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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_ 길가에 핀 들꽃에서 배우는 것들 | 나의 서재 2020-08-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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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이재영 저
흐름출판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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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작고 연약하지만 싱싱한 뿌리를 내 안에서 키워내는 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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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만난 들풀과 들꽃이 전하는 작지만 단단한 삶의 위로!

아직은 작고 연약하지만 싱싱한 뿌리를 내 안에서 키워내는 법에 대하여!

 

 

  두 달 전부터 매주 주말 아침이면 동네 앞산을 오르고 있다. 평소 산이라 하면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가볍게 절에 올라가는 정도가 다였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남편의 권유도 있고 해서 산에 올라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1시간 정도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코스라기에 만만하게 봤더니 그만큼 경사가 무척이나 가팔랐다. 올라가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기는커녕 그저 하염없이 땅만 보고 올라가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그렇게 산을 찾은 지 네 번째쯤에 이르고서야 아침 새소리와 산 주변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듬성듬성 산 곳곳에 핀 작은 꽃들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징그러워 나도 모르게 소스라쳤던 벌레들도 이제는 덤덤하게 가던 길을 내어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금만 더’ 하고 몰아붙이기를 거듭하다가, 내 안에 고여 있던 숨을 내쉬고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롯이 나만의 호흡과 속도에 집중하다보니 어느 새 내 안에 작지만 단단한 변화가 일어나는 느낌이다.

 

 

 

   자연이 주는 힘이란 이런 건가 보다. 머지않아 마흔을 앞두고 있고, 두 아이를 낳은 지금 나는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이지만 산을 오르고 있을 때면 내 안의 정직한 힘과 분명 괜찮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의 저자 역시 이렇게 말한다. ‘걸으면 조금씩 송두리째 흔들렸던 삶의 중심이 잡힌다. 나를 물들였던 것들이 천천히 빠져나간다. 겹겹이 쌓였던 타인의 시선과 기대와 기준들이 사라진다. 바람이 한 겹, 햇살이 한 겹, 나무가 한 겹, 꽃이 한 겹, 흙이 한 겹. 아름다운 것들이 내 속에 스며들어 불필요한 것들을 밀어내고 순한 내가 남는다’고. 그렇게 산책길에서 만난 들풀과 들꽃에게서 위로를 얻고, 흔들리는 내 삶에 작고 연약하지만 싱싱한 새로운 뿌리가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분명히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적어도 마흔쯤에 이르면 가정이나 직업, 인간관계와 같은 것들이 안정적이고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정작 나의 부모님이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마흔이라는 나이는 이상보다 현실을 더 직시하게 되고, 도전보다 타협에 익숙해져서 해결된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듯한 막막함에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시기인 듯하다. 프리랜서이자 가평에서 책방 ‘북유럽(Book You Love)’을 운영 중인 저자 또한 마흔이라는 나이와 함께 매순간 흔들리고 있는 오늘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누군가가 나를 픽 해야만 하는 프리랜서 인생에 일은 점점 줄어들고, 아이는 자라는데 내가 잘 키우는 건지 불안하고, 프리랜서 작가로 아내로 엄마로 딸로 언니로 며느리로 친구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갈수록 익숙해져야 하는데 왜 계속 서툴고 미숙한지, 마흔에 이르러서도 삶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렇게 별일 없지 않을 텐데 별일 없는 척하는 사람들이 밉고 별일 없는 척조차 안 되는 내가 또 밉고, 내가 예상했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하고 한탄하며 몇 날 며칠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던 어느 날, 그녀는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딱 열 걸음만 걸어보자, 하고 했던 것이 열을 세고 또 더 세면서 마을을 벗어나 건넛마을에도 가보고 멀리 사는 이웃집에도 다녀오다 보니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푸른 하늘을 향해 전진하듯 얼굴을 들고 있는 주홍빛 유홍초, 더러운 하수구 주변에서도 잘 핀다던 고마리, 작정하고 캐내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우아한 크림색의 왕고들빼기 꽃, 여러 해 겨울을 나며 한 곳에서 오래 아주 깊숙하게 스며든 메꽃, 가을이 되면 화려하게 물드는 저 단풍에게서는 결핍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우리가 본 적이 있거나 혹은 보았어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을 들풀과 들꽃에게서 그녀 자신과 삶을 마주한다.

 

 

 

클로버의 잎이 행복에서 행운으로 변하는 건 짓밟혀서라고 한다. 원래 세 장의 잎이 나야 정상인데 잎이 밟혀 생장점이 손상되어 기형적으로 잎이 하나 더 나는 것이라고. 그래서 시골 산책길에서는 찾기 힘들고 상대적으로 사람 많은 도시에서 행운의 네 잎을 발견하기 더 쉽다. 클로버의 이야기를 알게 된 후로 조금은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행복을 깨닫기 힘든 곳에 행운이 나타나고 행운을 찾기 어려운 곳에 행복이 가득하다는 것이. / 31p

 

 

