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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저/안현실,정성철 공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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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에게 정말 충격을 준 것은 경제학이 또 다른 시대로 후퇴한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산타페 연구소의) 미팅에 참가한 한 사람은 나중에 그날 미팅에서 경제학을 접하고 보니 자기가 최근 쿠바를 여행햇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더라고 논평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로 거의 50년 넘게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 거리는 이미 퇴출된 자동차 브랜드인 1950년대의 패커드와 데소토로 꽉 차있었다. 그토록 오랜 기간 여기저기서 수집한 폐품들과 소련제 트랙터의 끄트러기나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이런 자동차들이 계속 굴러다니게 해온 쿠바 사람들의 독창성에 놀랐는게 얘기의 골자엿다. 한마디로 경제학의 많은 부분이 이 물리학자에게는 바로 쿠바 자동차와 유사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의 눈에 경제학은 지난 수십년동안 과학적 진보와의 접촉 없이 그 자신의 지적 봉쇄에 갇힌 채 독창적으로 이론을 수정, 확장, 갱신하면서 굴러온 것처럼 보였다.”

물리학자들이 놀란 것은 자신들은 이미 예전에 폐기처분한 19세기 뉴튼역학이란 유령이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선 신주단지로 모셔진다는 것이었다. 뉴튼역학이 폐기된 것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반균형이란 개념이 문제엿다.

“19세기 후반 이후 경제학을 구성하는 패러다임은 경제는 하나의 균형 시스템 특히 정지 상태의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였다. 경제학자들이 영감을 얻은 곳은 물리학이었다. 그중에서도 운동과 에너지의 물리학이다. 전통적 경제이론에서는 경제를 큰 사발 그릇 멭에서 굴러다니는 고무공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공은 사발 밑바닥에 멈추면서 정지 내지 균형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어떤 외부적인 힘으로 사발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경우 혹은 충격을 받는 경우 공은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하겠지만 그전까지는 그 상태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사발 안의 공과 같은 균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균형을 가정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균형상태이다. 수급불균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균형은 사발 안의 공처럼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사발 안의 균형을 복원력을 갖기 때문에 그 힘이 소진되면 언제나 균형은 회복된다.

그러나 “현실 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같아지는 상황에 결코 있지 않으며 시장은 거의 균형에 이르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시장들은 균형보다는 불균형이란 가정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대부분의 시장을 보면 재고, 주문잔고, 여유생산능력,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개자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살고 잇는 지역의 자동차 딜러는 천천히 팔리는 차들로 가득찬 주차장을 갖고 있고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기 차종에 대해서는 주문 잔고를 갖고 잇다. 당신 지역의 슈퍼마켓은 거의 균형상태에 있지 않다. 가게 뒷문으로 수송되어 오는 식료품 공급과 가게 앞문에서 빠져나가는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게의 재고가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사장에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볼 수 잇는 금융시장조차 불가피학5ㅔ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을 다루는 메커니즘을 갖고 잇다. 뉴욕증권거래소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나스닥에는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잇는데 이들 모두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경기변동은 그런 시스템 내재적인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경기변동에 관해선 라스 트비드, ‘비즈니스 사이클’이 좋은 시작이다). 키친 사이클이니 쿠즈네츠 사이클, 콘트라디에프 사이클 등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사이클이 그렇다. 경제학자들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상태를 정적인 균형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선 그런 사실을 포함할 수 없다.

“균형을 위해 지불한 또 다른 대가는 시간에 대한 이상한 관점이다.” 뉴튼역학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사발의 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가역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비가역적으로 흐르므로 가역적 균형을 가정하는 뉴튼역학은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뉴튼역학의 균형을 받아들인 “전통 경제 모델은 실제로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현실 세계의 경제현상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변수다. 물건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수송하고 팔고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는 경제의 역동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요점은 우리가 이런 시간척도를 모른다면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이야기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복잡한 동적인 측면과 현실 세계의 시간 척도를 전통 경제학의 균형 개념과 결합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을 포함할 수 없으니 경제학은 왜 변화가 있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는 현실이니 설명은 해야 한다. 그 결과 변화를 경제학 밖으로 밀어내고 외생변수라는 말로 처리해버린다. 사발 안의 공이 움직이는 이유처럼 말이다. “가장 흥미로운 궁금증들을 경제학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버렷다. 기술 변화를 돌발적인 외부의 힘(기후처럼)으로 취급하면 기술 변화와 경제 변화같은 상호 작용에 관한 근본적인 이론은 필요치 않다. 마찬가지로 경기 사이클도 외부의 힘, 예컨대 소비자 신뢰의 변화라든지 뉴스에 따른 주식시장의 추락 등 같은 신비로운 바깥의 힘 탓으로 돌려 버릴 수 있다.”

문제는 경제학의 범위만이 아니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경제학은 “비현실적 가정에서 출발해 수학적 불가피성에 따라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가정이 비현실적이기에 그들은 잘못된 문제를 풀었고 문제의 답도 잘못될 수 밖에 없었다. Garbage in garbage out.

산타페 연구소의 미팅에서 “물리학자들은 경제학자들의 가정에 충격을 받앗다. 가정에 대한 테스트는 현실과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이 가정이 이 분야의 공통적인 흐름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필 앤더슨이 ‘경제학자들 당신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는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궁지에 몰린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햇다. ‘이런 가정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가 잇다. 만약 당신이 이런 가정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자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햇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것이 무엇인가? 가정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당신들은 잘못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바보가 아니니(오히려 ‘지나치게’ 똑똑하다) 그 비현실성을 모를 수 없고 현실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모델의 근본에 있는 균형이란 개념이 경제와는 무관한 것이기에 균형이란 개념을 버리기 전엔 어떤 시도도 쓸모가 없어진다.

