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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_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 나의 서재 2020-02-2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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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에노모토 히로아키 저/조경자 역
상상출판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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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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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통해 풀어보는 대인불안의 원인과 해결법!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입버릇처럼 곧잘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거나’다. 뭐 하면 좋을까, 뭘 먹으면 좋을까,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런 선택의 기회 앞에서 나는 늘 ‘아무거나’ 뭘 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답하곤 한다. 때로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일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난 아무거나 다 좋아’라고 말해버리기도 한다. 좋게 생각하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추려는 배려있는 행동일 수 있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선택과 결정을 상대방에게 미루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가까운 관계이든 처음 만난 사람이든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면, ‘너 하고 싶은 대로’, ‘아무거나’ 같은 말로 상대의 의견에 따르는 것을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왜 우리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넘기며 심지어 불편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것일까.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무심코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즐거운 이야기를 해야 해’, ‘이런 말을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지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상대방을 계속 의식하게 된다. 친구들의 반응이 내 생각과 다르면 ‘내가 말을 잘못한 걸까?’, ‘내가 괜한 말을 했나?’하고 신경이 쓰여서 솔직한 생각이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기도 한다. 대학생과 전문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매우 걱정이 된다’는 79%,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72%,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는 건 아닐까 불안해 한 적이 있다’는 60%, ‘상대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 걱정이 되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한 적이 있다’는 52%,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한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60%에 달한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의식하고 때로는 불편함이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본의 유명 심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에노모토 히로아키 역시 대학교에서 강연과 상담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감정을 처음 만난 사람뿐 아니라 일정 관계 이상으로 친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느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대인불안’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는데,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는 평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이들을 위해 대인불안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그것이 어떤 심리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를 완화시킬 수 방법을 살펴보려한다.

 

 

 

   그렇다면 대인불안이란 무엇일까?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에 의하면 대인불안이란 ‘남 앞에 나섰을 때 느끼는 불쾌감’이다. 그는 ‘처음 참석하는 자리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남이 보고 있으면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수줍음을 잘 타고, 낯을 많이 가린다’, ‘남 앞에서 말할 때는 불안해진다’,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으면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쉽게 지치는 편이다’ 등을 대인불안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는다. 또한 심리학자 베리 슐렝커와 마크 리어리는 ‘현실 또는 상상 속의 대인적 장면에서 타인에게 평가받는 상황 혹은 평가받는 것을 예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런 말을 하면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탓에 하고 싶은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하고, 싫은 것도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이른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불안’이 대인불안의 대표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탓인지 많은 이의 마음속에는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과 상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데 사로잡혀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아무리 인간관계를 잘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 28p

 

 

상대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다 보니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이 앞선다. 즉, 나보다 상대의 만족을 우선으로 배려한다. 하고 싶은 말이나 요구사항이 있어도 참는 까닭 역시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뻔뻔한 사람이라고 평가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즉, 상대방과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한다. / 48p

 

 

 

 

 

 

   대인불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칫 용어 때문에 심각한 병처럼 느껴지겠지만, 저자는 사실 대인불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관계의 문화’를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인간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 변화를 끊임없이 살펴가면서 ‘관계’를 지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더군다나 우리는 상대를 의식하고, 관계를 고려해 상대가 상처받거나 거북하지 않도록, 상대가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자기의 생각을 전하는 것보다 우선인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즉, 오랫동안 관계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 미숙한 행동이라고 평가받아왔다. 또한 인간은 사춘기 무렵부터 자아에 눈을 뜨고 ‘자의식’을 갖게 되는데,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낮 동안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증거이므로 결코 비관할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거절한다고 해서 그게 ‘내가 싫어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72p

 

 

사람에 따라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콤플렉스를 느낄 수도 있고,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따라서 대화 상대가 여러 명일 경우 각각의 인물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정해야 하므로 매우 신경이 쓰인다. 상대방에 따라 다른 ‘나’를 설정하게 되니 ‘나는 다중 인격일까?’,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 아닐까?’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일관성이 없는 사람, 불성실하고 요령만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오히려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다. 상대방에 따라 다른 내가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109p

 

 

 

 

 

  저자는 내가 느끼는 관계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고, 대인불안의 속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한다면 결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분을 배려할 수 있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심리학자인 치비-엘 하나니 팀은 대인불안과 공감 능력의 관계를 검토하는 조사와 실험을 실시한 결과, 대인불안이 약한 사람보다 강한 사람이 타인의 기분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고, 상대의 표정에서 내면의 기분까지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도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불안함이 크다는 말은 ‘조심스럽다’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대인 상황에서는 상대의 심리 상태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 경향과 연결되어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배려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신경 쓰는 것을 ‘타인에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표현하기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외에도 대인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누구나, 특히 나와 마주하고 있는 상대도 나와 같이 대인불안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기개시’라는 심리학의 특징을 적극 활용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개시란, 자신이 경험한 것과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면 그것이 상대에게 호의와 신뢰의 표현이 되어 자기개시를 받은 쪽은 ‘나를 신뢰하는구나’라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기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지게 됨으로, 서로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싶다면 나부터 용기를 내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대인불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는 대목은 꼭 마음에 새겨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집중하는 대신 상대의 모습에 눈을 맞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상대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마음을 알아주는 것,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탈피하여 상대 자체를 보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인불안을 완화시키는 가장 쉬운 열쇠일 것이다. 