가을에 핀 왕고들빼기 꽃은 봄과 여름 내내 어떤 선택도 받지 못한 것들의 결과다. 봄에 왕고들빼기의 토실한 알뿌리를 캘 때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비주얼. 만약 작정하고 왕고들빼기들을 다 캐내버렸다면 바람에 나부끼는 이 우아한 크림색의 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왕고들빼기 꽃을 볼 때마다 선택되지 않은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 회사가, 그 시험이, 그 아이디어가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기회이고 기쁨이라고 이 꽃이 말해주는 것만 같다. / 49p

 

 

사연을 알고 보니 천덕꾸러기가 된 지금의 신세가 안쓰럽다. 이렇게 질리도록 몰려 피지만 않았어도 지금처럼 잡풀 취급을 받지는 않지 않았을까? 좀 적당히 드물게, 어쩌다 만나 반가울 수 있도록 드문드문 피었다면 좀 더 많이 사랑받았을 텐데. 하지만 내 생각이야 어떻든 개망초는 이 순간에도 쑥쑥 자란다. 모든 잡풀이 그렇듯이 개망초 역시 밟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대단한 멘탈을 가진 존재다. / 56p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서일까. 초등학생인 아이를 가평에서 기차를 태워 혼자 청평역까지 보내야 했던 에피소드를 읽는데 괜스레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정작 아이는 혼자 기차를 탄다는 사실에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들떠 있는데, 엄마로서는 마냥 아기 같은 아이를 혼자 보내려니 걱정과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잔소리나 걱정 대신 운동화 끈이 풀어지지 않게 두 번 꽉 묶어 주며 잘할 거라고 엄마 혼자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이 어쩐지 내 눈에까지 선하다. 그렇게 아이는 걱정 말라며 가방을 야무지게 매고 건물 안으로 총총히 사라지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누가 키우거나 돌봐주지 않아도 악착같이 잘 자라나는 들풀의 생명력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드러내며 뿌리내리는 그것들에서, 이제는 아이를 세상에 내놓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 역시 언젠가는 품에 안고만 있던 아이의 홀로서기를 응원해줘야 할 때가 다가올 텐데. 지금의 나로서는 그녀처럼 의연하게 마음을 다독일 자신이 없지만, 그때가 되면 이 이야기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그녀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는 훌륭하게 잘 해낼 것이라고, 엄마인 나도 한번 잘해보겠다고 다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나였을 것이다. 마음대로 이름을 짓고 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들 그저 나였을 것이다. 미국자리공이 바다를 건너 왔다고 해서 머루로 바뀌지 않았듯이 다르지 않았겠지. 그래서 그런가, 동네 뒷길에서 미국자리공과 미국쑥부쟁이와 미국제비꽃과 미국질경이를 만나면 픽 하고 웃음이 난다. 고작 배경을 바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어리석은 시절의 내가 생각 나서. 요즘 나의 열망은 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 73p

 

물건도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그밖의 많은 것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은 자연스레 정리되기 마련이다. 작은 관계, 작은 성취, 작은 성공, 작은 수고, 작은 행복, 작은 즐거움. 음악, 색깔, 향기처럼 아예 손에 쥘 수 없는 것들. 인생에 중요한 건 웅장한 게 아니라 작고 사소해서 긴밀하고 떨어지지 않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 208p

 

꽃다지처럼 살면 안 되는 걸까? 가볍게 꿈꾸고 가볍게 접었다가 다시 그 자리에 가벼운 꿈 하나를 채우고, 안 되면 또 금방 뽑았다가 다시 꿈을 넣어두면서 살면 안될까? 그렇게 매일 꿈을 지니되 지니지 않은 채, 가볍지만 놓치지 않으며 산다면 삶이 훨씬 산뜻하지 않을까? 왜 묵직해야 그럴듯하다고 생각할까? 왜 모든 다 원대해야만 할까? 성공도 실패도, 희망도 절망도, 사랑도 실연도 그렇게 기꺼이 뿌리를 내어주지만 금방 다시 자리 잡는다면, 그럴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좀 쉬워지지 않을까?

다시 피어난 꽃다지를 뽑으며 생각한다.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한 번 살아보자고. / 215p

 

 

 

 

 

 

   저자는 산책을 하면서부터 무채색의 세상이 온갖 풀들에 의해 색이 입혀지는 걸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슬금슬금 작은 연둣빛으로 시작해서는 어느 새 초록 범벅이 되는 흐름, 계절을 넘어서며 아주 작은 것이 눈에 띄지 않게 지속되다가 순식간에 판이 뒤집어지는 걸 목격한다. 씨를 뿌려놓고 언제쯤 근사한 풍경이 될까 너무 아득해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이태 만인가 모래사장을 덮친 파도처럼 외벽을 기세 좋게 자신의 초록으로 뒤덮었던 담쟁이가 그러하듯, 변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덕분에 다짐한다. 나도 천천히 바꿔보자고. 다시 시작해보자고. 당장 달라지길 바라지 말고,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말고, 차츰차츰 나아지도록 천천히 말이다.