균형이란 개념에 현실이 맞아들어가지 않으니 현실을 개념에 맞게 조작해야 햇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단순하고 정태적인 균형이라는 박스 안에 집어 넣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증거없는 전제들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정말 단순한 사람들로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텐데도 경제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에 너무나 머리 좋은 사람들’로 모델화”되었다. 현실을 모델에 맞추려니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듯 모든 정보를 알고 잇고 비현실적으로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필요햇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에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들의 관심은 그런 균형상태와는 거리가 먼 역동적이고 복잡한 그리고 단 한번도 정지 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시스템을 복잡계라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뉴튼역학의 시스템은 닫힌 계이다. “닫힌 계는 어떤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나 소통이 없는 시스템이다. 닫힌 계에서는 어떤 에너지, 물질 또는 정보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닫힌 계다.” 에너지의 유출입이 없으니 시스템 내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열역학 제1법칙).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닫힌 계에서 총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하면서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질서가 무질서로 바뀌어 가면서 궁극적으로 시스템이 정치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뉴튼역학의 균형이란 엔트로피가 최고가 되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경제학은 경제가 그런 상태라 말한다.

그러나 “닫힌 균형 시스템에서는 순간적으로 자기조직화를 하는 일도 없고 패턴이나 구조, 복잡성이 발생하는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새로움이란 게 창조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창 밖에 있는 경제의 모든 움직임 예컨데 그 시끄러움, 조직, 그리고 활동은 단힌 균형 시스템의 산물일 수 없다.”

“경제는 닫힌 균형 시스템이 아니라 열린 불균형 시스템이다.” 저자는 균형과 달리 경제를 열린 시스템이라 분류하는 것은 은유가 아니라 말한다.

“사회 시스템은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들로 이루어진 현실적인 물리적 시스템이다. 물리적 경제는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엄청난 에너지를 매일 그 속에 쏟아붓고 있다. 이 덕분에 경제가 작동한다. 에너지는 경제에 들어와 엔트로피에 대항할 힘을 주고 질서를 창조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는 제2법칙에 순응한다. 쓰레기, 오염, 온실가스, 그리고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등 둘러싸고 있는 우주로 무질서를 다시 돌려보낸다.

경제는 단순히 은유적으로 열린 계와 비슷한게 아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열린 계들로 이루어진 집합에 속하는 시스템이다. 누가 경제에 공급될 에너지를 끊어버리면 다시 말해 음식물, 석유, 가스 등을 끊어버리면 엔트로피는 더 이상 저항이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경제는 정말로 균형으로 이동할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나라가 콩고에서처럼 전쟁으로 박살이 났을 때나 북한에서처럼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고립될 때 이런 상황을 본다.”

사회 시스템이, 경제가 열린 시스템이란 말은 복잡계란 뜻이다(복잡계에 대해선 다른 리뷰(http://blog.naver.com/qrat/20119554674 )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선 생략한다. 더 자세한 것을 원한다면 이책 자체나 SERI에서 나온 ‘복잡계 개론’ 또는 뷰캐넌의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를 추천한다)

저자는 복잡계의 이미지는 이렇게 그린다. “고립되어 존재하는 물 분자는 좀 지루하다 그러나 수십억 개의 물 분자를 모아 놓고 에너지를 가하면 소용돌이 같은 복잡한 거시적 패천이 나타난다. 이런 형태의 소용돌이는 개별 물 분자들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다 하나의 물 분자로는 이런 소용돌이를 만들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물 소용돌이는 시스템 그 자체의 집단적인 또는 창발적인(emergent) 특성이다.”

물분자의 상호작용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듯이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같은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단순히 열린 시스템으로 보는 것만으로 전통 경제학의 거추장스러운 가정들 없이 경제를 설명할 수있고 현실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 예로 슈거스케이프(간단한 요약은 http://en.wikipedia.org/wiki/Sugarscape 참조)를 든다. “전통적인 미시경제학 모델은 소비자, 생산자, 기술, 그리고 시장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거시경제학 모델 역시 화폐, 노동시장, 자본시장, 정부 그리고 중앙은행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슈거스케이프 모델은 그런 것들을 가정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조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모델링해 경제질서가 어떻게 창발(emerge)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 모델의 목적이다.

슈거스케이프 모델은 행위자와 환경(2차원 그리드) 그리고 행위자와 환경, 행위자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간단한 규칙으로 구성된다. 전형적인 슈거스케이프 모델에서 행위자는 그리드의 셀을 돌아다니며 설탕(또는 향료가 더해지기도 한다)을 찾고 먹는다. 시나리오에 따라 규칙을 확장하면 설탕(또는 향료)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 대여, 거래, 상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만으로도 80:20으로 알려진 파레토 법칙 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물론 거래 네트웤의 허브(현실에선 도시에 해당하는)의 출현, 은행의 등장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은 모델 자체에서 그리고 수요공급곡선에 따른 가격결정도 나타난다. 그러나 “슈거스케이프 경제가 순간적으로 근사한 X자 모양의 수요공급곡선을 만들어냈지만 거래가 이루어진 실제의 가격과 수량은 결코 이론적으로 예측된 균형점이 아니었다. 슈거스케이프에서 가격은 어떤 끌어당기는 것, 즉 인력체 주변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실제로 균형에 안착하는 일은 결코 없다.” 현실에서 가격이 균형에 있지 않듯 슈거스케이프 역시 그러했다. 이 모델에서 균형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따라 일이 전개되고 또 거래 상대방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경제학이 말하는 일물일가 법칙이 나타나지 않고 같은 물건에도 다양한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장을 그냥 가정하는 전통경제학과 달리 슈거스케이프는 현실의 사회를 시뮬레이트하기 위한 간단한 규칙만 가정하고 그 규칙에 따른 상호작용에 따라 물분자들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듯 실제 경제 시스템이 창발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전통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요소들 중 많은 것을 재생해 보였다. 비현실적인 가정들의 구속을 전혀 받지 않는 모델을 통해 이런 고전적인 결과들을 보여 주었다. 행위자들은 초인적인 합리성이라는 힘을 가진 존재라 가정하지 않았다. 미리 존재하는 사회적 또는 경제적 구조를 가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가정하지 않았다. 슈거스케이프는 저자가 경제학에 대한 진실로 새로운 접근이라 믿는 것과 관련하여 하나의 예증을 제시해준다.”

