향한 메시지가 여기에 오롯이 담겨 있다.

 

 

 

 

 

 

 

항상 의심하고 질문할 것

 

 

   “앨리 위젤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도덕적 목소리 중 하나였으며, 동시에 여러 면에서 세계의 양심이었습니다. 엘리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기념비였습니다.” 버락 오마바 미국 전 대통령이 2016년 7월 2일, 엘리 위젤의 사망을 애도하는 백악관 성명 중에 한 말이라고 한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다룬 첫 번째 책 『밤』을 출간한 뒤, 오랫동안 강단에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이나 인권 문제, 기억과 믿음과 의심, 광기와 저항, 말과 글을 넘어서는 예술 같은 문제를 대화하고 토론함으로써 진정한 인류애를 전하려 했다.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제자이자 그의 조교로 일했던 아리엘 버거가 오랜 세월 그와 나누었던 대화와 강의를 기록한 것이다. 따뜻하고 지혜로우며 학생들의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의 가르침들은 마치 탈무드 한 권을 읽는 듯, 다시없을 그의 위대한 강연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내가 교육의 힘을 그토록 깊이 신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그 중심에는 분명 교육이 자리해야만 합니다. 배움이 나를 구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나는 그 배움이 우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거든요.” / 24p

 

 

  엘리 위젤은 누구보다도 교육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세상이 혼란하고 복잡한 때일수록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행위에서 희망의 근원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열다섯 살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가 다시 아버지마저 잃는 비통한 시대를 살아내는 동안 그를 구원한 것은 ‘배움’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해 지식과 이해, 그리고 공감에 대한 탐구에 천착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구원을 받았음에도 이 세상을 광기로부터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실감한다. 위대한 문학적 개념이나 거창한 철학적 전통이 광신주의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수 없다면, 그리고 종교조차 (수많은 역사가 보여주듯 광적인 설교에 휘둘려 신앙의 이름으로 온갖 잔혹한 짓을 저지를 만큼) 쉽게 타락할 수 있다면, 도덕적 명확성을 지키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지식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고, 그 지식이 쌓여 증오가 아닌 공감과 동정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이를 ‘기억’이라고 말한다. 나 혹은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더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고, 또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축복이 된다고 말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겪은 고통을 다리로 바꾸어 다른 사람들이 그 다리를 밟고 지나가며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역사 앞에서 우리 개개인은 모두 목격자이며,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들려주어야만 하는 신성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절망이 전염될 수 있다면 기억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억, 우리가 품고 있는 진정한 뜻과 관련된 기억, 심지어 경건파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갈망하는 미래에 대한 기억조차 전염될 수 있다. 그리고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역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68p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고 서로 다른 세계관이나 의견을 허물려 하기보다 그 간극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맞서며 돕게’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우호적 적대자’가 되어 각자의 생각을 다듬어가는 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 99p

 

 

“다윗은 골리앗과 싸우러 나가기 전에 사울왕에게 갑옷을 하사받습니다. 누가 봐도 불공평한, 그리고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갑옷은 어쩌면 꼭 필요한 장비였겠지요. 그렇지만 다윗은 갑옷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지 않습니다. 그 모습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개념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나 자신의 약점은 내게 그 약점을 사용할 만큼의 용기만 있다면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개념이었지요.” / 114p

 

 

 

 

 

 

   특히 엘리 위젤은 자신이 확신하거나 불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해 하느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심과 불신이 드는 순간에도, 우리 주변이 폭력과 자살과 정신병으로 광기에 휩싸이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의심하고 질문하고 제대로 마주봄으로써 저항하고 맞서라고 말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고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대화를 나누고 귀 기울이며, 필요한 정보를 가졌다면 즉시 ‘행동’에 나서라고 말한다. 혹시나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도적으로 우리의 선의를 이용하고 우리가 침묵하기를 바라는 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뿐이라고 말이다.

 

 

 

자신에게 맞서 싸우고 다투고 또 의문을 제기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요? 과거에 믿음이 있었건 없었건 상관없이 살아남은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내가 여러분에게 계속 가르치고자 했던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의심과 불신을 품고 있습니까?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세요. 자신이 확신하거나 불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계속 의문을 품을 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는 이렇듯 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거지요. / 173p

 

 

“우리가 광기에 대해 공부하는 건 저항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위젤 교수가 대답했다. “광기는 저항과 반항의 핵심입니다. 광기가 없다면,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기준들을 따라 그저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만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세상을 둘러싼 또 다른 광기에 쉽게 휩쓸릴 위험이 있습니다. / 191p

 

 

위젤 교수가 말했다. “한 명의 미친 사람은 이렇게 한 명의 사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게 할 수 있습니다. 이방인이자 외부인으로 사람들의 광기를 일깨워주는 것이지요. 내가 광기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광기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야만 비로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덧붙였다. “그것은 또한 목격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 193p

 

 

 

 

 

 

   이처럼 엘리 위젤은 광기와 혼란의 시대를 넘어 개인과 사회의 비극을 배움과 탐구를 통해 초월하고자 한 이 시대의 현자로, 그의 목소리에는 전 인류에게 가 닿을 지혜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가르침을 전달하는 입장에만 서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듣고 토론함으로써 이에 대한 해답을 함께 구하려 했다는 점은 우리 시대의 참된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가능하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하나하나 곱씹어 읽는 독서를 해보시길 바란다. 그 어느 자기계발서보다도 훌륭하고, 우리가 알고 익혀야 할 메시지가 바로 여기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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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_ 나만의 보폭으로 사는 일에 대하여 | 나의 서재 2020-04-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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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저
수오서재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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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여인만의 따뜻한 글과 그림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 마음에도 휴식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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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나를 소비했던 일상이 아닌 이제는 여유를 주어도 좋을 때!

