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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에 관한 안목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책 | 리뷰 카테고리 2011-08-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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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50인의 그래픽디자인

애너 거버 저/송성재 역
미술문화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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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래픽디자인에 관한한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과 그 작품 이야기다. 헉!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아니 이름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겨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나는 미술에 관심이 있어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그래픽디자인 쪽으로 얼마나 무지한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래픽디자인하면 요즘 활발한 컴퓨터그래픽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많이 그렸던 불조심포스터나 반공포스터 같은 것, 중학교 기술시간에 그렸던 서체가 생각난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전통 회화작품들과 상업성이 강한 포스터나 기업로고 같은 그래픽디자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디자인 스타일과 경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왜 생겨났고,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를 다루었다”고 밝히고 있고, “읽기 편하면서도 이론적으로 엄격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서술했다”고 밝혔다(p. 9). 저자의 말 덕분에 나는 용기(?)를 내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4 Part로 나누어 그래픽 디자인의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첫 장부터 모르는 용어가 등장했다. 쥘 셰레는 “포스터를 통해 ‘벨 에포크'의 정신을 담아냈다”(p. 12). 그런데 바로 옆 페이지에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평화롭던 시절을 말한다"(p. 13)고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 놓아, 나 같은 문외한도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와 역사로 즐겁게 여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고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적 흐름을 조금 알게 되었다. 대중적 미술형태로서의 포스터가 19세기 말에 아르누보 양식에 의해 지배받았고, 1차 대전 후 시각적 매체와 선전의 수단으로의 새로운 역할을 했다는 것, 2차 대전 후 TV가 등장했어도 포스터는 아직도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스위스 양식이 기업광고(CI) 디자인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스위스 양식(Swiss Style), 구성주의(Constructivism), 미래주의(Futurism), 뉴 타이포그래피(New Typography) 운동, 뉴 웨이브(New Wave), 등고 같은 용어도 접했다. 또 이 책 덕택에 나는 많은 작가들과 단체에 익숙해졌다. 벨 에포크의 정신을 작품에 담아낸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 쥘 셰레(Jules Cheret), 포토몽타주를 이용해 정치 포스터를 많이 그린 러시아의 구스타프 클루치스(Gustav Klutsis), <하퍼스 바자>의 아트디렉터로 일한 여백의 대가 알렉세이 브로도비치(Alexei Brodovitch), 스위스 양식을 거부하고 도발적 이미지와 진부한 그래픽 양식을 혼합 구사한 최초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스튜디오(Studio) 푸시 핀(Push Pin), IBM 로그를 디자인한 CI디자인의 대부 폴 랜드(Paul Rand), 팽귄북 로고를 디자인한 최초의 종합 디자인 회사 팬더그램(Pentagram), 정돈된 스위스 양식을 해체한 뉴웨이브의 대표주자 볼프강 바인가르트(Wolfgang Weingart), 등등.