 

 

 

   사실 마흔이라는 나이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당장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애쓰느라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일이 결코 내게 유익할 리 없을 뿐더러 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화란, 찬찬히 또한 묵묵히 어느 틈에 색을 바꾸고 불쑥 자라난 자연의 그것처럼 찾아온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그녀처럼 조바심을 가지고 살지 않으려 한다. 마흔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흔들리며 살 거라고.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며 다만 느리더라도 천천히 바꿔보자고 마음먹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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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_ 너의 하루를 항상 소중히 여기기를 | 나의 서재 2020-08-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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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미호 식당

박현숙 저
특별한서재 | 2018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매일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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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매일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후회,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대가는 오직 뜨거운 피 한 모금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고 결정도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예상치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십구일의 시간을 버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나를 만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야.” / 9p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는 경계 사이를 흐르는 망각의 강.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서호는 곧 망각을 건너기 직전인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서호는 자신에게 뜨거운 피 한 모금을 주면 그들에게 이승으로 돌아가 사십구일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뜻밖의 제안을 한다. 고작 열다섯 살이지만 딱히 삶에 미련이 없는 도영과 달리 이승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저씨 민석은 도영을 꿰어 서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었지만 이승으로 함께 돌아간다. 단, 나이와 성별과 성격은 그대로 갖고 가지만 생전의 얼굴과 다른 모습으로, 사십구일 동안 머무르는 장소 밖으로 나가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느낄 것이라는 주의사항을 얻고서 말이다.

 

 

 

서호의 말에 의하면 사망진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강을 넘기 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적은 확률의 끈을 가까스로 잡은 사람들이다. 해외 토픽에서 봤던 죽었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 이야기가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살아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서호는 그 가능성을 자기에게 팔라고 했다. / 8p

 

 

“이 쪽지에 사십구일 동안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어.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이 따라올 거야.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지. 그런 일은 없도록 해줘. 사십구일 뒤에 보자. 사십구일이 되는 날, 새벽에 올게.”

서호가 내 손에 쪽지를 쥐어주고 달빛을 따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이렇게 해서 살아생전에는 얼굴도 모르던 아저씨와 죽어서 사십구일 동안 함께 살게 되었다. / 17p

 

 

 

   구미호 식당. 이제 이승에서 사십구일의 시간을 얻게 된 두 사람이 지낼 곳의 이름이다. 신형 냉장고 두 대에는 음식을 만들 재료가 꽉꽉 차 있고, 창고에도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십구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살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깨끗한 욕실도 있고 온수도 콸콸 나온다. 죽기 전의 사정에 비하면 이곳 환경이 전혀 나쁠 게 없던 도영으로서는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도영의 엄마는 아빠로부터 수시로 폭력을 당해 일찍 가출을 했고, 아빠는 늘 술을 달고 살다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가 있었지만 걸핏하면 때리고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차라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복형제인 형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때문에 도영은 할머니와 형이 보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찬이네 가게 스쿠터를 훔쳐 타다 사고가 났으니 스쿠터 값을 변상해야 했을 할머니를 생각하면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신의 스트레스 대상으로 삼는다. 교육이라는 멋진 말을 가면으로 쓰고 말이다. / 23p

 

 

 

 

 

 

   반면 아저씨는 식당 밖을 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지만, 이내 식당에서 음식을 팔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이 밖에 나갈 수 없다면 사람들을 식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호텔 셰프 출신인 아저씨는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맛집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테고, 그러다 보면 만나야 하는 그 사람도 올 거라고 믿는 눈치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장사를 하기 시작하고, 아저씨가 만든 크림말랑은 금세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사십구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나보다. 이십 일이 지나도록 아저씨가 찾는 사람은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이다. 결국 SNS 홍보를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크림말랑을 알릴 필요성을 느끼게 된 이들은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게 되는데, 바로 그때 뜻밖의 한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도영의 이복형제인 형 이도수다.

 

 

 

   다행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도수는 도영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형이 탐탁지 않았던 도영과 달리 도수는 구미호 식당의 말랑크림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는 사이 도영은 어째서 형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인지, 우연히 손님으로 찾아온 수찬을 통해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수찬이 느꼈을 감정까지 알게 된다. 늘 남보다도 못한 가족이라 믿었던 형과 할머니의 진심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이 죽게 된 것은 수찬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진다. 그렇게 왕도영으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사랑해본 적이 없던 도영은 살아 있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것과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로 인해 점점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듣기 좋았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저씨는 겪으면 겪을수록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저씨가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아저씨가 사랑을 더 주고 떠나고 싶은 사람. 애틋하게 아끼고 아끼는 사람. 그런 사람일 거다. / 73p

 

 

수찬이랑 친하게 지내볼걸. 같이 학교에도 가고 같이 놀고, 수찬이가 배달할 때 따라다니기도 하고, 수찬이가 맞을 때 말려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친하게 지내볼걸. 그랬다면 수찬이와 나는 진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다. 그러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다. 나는 해봤자 소용없는 일들을 한참 동안 생각했다. / 135p

 

 