오리여인만의 따뜻한 글과 그림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 마음에도 휴식이 쌓여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두 아이들과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 어차피 외출하기도 어려운데 그냥 두자. 일단은 방전된 상태로 두자, 하고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이번 일요일에는 집에 있을 거라는 남편의 말에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노라 선언하고 외출을 감행했다. 아뿔싸, 차가 방전되어 있었지.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방전된 차량 배터리를 충전해줄 기사님을 불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배터리가 완전 방전 상태 직전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한참 방전이 되었던 배터리가 다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목적지도 두지 않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겨우 서너 시간에 불과했지만,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난 이후 가장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오직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딱히 한 건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에게 시간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이 되면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나 역시 그간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려줄 힘이 필요했었나 보다. 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완전히 방전되어버리기 직전의 상태였음을 그때서야 깨닫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끔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땅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나팔꽃이 새싹을 삐죽 틔운 것처럼,

아보카도가 쑤욱 싹을 올린 것처럼,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결국은 싹을 틔워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시간을 주는 것.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식물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 / 26p 

 

 

 

   그 날. 나는 차창을 툭툭, 무심히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의 한 대목을 읽고 있었다. 그간 혹시나 기관지가 약한 어린 두 아들이 전염이 될까 늘 조심스럽고,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세상 떠나라 울어대는 둘째 아이 때문에 낮잠만 자길 기다리며 부랴부랴 밖으로 뛰어나가 필요한 물건만 사고 오느라 마음 졸이고, 장기간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첫째 아이를 위해 매일 이것 해줘야지 저것 해줘야지 고민하고 준비하느라 바빴던 그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잠시 나 혼자만의 외출을 하는 동안에도 집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고 있었던 나에게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지, 책 속의 문장으로 차오르는 생각을 다독였다. 참 감사한 일이다. 때마침 손에 들고 나온 책 한 권이 이렇게나 나를 쓰다듬어 줄 줄이야.

 

 

 

 

 

 

딱딱해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15만 팔로워로부터 큰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오리여인의 신작 에세이다. 5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며 소진했던 몸과 마음에 시간을 주기로 마음먹은 뒤,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작지만 나만의 보폭으로 사는 소중함을 경험한 일상이 소복이 담겨 있다. 서두르지 않다보면 보이는 것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삶, 우리의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딱딱해져 있던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한 번씩 쓰고 버리는 주방 수세미를 사보았고, 공기 청정기가 있다는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았다. 이렇게 매일 어떤 ‘처음’을 맞이할 때면 호기심과 설렘이 마음에 가득 찬다. 사소하지만 모든 처음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 그렇게 계속 나이 들고 싶다. / 56p

 

 

 

 

 

 

   그녀는 물방울과 달, 밤과 돌멩이, 머루와 꽃잎,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 동그란 이유는 둥글게 둥글게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추위에 강한 식물,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 물을 자주 주거나 혹은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 등 다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인 식물들에게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운다. 시간을 오래 들이는 요리를 하며 내일 아침에 온다던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하고, 팝송을 알게 되고 민트 초코칩과 비오는 날이 좋아진 건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깨달음에 감사해한다. 그렇게 사소해보이지만 내 눈과 마음에 머무르는 것들에 감사해하는 그녀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마음이 훌쩍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 말걸.’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후회. 예전에 면접 전날에 살짝 튀어나온 여드름을 짜냈더니 더 큰 여드름이 되었던 일이 생각났다. 늘 가던 미용실을 놔두고 더 예쁘게 해준다는 곳에 소개로 갔다가 결국 머리를 왕창 잘라내야 했던 순간도, 짝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친구에게 화장을 받고는 망했던 경험, 유튜브를 보며 고데기로 머리를 하다가 결국 다시 머리를 감아버렸던 기억도 모두 떠올랐다.

그리 눈에 띄는 흉터도 아니었는데 욕심으로 쿡쿡 찌르고 만지다 괴로움만 더해졌다. 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해주시면 정말 저를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사랑할게요! / 155p

 

 

 

 

 

 

   아이들 밥 삼시세끼 챙기느라 바쁜 요즘, 내 몸 챙겨주려 차려준 엄마의 밥상이 유독 그립다. 약간의 소음이 뒤섞인 카페 안 구석에 앉아 서걱서걱 책장 넘기는 촉감을 자주 상상한다. 오늘은 나가볼까, 고민해보지 않고 그냥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걸음도 간절한 요즘이다. 때문에 평소보다 뭔가 더 야속하고 미워지고 우울한 마음만 커져가고 있다. 아, 정말이지 이대로라면 나 폭주할 것 같아! 하고 소리 지르려던 순간에 만난 책이여서일까. 어떤 특별한 감상보다는 그저 지친 내 마음을 매만져주고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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