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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슈필라움에서 해 봤니? | 리뷰 2019-06-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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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저
21세기북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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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것은, 오래 전 일본 여행을 할 때였다. 주머니 사정이 궁했던 시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숙소라고는 최소 4인, 최대 12인이 머무르는 공용 도미토리뿐이었다. 잘하면 1만 원 안팎의 돈으로 하룻밤 잠도 자고 샤워도 하고 끼니까지 때울 수 있어서 가난한 대학생 여행자에게는 둘도 없는 최고의 숙소였지만, 불과 사흘도 안 지나서 그 숙소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신경이 쓰여서 잠을 잘 때 뒤척이지도 못하고 내 침대 위에서처럼 시원하게 가스 배출(!)도 못하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그 때부터였을까. 혼자만의 공간, 나만의 공간에 집착하게 된 것은.


김정운의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혼자만의 공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를 문화심리학자로서의 식견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몇 해 전 저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명망 있는 교수이자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잠시 접고 '노인을 위한 성인 만화'를 그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 진학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저자는 서울, 이 아니라 여수에 터를 잡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노래 '여수 밤바다' 때문만은 아니다. 여수에 가서 바다를 보니 화가로서의 심상이 샘솟고 작가로서의 영감이 떠올랐다. 여수에서라면 화가이자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교수를 그만둔 이후의 내 삶을 더욱 충실히 꾸려갈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 작업실을 마련한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을까? 이 책이 나오고, 이 책에 실린 그림도 전부 저자가 그렸다는 것을 보면 서울에서 한참 먼 여수에 힘들여 작업실을 마련한 보람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저자에게 여수 작업실은 단순한 작업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피난처'이기도 하다. 저자의 전공인 문화심리학에 따르면 모든 인간에게는 '슈필라움(Spielraum)'이 필요하다.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놀이'를 뜻하는 '슈필(Spiel)'과 '공간'을 뜻하는 '라움(Raum)'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다. 슈필라움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놀이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여유를 느끼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느끼면서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한국인들 중에는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가지고 있는 이가 많지 않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경험한 대한민국에서는 슈필라움이란 단어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서조차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정도가 그들이 집에서 누리는 슈필라움의 전부다.


저자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사회심리학적 문제의 대부분은 이 슈필라움의 부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슈필라움에서 잠시나마 사회적 가면을 내려놓고 자의식을 확인하면서 자기를 재충전하고 사회성을 회복한다. 역으로 말해, 슈필라움이 없는 인간은 사회적 가면을 내려놓을 수도 없고 자의식을 확인하면서 자기를 재충전하고 사회성을 회복할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남자들이 유난히 마음에 여유가 없고 분노가 많은 것은 슈필라움의 부재 때문일 수 있다. 평소에는 얌전한 사람이 자동차 운전석에만 앉으면 입으로 갖은 욕을 발사하는 전사가 되는 것이나, 평소에는 매너 좋은 사람이 식당에만 가면 종업원한테 있는 갑질 없는 갑질 다 부리며 진상 손님으로 전락하는 것이나 슈필라움이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저자는 수많은 한국 남성들이 매일 밤 TV 앞에 앉아서 '자연인'의 삶을 넋을 잃고 부러워하며 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비록 인적조차 드문 오지에서 문명의 혜택을 포기한 채 살고 있어도, 그들은 모든 사회적 의무를 내려놓고 가족과도 떨어져 온전한 자신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런 모순적인 마음이 그들을 오늘도 TV 앞으로 끌어당긴다.


저자는 TV 너머 자연인의 삶을 부러워 하는 대신 스스로 슈필라움을 만드는 편을 택했다. 책에는 저자가 어떤 연고도 없이 충동적으로 여수에 와서 살면서 직업실을 짓고 생활하며 경험하고 성찰한 내용이 담겨 있다. 횟집 하다가 망해서 창고처럼 버려진 곳을 아주 싼 월세로 빌려서 화실로 바꾼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화실에 앉아서는 그려야 할 그림은 안 그리고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바다만 바라본 이야기는 코믹하다. 친구가 배에서 해[日] 봤냐고 물은 것을 '해봤냐'고 잘못 듣는 바람에 민망했다는 에피소드는 읽자마자 배를 잡고 웃은 것으로 모자라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재밌으면 이 책 꼭 사서 읽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즐거운 날도 고독한 날도, 재미난 이야기 거리로 만들고 멋진 그림의 소재로 만드는 저자의 슈필라움. 책에는 완성된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하고,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 그림이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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