오늘 할머니에 대해 알았던 것을 예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그날 밤, 할머니가 나를 찾아다녔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할머니에 대한 미움은 조금 가벼웠을 거다. 내 체중보다 더 무거운 덩어리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그 무거운 덩어리를 가슴에 넣고 다니느라 버거워하며 에너지를 다 쓰지도 않았을 거다. / 187p

 

 

 

 

 

 

   아저씨는 사십구일이 이르기 전에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과 재회할 수 있을까? 도영은 형과 할머니 그리고 딱히 미련이 없던 자신의 삶과 세상으로부터 화해할 수 있을까? 이렇듯 『구미호 식당』은 죽음에 이르기 직전, 사십구일이라는 시간의 기회를 얻은 두 사람이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후회하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법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내용의 청소년 소설이다. 특히 소설은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진심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만약 말이에요. 아저씨와 내가 죽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쳐요. 누군가 ‘일주일 후에 당신이 죽습니다’ 이러고 알려준다면 아저씨는 일주일 동안 뭘 하겠어요?” 소설 속에서 도영이 아저씨에게 건네고 있는 이 질문은 곧 독자인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이기도 하다.

 

 

 

아저씨는 음식을 하면서도 여전히 식당을 내다봤다. 아저씨의 기다림이 계속되어도 서지영이라는 사람은 절대 오지 않을 거다. 나나의 행동이나 아저씨를 찾아왔던 남자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삼자인 내가 봐도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어쩌면 아저씨도 그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시원하게 그 사실을 인정하면 좋을 텐데. (…) 내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었다. / 146p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붙잡아 매어 내 옆에 두려고 하는 사랑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 209p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을 얻는 출발점에 섰을 때 죽음이라는 것도 함께 얻어. 더불어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같이 얻지. 살아가며 행복과 불행,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야. 제대로 살면 행복하지. 제대로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지.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어.” / 228p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 소재를 활용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따뜻한 동화로 완성시킨 작가의 내공이 그럴 듯하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의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라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권하기 좋은 소설이다. 아울러 독후 활동의 소재로 삼기에 좋은 요소도 많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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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_ 예술은 인생이 예술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 나의 서재 2020-08-1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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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저
을유문화사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9인의 예술가들의 말과 사유, 그 독창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독서를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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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열어 보이는 것들!

19인의 예술가들의 말과 사유, 그 독창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독서를 경험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칙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나는 꼭 그 지역의 대표 미술관을 찾아가곤 했다. 특별히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다. 온전히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능력이 있다거나, 새롭게 혹은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거기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대중 매체와 복잡하고 지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어떤 이면의 세계 즉,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심연의 공간으로 불쑥 들어가게 하는 듯한 묘한 힘이 있다. 그렇게 예술가들이 자신의 내면과 오늘의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느끼는 모든 갈증과 괴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금씩 다가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의 저자 윤혜정 역시 ‘길바닥(세상)에 널브러진 책가방(대상) 하나도 온전한 시선으로 보고 전할 수 있는 힘, 다르게 보기뿐 아니라 다르게 반응하기,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제시하기, 다르게 쓰기가 절실’했던 자신에게 예술가들은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해 준 대상’이었으며 이들 특유의 통찰력은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고, 누구도 일러주지 않은 영감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예술과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열어 보이는 것들은 저마다에게 다른 이유로 의미가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저마다의 ‘나의 예술가들’이,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술이 침범할 수 없는 곳은 없어야 하고,

예술은 최대한 모든 각도를 반영해야 합니다. / 아이작 줄리언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수백 명의 예술가들을 만나 온 베테랑 인터뷰어이자 『하퍼스 바자』와 『보그』에서 피처 디렉터로 오랜 세월 활동한 저자가 자신의 특별한 예술가 19인과의 인터뷰를 엄선한 책이다. 그녀는 이 19인의 아티스트들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실로 유의미한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 강력한 유명세 덕에 실체보다 거대한 이미지에 둘러싸인 예술가, 아끼는 친구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 누가 뭐라 해도 그냥 좋은 예술가를 선별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대체로 예술에 대한 편견을 넘어 현시대에 필요한 개념과 이상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분투하는 예술가들로 엄선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책은 이 19인의 예술가들과 나눈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 실제 작품 도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예술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덕분에 우리는 예술가들로부터 예술 이상의 것을 듣고 사유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고정관념에 저항하면서 우리가 엄혹한 현실을 살아내느라 놓친 세계의 일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각의 끈을 흔드는 인터뷰에도 삶을 살듯 예술을 하듯 답을 써 보려 합니다. 이렇게 길을 찾는 해방의 순간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으며, 예술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내가 추구하는 건 명성이 아니라 진실되고 정직한 가치입니다.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거짓된 예술계의 행태는 개인과 사회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나는 이를 예의주시할 겁니다. 예술 하는 행위 자체로 영혼의, 사회의 등대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요. / 김수자 편 중에서 70p

 

 

그에게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일이며, 그런 면에서 그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내가 하는 예술이라는 건 생산적이거나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내 작업의 논리는 수동성, 즉 이행할 필요가 없는 무언가에 대한 거예요. 고립, 평온과 관련된 동시에 꿈같은 겁니다. 만약 작가가 작업에 어떤 가치를 설정해 버리면 그 작업은 활력을 잃은 채 성장을 멈춰 버릴 것입니다.” / 우고 론디노네 편 중에서 131p

