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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이소은 저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가수로서, 학생으로서, 인간으로서 늘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녀 이소은. 앞으로는 '변호사 이소은'의 활약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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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잘 하기 어려운데 여러 가지 일을 쓱쓱 해내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이소은이 그런 사람이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여 '작별', '서방님' '기적', '키친'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고,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공부까지 잘해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 일찍부터 '가요계 대표 엄친딸'로 유명했던 그녀. 그런 그녀가 몇 년 전 돌연 미국 명문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소문이 들렸고, 국제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렸고, 얼마 전에는 뉴욕 소재의 로펌에 취업하여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가수 되기, 공부 잘 하기, 변호사 되기 -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살을 넘긴 나이에 이 모든 일을,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 정도면 '엄친딸 중의 엄친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는 가수 이소은이 로스쿨에 진학하기까지의 과정과 치열했던 3년 간의 학교 생활, 로펌 취업 과정, 예비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포부 등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그 때까지 생각만 했던 꿈을 실제로 이뤄보겠다는 마음으로 로스쿨 진학을 결정했다. 그런데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LSAT 공부를 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어도 잘하고 명석한 그녀에게도 법은 무척 어렵고 생소한 분야였다. 시험 점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실망한 적도 많았고, 겨우 입학원서를 내고도 여러번 고배를 마셨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여러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그녀는 고민 끝에 노스웨스턴을 선택했다. LSAT라는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 시험인지 감이 오지 않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180점 만점에 170점 이상은 되어야 유명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학부에서 법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원어민도 아니고, 로스쿨 진학에 유리한 사회 경험도 없었는데, 그 높은 커트라인을 뚫고 로스쿨에 들어갔다니 놀라웠다.

 

어렵게 들어갔건만, 로스쿨 생활에 비하면 입학하기까지의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미국에서 날고 기는 천재들만 모인 로스쿨에서의 경쟁은 한국에서의 경쟁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루에 두세시간 밖에 못 자면서 두꺼운 리딩 자료를 겨우 읽고 수업에 들어가도 강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토플 만점을 받을 만큼 영어를 잘 하지만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는 날도 있었고, 과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소설'을 써서 내기도 했다. 급기야 첫 중간고사에서 받은 등수는 전체 꼴찌. 학창시절 늘 우수한 학생이었던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남들에게 흔하지 않은 장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질문하기'.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교수님에게든 친구에게든 끈질기게 질문하고 끊임없이 답을 구하면서 서서히 학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고 성적도 상승, 마침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LSAT를 준비하고 로스쿨에서 공부한 몇 년 동안 그녀는 '법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음 공부', '인생 공부'도 한 것 같다. 사회에서의 공부는 학교 다닐 때 단순히 성적을 받기 위해 하는 공부와는 다르다. 학생 때는 또래 친구들도 공부를 하고, 배우는 것도 비슷하지만, 사회로 나온 다음에 하는 공부는 남들이 돈을 버는 동안 내 인생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지만, 공부가 힘이 들고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 '내가 헛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좌절감도 더 크다. 그녀 또한 로스쿨을 선택하기 위해 버려야 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을 것이다. 가수로서의 커리어, 20대 후반 여성으로서의 삶, 서울에서의 안락한 생활 등... 하지만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 '마음 공부', '인생 공부'를 그녀는 로스쿨에서 한 것 같다.

 

로스쿨 3년 동안 그녀는 학교 안에서 공부만 하지는 않았다. 방학을 이용해 로펌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변호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졸업 학년인 3학년 때는 국제 중재 대회라는 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기도 했다. 로스쿨에 입학하면 주어진 공부만 하면서 졸업하고 취업할 생각만 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그녀는 로스쿨에서의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쌓는 시간으로 삼았다. 미국 명문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력은 그 자체로도 굉장한 것이지만, 나는 그보다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저 시간을 '때운다'는 생각으로 대충하는 법이 없고,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시간을 '활용하는' 모습, 나도 배우고 싶다.

 

책 첫부분에 그녀가 언니로부터 온 이메일에 첨부된 스티브 잡스의 동영상 - 그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을 보면서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한 말 중에 가장 유명한 말은 'stay hungry, stay foolish'지만, 나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언뜻 제각각인 듯 보이는 인생의 점들을 연결하여 무한한 재능을 발휘하라는 뜻인데, 그녀의 인생 궤적 역시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을 충실히 따른다.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에 그녀의 아버지가 4년 간의 긴 법정 소송을 겪었던 것, 대사를 줄줄 외울 만큼 법정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가수 활동 당시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만났던 것 - 이런 점들이 연결되어 그녀를 로스쿨로 이끈 것인지도 모른다. 가수로서의 경력은 변호사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오랫동안 무대에 섰던 경험과 생방송을 하며 키운 순발력과 재치, 풍부한 연기력은 변론과 연설, 모의 재판 등 로스쿨 생활 곳곳에서 그녀가 남들과 차별화되는 능력을 뽐낼 수 있게 도왔다. '가수가 로스쿨엔 왜 왔나'라는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했고, 그녀 자신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었지만,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일, 그녀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능력이 분명 있었다.

 

사실 전부터 '가수 이소은'을 좋아했던 나는 그녀가 가수로서 오래오래 팬들 곁에 남아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가수가 아닌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 굳이 가수로서의 좋은 커리어를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한 것일까. 그것도 늘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녀는 오래 전부터 변호사가 되어 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했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천성이었다. '가수 이소은'은 그녀가 가진 여러 얼굴 중 하나일뿐, 그녀가 더 많은 얼굴을 가진 능력자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가수로서, 학생으로서, 인간으로서 늘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녀 이소은. 앞으로는 '변호사 이소은'의 활약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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