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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6 의 전체보기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_ 예술은 인생이 예술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 나의 서재 2020-08-1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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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저
을유문화사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9인의 예술가들의 말과 사유, 그 독창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독서를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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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열어 보이는 것들!

19인의 예술가들의 말과 사유, 그 독창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독서를 경험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칙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나는 꼭 그 지역의 대표 미술관을 찾아가곤 했다. 특별히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다. 온전히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능력이 있다거나, 새롭게 혹은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거기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대중 매체와 복잡하고 지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어떤 이면의 세계 즉,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심연의 공간으로 불쑥 들어가게 하는 듯한 묘한 힘이 있다. 그렇게 예술가들이 자신의 내면과 오늘의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느끼는 모든 갈증과 괴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금씩 다가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의 저자 윤혜정 역시 ‘길바닥(세상)에 널브러진 책가방(대상) 하나도 온전한 시선으로 보고 전할 수 있는 힘, 다르게 보기뿐 아니라 다르게 반응하기,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제시하기, 다르게 쓰기가 절실’했던 자신에게 예술가들은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해 준 대상’이었으며 이들 특유의 통찰력은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고, 누구도 일러주지 않은 영감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예술과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열어 보이는 것들은 저마다에게 다른 이유로 의미가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저마다의 ‘나의 예술가들’이,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술이 침범할 수 없는 곳은 없어야 하고,

예술은 최대한 모든 각도를 반영해야 합니다. / 아이작 줄리언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수백 명의 예술가들을 만나 온 베테랑 인터뷰어이자 『하퍼스 바자』와 『보그』에서 피처 디렉터로 오랜 세월 활동한 저자가 자신의 특별한 예술가 19인과의 인터뷰를 엄선한 책이다. 그녀는 이 19인의 아티스트들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실로 유의미한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 강력한 유명세 덕에 실체보다 거대한 이미지에 둘러싸인 예술가, 아끼는 친구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 누가 뭐라 해도 그냥 좋은 예술가를 선별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대체로 예술에 대한 편견을 넘어 현시대에 필요한 개념과 이상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분투하는 예술가들로 엄선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책은 이 19인의 예술가들과 나눈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 실제 작품 도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예술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덕분에 우리는 예술가들로부터 예술 이상의 것을 듣고 사유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고정관념에 저항하면서 우리가 엄혹한 현실을 살아내느라 놓친 세계의 일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각의 끈을 흔드는 인터뷰에도 삶을 살듯 예술을 하듯 답을 써 보려 합니다. 이렇게 길을 찾는 해방의 순간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으며, 예술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내가 추구하는 건 명성이 아니라 진실되고 정직한 가치입니다.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거짓된 예술계의 행태는 개인과 사회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나는 이를 예의주시할 겁니다. 예술 하는 행위 자체로 영혼의, 사회의 등대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요. / 김수자 편 중에서 70p

 

 

그에게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일이며, 그런 면에서 그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내가 하는 예술이라는 건 생산적이거나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내 작업의 논리는 수동성, 즉 이행할 필요가 없는 무언가에 대한 거예요. 고립, 평온과 관련된 동시에 꿈같은 겁니다. 만약 작가가 작업에 어떤 가치를 설정해 버리면 그 작업은 활력을 잃은 채 성장을 멈춰 버릴 것입니다.” / 우고 론디노네 편 중에서 131p

 

 

 

   책은 출판, 디자인, 만화, 그림, 사진,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두루 만나본다. 이 중 첫 장에서 소개된 출판 장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은 단연 인상적이다. 명실상부 출판계의 전설이자 아트북의 거장인 그는 “책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예술 작품”이며 “아티스트, 디자이너, 인쇄업자, 출판업자가 함께 만드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의 공생”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콘셉트 회의부터 바인딩, 생산 공정, 마지막 인쇄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판의 과정을 한 지붕 아래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이 외골수 장인은 화약약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더라도 이상적인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책이 대량생산의 아이템이 아니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이렇듯 우리에게 남다른 가치를 전한다.

 

 

 

“당신이 책을 만든다면 모든 창의성, 에너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는 책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싸구려 종이에 최소의 돈만 투자하고 제대로 된 이미지 작업을 하지 않으며, 페이지 수를 줄이고 저렴한 재질의 커버를 쓴다면, 아무도 당신이 만든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100년 혹은 200년 후 더욱 가치 있을 좋은 책을 만드는 슈타이들의 완벽주의는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책을 만든다”는, 기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 중에서 26p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60퍼센트는 열정, 20퍼센트는 필요성 그리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최소한의 이익입니다. 그중 60퍼센트의 열정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도 있지만, 유명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품질의 책은 팔립니다. 책은 대량생산의 아이템이 아니라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소 로맨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 중에서 38p

 

 

 

 

 