 

 

 

   책은 출판, 디자인, 만화, 그림, 사진,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두루 만나본다. 이 중 첫 장에서 소개된 출판 장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은 단연 인상적이다. 명실상부 출판계의 전설이자 아트북의 거장인 그는 “책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예술 작품”이며 “아티스트, 디자이너, 인쇄업자, 출판업자가 함께 만드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의 공생”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콘셉트 회의부터 바인딩, 생산 공정, 마지막 인쇄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판의 과정을 한 지붕 아래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이 외골수 장인은 화약약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더라도 이상적인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책이 대량생산의 아이템이 아니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이렇듯 우리에게 남다른 가치를 전한다.

 

 

 

“당신이 책을 만든다면 모든 창의성, 에너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는 책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싸구려 종이에 최소의 돈만 투자하고 제대로 된 이미지 작업을 하지 않으며, 페이지 수를 줄이고 저렴한 재질의 커버를 쓴다면, 아무도 당신이 만든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100년 혹은 200년 후 더욱 가치 있을 좋은 책을 만드는 슈타이들의 완벽주의는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책을 만든다”는, 기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 중에서 26p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60퍼센트는 열정, 20퍼센트는 필요성 그리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최소한의 이익입니다. 그중 60퍼센트의 열정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도 있지만, 유명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품질의 책은 팔립니다. 책은 대량생산의 아이템이 아니라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소 로맨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편 중에서 38p

 

 

 

 

 

  유독 ‘언어의 힘’을 믿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예술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제니 홀저가 그러하다. 사회와 개인, 거대 담론과 일상을 관통하는 그녀만의 시대의 명상록은 전쟁, 권력, 학대, 섹스, 테러, 불평등, 공포, 탐욕 등 인류가 창조한 뿌리 깊은 비극을 정면으로 향한다. 이는 강력한 공공성을 담보로 하며 시각적으로 정치화된 제니 홀저의 문장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전제를 재고하게 한다. 이데올로기, 욕망, 두려움, 유머, 분노, 증오 등 사회적 잠재의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며 창백한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 삶의 관성을 거슬러 끊임없이 각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둘러싼 진실과 그 이면을 질문하는 예술가들의 용감한 방식은 우리들의 삶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얼마나 유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삶과 미술이 결코 분리된 대상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김수자, 직업이나 젠더, 예술, 영화 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뜨리며 가히 모방불가, 예측불가의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틸다 스윈턴, 영상으로 정치보다 더 역동적인 시를 쓰며 정치적 예술의 표본을 보여주는 영상설치작가 아이작 줄리언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의 책임은 가랑비처럼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디터 람스야말로 20세기가 낳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순수한 이상주의자다. / 디터 람스 편 중에서 108p

 

예컨대 조각의 형태에 능동성을 부여한다는 건 작가인 나의 가치를 주입시킨다는 뜻입니다. 반면 내 작품이 수동적인 이유는 작품 앞에 선 관객들이 각자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결말을 열어 두기 때문이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행위는 열린 해석을 가져올 수 없게 만들어요.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현재 쓰는 언어를 반영하는 거예요. 동시에 예술은 시간을 초월하는 언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예술이 50년 후에는 또 다른 언어로 이해되겠지요. 그렇게 언어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우고 론디노네 편 중에서 138p

 

 

유크로니아란 말 그대로 ‘없는 시간’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좋은 시간’을 의미한다. 유토피아가 공간 개념의 이상향이라면, 유크로니아는 시간 개념의 이상향이다. 즉 유토피아가 끝내 발견할 수 없을 거짓말 같은 곳인 반면 유크로니아는 집중과 몰입으로 닿을 수 있는 시간 혹은 물리적 시간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내 안에, 우리 사이에 존재할 법도 하다. 유크로니아의 상대적인 시간 개념을 빌려 건네는 공동체와 이상향, 자기성찰의 화두는 언젠가부터 그녀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로 뿌리내리고 있다. / 마탈리 크라세 편 중에서 415p

 

 

 

   이 외에도 열린 실험을 통해 매번 전에 보지 못한 형태의 독보적인 건축을 선보이는 프랭크 게리, 독창적 미학으로 세상의 낯선 구석과 삶의 고약한 지점, 인간의 숨은 욕망을 직시하는 박찬욱, ‘나’를 화자로 하되 보편적, 객관적인 인간 삶의 드라마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프랑스 문학의 대가 아니 에르노,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재하는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더 나은 미래와 성숙한 공동체를 향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으로 혁신적인 작업들을 선보이는 마탈리 크라세, 대담한 조형 언어와 다감각적 설치작품을 통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양혜규, 솔직담백한 그림을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도시풍경 화가 장-필립 델롬에 이르기까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조금은 우리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봄으로써 매우 지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나는 말하자면 곧 멀티스크린 조각가가 되어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한곳에서 모든 이미지를 보는 게 불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무언가를 다르게 보는 방식 혹은 언어를 개발했어요. 미술관에서 우리는 휴대폰을 보고, 메시지를 읽고, 사진 찍는 다른 관객들로 인해 방해를 받죠. 멀티스크린 작품은 내가 “방해받는 관객”이라 부르는 이들의 거울이며,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 채 이곳저곳 이동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이 상황은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 아이작 줄리언 편 중에서 189p