 

 

 

   상대도 나와 같이 대인불안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것을 긍정적으로 활용해보기를 권하는 책 속의 조언들은 그간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든지,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라는 여타의 대인관계 관련 책들의 조언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남의 눈치 보느라 정작 내 마음은 뒷전인 나를 위해 적절한 위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살다보면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 혹은 기준이라는 게 생각보다 뛰어넘기 힘든 선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그 기준에 맞추느라 때로는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채 삼키고, 그에 맞추느라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에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디까지나 나의 문제라고만 여겼던 그간의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어느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큰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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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린 뉴딜_ 복원의 시대,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 나의 서재 2020-02-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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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로벌 그린 뉴딜

제러미 리프킨 저/안진환 역
민음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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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 경제와 녹색 문화 추진을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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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기후이상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혁명의 시나리오!

탄소 제로 경제와 녹색 문화 추진을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책!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아버지도 낙타를 탔고, 나는 메르세데스를 몰고, 아들은 랜드로버를 굴리고,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굴릴 것이지만, 그다음 세대의 아들은 낙타를 탈 것이다.” 1960년대 말 석유의 발견으로 아랍에미리트에 퍼진 희열이 훗날 악몽으로 변해 국민을 괴롭힐까 봐 걱정한 셰이크 라시드의 말이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생물종의 멸종이 계속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금세기 말까지 모든 종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기에 충분할 만큼 빠르다.”라고 지적한다. 금세기 말이라면 오늘의 유아들이 노년을 보낼 시기다.

 

 

 

   그간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과 같은 다수의 책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제러미 리프킨 역시 현재 우리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수년 사이에 우리는 화석연료 부문과 관련 사업이 가하는 타격으로 인해 갈수록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대표되는 각종 기후변화가 바로 그 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도만큼 올려놓은 것으로 추산하며, 만약 그것이 1.5도라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고 그에 따른 엄청난 기후 이변들로 지구의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종류의 생활로 돌아갈 길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에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에게 계속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석유산업과의 대결에 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녹색 문화를 구축하는 과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종용한다. 우리는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모든 지역과 모든 공동체에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여 모두 함께 생태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과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린 뉴딜’이라고 그는 말한다.

 

 

 

 

 

 

녹색 시대 구현을 위한 청사진

 

 

   『글로벌 그린 뉴딜』은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이 시대에, 기후변화에 대응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그린 뉴딜’ 정치 내러티브와 대담한 경제 계획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린 뉴딜은 젊은 세대, 즉 오늘날 미국의 지배적인 집단인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가 국가의 방향을 돌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어젠다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촉구하는 강력한 탄원이다. 이는 모든 미국인의 사회적 전망과 경제적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최전선에 국가와 국민을 두고자 하는 어젠다이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유럽연합과 중국에서 그린 뉴딜형 전환을 직접 구현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경제를 개혁하고 지구 생명체를 살리기 위한 이 획기적인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오늘날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그린 뉴딜을 위한 풀뿌리 운동이 각국 정부로 하여금 탄소 이후의 녹색 3차 산업 혁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확대해,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동시에 공정하고 인도적인 경제 및 사회를 만들도록 촉구하는 데 이 책이 유용하게 쓰이길 희망하고 기대한다.

 

 

 

다양한 가상 재화와 물리적 상품을 공유하는 것은 신흥 순환 경제의 초석으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지구의 자원을 훨씬 적게 사용하며 탄소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유 경제는 그린 뉴딜 시대의 핵심적 특징이다.

현재 공유 경제는 초기 단계를 밟고 있으며 앞으로 여러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공유 경제는 사람들의 경제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이동성의 디지털 인프라에 의해 가능해진 새로운 경제 현상이다. 그 점에서 공유 경제는 18세기와 19세기에 태동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후 세계 무대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 30p

 

 

 

   저자는 그린 뉴딜 이행에 있어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죽어 가는 화석연료 중심의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서 스마트 녹색 탄소 제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로의 전환은 그린 뉴딜의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에 가장 책임이 있는 4개 주요 부문 즉, ‘정보 통신 기술(ICT)과 텔레콤’, ‘에너지 및 전기, 내연기관’, ‘이동성 및 물류’, ‘주거와 상업·산업 기관 관련 건조(축)물’ 분야로부터 화석연료 문명을 분리하여 그린 뉴딜의 신흥 재생에너지와 결합하기 위한 이행 과정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때, 1차 및 2차 산업혁명 인프라는 중앙 집중식과 하향식 그리고 독점 방식으로 설계되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 수직으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과 달리, 그린 뉴딜 3차 산업혁명은 분산된 운영 방식에 중점을 두며 보다 효과적인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게 설계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에너지 원천의 무한한 잠재력을 고려하면 제로에 가까운 한계 비용으로 생산되는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태양은 88분당 470엑사줄(1엑사줄은 1018줄에 해당한다.-옮긴이)의 에너지를 지구로 방출하는데, 이는 세계의 모든 인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만약 우리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1퍼센트의 10분의 1이라도 포획할 수 있다면, 현재 글로벌 경제 전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여섯 배를 얻는 셈이 된다. 태양 복사열과 마찬가지로 바람 역시 강도와 빈도는 다양하지만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전 세계 풍력 발전량에 대한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가용 풍력의 20퍼센트만 수확해도 현재 글로벌 경제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일곱 배나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 69p

 

 