그러려면 먼저 경제현실에 대한 가정을 구성해야 한다. 저자의 방법은 균형이란 개념에 현실을 맞추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창발된 시스템 아래의 행위자부터 이해해야 한다. 행위자의 상호작용이 네트웤을 만들고 그 네트웤이 시스템으로 창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행위자 모델링에서부터 시작한다(행동경제학에 대해선 여러 리뷰에서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아직 초보단계일 뿐이기에 복잡계 경제학을 구축하는 작업은 기존 이론에 대한 개괄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전통 경제학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복잡계 이론, 네트웤 이론에 대해서도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도 교과서 쓰듯이 자세히 다루는 이유이다. 실제 이책에 인용되는 연구사례들은 다른 개괄서에도 다루어진다. 그러므로 리뷰에서 그것을 요약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리뷰에선 저자가 그리는 복잡계 경제학 논리의 아웃라인만 잡아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으로 만드는 네트웤을 설명한다. 네트웤 수준에서 경제현상을 보았으면 이제 경기사이클과 같은 현상이 어떻게 창발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예를 들어 저자는 자주 인용되는 ‘맥주 게임’의 예를 들고 이 게임의 논리, 재고 사이클이 실제 어떻게 현실경제에서 경기 사이클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그리는 논리의 아웃라인은 슈거스케이프에서처럼 전통적 경제학에서 미시와 거시 사이의 거대한 심연을 건너뛰어 경제를 하나의 전체로 행위자부터 시스템 수준의 거시현상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리려 한다. “그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이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어떠할지 그 희미한 빛이라도 볼 수 있게 됐다. 그 이론은 거시 경제학적 패턴을 ‘창발적’ 현상들, 다른 행위자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난 시스템의 전체적 특성들로 본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진화 시스템이다. “’그건 정글이야’, ‘적자생존이다’ 경제를 말할 때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태계와 진화의 이미지를 곧잘 사용한다. 복잡계 경제학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나 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 시장, 경제는 생태 시스템과 단순히 비슷한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진화 시스템들이라는 그런 의미다.”

경제를 복잡계로 그리고 진화 시스템으로 본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경제가 진화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진화라는 “전쟁 밑바닥에 흐르는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좋은 복제자가 복제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가장 적합한 자(the fittest)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선택되는 자가 누구냐이다.

“도킨스는 ‘복제자’와 ‘운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중요한 개념을 도입햇다. 스스로를 복사하는 것이라면 뭐든 복제자라 부를 수 있다. 한편 운반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체를 말한다. 운반자는 내부에 복제자를 품고 보호한다. 최초의 복제자는 원시수프에 들어있던 단순한 자기복제 분자였겠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복제자는 DNA다. DNA의 운반자는 생물체이거나 생물체의 집단이고 그들은 바다나 하늘이나 숲이나 평지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상호작용한다." (수전 블랙모어)

진화론의 단위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물체가 아니다. 운반체인 생물체가 품고 있는 DNA 분자가 진화의 주체이며 진화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진화의 논리로 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대니얼 데닛은 가능한 모든 DNA 생명체들의 디자인 공간을 가리켜 ‘멘델의 도서관’이라 부른다. 여기 있는 것들 중 대부분은 시시한 것들이다.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기껐해야 처음부터 실패작인 돌연변이체를 생산하는, 한마디로 유전자로서는 별 볼일 없다는 얘기다.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디자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보다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거대한 디자인 공간의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드물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진화란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라 말한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디자인 공간에서 효과가 잇는 디자인을 골라내는 ‘공식’이란 말이다. “진화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지식을 축적해가는 하나의 학습 알고리즘이다. 진화는 자연 세계의 모든 질서, 복잡성, 그리고 다양성을 설명해주는 공식이다. 알고지름은 적합한 디자인을 찾아 매우 광활한 디자인 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내생적인 진화에서 어떤 디자인들이 살아남아 환경의 제약 하에서 복제를 해나간다면 그것들은 적합한 디지안이다.(좋은 복제자들이 복제된다)”

멘델의 도서관과 같은 디자인 공간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진화의 알고리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사업 계획서가 그 좋은 예가 된다고 말한다.

"Ecologists assume that organizationl populations can be identified that have 'unit character', responding in similar ways to environmental forces. Populations are dependent upon distinct combinations of resources-called 'niches'- supporting them. Brcause they compete for resources within the same environment, organizations in a population are in a state of competitive interdependence. Competition pushes organizations toward adopting similar forms, resulting in greater homogeneity or specialization of fomrs within different niches. Organzaitons, in a sense, find niches to protect themselves against competition. Organizations often make common cause with one another as they compete with other organizations and populations, thus creating a mutualistic state of cooperative relations. Competitive and cooperative interdependencies jointly affect organizational surivival and prosperity, resulting in a distribution of organizational forms adopted to a particular environmental configurations" (Aldrich)

Population ecology(간단한 요약은 http://en.wikipedia.org/wiki/Organizational_ecology 를 참조)라 불리는 학파에 대한 요약이다. 여기서 organizational forms, 저자의 말로는 사업계획서는 DNA와 별 다를 것이 없다. DNA가 진화의 대상이라면 사업계획서 역시 진화의 대상이다. 진화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진화는 하나의 단일 디자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사업 계획서의) 3개의 다자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진화의 결과이다. 사업계획서는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혼합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며 경제 상황에 적합한 디자인을 제시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려는 모델은 경제의 진화를 물리적 기술 공간, 사회적 기술 공간, 사업 계획 공간이라는 이 세 공간에서의 합동적인 진화의 산물로 볻다. 세 공간은 별개의 개념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함께 진화는 것으로 생각할 수있다. 각 공간마다 진화가 작동한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디자인을 탐구하고 거기에서 적합 디자인을 찾아내 증폭시키는 한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디자인은 도태된다. 지금 우리가 보는 기술, 사회, 경제 세계의 질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경제를 진화 시스템으로 본다면 시장은 사업계획이 선택되는 생태계로 보아야 한다. “시장을 진화를 위한 탐색 메커니즘이라 해석할 수 잇다. 시장은 사회구성원의 고아범위한 수요를 반영하는 적합도 함수와 선택과정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선택5된 사업계획으로 자원을 몰아주어 승자는 더욱 번성하게 하고 패자는 도태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장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진화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통치자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지적이고 자비롭다 해도 경제적인 적합도 지형에서 적합도가 가장 높은 정점을 찾아가는데는 진화의 알고리즘을 당할 수없다. 시장이 명령, 통제보다 우월한 것은 시장이 균형 상태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불균형 상태에서 혁신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시장은 역사적으로 혁신 제조기였다. 대부분의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 혁신은 시장경제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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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뉴욕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지윤 공저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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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가만큼 런던의 화려함이 잘 드러나는 곳은 없다. 고급 보석상인 그라프의 특대형 다이아몬드, 파텍 필립의 명품 시계, 샤넬 정장, 루부탱 신발, 그리고 소더비 경매품 등 고가의 물품들을 가득 채워놓고 파는 이곳 상점들은 런던의 과거를 우아하게 재연해 놓았다.