 

현대의 건축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 인간성을 존중하고, 존엄성을 키워 가고, 부정적이지 않은 거요. 프로젝트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에 상관없이, 얼마나 좋은지를 먼저 살펴야 해요. 그건 사람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해요. / 프랭크 게리 편 중에서 243p

 

칸디다 회퍼는 건축과 인간, 공간과 문화 같은 상관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회퍼만의 순수하고도 고요한 시선은 공간의 생김새는 물론 보이지 않는 진리, 즉 인간이 만들어 낸 공간의 질서, 순리, 체계, 신념까지 포착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사진은 단순한 건축 사진이 아니라 공간의 초상이다. / 칸디다 회퍼 중에서 362p

 

 

 

 

  프랑스 예술가 로베르 필리우는 “예술은 인생이 예술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9인의 거장들이 예술로 하여금 우리에게 무엇을 열어 보이는지를 경험케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예술서이자 훌륭한 인문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저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하나씩 채워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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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_ 무심히 지나가버린 것들, 진실은 그 사이에서 드러난다 | 나의 서재 2020-08-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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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저/강선재 역
푸른숲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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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심리 묘사, 충격적인 반전, 마지막까지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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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에 버금가는, 아니 이건 보다 더 우아하다!

섬세한 심리 묘사, 충격적인 반전, 마지막까지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소설!

 

 

 

   이제는 가정 스릴러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최근까지도 사랑과 결혼에 관한 우울한 심리학과 서스펜스를 결합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듯하다. 부부의 극명한 시각차와 내밀한 결혼 생활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조용한 아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코마 상태에 빠진 한 여인의 잃어버린 기억 뒤에 찾아온 소름끼치는 진실을 그려낸 『원래 내 것이었던』, 여기에 노르웨이의 길리언 플린이라 불리며 화제가 된 『테라피스트』는 이들 사이에서 정점을 찍는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심리치료사인 주인공이 남편의 실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좇아가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거나 혹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짜 기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극적 긴장감과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불안으로 점철된 부부의 내밀한 관계를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점이 단연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이 심리학자인 점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성격상 매우 주효한 듯하다. 덕분에 우리는 심리학적으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굉장히 영리한 스릴러 소설 한 편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금요일 아침, 건축설계사인 남편 시구르는 주말을 앞두고 친구들과 산장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선다. 사라는 아직도 공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추운 욕실에서 잠을 깨우고 심리치료사로서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 상담실로 향한다. 오늘의 상담 일정은 환자가 셋뿐이지만, 벌써부터 피곤한 느낌이다. 반에서 여왕 노릇을 하는 아이가 뒷줄의 제일 말없는 여자애를 깔보는 것처럼 그녀를 대하곤 하는 베라,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자해를 하곤 하는 크리스토페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에 중독된 트뤼그베를 상담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얼른 일을 끝내고 시구르가 없는 집에서 느긋하게 화이트와인 한 잔과 치킨 샐러드를 먹고 싶을 뿐이다.

 

 

 

   그 사이 산장에 잘 도착했다는 시구르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스포츠센터에 다녀오던 그녀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지금쯤 토마스, 얀 에리크와 함께 있어야 할 시구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잘 도착했다는 음성 메시지를 받았는데, 시구르는 곧장 토마스를 태우러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시구르의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사라는 이내 그가 실종된 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실종 사건은 곧 살인 사건으로 전환된다. 죽은 아버지 소유의 산장인 크록스코겐에서 그가 총에 맞아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사소한 것들이다. 중요한 건 중요한 디테일을 가려내는 능력이다. 모든 걸 다 기억하면 중요한 것들을 떠올리기 어렵다-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 15p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뭐?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가 뭘 알지? 남자들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 첫 번째 대상은 그들의 아내가 아닌가? 사람들은 수천 가지 이유로 가장 가까운 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나? / 56p

 

 

 

 

  사라는 남편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가운데서도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예약된 상담을 진행하고, 자신만큼 시구르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장담하면서도 울지 않는다. 남편이 죽은 와중에도 철저히 직업윤리의식을 내세우고, 홧김에 남편의 마지막 음성 메세지까지 지워버린 일로 인해 도리어 수사관들로부터 곤경에 처한다. 그러는 사이 남편이 사라졌던 날 분명 그가 들고 간 게 틀림없던 도면통이 다시 나타나고,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놨던 사진들이 사라지거나 집 안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는 등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는 수상쩍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인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오늘이 끝나고 날들이, 이번 주가 끝나도 주들이 이어질 것임을 문득 떠올린다-나는 무수한 시간 동안 심리치료자로서 일을 계속하고 노트를 작성하고 약속을 정하고 치료하고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과 불만을 치유해야 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평범한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무서운 건 이거다-평범하고 무료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해야 할 날들이. 그토록 무시무시하고 기나긴 날들이. / 154p