와! 내가 유식해 보이는가? 이 책을 한번만 읽어보라.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계보, 작가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사전과 같은 책이다.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지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Big Ideas 시리즈 기획 의도에 따라 여러 제약이 많았겠지만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이 조금 더 많이 그림으로 수록되었으면 독자들이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긴 인터넷에서 조금 수고하면 다 찾아 볼 수 있을 텐데, 쓸데없는 넋두리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고 많은 작품들과 설명들을 볼 수 있었다. 독서하는 내내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생각하고 공부하는 즐거움이 넘쳤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거리의 포스터 하나, 책 한권, 서체나 타이포그래피(typography)하나 예사롭지 않게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안목이 높아지면 대한민국의 거리에도 쓰레기 같은 광고가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높은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들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서울의 거리에 곳곳에 멋진 그래픽디자인 작품들이 가득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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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는 것, 그 사소하고 거대한 행위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고서 | 리뷰 카테고리 2011-08-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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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로리 플래닛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김승진,홍은택 공역
윌북(willbook)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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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사진 기자 피터 멘젤(Peter Menzel)은 뉴스 프로듀서 출신 작가인 그의 부인 페이스 달뤼시오(Faith D'Aluisio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한 사람의 하루 분 식사와 그것을 먹는 사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하루 8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케냐의 마시아족 목축인부터 무려 15배 가까이 섭취하는 영국의 간식 중독자까지, 80명의 사진과 그들의 일상의 삶이 기록되었다. 수많은 사진들과 글들에는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의 정체성과 그들이 사는 일상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나는 그들의 사진과 설명글들을 읽으면서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은 보는 즐거움과 수많은 정보를 얻는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사진들은 앵글의 각도, 사람들의 표정, 전 세계 수많은 거리의 모습들, 모두 예술이다. 적절한 설명들과 책의 편집도 탁월하다. 7개의 essay들과 피터 멘젤의 epilogue는 음식에 관한 많은 정보와 생각거리들을 제공해 주었다. 페이스 달뤼시오의 epilogue는 이 멋진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어려움과 땀이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먹는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복잡한지 배웠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We are what we eat).” 80명의 식단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즐거움은 먹는 데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종종 잊고 지내는 사실을 다시 절실히 느낀다. 삶의 즐거움 중에 가족이나 친구 혹은 이웃들과 함께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저자의 고백처럼,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이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인간은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를 인간답게 여겼을 것이다. 요리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며, 좀 더 쉽게 영향을 섭취하게 해 준다. 오늘날은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과하게 먹는 사람이 부족하게 먹는 사람보다 많아졌단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저렴하고 칼로리가 높은, 공장에서 가공된 저질 음식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폴란은 이런 것들을 ‘음식 비슷한 물질들’이라고 말했다(p.558). 우리는 이런 음식 비슷한 물질들을 너무 많이 먹는다. 결국 좋은 먹거리를 준비하고 그것을 요리해서 먹는 과정은 생략된 채, 과도한 에너지원만 흡수하기에(먹는다기보다 쑤셔 넣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너무 과격한 표현인가?), 식탁의 고마움도 그 즐거움과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위해, 더 좋고 건강한 음식을 고르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다"(p. 558)고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목적을 온전히 달성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직접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적당히(?) 먹는 것이 나의 행복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와 깊이 관련된 문제다. ‘먹는다’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은 지구와 그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한 행동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산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참된 삶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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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우리가 깃들여 사는 안정된 장소다! | 리뷰 카테고리 2011-08-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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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몸에 갇힌 사람들

수지 오바크 저/김명남 역
창비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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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전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몸의 불안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의 몸은 나쁜 것이라 생각하고, 따라서 만족하지 못한다. 다이어트 산업, 성형 수술, 미용과 패션 사업은 우리 몸을 얼마든지 옳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유혹한다. 우리는 어느새 그들의 상술(?)에 넘어가 부모의 양육과 문화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몸을 완전히 바꾸려고 한다. 한 마디로 우리 몸은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우리의 몸은 불안하다! 이것이 이 책, <몸에 갇힌 사람들>의 주요 논제다.

저자 수지 오바크는 이 책에 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자세한 담론을 담았다. 저자가 상담하고 치료하거나 인용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멀쩡한 팔다리를 없애고 싶어 하는 앤드루, 태어날 때 있었던 남성 성기가 창피한 것을 넘어 생명의 위협으로 느꼈던 배우 알레시아 브레바드, 은데벨레 부족과 어린 시절을 함께 해서 집에만 들어오면 발가벗는 토니 벨, 어릴 적 구토에 대해 야만적인 치료를 받아 줄곧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헤르타, 영적으로도 충만하고 사회적으로도 유능하고 몸도 근사하지만 자신의 몸에 편안함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폭식을 하는 콜레트, 통학버스에서 소년들에게 구강성교를 해준 필라델피아의 중학생 여자 아이들, 자신의 가슴을 칼로 깊이 긋는 자해 행위를 함으로써 몸을 일깨우는 제인, 등. 이 책은 흥미로운 수많은 사례를 통해 과연 우리는 몸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나는 저자의 마지막 6장에서 밝히 논증과 대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첫째 ‘자연적인 몸’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우리 몸은 부모의 몸이 새겨져 있다. 즉, 누구의 몸이든 사회적 환경과 부모의 양육 아래 문화적 관행에 물들어 있다. 둘째, 우리 시대는 몸이란 우리가 깃들여 사는 곳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대로 개조하고 바꿀 수 있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씬하고 아름답고 건강하며,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몸을 만드는 것이 의무라고 강요받고 있다. 결국 우리 몸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몸에 엄청난 괴로움을 안기게 된다는 뜻이며, 우리는 몸의 엄청난 불안을 느낀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렇게 제시한다. 우리는 아기들을 시간표에 따라 규제하기보다 그들의 육체적, 감정적 허기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달래주고 안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몸에 대한 깊은 신뢰가 생긴다. 허위광고와 부도덕한 상거래를 하는 다이어트 산업을 고발하고, 시각문화와 패션 디자인 분야에 다양한 신체 싸이즈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등등.