본드 가는 세계의 위대한 도시 유원지 중 한 곳으로 보고 사고 맛보고 배울 것으로 가득 찬 도시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면 본드 가 오른쪽에 있는 고급 호텔 클라리지에 머물면서 아르 데코 미술품을 감상하고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세계적 요리사 고든 램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런던에서는 이 외에 더 고매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린니언 학회, 왕립천문학회, 왕립예술아카데미 등 런던의 지적인 장식품이라 할 수 있는 건물들은 벌링턴 아케이드 바로 옆에 있는 멋진 팔라디오풍 맨션 내에 있다. 런던 택시를 타고 몇분만 가면 웨스트엔드 극장 공연이나 내셔널 갤러리에 보관된 보물들을 볼 수 있다. “런던이 싫증 난 사람은 인생이 싫증 난 사람이다. 런던에는 인생이 선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 했던 사무엘 존슨의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도시의 고용은 도시의 성공을 결정한다. 인재는 계속 이동하면서 생산하고 소비하기에 좋은 장소들을 물색한다. 런던의 오락 시설들은 런던이 32명의 억만장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런던에 사는 이런 엄청난 부자들 중 절반은 영국인이 아니다.

런던과 뉴욕, 파리가 사람들에게 그토록 즐거운 도시로 변한 한 가지 이유는 이들 도시에 수세기에 걸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또한 도시를 근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도시의 능력으로부터도 혜택을 받는다. 도시의 혁신이란 단순히 새로운 유형의 공장이나 금융상품뿐 아리나 새로운 요리와 놀이도 의미한다.

도시가 왜 성공하는지 그리고 도시가 미래에도 계속해서 번성할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생활 편의 시설들이 어떤 작용을 하고 소비 도시들이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에드워드 글래이저)

그리고 이책은 소비도시로서 뉴욕이 어떻게 성공적인가를 잘 보여준다. 이책의 내용을 한줄로 말한다면 ‘보고 사고 맛본다’ 이다. 이책은 뉴욕에서 무엇을 어디에서 사고 먹고 보는가에 대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보다보면 왜 뉴욕이 정상의 글로벌 시티로 군림하는가를 알 수 있다. 런던이 싫증 날 수 없는 것처럼 뉴욕 역시 싫증 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리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프리챌은 대표적인 거리 음식이기도 하다. 얇고 가늘게만 반죽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튀겨낸 후, 소금을 뿌려 머스터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정석. 하지만 벤더에서 파는 것은 맛이 없으니 가게에서 갓 구워낸 것을 꼭 구입하자.”

“예쁜 조카에게 줄 양말과 모자 세트”

“유니언 스퀘어에서 M14D 버스를 타면 첼시 마켓 근처로 갈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첼시의 명물이자 까다로운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는 유명 브랜드들이 모여 있어 한자리에서 뉴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책의 용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욕 같은 소비도시의 관광은 결국 쇼핑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편들과 마찬가지로 이책 역시 입국절차, 준비물, 교통편, 예산짜기, 추천코스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발리나 푸켓 같은 관광만을 위한 관광지와 달리 뉴욕과 같은 글로벌 시티의 안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 같은 목적성 방문이 아닌 한 뉴욕에서 보내는 시간은 쇼핑하고 먹고 자는, 돈 쓰는 일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고 이책은 돈을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는가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둔다.

물론 이책은 돈 쓰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장소들과 문화들에 대한 소개도 나름 충실하다. 이책의 4/5는 장소에 대한 소개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소개도 2페이지에 4곳씩 명소, 음식, 쇼핑의 순서로 소개된 것을 보면 이책의 목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책의 용도가 ‘쇼핑 뉴욕’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책을 택한 것은 관광 가이드북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뉴욕에 대한 지도가 필요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다 그렇듯이 관광가이드만으로 용도가 한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책의 대부분은 장소에 대한 소개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시민권이 없다고 봐야 하는 LA와 달리 걸어다니는 것이 정상인 뉴욕이기에 이책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걸어다니면서 관광할 것이라 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구성은 지도에 따라 보행자의 동선을 고려해 장소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뉴욕 구석구석의 분위기를 알기에 좋은 구성이다.

그리고 관광명소만이 아니라 쇼핑장소, 음식점, 클럽, 공연장, 박물관 같은 곳도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뉴욕의 생활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책의 장점이다. 간단히 말해 이책의 용도는 읽기 나름이며 원래 편집의도와 다른 목적에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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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 수신/심리 2011-08-1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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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씽커블

소니아 리코티 저/윤경미 역
빅북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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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주제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Unsinkable, '가라앉지 않을'이란 말은 회복탄력성(resilience)란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일 뿐이다.

이책의 저자도 한몫하는 미국 성공학파의 주장과 달리 사는 건 힘든 일이다. 언제나자잘한 스트레스로 넘치고 어려움으로 넘친다. 그리고 가끔은 위기를 만나기도 한다.