 

 

목요일 밤에 시구르는 내게 다음 날 아침 6시 반까지는 토마스를 태우러 그의 집에 갈 거라고, 그래야 일찍 도착해서 하루 종일 슬로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짧은 대화를 너무 많이 떠올린 나머지 그가 한 말과 그가 말했다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 대화에 관한 내 기억이 실제 일어난 일의 과정을 반영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언제나 과거에 대한 내 기억에 의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 248p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폭력성, 재피해자화, 트라우마를 전문 분야로 하는 심리학자답게 불안과 혼란이 가중된 사라의 심리 상태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가족의 트라우마, 이들 부부 관계의 진실까지 함께 교묘하게 배치함으로써 매우 영리하게 긴장감을 조성해나간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사라가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상담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외면하고, 모른 척 하고, 깊이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정작 자신 내부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어쩌면 사라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따귀를 맞은 것 같다. 시구르는 한 번도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내 남자친구를 악취처럼 감싸고 있는 이 광포함과 분노에. 들쑤시고 싶지도 않고 악화시키고 싶지도 않다. 그 안에서 발견할지 모를 뭔가를 알고 싶지 않다. 이건 시구르가 아니다.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내가 말한다. “거실에 있을게.” 나는 그 방에서 나온다. 그를 내버려둔 채. / 234p

 

“아니, 모르겠어. 그냥-왜 한 번도 말 안 했어?”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무슨 말을 해?”

그는 나와 코담배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알아듣는다. 우리는 다시는 그것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 283p

 

 

누구나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인간이라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상대가 나를 봐주지 않는 것-그래, 그것도 나쁘다-하지만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 숲속에서 비명을 질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면, 비명을 질렀다고 할 수나 있을까?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는데도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이 일어나기는 한 것인가?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나라는 그 작은 존재가 당신이 집과 침대를 공유하는 남자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건 차원이 다른 고통이다. / 285p

 

 

 

 

 

 

   이처럼 『테라피스트』는 사라가 느끼는 불안과 심리적 공포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흔적을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충격적인 사실과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 꽤 인상적인 작품이다. 첫 작품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통찰력과 강렬한 이야기적 요소까지 두루 갖추었다. 올 여름,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끝 페이지까지 단숨에 몰아치게 되는 작품을 찾는다면 꼭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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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는 힘_ 기회 앞에서 망설이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일단 GO! | 나의 서재 2020-08-1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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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단 시작하는 힘

윤희철(희철리즘) 저
비에이블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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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아갈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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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 과거에 유독 미련을 갖게 된다더니, 지금의 내가 꼭 그렇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다보니 부쩍 ‘그때 이렇게 해볼 걸, 저렇게 해볼 걸’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많이 들곤 한다. 곧 죽어도 서울 올라가서 방송 작가에 도전해볼 걸, 해가 뜰 때까지 마시던 술값에 쓸 돈으로 재테크에 투자해볼 걸, 혼자 있었을 때 딱 한 달만 외국에서 살아보는 여행 한 번 해볼 걸 등등.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려는 습성 때문에 나는 도무지 뭔가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쉽게 택하고, 새로운 일 앞에서는 늘 고민부터 앞서는 이 성격이 쉽게 고쳐질 리도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브레이크는 더 힘껏 잡아당겨지는 법이다. 무엇보다 이런 나의 습성을 첫째 아이까지 고스란히 닮아가는 것 같아 종종 마음에 걸린다. 때문에 『일단 시작하는 힘』이란 책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뭔가가 내 마음을 탁- 하고 잡아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한 완벽한 때가 따로 있을까?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사이 어쩌면 내 것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이 메시지가 참 별 것 아닌 듯해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한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하는 나에게

 

 

 

   유튜브에서 ‘희철리즘’을 검색하면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콘텐츠가 등장한다. 국내를 비롯하여 1년 반 동안 35개국을 돌며 담은 약 250여 편의 영상 속에는 여행 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특히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돌발적인 상황까지 매우 리얼하게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오스 야시장에서 만난 ‘북한 여자’들의 영상이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댓글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미모를 강조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지만 그 중 이곳까지 와서 그들이 외화벌이를 하는 이유에 대해 써놓은 누군가의 댓글을 읽고선 우리가 그들에게서 진짜로 봐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이처럼 ‘희철리즘’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 카메라를 들고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현지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 덕분에 독자들은 해당 여행지에서 마주하게 될 법한 여러 상황들을 편안하게 시청하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콘텐츠인 듯하다.