앞서 언급했듯이,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이동성의 패러다임 변화는 건조 환경이 본질을 변화시킨다. 1차 산업혁명은 허브와 허브를 연결하는 철도 운송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건조 환경을 야기했고, 2차 산업혁명은 주간 고속도로 출구 주변으로 교외 환경을 널리 퍼뜨렸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존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주거용, 상업용, 산업용, 기관용)이 탄소 제로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스마트 노드와 IoT 매트릭스에 결합된 네트워크로 변모한다. IoT 인프라에 연결된 모든 빌딩 노드는 스마트 녹색 국가의 경제활동을 관리하고 구동하고 가동시키는 분산형 데이터 센터, 녹색 마이크로 발전소, 에너지 저장소, 운송 및 물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 100p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지역별로 맞춤화한 그린 뉴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확장할 자금은 과연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린 뉴딜의 규모를 생각할 때, ‘대규모 정부 지출’ 문제는 불가피해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상 생명체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반대론자들은 마치 잠재적 멸종 문제가 정부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당장은 무시할 수도 있는 여러 예산 항목 중 하나인 양 지금 거기에 쓸 돈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존 인프라 인력의 대부분이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어 미국을 탄소 후 그린 시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새로운 세대를 준비시켜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공 및 민간 연금 기금 활용과 탄소 은행 제도 및 녹색 은행 운영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반박해나간다. 또 3차 산업혁명 경제로의 전환에 수반되는 새로운 인프라 일자리를 위해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고 젊은 세대를 준비시킴으로써, 도시의 가장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녹색 고용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방안도 제시한다.

 

 

현재 원자력 설비의 건설 및 운영에 들어가는 균등화발전 원가(LCOE)는 메가와트시당 112달러이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풍력 에너지 생성의 LCOE는 메가와트시당 29달러, 태양광의 그것은 40달러이다. 그럼에도 모든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가 이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아니다. 지난 30년 사이에 미국에서 건설 중인 유일한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는 조지아 파워의 보그틀 발전소이다. 원래 44억 달러로 계약된 이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일정보다 5년이 늦어진 데다가 270억 달러 프로젝트로 부푼 상태다. 어떤 기준으로 보든 엄청난 비용 초과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선출직 공무원들이 여전히 새로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옹호하는 이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 82p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가 가변적이라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향수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 전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개념은 가스업계가 퍼뜨린 일종의 현대판 도시 신화라 할 수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빠르게 비용이 감소하고 있는 배터리 저장 장치 및 수소 연료전지 저장 장치 덕분에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예비 전력은 수월하게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전력 수요의 연중 시기별 변동과 각 에너지의 계절별 변동성을 고려하여 태양광과 풍력을 적절히 혼합하면 얼마든지 신뢰할 수 있는 전력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 127p

 

 

 

 

 

 

   한국도 2009년, 저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주로 건설과 철도, 연료 절약형 차량, 건축물 개조, 에너지 효율 증대 등의 부문에서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4년에 걸쳐 360억 달러를 투자하는 독자적인 그린 뉴딜 이니셔티브를 들고 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실제 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뚜렷한 변화가 있느냐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탈탄소화를 위한 그린 뉴딜의 목적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지만 정부와 지자체 관할권이 협력하고 수평적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율성을 창출하기 위한 시도들은 아직 미비해 보이는 까닭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며 지구는 인류에게 끝없이 내주기만 하는 존재라고 믿고 마음껏 써버린 결과, 현재의 기후변화는 그 청구서의 기한이 도래한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이제 이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고, 그 기한은 20년 밖에 채 남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바라건대, 너무 늦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필요가 있다던 그의 말처럼 이 예언이 또 그가 제시하고 있는 청사진들이 결코 이룰 수 없는 어떤 이상향에 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개개인의 독자에게는 경각심을, 각 정부 기관과 공공 단체에는 보다 실체적인 행정 정책의 일환으로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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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_ 우리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 나의 서재 2020-02-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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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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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절실하고도 실존적인 문제들에 가장 밀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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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이 시대 청년의 진짜 목소리를 듣다!

우리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절실하고도 실존적인 문제들에 가장 밀착한 책!

 

 

   밀레니얼 세대를 둘러싼 여러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그 첫 호의 주제를 ‘세대’로 잡아 밀레니얼 세대의 세태를 진단하고, 각종 경제 서적 역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이에 따른 경제 트렌드를 전망한다. 또 한쪽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소통 문제와 대립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87년생 작가가 직접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쓴 글이 출간되어 주목해볼 만하다.

 

 

 

   그의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그간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청년 담론이 실제 청년들의 삶을 이해하고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개인주의’나 ‘나 중심’, ‘효율성’ 같은 것으로 단순화하는 데서 오는 불편한 인식 등에서 미루어 볼 때 과연 그 수많은 담론들이 진정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청년이자,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고 사유한 것들을 구체적이고 최대한 다양한 시각에서 균형감 있게 써내려가려 한다. ‘나의 시대, 나의 세대, 나의 삶’은 대한민국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가장 유의미한 청년 담론이, 진짜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말하는 ‘세대, 젠더 그리고 공동체’ 이야기

 

 