소위 '끌어당김의 법칙'을 말하며 '생각대로지'라는 카피처럼 세상이 된다고 설교하던 저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저자도 피해를 보았다. 남편의 사업이 망해 남편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이혼해야 했고 집도 잃었다. 저자는 죽음까지도 생각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자가 이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저자만 그때 위기를 만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잘 견디고 어떤 사람은 무너진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보통 회복탄력성이라 한다.

원래 물리학 용어인 회복탄력성이란 말은 공이 바닥을 차고 튀어오르는 것처럼 스트레스나 어려움, 또는 위기를 만나도 빠르게 중심을 잡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는 여유이다.

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더 쉽게 털어버리니 여유 또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남보다 삶을 쉽게 헤쳐나가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 성격이 스트레스에 민감한 신경성인 사람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대개 탄력성이란 타고나기 보다는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얼마전에 나온 ‘튀어오르는 공처럼’은 광범위한 심리학 조사에 근거해 회복탄력성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이다. 이책이 연구대상으로 한 사람들은 고위직 임원이나 고위관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보잘 것없었다. 어린 시절의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극복 과정에서 얻은 능력이 탄력성이다.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고 낙관적이다. 그책이 대상으로 하는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기본특징이다. 성공학에서 말하는 특징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은 근거없는 자만심이 아니며 대책없는 낙천주의가 아니다. 그들의 자신감과 낙관주의는 그들이 현실을 이겨내면서 얻은 전리품이다.

그런 극복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다. 나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자부심은 언제나 근거가 있다. 그냥 ‘생각대로지’란 주문을 외운다고 자부심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자기최면은 현실의 무게 앞에선 너무나 연약하다. 현실에 근거가 있는 자부심만이 진짜 자신감이 된다.

자신감의 근거가 되는 현실은 안정되어 있게 마련이다. 안정된 현실에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할 수 있다. 자신의 현실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고 느낀다면 오기와 뚝심은 남을지 몰라도 자신감이 있을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그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자신만만하고 밝은 성격인 사람은 일에 솔선수범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실수를 하더라도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잘못이나 실수쯤은 웃어넘길 수 있고 실패에서도 배울 수 있으며 현실을 똑바로 보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남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런 사람은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에너지가 높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위기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회복탄력성이 높지 않으니 그냥 주저앉아야 하는가? 이책의 주제이다.

문제는 그런 책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책 중에서 이책만의 가치가 있는가?

사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제목에 ‘우울’이란 말이 들어간 책들과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도 그렇다.

내용은 그렇다치고 그 내용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깊게 다루어져 있는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이책을 보고 느낀 것은 급하게 썼다는 것이다. 저자의 전공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생각대로지’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되는 상황을 저자 스스로 겪게 되었고 그 상황을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이책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 스스로 탐색하는 연구노트라고 할까?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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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은행가의 시절 | 경제경영 2011-08-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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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월가의 전쟁

펠릭스 로하틴 저/이민주 역
토네이도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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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좋은 책을 망쳐놓은 경우이다. 이책의 내용은 책 표지에 도배된 음모론 문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책은 음모보다는 월스트리트 금융사의 자료로 훌륭하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네트웤 덕분에 놀랄 정도로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글로벌 시스템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비밀스런 대화와 은밀한 만남을 충분히 관찰해온 나는 여기에 음모가 도사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엇다. 실제로 이들 엘리트들은 서로의 의견차에 고통을 받으며 대부분의 음모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좌절한다. 세계지배에 대한 오래된 환상은 그저 헛소리에 불과하다.

유대인인 나는 ‘전세계를 지배하려는 유대인의 음모’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렇게 된다면 유대인 숫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지배기관의 내부조직에서 괜찮은 자리를 하나 얻을 가능성이 꽤나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음모는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 그 음모에 참여할 경우 비밀을 지키지 못할 것같아서 혹은 뉴저지 출신이어서 특별히 차별을 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까ㅓ지 나는 과거 수천년에 걸친 유대 역사의 주요 사건들, 예컨대 추방과 이단자 탄압, 나치의 대학살, 적들로 둘러싸인 사막에서의 국가 건국, 그리고 잔인한 증오와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그 많은 사건들의 주도자가-희생자가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주장에 항상 놀란다. 유대인이 절말로 그런 음모를 주도했다면 그들은 분명 모든 면에서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데이비드 로스코프)

‘슈퍼클래스’의 저자는 잇는 것은 음모가 아니라 세계를 지배하는 엘리트의 엘리트, 슈퍼클래스가 있고 그들은 집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증대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 엘리트간의 이해충돌과 의견충돌은 엄연한 사실이며 음모론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한다.

반세기 이상을 월스트리트에서 보낸 이책의 저자는 비즈니스 엘리트들의 네트웤의 중심에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연결이 되었다. 이책에는 수많은 거물 경영자들과 정치인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ITT 회장이었던 제닌,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한 스티브 로스, GE의 잭 웰치, 등과 같은 거물 비즈니스맨은 물론 뉴욕시장, 뉴욕 주지사, 닉슨 대통령, 여러 의원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이책의 저자는 많은 월스트리트의 엘리트들이 그랬듯 비즈니스와 정치의 경계를 넘나든다. 뉴욕시의 공직을 맡기도 하고 프랑스대사를 지내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유대인 금융가인 저자는 음모의 참여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책에는 그런 음모론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 그런 음모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책은 원제인 dealings가 말하듯, 월스트리트 투자은행가가 자신이 해왔던 거래에 대한 회고록일 뿐이다. 여기엔 어떤 음모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단지 투자은행가의 비즈니스 현장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가치가 있다.

'탐욕은 좋은 것이다' 우리가 월스트리트라면 떠올리는 말이다. '월스트리트'란 영화에서 고든 게코가 한 이말은 우리가 월스트리트라면 떠올리는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실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는 정말 탐욕이 좋은 것인가란 의문을 던지게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가 원래부터 그런 곳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책의 저자가 처음 투자은행에 들어가 자신의 경력을 쌓던 시절에는 그랫다.

