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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힘_ 지금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 나의 서재 2021-01-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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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면역의 힘

제나 마치오키 저/오수원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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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면역의 힘이 필요한 시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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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면역의 힘이 필요한 시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불필요하고 과장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면역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면역은 이제 그 누구도 빗겨갈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핵심 화두다. 기껏해야 겨울철 감기로 극심한 고열이나 몸살에 시달린 후에야 부랴부랴 면역에 좋다는 영양제와 음식을 챙겨먹곤 했던 우리들에게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면역, 즉 미생물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주는 대척도가 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회라는 생태계가 그동안 얼마나 면역에 취약해졌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개개인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식해야만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종플루, 지카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코로나19 등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각종 질병과 감염병의 유행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우리가 아무리 완벽하게 대응한다 해도 팬데믹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면역력을 기르고 유지하는 데 있어 단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년간 면역을 연구해온 면역학자 제나 마치오키 박사는 말한다. 팬데믹이 강타할 때 벌어지는 일 가운데 많은 것은 너무도 압도적이라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고. 정상 상태에 대한 감각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과 매주 각자의 리듬과 일상을 창조하는 일은 어느 날 떨어지는 갑작스러운 행운보다 더 강하게 자신을 보호해주는 힘이 될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면역을 바로 알고 그것을 일상에서 꾸준히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서 나 자신과 공동체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는 그녀의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면역력을 높이는 우리 시대의 건강법

 

 

 

   『면역의 힘』에 따르면 감염원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면역계만큼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약은 없다고 한다. 병에 걸리는 문제는 면역계가 온전한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될 만큼 건강 유지에 있어서 면역은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면역은 제2의 두뇌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체 내부와 주변에서 정보를 건져 뇌로 보내는 특화된 생체감지기 네트워크로, 이는 우리 몸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조종할 수 있다. 몸을 웅크리거나 떨거나 잠이 드는 것-대개 질병이나 쇠약의 증상-처럼 간단한 행동도 사실은 감염에 대응하는 아주 구체적이고 이로운 반응일 수 있다. 또한 면역계는 수동성이나 공격성, 혹은 성적 매력처럼 질병과 전혀 관련 없는 행동에 영감을 주고, 우리의 행동 방식뿐 아니라 감정 방식, 심지어 내가 누구인가에 관해서도 꽤 깊이 관여할 정도로 우리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시시각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잠재적 감염 위협으로부터 조용히 공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이 대부분 이러한 위협에 잘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면역계는 무력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방어 부대가 아니라 정교하고 섬세한 방어 부대에 가깝다. 이를 테면 끊임없이 유혈 낭자한 전투를 일으키기보다 안정되고 조화로운 상태를 지키려 애쓰는 평화유지군에 비유할 수 있다. 사악한 적을 물리치는 데 집중하면서 아군이 입는 피해, 즉 조직 손상을 최대한 피하면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후천면역세포는 발생한 감염원에 즉시 덤벼들어 싸우지 않는다. 대신 동일한 세균이 다시 나타날 미래를 대비하여 몸속을 순찰한다. 따라서 후천면역세포가 기억한다는 것은 몸속에서 똑같은 병원균을 만나면 증상을 겪기 전에 세균을 쳐부술 방법을 면역계가 미리 안다는 뜻이다. 천연두 같은 특정 질환에 여러 번 노출되어도 병을 한 번만 앓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 같은 더 교활한 바이러스는 면역 기억을 피할 수 있도록 분자 정보를 계속 바꾸는 엉큼한 방법을 진화시켰다. / 33p

 

 