   밀레니얼 세대, 그들은 누구일까. 흔히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아울러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라 일컫는다. 이 세대는 온라인 세계가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삶의 일부로 활용하기 시작한 세대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몽상가이자 현실주의자인 세대, 이상과 현실의 극적인 분열을 겪는 ‘환각의 세대’라 정의한다. 84년생인 나 역시 태어나 지금껏 어른들로부터 줄곧 들어왔던 말은 “너희는 뭐든지 도전하면 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는데 뭐가 문제냐. 하고 싶은 게 뭐냐. 꿈이 있어야 뭐든 하지.” 같은 것들이었다. 민주화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주어진 조건이었고,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도 늘어났으며,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문화생활이 가능해지고 해외활동 영역까지 확대된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좇아야 할 삶, 꿈을 좇아 마땅한 삶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심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 모든 꿈들이 완전히 거짓에 불과하다는 듯이, 우리가 제대로 세상 속에 발 딛고 서서 걷기도 전에 연이어 도래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이제 삶을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지각변동과 같은 불안감, 위기의식, 공포를 심어주었던 것이다. 바로 우리의 아버지, 친구의 아버지, 이웃집 아저씨, 삼촌, 이모부가 겪은 바로 그 현실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꿈에 대한 강박과 현실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분열증적인 증세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세대는 어느 순간부터 묘한 환각에 시달려왔다. 저자는 그 환각의 이름을 ‘상향평준화된 이미지’라 부른다. 우리 세대는 최악의 양극화에 시달리는 시대의 청년들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지극히 평준화된 이미지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인스타그램 속의 ‘이미지’ 혹은 ‘블루보틀 현상’ 같은 것들로, 이 이미지에 대한 ‘즉각적인 접촉의 욕망’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소비’로 정체성을 드러내며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고 세상을 낫게 만드는 소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한다. 문제는 이러한 ‘환각적인’ 이미지에 제때 도달해야만 안심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러한 이미지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아야만 박탈감을 방어할 수 있고, 제대로 살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과 이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소외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미닝아웃meaning out’은 이러한 시대에 ‘소비’를 통해 자기 신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대변한다. 단순히 취향으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정치적 이념이나 윤리적 신념에 맞추어 소비를 하는 것이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자기 안에 숨겨둔 주장이나 취향 등을 표출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의 결합어다. 최근 SNS의 발달과 더불어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신념에 따른 소비’를 드러내고 있다. / 42p

 

 

그레고리 헨더슨은 저서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소용돌이 현상’이라는 은유를 쓴다. 이는 한국사회가 고도로 동질화되어 있고 중앙집중화되어 있으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분야들이 오직 권력의 중심을 향해 상승하고자 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과거의 ‘소용돌이의 중심’이 ‘출세’나 ‘자수성가’, ‘부자 되기’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 그 소용돌이의 중심은 가장 화려한 최신의 ‘이미지’들이 되었다. / 60p

 

 

 

 

 

 

   한편,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흔히 나를 중심으로 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는 것을 ‘이중성’ 즉 ‘시소의 세계관’으로 정정함으로써, 절대적으로 의지할 단일한 신념 대신 이러한 가치관 저러한 가치관을 그때그때 시소 타듯이 무게중심을 옮기며 살아가는 유동적인 세계관을 가진 세대라 옹호한다. 그러면서도 어디에 의지해 자기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할지 모른 채 표류하는 개인들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채 견뎌나가는 세상일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또 저출산과 비혼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다’는 지향 자체를 벗어나고 있음을 설명하며 이를 이상의 상향평준화 혹은 가치관과 욕망의 상향평준화와 연결 짓는다.

 

 

 

   우리는 소비자로 자랐고, 세상은 우리가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제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훌륭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어느 때건 즉각적으로 저 ‘행복의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든 육아든 그러한 이미지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거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의 ‘정점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 그 밖의 전통적인 관습들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이 바로 이러한데, 정부의 저출산과 비혼 관련 대책이라는 것이 물질적 지원만 하면 해결될 거라는 식의 방식은 청년들의 실제 마음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그러한 지향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이에 대한 섬세한 정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청년들의 노력을 ‘노오력’이라 조롱하고, 독서가 의무이고 강요이고 일에 가까워진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드러낸다. 온전한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를 수립하기 전부터 불안을 위협의 도구로 삼아 아이들을 치열한 경쟁구도로 내몬 교육 현실의 허점도 지적한다. 또 기성세대는 정의에 투신하지 않는 청년세대가 이기적이라 매도하기 바쁘고,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자기들끼리의 진영적 이익에 빠져서 싸우기 바쁘다고 환멸을 느끼는 대립의 구도를 통해 ‘세대’ 문제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한다.

 

 

 

고독과 박탈감, 소외의 시대에 연애는 우리를 이 세계에 안착시켜줄 통로로 상징된다. 우리는 그 통로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영속하는 어떤 관계 속으로 진입하길 바란다. 나와 당신이 서로를 지켜주기를, 그러한 보호막이 이 불안한 삶을 견디게 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연애는 우리 시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 54p

 

 

기성세대는 정의에 투신하지 않는 청년세대가 이기적이라 매도하기 바쁘고, 청년세대는 기성세대가 자기들끼리의 진영적 이익에 빠져서 싸우기 바쁘다고 환멸을 느낀다. 그런데 사실 양쪽에서 사회 문제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기성세대에게 그것은 자기가 믿는 사회의 정의이자 자기 정체성, 신념과 존재의 문제라면, 청년세대에게는 자기의 생존이자 사다리의 문제이고, 게임의 룰이 공정한지의 문제인 것이다. / 98p

 

 