저자는 거의 평생을 라자드 투자은행에서 보냈다. 저자는 처음 입사했을 때 사소한 사고를 친다. 저자가 라자드에 들어간 것은 아버지와 회사의 대표인 마이어와의 인맥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정 모르는 젊은 저자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마이어 씨는 사무실에 선 채 처음으로 그와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그의 질문 속에 담긴 비난을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견습으로) 2개월 동안 근무한 후 (정식사원이 되어) 주급이 50달러로 인상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에게 감사의 편지를 쓸 생각조차 못했다. 이는 '가족'의 일원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마이어 씨의 배려로 채용되었든 아니든 '가족'의 일원이 된 이상 가족답게 행동해야 했다는 말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가족'이란 말은 말 그대로엿다. 당시 투자은행들은 주주들의 것이 아닌 파트너들의 공동소유였고 이익이 나면 가족기업처럼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관계는 내부만 아니라 외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이어는 라자드를 가족중심체제의 기업체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다른 투자은행들처럼 라자드는 여러 세대를 거쳐온 특정한 가족중심체제의 기업들과 오랜 개인적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리먼브러더스와 군로브, 딜리온리드 그리고 골드만삭스처럼 라자드 역시 유대계 기업으로 인식되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건실한 고객관계를 구축했으며 모건스탠리, 이스트만 딜론같은 비 유대계는 그들대로 그들만의 관계를 구축했다." 당시의 투자은행은 J P 모건이 살아있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High finance란 말이 쓰이던 그 시절의 은행업은 광고가 필요 없었다. 물론 소도시의 작은 은행들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은행들처럼 지점을 내고 크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물들에게 그런 것은 잔챙이들의 코묻은 돈을 만지는 하찮은 일이며 자신과 같은 ‘고귀한(high)’ 은행가가 할 일이 아니었다.

‘고귀한’ 은행가가 할 일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귀한 거물들의 돈을 굴려주는 것이었다. 론 처노는 그런 금융귀족들의 영업방식을 관계형 거래라 부른다.

모건 시절의 고급금융이 몰락한 전후에도 그런 관계형 거래는 살아있었다. 투자은행 자체도 투자은행의 고객도 같은 올드보이 클럽에 속했기에 말 그대로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마이어씨는 이 회사의 문화를 구축했다. 그는 이 회사의 투자은행가들에게 라자드가 활동의 양보다 질을 추구하며 우리가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사라는 믿음을 주입햇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어의 시절 라자드에서 "리스크란 리스크를 만들지 않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 은행가인 신사들의 시절은 끝나가고 있엇다. 론 처노는 모건이 살아와 지금의 월스트리트를 걷는다면 뭐라고 할까 상상해본다. 모건이 살아있을 때보다 분명 지금의 월스트리트는 더 화려하고 커졌다. 그러나 모건과 같은 거인이 살았을 때 월 스트리트는 그렇게 화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힘이 있었다고 론 처노는 말한다. 모건이 살아 온다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가 화려하고 거대해진 것은 모건과 같은 거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월스트리트가 100년을 사이로 허우대만 멀쩡해진 것은 대공황을 전후해 금융의 지배가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며 금융의 몰락을 보통 금융교과서들은 탈중개화로 설명한다. 은행업은 자금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것이다. 은행의 힘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힘이 커지면 작아진다. 대공황 이전 강세장은 공급자들, 즉 개미들의 자금이 풍부해지고 잇다는 전조였다. 그리고 그 이후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힘이 막강해졌고 2차대전 이후 대중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자금도 풍부해졌다.

저자가 은행업에 입문한 시절은 바로 탈중개화가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거래 상대방보다 은행의 힘이 약해져 간 것이다. 그리고 은행의 약화는 은행의 모습을 바꾸어갔다. 더 이상 신사들의 여유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변화의 촉매는 1970년에 일어났다. 저자는 당시 뉴욕증권거래소의 이사로서 그 중심에 있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하나둘 파산상태에 들어갔고 저자는 라자드와 뉴욕 투자은행가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이사로서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3년을 분투한다.

저자가 월스트리트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때 이후로 투자은행의 모습은 변한다. 라자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객들이 거대해지고 자본시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거래를 잃어갔다. 그리고 증권거래의 수수료도 얄팍해지면서 은행들은 사면초가에 빠진다. 대안은 마찬가지로 거대해지는 것이었다. 올드보이 클럽 같은 목가적 분위기의 파트너십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았다. 이제 은행도 시장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싸구려 용병이 되어야 햇다. 신사의 시대는 끝났다.

“라자드는 성장했다. 1970년대 말에는 30명의 파트너와 250명의 직원들이 근무했다. 그리고 20년 후가 되면 이 회사는 1,000여명의 직원과 69명의 경영이사들이 일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원들이 저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떤 속도로 흘러가는 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라자드에서 내가 그렇게 할 수 잇는 날들은 끝났다.

또 한가지 문제는 회사가 내가 거의 열정을 느끼지 않는 분야로 과감하게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어의 후임인) 마이클은 거대 시장 참여가 우리의 성공적인 인수합병 비즈니스와 비교적 많지 않은 우리의 증권인수능력을 보완하는 데 필요하다고 믿었다. 라자드가 추가적인 트레이딩 기능을 갖춰야 하는지 논의햇던 경영이사 회의에서 나는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무시되었다. 조만간 수익성이 있고 위험성이 낮으며 자본 집약적이지 않은 자문사업이 위험성이 높고 자본집약적인 트레이딩 활동을 보조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차대조표상의 이런 불일치가 회사 내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만들 것이다.”

마이어는 라자드를 작고 가족적인 회사로 유지하려 애를 썼다. 그 시절에 투자은행업에 뛰어든 저자는 자신의 일을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하고 주주들에게 수익을 주는 것을 돕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몇십년이 지난 지금 안정된 금융의 원칙은 걷잡을 수 없는 탐욕에 짓밟혔다. (투자은행업의 주업무 중 하나인) 합병은 단순한 딜일 뿐인 추상적인 금융거래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가동 중인’ 기업들이 하는 일이나 제조한 물건 혹은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벌어질 일과는 거의 무관하다. 수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기업들이 도산할 때 그 지역이 붕괴되는 것은 딜을 성사시키는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의 사람이 과 과정에서 얻게 되는 놀라운 부가 전부가 되었다.