심장병, 제2형 당뇨병, 자기면역질환, 알레르기, 일부 암, 심지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만성염증과 무관한 질환들이 사실은 면역과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은 ‘구조 작업’을 지속하게 되면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몸 곳곳의 건강한 세포와 조직과 장기를 손상시키게 된다. 이는 결국 DNA 손상과 조직괴사, 내부 유착을 일으킨다. 만성염증은 최근에 부상한 현상이지만 관련된 질환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질환들은 노화로 인한 마모성 질환과 동일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게다가 오늘날 만성염증은 더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산업화된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다. / 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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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의 힘』은 이처럼 미세하고 정교한 면역계의 메커니즘이 우리 몸 안에서 작동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면역을 교란시키는 여러 요인과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생후 첫 5년이 남은 생애 면역의 상태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의 뿌리이자 섬세하고 연약한 면역 균형은 태어날 때의 상황과 태어난 후 첫 5년 동안 영양분을 공급받은 방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의 잦은 항생제 치료가 감기 및 다른 상기도감염 확률을 두 배 이상을 만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염증성 장질환, 비만, 당뇨 천식, 알레르기 같은 면역계 질환의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는 말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한 번의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장내세균의 구성과 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생체 기능에 중요한 많은 종을 쓸어버리며 우리 몸을 둘러싼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구강에 해로운 미생물이 과다하게 서식할 경우 류머니즘성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심지어 심혈관질환 같은 염증성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이는 구강 건강을 먼저 살필 경우 말 그대로 질병의 진행이 멈춘다는 뜻으로, 저자는 어떤 식사를 하느냐는 구강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충치를 초래하는 단 음료는 구강미생물총의 다양성을 감소시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클로르헥시딘을 함유한 구강청결제도 입안의 미생물 다양성을 줄일 뿐 아니라 현대 건강의 많은 우려 요인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구강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은나노 입자로 된 것, 혹은 약한 과산화수소를 함유한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참고해보자. 이 외에도 현대인의 대표적인 문제인 수면 부족은 심각한 만성질환과 싸워 이를 퇴치할 때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염증 촉진 신호가 상승하면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깊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에도 통증에 대처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갖가지 통증, 두통 혹은 기저질환 통증이 악화될 확률이 있다고 한다. 평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두통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모체의 면역계는 자궁에 있는 태아, 절반은 자신이 아닌 이질적인 아기를 면역계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임신 기간 내내 면역반응을 억제해야 한다. 애초에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진화는 성적으로 왕성한 여성의 면역을 항상 어느 정도 억제하는 방식을 발전시켰다. 놀랍게도 이 면역역제 작용은 흥분과 성적 쾌락으로 유발되며, 여성의 성관계 빈도와 관련이 있다. 반면 남성은 성관계 횟수가 많을수록 면역 방어를 더욱 강화시킨다. / 89p

 

 

내장지방조직에 살고 있는 대식세포는 특정 상황에서 만성적으로 활성되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면역세포의 적응 반응으로서, 지방세포에 스트레스를 주는 과식에 대응하여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려 애쓰는 중에 이루어진다. 과식이라는 ‘위험’은 염증 유발 면역세포를 더 많이 끌어모아 염증을 악화시킨다. 이 위험은 또한 지방세포 자체의 기능부전을 일으키도록 작용한다. 그렇게 지방세포들은 지방으로 가득 차 크기가 커지고 숫자도 늘어나며, 이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 신호를 유발하여 염증 상태를 지속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꾸준히 지방세포가 커지는 상태는 몸이 늘 염증 상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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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과장 광고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현혹되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면역계는 결코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은 것이 아니기에 면역을 ‘증강’시킨다는 각종 보조제의 광고를 믿지 말라는 충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면역계는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부단히 조절해야 하는 조절 스위치와 같아서, 너무도 상이한 미생물에 너무도 많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어떤 것을, 그것도 얼마나 증강시켜야 할지에 대한 단일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식물성 영양소를 강조한 보충제 광고들이 다수 보이는데, 저자는 규제도 없고 식사에서 섭취하는 식물성 영양소와 동일한 이점을 줄 확률도 없으며 오히려 정체형 보충제가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식물성 영양소 보충제는 대개 항산화제로 광고되는데 식사를 통해 자연스레 섭취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이 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정반대로 베타카로틴 알약은 암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 주의해서 사용해보자. 참고로 모든 보충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50세가 넘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음식에서 흡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타민B12와 같은 미량영양소는 보충제를 통해 더 건강한 면역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집에 있는 영양제나 보충제가 내 몸의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고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꼭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몸을 움직여라. 운동은 근육 손실과 면역력 약화, 이 둘과 한꺼번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면역이 근육 강화를 도울 때 근육을 움직이면 면역 또한 활성화된다. 최근의 한 프로젝트는 55세에서 79세까지의 자전거 타는 남녀 125명을 조사했다. 성인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높은 강도로 자전거를 타온 사람들이었다. 운동하지 않은 노인들과 주로 앉아서 지내는 20대 젊은이들의 면역계를 활동적으로 자전거를 탄 노인들의 면역계와 비교해보았더니 운동을 했던 노인들의 면역력이 나머지를 멀찌감치 밀어냈다. / 276p