  유독 ‘언어의 힘’을 믿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예술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제니 홀저가 그러하다. 사회와 개인, 거대 담론과 일상을 관통하는 그녀만의 시대의 명상록은 전쟁, 권력, 학대, 섹스, 테러, 불평등, 공포, 탐욕 등 인류가 창조한 뿌리 깊은 비극을 정면으로 향한다. 이는 강력한 공공성을 담보로 하며 시각적으로 정치화된 제니 홀저의 문장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전제를 재고하게 한다. 이데올로기, 욕망, 두려움, 유머, 분노, 증오 등 사회적 잠재의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며 창백한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 삶의 관성을 거슬러 끊임없이 각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둘러싼 진실과 그 이면을 질문하는 예술가들의 용감한 방식은 우리들의 삶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얼마나 유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삶과 미술이 결코 분리된 대상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김수자, 직업이나 젠더, 예술, 영화 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뜨리며 가히 모방불가, 예측불가의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틸다 스윈턴, 영상으로 정치보다 더 역동적인 시를 쓰며 정치적 예술의 표본을 보여주는 영상설치작가 아이작 줄리언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의 책임은 가랑비처럼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디터 람스야말로 20세기가 낳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순수한 이상주의자다. / 디터 람스 편 중에서 108p

 

예컨대 조각의 형태에 능동성을 부여한다는 건 작가인 나의 가치를 주입시킨다는 뜻입니다. 반면 내 작품이 수동적인 이유는 작품 앞에 선 관객들이 각자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결말을 열어 두기 때문이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행위는 열린 해석을 가져올 수 없게 만들어요.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현재 쓰는 언어를 반영하는 거예요. 동시에 예술은 시간을 초월하는 언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예술이 50년 후에는 또 다른 언어로 이해되겠지요. 그렇게 언어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우고 론디노네 편 중에서 138p

 

 

유크로니아란 말 그대로 ‘없는 시간’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좋은 시간’을 의미한다. 유토피아가 공간 개념의 이상향이라면, 유크로니아는 시간 개념의 이상향이다. 즉 유토피아가 끝내 발견할 수 없을 거짓말 같은 곳인 반면 유크로니아는 집중과 몰입으로 닿을 수 있는 시간 혹은 물리적 시간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내 안에, 우리 사이에 존재할 법도 하다. 유크로니아의 상대적인 시간 개념을 빌려 건네는 공동체와 이상향, 자기성찰의 화두는 언젠가부터 그녀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로 뿌리내리고 있다. / 마탈리 크라세 편 중에서 415p

 

 

 

   이 외에도 열린 실험을 통해 매번 전에 보지 못한 형태의 독보적인 건축을 선보이는 프랭크 게리, 독창적 미학으로 세상의 낯선 구석과 삶의 고약한 지점, 인간의 숨은 욕망을 직시하는 박찬욱, ‘나’를 화자로 하되 보편적, 객관적인 인간 삶의 드라마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프랑스 문학의 대가 아니 에르노,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재하는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더 나은 미래와 성숙한 공동체를 향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으로 혁신적인 작업들을 선보이는 마탈리 크라세, 대담한 조형 언어와 다감각적 설치작품을 통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양혜규, 솔직담백한 그림을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도시풍경 화가 장-필립 델롬에 이르기까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조금은 우리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봄으로써 매우 지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나는 말하자면 곧 멀티스크린 조각가가 되어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한곳에서 모든 이미지를 보는 게 불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무언가를 다르게 보는 방식 혹은 언어를 개발했어요. 미술관에서 우리는 휴대폰을 보고, 메시지를 읽고, 사진 찍는 다른 관객들로 인해 방해를 받죠. 멀티스크린 작품은 내가 “방해받는 관객”이라 부르는 이들의 거울이며,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 채 이곳저곳 이동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이 상황은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 아이작 줄리언 편 중에서 189p

 

현대의 건축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 인간성을 존중하고, 존엄성을 키워 가고, 부정적이지 않은 거요. 프로젝트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에 상관없이, 얼마나 좋은지를 먼저 살펴야 해요. 그건 사람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해요. / 프랭크 게리 편 중에서 243p

 

칸디다 회퍼는 건축과 인간, 공간과 문화 같은 상관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회퍼만의 순수하고도 고요한 시선은 공간의 생김새는 물론 보이지 않는 진리, 즉 인간이 만들어 낸 공간의 질서, 순리, 체계, 신념까지 포착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사진은 단순한 건축 사진이 아니라 공간의 초상이다. / 칸디다 회퍼 중에서 362p

 

 

 

 

  프랑스 예술가 로베르 필리우는 “예술은 인생이 예술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9인의 거장들이 예술로 하여금 우리에게 무엇을 열어 보이는지를 경험케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예술서이자 훌륭한 인문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저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하나씩 채워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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