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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상어의 도시 1

넬레 노이하우스 저/서유리 역
북로드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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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데뷔작 <상어의 도시>​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최신작을 기다리던 팬으로서 처음에는 타우누스 시리즈가 아닌 다른 책이 출간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데뷔작이 뒤늦게 출간되는 것이라고 해서 물론 제일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타우누스 시리즈 전권을 다 좋아하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최근에 쓴 작품일수록 더 낫기 때문에 타우누스 시리즈보다 먼저 쓴 데뷔작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초기작보다도 별로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한 걱정이었다. 완성도가 낮기는커녕, 오히려 수년 간 타우누스 시리즈로만 만나서 몰랐던 작가의 잠재된 재능을 엿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미스터리 스릴러물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월스트리트 배경의 본격 범죄물도 잘 쓸 줄이야. 이제는 타우누스 시리즈만큼이나 <상어의 도시>의 후속편이 기대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 명문대 졸업 후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독일 출신의 여성 알렉스 존트하임은 LMI라는 투자은행의 M&A 전문가​로 취업해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시킨다. 뛰어난 지능과 실력, 미모를 고루 갖춘 그녀는 얼마 후 사교계의 주요 인사 중 하나인 세르지오 비탈리의 눈에 들어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그토록 바라던 뉴욕 최상류층의 생활을 만끽한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사람들은 그녀에게 세르지오와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고 경고하고, 그들의 경고를 무시한 알렉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알렉스의 주변에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결국 그녀는 세르지오가 엄청난 범죄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르지오와 LMI가 합심해 그녀를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난 뒤였다.



줄거리만 보아도 알겠지만 이야기의 스케일이 타우누스 시리즈에 비해 크고 이야기의 전개도 빠르다. 배경이 뉴욕 월스트리트인 것도 모자라 재계와 정계를 동시에 아우르며 악명높은 뉴욕 마피아까지 등장해 헐리웃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물론 그만큼 폭력과 성적인 묘사가 많기도 하다). 게다가 인물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매력적인지.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주인공 알렉스도 멋지거니와, 그녀가 세르지오, 올리버, 코스티디스 등 매력적인 남자들과 차례차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볼 때는 나도 같이 설렜고, 이들과의 관계를 놓고 고민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고민했다. 친숙하지 않으면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기업간 인수합병이나 페이퍼 컴퍼니, 탈세, 횡령 같은 이야기도 이런 로맨틱한 장면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달까? 아무튼 분량의 압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휙휙 넘어갔다.



하지만 이 소설의 미덕은 멋진 배경과 화려한 설정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지를 그린 소설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다. 알렉스는 돈 많이 벌고 좋은 남자 만나 부족함 없이 사는 게 꿈인,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꿈을 가진 여자다. 게다가 그녀는 그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명예든 이상이든 타협할 각오도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이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180도 바뀐다. 회사도 남자도 모두 포기하고 오로지 살기 위해 애쓴다. 그런 모습이, 어쩐지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무엇이 되었든 타협하기 좋아하는 보통의 인간들을 비판하는 듯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했다. 세르지오를 잡기 위해 애쓰던 뉴욕 시장 코스티디스는 또 어떤가.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도 결국에는 인생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한다. 저마다 무서운 이빨을 자랑하는 상어들로 가득찬 도시 뉴욕. 그곳에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두 남녀가 생지옥을 목격하고 또다른 삶을 택하는 과정을 그린,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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