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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맞는 책 | 기본 카테고리 2008-03-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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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흔해 빠진 수법

호시 신이치 저/윤성규 역
지식여행 | 200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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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찬사와 엄청난 판매부수로 매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가의 시리즈, 대단히 기대했던 것만큼 신선하고  독특하다.

쇼트쇼트 스토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만큼(만들어진거 맞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속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반전이 공식처럼 나열된 점과 그냥 짧은 이야기정도로 넘어가도 되면 이 책의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평범한 주인공들을 상대로 특이한 인물들이 거래를 하거나 도움을 주는 구도가 스토리들의 주요 구조인데 거기에 SF적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 귀신과 영적인 세계를 넘나드는 스토리까지 단편집 한 권 안에서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 몇몇은 짧지만 곱씹어 볼수록 긴 뭔가를 담아냈다.

그것은 놓쳐버린 기회나 도전해야했던 과거, 인생일수도 있고, 진리일수도 있고, 때로는 요지경같은 세상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씁쓸하고도 묘한 웃음기가 돌게 만든다.

머리속에 고정관념처럼 굳어져있던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뒤집는 이질적이고 새로운 결말을 선보이지만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 스토리들은 그냥 한 번 듣고 잊혀지는 우스갯소리들에 불과해진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버리는 신'에 등장한 청년은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인간상의 표본이지만 작가는 그의 미래를 뒤엎어버린다. 그 무능력을 토대로 그를 성공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엔 뭐하지만 나름의 재미와 대리만족 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들이 많다.

주변인들과의 관계 때문에,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나의 나태와 고정관념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미래와 기분좋은 희망을 안겨주는 사기집단들, 우연과 행운의 교차지점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 등 짧지만 굵직한 스토리들에서한 번 쯤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꺼리들을 발견해낸다.

대단히 위대하다거나 깊이가 있는 큰 교훈을 던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머릿속이 늘 복잡하고 업무와 환경에 찌든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인 거 같다.

꽤 많은 시리즈를 낸 것 같은데 계속해서 흔해빠진 수법(^^)으로 일관할 것인지 기대도 되고, 무엇보다 그의 넘치는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부러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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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혜... | 기본 카테고리 2008-03-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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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지혜

에구치 가쓰히코 저/김활란 역
징검다리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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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고도 단조로운 일상에 때로는 문장 하나가 단비같은 촉촉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말하자면 육체는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그에 반해 정신은 정지되어 있는 느낌...거기에 촌철살인의 한 문장이 생각을 정리시켜주고 '다시'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명언집에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가 된 거 같다. 명언이라는 것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남겼다한들 순간의 감동에 그친다면 사실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명언을 읽고 긍정하지 않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그것이 내 생활과 연관되어 실천으로 이어질 때, 진짜 나를 빛나게 하는 위대한 지혜가 되는 것이다. 해야하는 일이라 억지로 하고 있는 것과, 내가 할 일이라면 즐기면서 하겠다, 는 겉으론 둘 다 하고 있는 것이 되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느낌이나 그 결과는 무척 달라진다.

이 책에는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일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성공과 연관된 마음가짐의 시작을 알려주는 좋은 글들이 많다.

그래서 확인사살 당하는 것 같이 찔리고 아프기도 하지만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역사상에 거의 한 번은 언급되었던 많은 인물들의 명언들을 통해 그 말을 남긴 사람의 상황과 연결시켜 보는 것을 나는 명언집의 묘미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읽는 편이다. 물론 인물 전부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러다가 지금의 나를 정리시켜주고 정진시켜주는 한 문장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성공이다. '자기실현' , '자기계발'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하지만 자기실현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어설픈 노하우나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방법적인 측면들만을 전달하는 책보다는 지금의 나를 정리시켜주고, 앞으로의 내 모습에 파고들 수 있는 한 문장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이 책에서 건진 글들이 아주 많아 대성공이다.