나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RJR-나비스코의 합병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다. 커다란 딜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직원들과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결과들은 대부분 무시되었다. 높은 레버리지의 투기시대엿다. LBO와 정크본드들 말이다. 은행가들은 기업을 휘젓는 것과 달리 투자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그때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낸 관행과 마음가짐, 세상을 바라보고 시장을 조종하는 방식들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리먼을 파산으로 몰고 간 투기적인 도구인 모기지 기반 금융 파생상품의 번들이 정그본드의 사생아였다. 성공적인 LBO가 진행되는 동안 경영자들이 챙겼던 막대한 보수가 오늘날 거대한 월스트리트 보너스의 선구자엿다.”

이책은 저자가 라자드에 처음 입사했던 40년대 후반부터 저자가 프랑스대사로 라자드를 떠난 90년대 후반, 그리고 리먼브러더스에서 일한 2000년대 후반, 그리고 리먼브러더스에서 나와 다시 라자드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50여년을 포괄한다.

그 긴 시간 전체가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월스트리트에서 자신이 반세기를 보내며 겪은 일들의 무용담을 말한다.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 광고사에 언제나 언급되는 에이비스의 광고이다. 이책의 저자가 맺은 빅딜의 첫머리에 오는 인수합병건이었다. 에이비스를 시작으로 이책에선 60년대 인수합병 열풍의 선두엿던 ITT의 인수합병들을 말하고 RJR 나비스코, GE의 RCA(NBC의 모회사)인수, 마쓰시타의 MCA 인수 등이 말해진다.

저자는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투자은행가가 어떻게 딜을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 거래기회를 만나고 사람들과 신뢰를 쌓으며 협상을 어떻게 했는가 등 거래의 현장을 그려준다.

저자가 이책에서 소개하는 딜들은 경영사에 기록되는 큰 건들이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책이 큰 가치를 갖기에 부족하다.

월스트리트에서 거물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저자의 경력은 금융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제의 혈관이랄 수 있는 금융은 정치와 연관될 수 밖에 없고 그런 일에 종사하면서 공공성에 눈을 뜨게 된다. 그렇기에 나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는 금융인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책에서 저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70년의 금융위기와 75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뉴욕시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었다. 위원회를 조직하고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실행해 하루 하루를 넘기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했는가가 잘 그려진다.

경영사에 남는 빅딜들과 금융사에 남는 큰 사건의 인사이더의 기록이기에 이책은 처음에 언급했듯이 월스트리트 역사의 좋은 자료이다. 이책은 누구나 읽을 책은 아니다. 금융사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금융과 금융사에 대한 나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경지식이 있고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권할만한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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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조건: 문명의 충돌 | 인문/사회/역사 2011-08-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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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국의 탄생

피터 터친 저/윤길순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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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번역서의 제목이 저자가 직접 붙인 제목보다 좋은 경우이다. '전쟁 그리고 평화 그리고 전쟁'이란 원제는 책을 읽다보면 의미가 드러나지만 책을 읽지도 않은 사람에겐 의미가 불명이다. 한때 ~~ 시대란 제목이 유행한 것처럼 xx의 탄생이란 제목이 쏟아지지만 '제국의 탄생'이란 번역 제목은 책의 내용을 잘 알려준다. 탄생과 몰락 또는 제국의 일생이란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역사 상의 제국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다루는 이책의 제목으로 적당하다.

제국에 관한 책은 많다. 그러나 제국이란 주제를 잘 다룬 경우는 드물다. 요 몇년 동안 나왔던 책 중 그래도 가장 잘 만들어진 책으로는 '제국의 미래'를 들 수 있다. 제국은 다민족국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제국의 핵심에는 항상 하나의 민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하나 이상의 민족이 주도권을 행사할 경우 제국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합스부르크 제국이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로 평화롭게 분리된 이유는 제국의 주도민족이 스페인의 카스티야 민족과 오스트리아의 독일인의 둘 이상이었기 때문이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불안정했던 이유도 독일인과 헝가리인의 두 민족이 제국의 주도권을 다퉜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국은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민족을 포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국의 안정성은 다른 민족을 포용하는 관용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제국의 미래'에서 에이미 추아가 하려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20% 부족한 말이기도 하다. 에이미 추아가 두꺼운 그 책에서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책이 나올 당시 부시 정권의 불관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지만 역사학의 입장에서는 그리 높게 쳐주기 힘들다. 관용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관용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고 어떤 조건에서 사라져가는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제국에 대한 일반이론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에이미 추아는 역사학자가 아니고 그책의 의도가 제국의 일반이론을 세우려는 것도 아니니 그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국에 대한 많은 책들이 일반이론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어 제국이면 관용이 있어야지 하는 수준의 인상론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도 아니면 기번의 기죽게 두꺼운 책처럼 몇몇 제국의 역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지금까지 나온 제국에 대한 책 중에서 발군이다. 이책은 제국이 왜 거기서 그때 등장하고 왜 그때 망했는가에 대한 일반이론을 제시한다. 대담한 시도이다. 더 좋은 것은 그 이론이 한두페이지에로 요약할 수 있게 간단명료하면서 역사상의 제국들의 역사에 적용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간이 집단을 만드는 이유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도 규모가 클 뿐 그런 집단의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제국은 어떤 집단이냐는 것이다.

저자는 집단의 기초단위로 문명을 말한다. '사람들을 무리 지을 때 많은 민족을 합쳐서 가장 넓게 무리 지은 것을 문명이라 한다. 나는 그런 존재를 민족을 넘어선 공동체라느 뜻에서 초민족 공통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문화적 차이는 서로 다른 초민족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제국은 초민족 공동체의 변경(frontier)에서 자란다고 말한다.

왜 변경인가? 변경에선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충돌은 변경의 사람들에게 선택압력으로 작용한다. 저자가 드는 예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를 말하자면 미국은 전형적인 변경에서 성장한 제국이라 저자는 말한다. 유럽문명의 변경이 된 북미에서 미국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은 서로를 못잡아 먹어서 난리였다. 싸움은 거의 400년을 이어졌고 그 충돌에서 미국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기준이 미국에선 인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선 유럽보다 인종차별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본다.