 

 

비타민C는 물론 면역에 중요하지만 비타민A와 D야말로 면역에 큰 역할을 한다. 비타민A는 시력을 유지하고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미량영양소다. 비타민A는 면역계 조절을 돕고 피부와 구강 조직, 위, 장, 그리고 호흡기를 건강하게 유지해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 / 324p

 

 

아연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으므로 면역계의 온전함을 유지하려면 매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아연을 흡수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듯하다. 따라서 노인들이 특히 위험하며, 아연 결핍은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졌다. 아연은 감기 바이러스가 자라거나 코의 점막에 붙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특수 면역세포가 감염과 싸우도록 힘을 강화한다. 감염예방을 위해 겨울철 몇 달 동안 아연을 보충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시작되자마자 아연을 보충하기 시작하면 감염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있다. / 325p

 

 

 

   서양의학의 창시자인 히포크라테스는 ‘병에 걸린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병을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윌리엄 오슬로 역시 ‘결핵 치료의 관건은 환자 몸에 있는 병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 하여 감정 상태가 질병의 발발과 진행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것은 곧, 코로나19가 유발한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는 분명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다. 그간 현대인은 대부분 면역계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를 무시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면역계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따른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면역의 힘』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면역을 이해하고 건강한 삶을 이끌어가는 데 꼭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는 탁월한 책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나와 가족, 사회 구성원 전체의 안녕과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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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2)_ 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 나의 서재 2021-01-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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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저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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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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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근원의 여정!

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

 

 

 

  묵은 경전 글귀가 아닌, 고요한 선원 좌복 위에서만이 아닌, 삶이라는 생생한 터전에서 수행하기 위해 나선 원제 스님의 세계 일주 기록은 2권에서도 계속된다. 일본의 지브리 뮤지엄을 시작으로 이스탄불, 탄자니아, 남미의 최남단 파타고니아,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브라질, 콜롬비아, 워싱턴 D.C 등 5대륙 45개국의 일주를 이어나간다. 앞서 1권에서는 스님이 길 위에서 만난 인연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깨달은 것들에 보다 마음이 기울었다면, 2권에서는 경이로운 역사의 무대이자 삶의 생생한 터전이며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영감이자 깨달음이 되기도 하는 여행지 그 자체에 대한 기록들이 유독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 간사이 지방 제일 서편에 자리한 도시 히메지에서의 일화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거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스님은 한 마리의 백로를 연상시키며 우아하고 고결한 자태를 보여주는 히메지성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가지고 여행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했던 히메지성은 보이지 않고 웬 직육면체의 도시형 건물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알고 보니 당시 히메지성은 지붕 기와를 보수 중이었던 것이다. 히메지성을 보겠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먼 거리까지 왔는데, 실망도 이런 실망이 또 없다. 이런 일이 허다한 나로서도 스님이 느꼈을 허탈함이 충분히 이해되고 남을 정도니까.

 

 

 

   그래도 추가 요금을 내면 보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하니, 스님은 이렇게 발길을 돌리기에는 아쉬워서 가건물 안에 들어서 천천히 현장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쌓여 있던 불만과 실망감은 점차 사그라졌다. 보수 과정에 있던 천수각 지붕은 아주 말끔하고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히메지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건축되었고 증축되었으며 보수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안내도 충실히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 인내와 완벽에 가까운 보수를 해낼 수 있다는 그들만의 자신감을 느껴서일까. 스님은 결과를 중요시하고 또 결과만을 생각해왔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긴 보수 공사를 거쳐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 과정을 잘 인내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거리낌 없이 남에게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믿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은 그 어떤 다른 사람이나 세상도 밝혀줄 수 없는 거대한 속임입니다. 오직 나만이 나 스스로의 속임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속임을 밝혀내는 여러 과정을 우리는 보통 수행이라고 부릅니다. 이 수행을 통해서 그간 내가 나에게 해왔던 속임수가 한 꺼풀씩 벗겨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수행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벗겨지는 데에 필요한 용기입니다. / 34p

 

 