TV나 광고에 나오는 씩스 팩의 복근을 가진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얼마나 몸을 혹사해야 저렇게 될까, 저 몸매를 나이가 들어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그런 복근을 잃게 되면 저런 연예인들은 자기 정체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어보았다. 날씬한 몸매와 한결같이 서구형의 예쁜 얼굴을 한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오히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년으로 배가 약간, 아니 조금 많이 나온 몸매를 하고 있다. 조금 덜 먹으려고 신경 쓰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 하지만, 씩스 팩의 복근을 만드는 일은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육체를 사용하는 막노동자가 아니라서 보통 노력으로는 그런 몸매를 만들 수 없고, 설령 만든다 하더라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에 배가 나온 것은 오히려 중후함을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하하! 나의 딸을 성형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현재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결코 나의 딸이 예쁘게 생겼다는 말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저널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날씬하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갖고 싶어 엄청나게 노력했던 한 서양 여인이 네팔에 자원봉사자로 갔다. 그런데 네팔 사람들이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너 정말 뚱뚱하구나! 너 정말 하얗구나!” 그녀는 화가 났지만, 그 말이 칭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팔에서는 뚱뚱하고 하얗다는 것은 곧 가혹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부요하고 자유로운 삶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돌아와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날씬해지려고 노력하는 친구에게 ‘너는 이미 아름답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수지 오바크의 몸에 대한 담론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몸은 나의 존재가 깃들여 사는 편안한 장소임을 느끼게 되었고, 나의 몸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저자가 독자에게 한 마지막 간청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우리는 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몸에 새로운 육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여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하나. 몸에 대한 상업적 착취와 신체적 다양성의 격감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 우리에게는 충분히 안정된 몸이 필요하다.”(pp. 271~272).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극단적 다이어트나 성형 수술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정말 몸에 관한 깊은 연구와 성찰이 담긴 책이다. 현재까지 몸에 관한 담론을 이 책보다 더 잘 담아낸 책은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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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반가운 책, 그러나 초중등 학생들에게는 글쎄... | 리뷰 카테고리 2011-08-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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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이다

최상용 저
일상과이상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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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초등학교) 때부터 한문을 배운 세대다. 중고등학교 내내 한문을 배웠고, 중학교 여름방학에는 명심보감을 아버지에게 배운 기억도 난다. 한자가 낯설지 않다. 그 때는 신문도 한자가 많이 나왔다. 한자는 독서하는 데 필수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읽고 사용했다. 한자로 써 있으면 문장을 이해하기가 쉽다. 학위 논문에도 한자를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한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러니 독서력이 떨어질 수밖에. 대학생 내 아들 녀석도 중학생 딸 녀석도, 한자라면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든다. 

이런 초중등 학생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아니 그들에게 반가운 책이라기보다 나 같은 기성세대들이 반기는 책이 나왔다. <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활용하면 뇌력과 창의력이 향상된다.” 또 “이해를 통한 반복학습이 기억력을 발달시킨다.”

이 책은 1부에서 우리말의 이해와 문법을 위해 다양한 문법적 용어들을 한자로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이 제대로 익히기만 하면 한자뿐 아니라 국어를 문법적으로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싶다. 하지만, 내게도 익숙하지 않은 문법적 용어들이 나온다. ‘체언(體言), 용언(用言)’같은 용어들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주어부(主語部), 술어부(述語部)와 같은 익숙한 문법적 용어가 더 다가온다.