어떤 종류의 말들이, 어떤 지상명제들이, 어떤 사회적 요구나 강령들이 대세가 되고 당연한 듯 말해질 때면, 늘 그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만하지 않은 이유, 걸러내야 할 이유도 있을 것이다. ‘포기’라는 트렌드 또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속에는 우리 삶을 위로해줄 만한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 삶의 가장 주요한 부분들을 앗아갈 측면 또한 있을지 모른다. / 121p

 

 

 

   이렇듯 앞서 1장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통해 ‘세대’ 문제와 극복 방법에 대해 모색해보았다면, 2장에서는 또 하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라 할 수 있는 젠더 문제를 살펴본다. 많은 여성들이 단지 여성으로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면서,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적인 문화 아래 남성과 여성 모두 구조의 희생자로 바라보며 양쪽을 균형 있게 살펴보려한 저자의 시도가 인상적이다. 또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이고 악질적인 병리현상인 ‘수직적 권력 구조의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낸 미투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 각 영역의 구조적 폐쇄성과 이에 맞설 수 있는 목소리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는 부분 역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온갖 혐오와 비난을 엄마가 감당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실, 사회의 힘에 따라 존재들을 분류(맘충)하고, 엄마들을 가장 취약한 존재로 만들어 언제든지 혐오하거나 비난해도 좋은 위치에 놓고서 죄인으로 취급하는 오늘을 들여다보는 대목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 입장에서 어쩐지 위로를 받은 듯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욱 쓸쓸한 마음을 가눌 수 없기도 했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수직적 권력구조와 싸우는 것, 이것은 이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피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그렇기에 이것을 남녀의 대립 문제로 파악하여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해를 입히는 형태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한참이나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이는 그동안 공고히 구축되어온 악질적이고 폭력적이며 폐쇄적인 구조와 싸우는 일이고, 적어도 그러한 폭력의 당사자로 마음껏 권리를 누리고 있는 가해자들이 아닌 한 우리 모두의 존재와 밀접히 관련된 문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157p

 

 

결국 성별 간 갈등 문제의 핵심은 구성원을 좌절과 증오로 몰고 가는 사회 및 문화 구조 그자체 있다. 이는 정확히 우리 사회에서 ‘불가능해진 삶’을 지시한다. 이 불가능성, 균열되고 좌절된 삶의 문제에서 태어난 분노는 사회 모든 곳을 향하다가, 이제 양성이 서로를 증오하게끔 만들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다. 그들은 낭떠러지 앞에서 배수진을 치고 서로를 향해 증오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낭떠러지 자체’이다. 해야 할 일 역시 그 낭떠러지에서 어떻게든 손을 잡고 빠져나오는 것이다. / 185p

 

 

 

 

 

 

   끝으로 3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또 하나 주요 화두라 할 수 있는 공동체 문제를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지역 이기주의와 편견, 분노와 증오 각종 혐오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다. 그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선악을 구분하는 말보다는 전체의 맥락이나 거시적인 구조에 대한 생각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즉,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강물 같은 선의, 우리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깊고 오래된 선의를 아직 믿는다. 다들 열심히 머리를 굴려 인생을 고민하겠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그저 지금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선의 그 자체라는 것. 너무 뻔한 말에 불과할지라도 극복해야 할 것은 선의를 미루고 있는 현재일 뿐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반드시 써야만 한다. 어쩌면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은 저마다의 글을, 소설을 쓰고 있다. 다만 청년들은 홀로 남아 글을 쓰는 골방의 유령들처럼, 각자의 삶과 싸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하고 쓰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나를, 우리를, 사회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삶의 전제인 동시에 최후 수단이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인간과 인간을 맺어주고 이어주며 사로의 미묘한 경계를 보듬어줄 심성이다. 때로는 나의 권리를 후퇴시키며 타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하고, 때로는 나와 우리의 권리를 보다 앞세워 잘못된 권리와 싸울 필요도 있다. 그러나 각자가 각자의 권리의 성벽을 치고, 그 성벽에 누가 닿기라도 하면 신경증적으로 몰아내고 방어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심성의 관계’ 혹은 ‘심성의 사회’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방향이 그러한 심성이 불가능한 사회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타자에 대한 공감, 타자에 대한 허용, 자신의 권리에서 한발 물러나기, 이런 것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성’을 끊임없이 강조할 필요가 있다. / 267p

 

 

그나마 가족주의와 집단주의가 위용을 발휘하던 시대도 지나 가족이란 그 힘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가족이 주는 순기능은 사라지고, 가족 내에서 온통 트라우마를 입고 쫓겨난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또 다른 야생을 만들고, 가족의 해체는 흔해졌다. 그런데도 사회는 가족을 대체할 만한 방책을 거의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은 붕괴되어가는데 사회는 여전히 온갖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긴다. 각자도생이라는 게 우리 사회에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개인주의와 사회적 책임의식은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 314p

 

 

 

 

 

 

   84년생인 내가 바라본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최근의 여러 책 중에서 우리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절실하고도 실존적인 문제들에 가장 밀착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를 관통하고 있는 욕망과 체념의 정서를 가감 없이,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선의를 잃지 않고 공동체를 향한 연대를 놓지 말자고 독려하는 말에 담긴 함의가 따뜻하다. 이제 기성세대의 문턱 앞에 다다를 날이 머지않은 까닭에, 나는 내 아이가 이끌고 갈 미래 세대에 앞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미안해지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시대가 그런 걸 어쩌겠느냐고, 너는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어른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우리 시대와 세대를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 아이의 시대에까지 가 닿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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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_ 길 위에 선 순간 내 일상은 찬란히 빛났다 | 나의 서재 2020-02-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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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저
상상출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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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곳곳에 새겨진 여행이라는 그 특별한 감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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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게를 뒤로 하고 느른하게 펼쳐진 이국의 풍경에 마음을 맡기다!