견고하지 못해서 자주 흔들리고, 남들에게 곧잘 상처도 받는 연약한 마음을 가졌음을 저는 처음부터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연약한 마음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다른 이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결정에는 그의 종교적 믿음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비록 저와는 다른 종교인일지언정 저는 리처드의 삶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믿음의 힘으로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의 힘이란 이토록 위대한 곳이었습니다. / 88p

 

 

사실상 고정된 문제란 없습니다. 문제란 문제시할 때에만 문제가 되는 법입니다.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그 어떤 문제도 문제시하지 않는다면 단지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상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문제로 고착되지 않고 상황으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여유는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유가 사람들의 성정을 만듭니다. /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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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다보면 간혹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여행지의 분위기에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스님이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행자 역시 그랬나보다. 그는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를 창으로 잡는 용맹한 전사 부족을 상상하며 마사이족을 만나러 온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마사이족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이나 파는 장사꾼에, 신형 아이폰까지 대수롭지 않게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적잖게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스님은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아왔던 대로, 그 사람들이 시대에 무관하게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건 우리의 욕망일 뿐이라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기록이 사실이라 믿고 그것을 완전한 진실로 고착시키려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욕심이자, 여행자의 오만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내가 가진 앎의 ‘재확인’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변화’ 속에서 ‘성찰’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스님의 말씀은 여행의 참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마치 내 앞의 돌과도 같습니다. 처음부터 의미가 정해진 돌은 없습니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앞의 돌이 걸리면 걸림돌이 되고, 디디면 디딤돌이 됩니다. 일견 실패처럼 보이는 경험도 그 실패라는 의미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실패처럼 보이는 그 경험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관점에 따라 기회도 되고, 자양분도 되며, 선물도 되는 것입니다. / 145p

 

 

수행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수행이 ‘무거운 고통과 인내의 과정’이며, 그러한 모습과 삶만이 수행자의 삶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수행의 과정은 무거움이지만, 그 결과는 가벼움입니다. 무거운 번뇌를 줄여가면서 점차 지혜가 가볍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감이나 실체감이 줄어들면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매사의 인연에 순조롭게 응하는 삶이 저는 진정한 수행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 227p

 

 

사실과 거짓이라는 분별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더 나은 의미 부여를 해서라도 그 휘청거림과 환호 속으로 들어가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사실과 거짓, 옳음과 그름으로 단순하게 갈라내기에 우리들의 삶은 너무 다채롭게 살아 있습니다. 이 살아 있음을 최대한 보듬으며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 266p

 

 

 

   스님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행자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고 한다. “불교를 수십 년간 공부하고, 경전들의 가르침을 낱낱이 안다고 해도, 그 가르침이 하나로 회통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들은 단지 흩어진 구슬들에 불과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란 말입니다.” 경전마다 주제와 내용이 따로따로이고, 수행과 일상의 삶이 별개로 분리되어서 나타난다면 그러한 수행의 삶과 경험은 마치 흩어진 구슬처럼 가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즉, 수행의 삶이 무엇으로든 일목요연하게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원제 스님은 오랫동안 수많은 경험을 치르며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으되, 그 삶을 일관되게 통찰할 수 있는 뚜렷한 안목이나 관점이 없다면 어찌 보면 그러한 삶은 파편화된 경험과 분리된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선 자기 삶의 뚜렷한 중심이나 안목을 마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이다.

 

 

 

   스님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내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이 과정 역시 내 삶의 뚜렷한 중심과 안목을 기르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고 있고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새롭게 보는 안목을 길러가고 있는 중이라고, 그 안에서 내 삶의 중심과 온전한 나로 사는 법을 찾아나가기 위해 책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젠가부터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던 나에게 스님의 말씀은 귀한 가르침이 되어주었다.

 

 

 

사람의 인연 따라 종국에 유익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익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입니다. 아무런 이득이 없는 도전이고 경쟁이어도 됩니다. 반드시 이득과 실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득이나 실효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흐르며 차츰차츰 익혀갈 기준이며 삶의 방향성이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무익의 즐거움을 누릴 자유가 있고, 또 그러한 자유가 보장되는 때가 바로 젊은 시절 아니던가요. /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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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설렘과 인연의 정다움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길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과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이 많았다. 새해가 다가온 시점에서 예전만큼 기대감으로 벅차지도 않고, 불안한 마음은 점점 깊어가지만 그럴수록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법의 소중함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2021년의 첫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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