2부는 1부보다 더 유용하다. ‘문학(文學)’에 대한 설명을 보자. “문학이란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통해 배운(學) 생각이나 감정을 문자(文)로 표현한 언어 예술이다.” 두 개의 한자를 잘 풀이하자 문학의 정의(定意)를 근사(近似)하게 표현했다. “주제(主題)란 작가가 주(主)로 나타내고자 핵심적인(題) 사상을 말한다.” ”소재(素材)란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문학 작품에 나타내기 위해 선택하는 바탕(素)이 되는 재료(材)를 뜻한다.“ 오호! 소(素)를 ‘흴 소”라고 외웠었는데, 바탕이라는 뜻이 있구나, 나도 한 수 배웠다. “신체시(新體詩)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新) 형체(體의) 방식으로 쓴 시(詩)”라는 설명을 보는 순간, 고등학교 1학년 때 열심히 외웠던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떠올랐다. 그 때는 이렇게 외웠다. 한국 현대시의 효시(曉示)가 된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 중고등학교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그러나 저러나 나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책이지만, 정작 이 책의 대상인 초중등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따분하고 너무 교과서적(敎科書的)이지 않을까? 한자(漢字)로 문법적인 용어를 해설하는 것보다는 흥미로운 문장(文章)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자의 의미를 파악해가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 책을 중학생 딸 녀석에게 건네면, 그 녀석 반응은 시큰둥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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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 생각이 머물고, 인생이 말을 건넨다 | 리뷰 카테고리 2011-08-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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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최민식 저
하다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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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한 최민식, 그는 본격적으로 ‘인간’을 피사체 찍어오면서 인생을 알아갔다. 그의 포토 에세이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도 여전히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찰나에 생각을 머무르게 했다. 그러기에 그는 인생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진처럼, 에세이의 일관된 주제는 인생, 인격, 운명, 나이, 인간 그 자체, 이런 것들이다. 나는 그의 포토에세이에서 유독 사람의 얼굴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앵글로 담아낸 그 표정들, 어찌 저리 정직할까? 웃거나 찡그린 모습, 피곤한 모습, 때로는 체념한 듯, 때로는 달관한 듯한 모습이다. 그는 담담하고 평범하게 에세이를 이어간다.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 …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다. … 화사한 미소의 얼굴은 대인관계의 성공을 일컫는 징표다. … 그래서 많이 웃어야 한다.”(p. 81). 너무나 상식적이고 밋밋한 글이지만, 그의 사진이 옆에 있으니, 문장이 마음에 확 와서 닿는다.



그의 사진, 참 정감 있다. take-out 커피를 웃고 있는 두 여인(0. 16), 오랜만에 만난 동창일까? 추운 겨울 그들은 어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나? 혹시 라면을 먹고 비싼 커피를 사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의 수염 많은 할아버지(p. 35), 무얼 보고 저리 웃으시는지, 눈에 천진난만함이 가득하다. 아기를 하나 안고 하나는 업고 있는 30대중후반의 아주머니(p. 72)에게서 모성애가 깊게 느껴진다. 삶을 행복하게 요소는 무엇일까? 친구의 우정, 삶의 연륜, 모성애와 가족사랑.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리라.




최민식의 사진에 유독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띤다. 부산 시장터에서 국수를 만드는 아주머니는 피곤한 삶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p. 22). 생선을 잔뜩 널어놓은 아저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생선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다(p. 46). 손이 얼마나 시릴까? 이날 그는 생선을 다 팔았을까? 하루의 고단함 속에서 못다 판 생선은 다시 뒤에 놓여 있는 스티로폼 박스에 담기겠지. 이번에는 아주머니다(p. 78). 생선장수 아저씨 사진보다 조금 더 흐릿하다. 1999년 작품인데 왜 6.25전후가 생각나는 것일까? 밀양 양파 밭에서 일하는 분들(p. 100), 작가는 사진 옆 에세이의 제목을 ‘소박한 농부의 삶’이라 표현했다. 밭에서 일하는 시골 아주머니들, 그들의 마음이 모두 소박한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도심에 사는 자들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소박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리라. 또 시장에 연이어 장사하는 생선장수 사진이다(p. 126). 맨 앞 아주머니 뒤에 말쑥한 아저씨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서 있다. 아주머니의 남편일까? 고생하는 아내가 생선을 팔아 번 돈을 챙기려고 서 있는 것일까? 세 번째 아주머니의 좌판 앞에 한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문 채 서 있다. 왜 그가 시장에 나왔을까? 그의 아내가 병들어 누웠을까? 이 사진은 고단하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오랜 세월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가난한 시장의 서민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아야 이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 바로 뒷장(p. 128)에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소주맛이 좋다카이’라고 적혀 있는 앞치마를 걸치고 오른손으로는 팥죽 같은 것을 젓고 왼손으로는 연신 손님을 부른다. ‘맛 좀 보고 가이소 마. 소주도 한 잔 걸치고 가야지예~’ 주어진 처지에서 낙심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진실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최민식의 흑백 사진 한 장 한 장에 내 생각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말하는 인생, 평범하지만 삶의 연륜에서 나온 진실한 말들을 내 가슴에 담는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살아온 날들 만큼 인생의 애환이 묻어난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생각이 머물고, 생각이 머물러 있는 그 순간 작가는 나에게 말을 건다. ‘인생, 산다는 건 소중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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