페이지 곳곳에 새겨진 여행이라는 그 특별한 감각에 대하여!

 

   언제부턴가 나는 여행자의 걸음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차례를 쭉 살펴보곤 한다. 거기에는 일상의 무게를 뒤로 하고 떠난 첫 여행지의 설렘이, 늘 꿈꿔왔던 환상이, 낯선 관계로 기억되는 남다른 추억이 발자국처럼 남겨져 있다. 런던, 코펜하겐, 파리, 니스, 로마, 레이캬비크, 포르투, 에든버러, 제주…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그 낯선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감각적으로 여행을 받아들이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 이를 테면 도시와 풍경 아래로 차분히 내려앉은 노을 같은 여운을, 걸음걸음에 밟히는 낯설지만 익숙한 소리를.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기억에, 마음에 오래 남는 것 역시 어떤 거창한 여행자의 경험이나 풍경이 아니라 그날 내 눈에 들어온 다정한 색감들, 한적한 골목길의 정취와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은근한 미소 따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속에는 우아, 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멋은 없어도 잔잔히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내내 머물고 싶게 만드는 데가 있다. 여행이란, 꼭 무언가를 얻고 대단한 깨달음을 배우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낯선 일상을 보내는 그 순간이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그 정도의 마음만 얻어도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걷고, 쓰고, 찍고, 머물렀던 여행의 모든 순간

 

   그녀는 여행이 주는 기쁨을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독립해 혼자 살아오면서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학교 행사를 맡아 진행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해야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그녀였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중단하고 잠시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은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달콤한 것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것, 비록 돌아왔을 때의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을지라도 잠시나마 그 모든 것을 잊고 숨 쉴 곳을 기대어 찾아보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세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평소에 먹지 않았던 식사를 하고, 거리를 나서면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매 순간 사소한 모험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실수가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그렇게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곳, 여행지. / 71p  

 

 

 

   유럽 여행을 결심하자마자 그녀는 친구와 함께 휴학계를 내고 아등바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다. 여행을 일주일 남겼을 무렵, 1년 치 월세만큼의 돈을 모았지만 과연 이 돈이 유럽에서의 한 달과 맞바꿀 가치가 있을까 출국을 앞두면서까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러는 동안에 날짜는 다가오고야 만다.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버티나,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을까. 환상적인 풍경만 펼쳐질 것 같았던 유럽 여행의 시작은 이상하게도 기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을 뿐, 용기를 내어 숙소 앞 러셀 스퀘어의 잔디밭으로 나간 그녀는 단숨에 런던 공원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트에 들러 와인과 맥주,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공원으로 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나른하게 몸을 뉘어 마음 맞는 친구와 마음 통하는 이야기하기. 참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데,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행은 내내 그렇게 흘러간다. 정류장을 잘못 내려 30분 동안이나 숲길을 걸어가야 했던 브라이튼의 세븐 시스터스, 파리 센강 가운데 위치한 작은 삼각형 모양의 시테섬에 걸터앉아 마신 와인,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들까지. ‘니스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지만 그 기억은 모두 니스로 남았다’는 글처럼, 모두 거창할 것 하나 없지만 오롯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던 여행이 되었다.

 

 

닷새 정도를 조셉의 집에서 머물며 숱하게 로마 시내를 왔다갔다 했지만, 그 험난한 시골길은 끝끝내 익숙해지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의 여행은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숙소가 그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면 로마의 시골길을 낡은 버스로 달릴 일도 없었을 테고, 친절하고 유쾌한 조셉을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 그가 해주는 파스타를 먹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 77p

 

 

일순간 그들이 사는 그림 액자 속에 갑자기 빨려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좀 전에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광경.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 서서 다시 걷는 나는 어느새 싱글벙글이었다. 이때부터 여행 하다 길을 잃는 것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버스 번호라던가,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어느 교통편이 가장 빠른지 등은 뒷전이 되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아무 버스에 몸을 싣기도 하고, 시선을 끄는 풍경이 있다면 내려서 다시 걷는다. / 85p

 

 

 

 

 

 

   그렇다고 낯선 여행에서 마냥 좋은 일만 일어날 리 없고, 또 아찔한 추억 하나 없을 리 없다. 첫 여행 후, 1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세븐 시스터스로 가는 버스에서 두 정거장이나 일찍 내렸다가 무려 3시간 동안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던 웃지 못 할 추억과 스페인 시체스에서 귀중품이 든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가 가까스로 찾은 사연 같은 것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는 잠시 숙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다가 숙소 안에서 자동으로 문이 잠겨 하마터면 동사 할 뻔한 기가 막힌 에피소드도 있다. 반면, 1년 전 가고시마의 한 가게에서 만난 사람과 또 한 번 그곳에서 만난 특별한 우연과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줄 알았던 기차표가 사실은 버스표여서 망연자실해 있을 때, 친절한 역무원이 도와줘 그것도 공짜로 일등석 기차표를 얻게 된 사연에서는 ‘여행의 완성이야말로 곧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마음이 맞는 이야기들의 끝에, 우리는 같이 저녁을 먹으러 브라이턴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아까 그 풍경들을 반대로 마주하며 가는 길. 세븐 시스터스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려는 나에게 그 사람이 말했다.