 

 

 

   이렇게 유튜브 ‘희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바로 이 희철리즘을 운영하는 문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책 『일단 시작하는 힘』의 저자 윤희철, 그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채널명을 희철리즘으로 지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쩐지 가수 비가 자신의 노래 제목에 Rainism을 붙인 것처럼 이 사람도 자의식이 꽤나 강하구나, 생각할 법도 하겠지만 그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영상을 통해 내 관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남들 말에 쉽게 현혹되고 남들이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헛된 행복을 좇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저마다 나만의 이즘을 만들어가야 한다던 그의 말이야말로 각자에게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헛된 경험은 없다. 진짜다. 경험은 사서라도 하는 거다. 나도 그래서 돈이 많이 깨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헤맬 때가 많은데 더 나이 들어서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헤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많이 헤매면서 길 찾는 노하우를 체득하자.’

이렇게 다짐한다.

지금은 헤맬 시간도 체력도 있으니까, 괜찮다.

많이 헤매자.

헤매면서 본 풍경이 다 나의 자산이며 기초 체력이 된다. / 29p

 

 

결국엔 태도의 문제다. 여행을 가면 평소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도 사게 되지 않는가? 한국에선 해보지 않은 일도 여행을 왔으니 한번 해보자고 용기 내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태도를 일상에서도 유지하면 어떨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뭔가에 도전해보고 성취하며 성장할 수 있다. 관성에 저항하며 도전해나가는 일상의 삶도 여행에서 얻는 것만큼 큰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59p

 

 

  책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던 대학생에서 유튜버, 영어 스터디 플랫폼 사업가, 세계여행가, 영상제작자, 강연자가 되기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도전해나갔던 한 건실한 청년의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현재 자신의 커다란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희철리즘’을 운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매우 흥미롭다. 그가 처음 유튜브에 뛰어들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가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때 인터넷을 뒤져서 독학을 하다시피 영상 제작과 편집에 뛰어들어 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상이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인상’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를 테면 ‘한국에 사는 백인들’ ‘한국에 사는 흑인들’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들’ 같은 것들인데, 당시 업로드 할 때마다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를 기사화했다고 한다. 유튜브에 대해 잘 몰랐던 나조차도 기억하는 영상들인 것을 보면 당시 인기가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나는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외국인들과 인터뷰가 가능할까?’ ‘좋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화질도 썩 좋지 않은 카메라 겨우 한 대 가지고 촬영이 될까?’ ‘외국인들이 열이면 여덟은 거절하는데 어떻게 인터뷰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더라면 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실패해도 내가 잃을 건 별로 없다, 인터뷰를 거절당해서 좀 쪽팔릴 수 있고 유튜브가 잘 안 돼서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때 가서 개선 방법을 고민해보거나 빨리 털고 일어나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저렇게 되지 않을까? 계획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해볼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처음의 패기는 점점 쪼그라들고, 결국엔 관성에 이끌려 살던 대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기가 막힌 아이디어나 계획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과 같다. 언젠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좋은 생각은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길 때 차라리 더 잘 떠오른다는 그의 말을 새겨보자. 그 어떤 것도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자신이 가진 것을 한번 쭉 써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금을 걱정하기 전에 내가 가진 것을 파악하라. 투자를 받더라도 내가 어필할 게 없는데 어떻게 받겠는가. 밖에서 뭘 받을지 생각하기 전에 내 안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자원이 엄청나게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73p

 

 

 

 

 

  물론 그의 이야기 속에는 성공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유튜브로 넉넉한 수익을 벌고 난 이후, 그는 영어 스터디 사업으로 전향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쏟아 부었건만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던 시절에는 “넌 좋은 아나운서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젊을 때야말로 헤맬 시간도 체력도 충분히 있으니 헤매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헤매면서 본 풍경이 다 나의 자산이며 기초 체력이 된다는 것이다. 또 실패를 할까봐 두려워서,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미리 머릿속으로 재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결과를 알 수 없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거절할지라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기회까지 없앨 수는 없지 않을까.

 

 

 

남의 말을 다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라면 고맙게 들으면 되고 일리 있는 말이라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생각을 말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별다른 근거도 이유도 없이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멀리하는 게 낫다.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일이 뭔지 아는가.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하는 일을 보란 듯이 해내는 것이다. / 113p

 

 

내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내가 늘 좋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도록 이끌어주는 존재들과 함께하자. 나의 단점만을 지적하고,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믿어주지 않는 사람을 굳이 가까이할 필요는 없다. / 125p

 

 

“실망하지 말자. 이 일이 너를 어떤 좋은 길로 인도할지 모르잖니. 다른 학교들보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인생을 조금 길게 보자. 넌 이제 겨우 성인이 됐어, 아들.”

인생을 한 권의 두꺼운 책에 비유한다면 내게 닥친 대학 입시라는 이슈는 고작 한 페이지에 불과한 일이었다. 내 인생의 다음 챕터에서 그로 인해 어떤 좋은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 슬퍼하는 건 여러모로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 128p

 

 

 

 

 

 

   사실 『일단 시작하는 힘』은 성공의 기술이나 삶의 위대한 철학을 전하는 여느 자기계발서 같은 부류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한 청년의 값진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도전하는 삶’의 즐거움과 신선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는 가운데 안정적인 일상에, 변함없는 환경 속에서 늘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좇았던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거나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이제 고등학생이 되려는 10대들 또는 여전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20대 청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이 긍정의 메시지를 나의 아이들을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꼭 기억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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