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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서평 2020-12-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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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
열린책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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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묘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시장, 악취가 심한 시장 생선 좌판 뒤에서 그르누이라 불리울 아이가 태어났다. 탄생과 동시에 버려질 위기에서 비명같은 울음으로, 사랑을 거부하고 생명을 선택한 셈이 되었다.

엄마, 보모 가이아르 부인, 무두장이 그리말, 향수 제조인 주세페 발디니, 라 타이아드 에스피나스 후작으로 이어지는 불운한 죽음. 그르누이의 떠남이, 행복을 맛보려는 그 순간에 죽음으로 뒤바뀌는 것은 단지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으로 정지시킨 체취를 수집하려는 그르누이의 앞으로의 행보를 암시한 것일수도 있겠다.

그르누이가 자신에게는 체취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타인의 냄새는 견디기 힘든 악취였을 뿐이었다.

183.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빠져나오고 싶어 한 것은 그냥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바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체취가 무취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소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향기만을 쫒는다. 마레 거리에 살던 그 소녀의 향기에 대한 기억이 그르누이를 더 갈증케 한다. '내게는 없는 것'을 더 목마르게 갈구하는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이 더 크게 보이고 느껴지는 탐욕과 공허감.

냄새의 없음보다 뛰어나게 타고난 후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이용했다면 그르누이도 평범한 행복을 누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냄새의 부재로 느끼는 존재감의 상실. 그르누이는 상황에 따라 쓸 맞춤 향수로 자신의 허울뿐인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사람들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르누이의 의도대로 그르누이를 평가하고 대했다. 바라던대로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딸을 잃은 앙투안 리시와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그의 걸작인 '인간의 향수'라는 가면을 쓴 그르누이를 찬양하기 까지 한다.

384.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 ~ 이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아무도 그걸 거역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꼭 한 군데 있으니, 그곳이 바로 그르누이 자신이다. 그는 이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걸 바르고도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르누이는 향수라는 가면을 썼지만 우리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명예,지위,부,미모,학벌...

향기가 사라지면 더이상 향수가 아니듯이 내면을 채우지 못한 장식은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나와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들을 혼동하는 어리석음이 없어야 하겠다.

무생물에서 생물로 실험을 넓혀가며 냄새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거리낄 것이 없었던 그루누이,그에게 없는 것은 체취가 아니라 감정을 담은 인간성이 아니었을까?

그토록 갈망하던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가지고서도 결코 채울 수 없던 내면과 인간성이 자신을 비극의 마지막 제물로 삼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르누이, 그가 진짜 갖고 싶었던 것은 좋고 나쁨을 떠난 인간성 그 자체와 존재감이 아니었을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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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존 스튜어트 밀 선집 | 기대평 2020-12-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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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니 딱 제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의 도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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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 기대평 2020-12-2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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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 블랙코미디. 전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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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눈먼 자들의 도시 | 기대평 2020-12-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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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극찬 받은 소설.흠뻑 빠져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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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 서평 2020-12-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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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래시계 외

로버트 바, E. P. 버틀러,로드 던세이니,헤스케스 프리처드,K. O. 프리처드,아서 모리슨,바로네스 오르치,코너스톤(도서)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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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로버트 바 외 (지음) | 이정아 (옮김) | 코너스톤 (펴냄)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이 요사이 부쩍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의 추리 소설은 사회파 소설이라고도 불리우며 한 번씩은 고민해봐야 할 심층 사회 문제를 담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이에게 읽히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고 패륜적인 내용도 많아서 적잖은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래서 권했던 고전 추리 소설! 셜록홈즈 시리즈를 시작으로 아들과 함께 읽는 고전 추리소설의 재미가 쏠쏠하다.

<거브탐정, 일생일대의 사건>에 등장하는 파일로 거브는 수사를 하러 나갈 때면 상황에 맞는 변장을 하고 나선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변장한 거브를 알아보고 추종자들은 열광하며 그를 따른다. 모두가 알아보는 변장을 왜 하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탐정 거브씨! 범죄 행동을 가능한 한 가장 똑같이 재연해보며 아주 사소한 디테일조차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웠던 단편은 <두 개의 양념병>이다. 낸시 양의 살인사건은 그녀의 남자 친구를 의심케 하지만 시체도 없고 증거도 없이 심증만 있을 뿐이다. 그를 범인으로 확신할 수 있었던 단서가 양념 넘누모라니! 고기에 뿌려 먹는 양념인 넘누모를 두병이나 사간 그는 채식주의자 였던 것이다.

그 밖에도 기행을 일삼던 숙부에게서 "네가 받을 재산은 서재의 종이 틈에 있단다."라는 수수께끼 유언장을 받은 조카와 유령의 출몰 등 소재면에서는 1권 살인자보다 2권 모래시계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모래시계나 하치만 신상, 마사무네 검처럼 개인사나 사연을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동료들을 배신하고 강도짓을 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가지 얕은 꼼수를 낱낱이 풀어내는 탐정 노벰버를 보며 탐정의 기발함과 창의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진실은 때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사건의 목격자들을 따라 동선을 파악해 나가던 자문 탐정 휴잇은 사람의 눈만큼 속이기 쉬운 것이 없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 억울함도 풀어주고 범죄 집단까지 일망타진하는 통쾌함을 준다.

그리고 역시 고전 추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밀실 살인이 여기 <바다 건너온 살인자>에 등장한다. 세계 각지의 희귀한 골동품 수집가였던 디컨. 패닉룸처럼 겉에선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공간, 그 곳에 답이 있었다.

미제로 남은 사건들은 여자가 관계되어 있지 않거나 아주 영리한 여자가 교묘하게 경찰의 눈을 피했기 때문이라는 견해에 '프로비던트 은행 절도'는 후자의 경우였다. 수사에 혼선을 주며 범인을 보호하려 했던 여인과 그녀가 그토록 교묘히 숨겨주고 싶었던 범인의 정체는?

과학적 지식만으로 범인을 잡은 탐정도 있다.한 권의 책위에 놓인 물병을 보고 사건의 트릭을 밝혀내는 능력이라니! 들어는 봤는가? 살인의 공범이 햇빛이라는 사건을.

레트로 열풍에 고전 추리소설도 한 몫하기를 바래본다. 신사적인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리소설도 역시 고전.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코너스톤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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