“급하게 안 보내줘도 되니까 지금은 밖을 봐요.” / 98p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다보면 무엇보다 ‘어디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Best 10’, ‘어느 지역 맛집 리스트’ 같은 것들은 사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던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남들은 모두 궁전이며 박물관, 유적 등을 보러 간다고 할지라도 내가 별로 내키지 않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나라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그녀의 말은 우리가 여행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핫 스폿이라고 추천하는 장소에서 사진만 찍고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하느라 바빴던 그간의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남겼던 것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행을 떠나면 나는 여유를 배운다.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다음 사람을 위해 기꺼이 문을 잡고 기다려주며, 바쁜 발걸음으로 걷다가도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을 보면 멈춰서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것도 조금 쉬게 된다. 24시가나 어디로든 배달되는 음식이 없으니 장을 봐서 직접 음식을 하고, 신선하고 값싼 과일과 유제품도 잔뜩 먹는다. 사람도, 환경도 여유로우니 그 안에 속해 있는 나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 / 314p

 

 

 

 

 

 

   책의 말미에 이르면 QR코드와 함께 트래블로그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프리랜서이자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45만의 일상 브이로그 채널 ‘슛뚜(sueddu)'를 운영 중인 저자의 여행 브이로그 영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영상 속에는 먹고, 걷고, 마주한 여행의 순간들이 일상처럼 연속된다. 사진으로는 미처 전해지지 않았던 혹은 글에서 다 마주할 수 없었던 그녀 특유의 감성이 영상 속에 녹아들어있다.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이 일상 같은 여행이 온 마음으로 충족되는 이유를 영상 속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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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_ 고전 교육의 훌륭한 길잡이 | 나의 서재 2020-02-0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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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서의 즐거움

수잔 와이즈 바우어 저/이옥진 역
민음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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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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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독서 훈련법에서부터 고전 필독서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최고의 독서 길잡이!

 

  어느 뇌과학 독서법에 관한 책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유전적으로 독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 글자를 익히고 노력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만이 독서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고난 독서 능력이란 없으며 이는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서 독서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 역시 사실 ‘독서는 훈련이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전 독서는 다른 어떤 학습보다 스스로의 훈련과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이라 하면 ‘정신은 굶주려 있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자신이 읽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책들 때문에 잔뜩 겁을 먹은 채’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혼자서 양서 목록 전체를 읽어 나갈 수 없으며 이런 일에 파고들 수 없다고 해서 부적합한 정신을 지닌 것도 아니라고 독려한다. 우리는 그저 준비가 안 되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고전 독서는 훈련으로부터 비롯된다

 

 

   『독서의 즐거움』은 국내에서는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시리즈로 알려진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체계적인 고전 독서 교육법에 따라 독자들이 고전을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해봄으로써 다양한 방법으로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 여섯 분야로 분류하여 각각의 역사적 계보와 특징에 따른 독서법 그리고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고전의 목록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는 본문은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그간 여러 독서법 관련 책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이해(문법)와 평가(논리), 의견 표현(수사) 단계에 따라 한 번에 하나의 탐구 분야(소설, 자서전, 역사…)에 깊이 몰두하게 함으로써 기초에서 심층단계까지 균형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독서법 책은 없었던 듯하다.

 

 

 

수많은 초등학교 교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뭔가를 제대로 배우는 기회를 가지기 훨씬 이전부터 여섯 살배기 아이들에게 내용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끈질기게 물어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질러가는 사고가 습관이 되어 학습 중인 주제를 이해하기도 전에 의견부터 내세울 태세인 사람들도 허다하다. 성숙한 정신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수사 단계로 곧장 건너뛰는 버릇을 갖게 되면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결론을 이끌어 낼 태세로 플라톤이나 셰익스피어, 토머스 하디에게 다가간 정신의 소유자는 그들의 밀도 높은 관념에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독서 과정에 성공적으로 돌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관념을 이해하고 난 다음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의견을 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24p

 

 

 

   일단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고전을 혼자 공부할 때 꼭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독서 기술부터 알아두자. 저자가 손꼽는 독서의 첫 단계는 바로 ‘스스로 꾸준히 독서에 전념할 30분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저녁보다는 아침이 좋고, 일어나는 대로 30분 독서를 시작으로 하여 짧은 시간 동안 집중과 생각에 충실하게 매달리는 습관들이기를 추천한다. 또 한 주 내내 독서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말아야 할 것이며 독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고전 독서는 당장에 눈에 보이는 성취를 얻는 일이 아님으로 꾸준히 독서 시간을 지키고, 달력이나 하루 일과표 위에 지금 당장 30분의 독서 스케줄을 표시할 것을 권한다. 독서의 두 번째 단계는 ‘속독 연습과 어휘 공부’다. 여기에서는 독서 시간의 매일 첫 15분은 음철법 보충 기술이나 단어를 익히는 등 독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방법과 풍부한 어휘력 향상을 위한 조언을 해두었다.