미국과 대비되는 예는 러시아이다.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의 유목민과 슬라브 농경인들의 충돌은 러시아의 정체성을 만들었고 여기서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기준은 그리스 정교란 종교였다. 로마 역시 켈트족과의 투쟁에서 태어난 제국이다.

그러면 이런 충돌이 왜 제국의 배경이 되는가? 집단역학 때문이다. 계속되는 충돌은 집단역학이 갈등보다는 협력이 우세하게 만든다. "집단마다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정도가 다르고 따라서 결속과 연대의 정도도 다르다. 이븐 할ㄷ둔을 따라 나는 이런 집단의 속성을 아사비야라고 부른다. 아사비야는 사회집단이 집단적으로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아사비야는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변수이다. 집단마다 그 양이 다르고 집단 내에서도 그 양은 변해간다.

변경의 생존압력은 아사비야를 높이고 아사비야가 높은 민족은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들은 제국의 핵심을 이루는 '제국민족'이 된다.

제국은 관용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관용은 변경 너머의 그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 관용은 변경 안쪽의 우리란 말을 쓸 수 있는 민족들에게 적용된다. 변경 너머의 그들은 '우리'를 정의하는 정체성의 대립항이므로 관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로마인들은 관용으로 이름 높았다. 그러나 로마인들이 제국민족이 되도록 한 켈트족에 대해선 관용이 적용되지 않앗다. 켈트족을 받아들인 것은 변경이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게르만 지역으로 확장된 후이다.

아사비야란 개념은 제국의 건설만 아니라 제국의 해체도 설명한다. 제국의 건설은 변경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협력을 위한 즉 아사비야를 높엿던 타자를 밀어내면 필연적으로 고수준을 유지하던 아사비야가 약화될 조건이 만들어진다. 그 충분조건을 필요조건으로 만드는 것은 불평등의 심화이다.

선택압력이 작용하던 변경에선 빈부차가 심할 수 없다. 그러나 제국이 만들어지고 전쟁이 평화로 바뀌면 통합의 단계와 분열의 단계가 반복되는 세기적 순환이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국은 안정과 내부 평화를 가져오지만 그것은 안에 미래에 혼란을 낳을 씨앗을 가지고 잇다. 안정과 내부 평화는 번영을 가져오고 번영은 인구의 증가를 낳는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는 인구 과잉을 낳고 인구 과잉은 임금 하락과 지대 상승, 평민의 1인당 소득의 감소를 가져온다. 처음에는 낮은 임금과 높은 지대가 상류층에 유례없는 부를 가져다주지만 상류층의 수가 증가하고 탐욕이 늘면 그들도 소득의 감소를 겪기 시작한다. 생활수준의 하락은 불만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엘리트층은 국가에 의지해 고용과 추가 수입을 얻으려 하고 그래서 국가의 지출은 늘어나는데 사람들이 갈수록 빈곤해져 세수는 줄어든다. 국가재정이 무너지면 국가가 군대와 경찰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면 모든 제약에서 풀려나 엘리트층의 갈등이 고조되어 내전이 일어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해 민중반란이 일어난다.”

분열의 단계에서 빈곤의 원인인 인구과잉과 엘리트층의 과잉이 해소되고 사람들이 혼란에 넌더리가 나 통합을 바라는 마음이 강해지면 다시 통합의 단계로 들어선다.

저자는 세기적 순환의 한 사이클이 보통 2-3세기가 걸린다고 말한다. 제국은 보통 3-4번의 세기적 순환을 겪는데 그 후엔 아사비야가 완전히 소멸해 제국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로마제국이 멸망했을 때가 그런 상태라는 것이다. 침략해온 게르만족은 2-3만 밖에 되지 않았다. 최소한 수백배에 이르는 이탈리아인들이 저항하지 못한 것은 아사비야가 바닥났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천년 동안 중국은 4번 을 넘어서는 순환을 겪었지만 지금도 건재한 제국으로 남아있다. 그러면 중국은 예외인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제국이 3-4번의 순환을 겪고 무너지는 것은 제국이 태어난 변경이 제국이 건설되면서 초민족 공동체의 핵심이 되면서 변경이 밀려났고 변경이 밀려나면서 아사비야의 과잉 수준을 만들었던 조건이 사라졌다. 아사비야의 충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몇번의 순환을 겪으면 재고가 바닥난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변경에서 태어난 제국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과의 끊임없는 경쟁이 중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농경민족인 중국인은 유목민의 땅인 스탭을 정복할 수 없었다. 무력으로 유목민을 밀어내도 그 땅은 그대로 남을 수 밖에 없었고 전주인이 밀려난 자리에 다른 유목민족이 들어와 다시 변경은 부활될 뿐이었다. 중국이 수천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변경이 언제나 거기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럽국가들의 형성 역시 변경이론으로 설명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페인은 무슬림과의 변경에서 태어났고 프랑스는 이민족과 충돌한 북프랑스의 변경에서 태어났으며 독일은 (기독교 개종이전의) 슬라브 이민족과 충돌한 프로이센에서 태어났다. 그런 변경을 밀어낸 중세 이후 유럽 역사는 세기적 순환의 좋은 예라고 저자는 말한다.

“첫번째는 13세기 중세 전성기(통합의 단계)고 뒤이어 14세기의 위기(분열의 단계)가 왔다. 두번째 물결은 르네상스(통합의 단계)고 뒤이어 17세기의 위기(분열의 단계)가 왔다. 세번째 물결은 계몽주의(통합의 단계)고 이것에는 혁명의 시대(분열의 단계가 뒤따랐다. 네번째 물결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통합의 단계는 평온했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시작되어 거의 20세기 내내 지속되엇다. 이 단계의 후반과 특히 1960년부터의 특징은 지속적인 가격 인플레이션이며 이것은 어떤 세기적 순환에나 일어났던 현상이다. 분열의 단계는 20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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