 

 

 

독서 일기는 외적인 정보를 취하고 기록하며, 비망록과 마찬가지로 인용하고, 이윽고 성찰과 개인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 일기를 쓸 때는 세 단계의 과정을 따라야 한다. 마음에 와 닿는 특정 어구와 문장, 문단들을 적는다. 그리고 독서를 마쳤을 때 다시 돌아가서 무엇을 얻었는지 간략하게 요약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반발 지점과 질문, 생각을 적는다. / 54p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는 ‘독서 노트에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는 연습’을 통해 ‘책을 요약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독서 일기용으로 노트 한권을 마련하고 일주일에 네 차례 독서 계획을 세운 후 꾸준히 지키고, 주요 내용이나 의문점들을 메모함으로써 간략한 요약문을 작성하는 방법이다. 확실히 여러 해 동안 책을 읽고 꼭 감상을 써왔던 나로서는 책을 요약하다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더 깊이 있게 분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일기는 가장 훌륭한 독서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네 단계로 요약되는 독서 기술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소개하는 ‘이해, 분석, 평가’의 3단계를 걸쳐 꾸준히 고전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렵게 느껴졌던 고전도 쭉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일단 잠정적으로나마 등장인물의 욕구와 충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면 세 번째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된 것이다.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이 따르고 있는 전략을 무엇인가? 난점을 극복하려고 권력이나 부를 이용하면서 반대에 저항하여 자신의 방식을 강행하는가? 조종하거나 설계하거나 계획하는가? 지적인 능력을 활용하는가? 이를 악물로 묵묵히 나아가는가? 압박에 저항하지 못한 채 말라죽는가? 이 전략이 소설의 플롯을 만들어 낸다. / 소설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117p

 

 

포스트모더니즘은 자서전이 꽃을 피우는 데 한몫했다. 대개 하나의 관점이 다른 관점보다 더 ‘가치 있다’고 꼬리표를 다는 것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교외의 자동차 수리공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을 이야기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각각의 개인적인 관점이 가치 있다고 칭찬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이에게 진리가 되는 ‘규범적인’ 관점에 대한 집착에서 점차 자유로워지도록 도움을 주었다. 독자는 과거 사건에 대한 진리를 찾기 위해 자서전을 읽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피부 안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 자서전을 읽는다. / 자서전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207p

 

 

 

 

 

  확실히 『독서의 즐거움』은 독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떠나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 여섯 분야의 역사적 계보를 살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이를 테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이 19세기 대니얼 디포와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의 손을 거쳐 등장하게 된 것에서 출발하여, 고딕 소설의 형식을 거쳐 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서의 경우, 고대사에서 중세사과 르네상스사를 거쳐 계몽주의적 접근 혹은 합리주의적 접근에 따라 실증주의와 회의주의를 거쳐 마침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내용에서는, 그간 막연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사상에 대한 정의가 뚜렷이 정립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역사가의 전반적인 임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을 가지고 꾸밈없는 윤곽을 구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증거 자체에 대한 사색만이 아니라 대개 다른 역사가들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역사가는 ‘참신한 정신’을 지니고 자료나 공예품 더미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가의 정신은 왜 로마가 몰락했는지 혹은 어떻게 미국 흑인 노예들이 활기 넘치는 고유문화를 계발시켰는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론으로 가득 차 있다. 증거를 검토할 때 역사가는 이미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론들이 이것을 설명해 주는가? 아니면 내가 더 나은 해석을 떠올릴 수 있는가? / 역사서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278p

 

 

‘1단계 탐구’ 독서로 들어가기 전에, 한 작품을 읽으며 중간에 쉬거나 앞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자리에 앉아서 한달음에 통독할 시간을 비워 두기 바란다. 결국 하나의 극은 한 날 저녁에 연기하도록 구성되고 연기는 시간에 맞추어 진행되며 연출은 언제나 앞으로 전진할 뿐 뒤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소설과 자서전, 역사책은 숙고할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읽고, 자유롭게 앞으로 돌아가서 글쓴이의 결론과 전제를 비교하도록 의도된 읽을거리다. 하지만 극작가는 관객이 보는 것에 사치를 부리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첫 번째 독서에서 이런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 희곡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432p

 

 

2) 서사가 없는 시라면 시의 착상과 분위기, 읽을 때의 경험만 적어도 좋다. 시가 어떤 장면을 묘사하는가? 정서를 표현하는가? 아니면 사상을 연구하고 있는가? 글쓰기 과정을 그 시의 내용을 곱씹는 방법으로 삼는다. 이때 메모를 완벽한 문장으로 작성하는 데 관심을 쏟지 않는다. 시가 독자의 지성만으로 이해할 수 있게 언제나 완벽하고 균형 잡힌 생각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시는 호소력 있는 어휘를 서로 근접시켜 놓아서 반응을 불러일으키거나 공포감이나 흥분, 예감이나 평화로운 차분함 등의 감각을 쌓아 나갈 수도 있다. 어떤 단어든 구절이든 그 시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포착한 말을 적어 둔다. / 시 읽기의 즐거움 중에서 563p

 

 

 

 

 

 

   이렇듯 『독서의 즐거움』은 매우 체계적이고 밀도 있는 독서 기술을 제안하여 고전 교육의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다방면의 장서를 넓고 깊게 읽는 다독가이자 자신의 지식을 쉽고 직설적인 문체로 풀어쓴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서양 과학 이야기』, 『세계 역사 이야기』 시리즈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저술가답게 균형감 있는 지식과 네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운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입체적인 독서 지식을 제공한다.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장서인만큼, 한 번에 다 통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느리더라도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따로 발췌해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즐겁게 읽는 방법이 될 듯하다. 독서를 취미로 삼거나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하여금 좀 더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체득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여러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소장 가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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