책을 읽는 것도 필터링 과정을 거쳐야한다. 남들이 좋다고, 위대하다고 떠든다 한들 뒤돌아서면 잊혀지고, 남의나라 얘기같이 받아들여지는 글들도 얼마나 많은가. 부연 설명 중에 그런 진부한 말들이 꽤 많이 나오긴 하지만

실천하고픈 수십개의 문장들이 내 마음에 남았다면 구구절절 옳기만 한 진부한 설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별하고도 독특한 책을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왜냐하면 진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명언이라는 것도 재확인 정도에서 그칠 뿐,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에게 책의 가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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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의 조우 | 기본 카테고리 2008-03-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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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저/박경희 역
미디어2.0(media2.0) |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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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는 것들의 실상을 본 듯한 느낌이다. 그것이 한없이 비틀어지고픈 마음이어서, 폭력과 변태성욕과 두려움, 어둠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점철된 본능이어서 섬뜩해진다. 눈으로 읽고 있지만 머리 속으로는 그려지고, 거기에 내 경험과 생각이 결합되며 기묘한 변주곡을 탄생시켜내는, 제대로 소설을 읽는 맛을 찾아준 [첫사랑, 마지막 의식]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몇 프로나 믿을 수, 아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간으로 치자면 지구상의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게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아니겠나. 단편들로 묶여져 있지만 읽으면서  작가가 자라면서 꽤 깊고 어두운 기묘한 경험들을 했거나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거란 일관된 생각이 들었다.

각 단편들엔 주변의 어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거나, 영적인 유산으로 물려받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증조부의 일기장을 보물처럼 간직하며 분석하는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은 일기장을 통해 알아낸 입체기하학으로 아내를 사라지게 한다. 그 사라짐이란 것이 피를 흘리게 하고 육체적인 상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지우고픈 '진짜 살해'여서 한없이 공감되면서도 찌릿하다. 또한 여동생을 강간하는 어린 아이와 두 살짜리로 키워졌던 엄마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 ,배우였던 할머니의 강요에 다른 모습을 강요당하는 가장무도회 등에서 어른들을 향한 비틀어진 시각과 무시, 모순 등 너무 현실적이라 알고 싶지 않은,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많은 감정의 그늘들을 무시무시한 내공으로 빠져들게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사건의 결과 그 밑바닥에는 슬픔과 무료함, 외로움, 일상의 폭력, 사회와 어른에 대한 분노라는 무의식의 세계가 깔려 있다.

인간 내면의 악마성과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자기방어,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을 발현시키게끔 주인공들을 조종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은 글 하나로 읽는 이를 압도한다. 불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 불쾌함마저도 너무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기에 생기는 문제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들 하지만, 잠재되어 있는, 어딘가에서 상처받고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많은 감정들은 때론 뒤늦은 출현으로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게,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것도 결정적일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나비'의 외로움에 찌든 주인공은 한 소녀를 살해하지만 죄책감이나 당황스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 두 살로 키워진 성인 남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벽장 안에서 살고 있으며, 아무도 모르는 기쁨을 간직하고픈 소년의 이야기-'여름의 마지막 날'에선 그 기쁨과 추억을 담아둔 보트가 뒤집어 진다. 이 소설은 가책이 없고 담담한 비행과 기대와는 다른 상황들의 연속이다.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과 사회의 규범이 만났을때, 비정상적이고 원칙이 없는 인간이 두려워하던 상황에 직면했을 때, 탐미적인 무의식의 세계가 환상과 결합했을 때 등 보이지 않는 과정들의 결과를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린다. 각자의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실험적인 소설을 읽는 것을 늘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 작가의 전작과 후작이 기대되는 경험까지, 이언 매큐언의 글을 만난 건 최고였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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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되어가는 가치 | 기본 카테고리 2008-03-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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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촌 불륜사유서

파멜라 드러커멘 저/공효영 역
담담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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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참 호기심 많은 흥미로운 존재이다. 예전같으면 입 밖에 내기 어려워 쉬쉬했던 것들을 이제는 양지로 끌어내어 입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통계를 내고 자료화시켜 연구, 분석한다. [지구촌 불륜 사유서], 제목 참 거창하지 않은가.

저널의 기자 출신 기자가 전 세계 10여개국과 20여개 도시를 방문하며 밀도있게 파헤친 보고서는 과학적임과 동시에 인간적인 냄새가 풀풀 풍긴다. 불륜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찾아보고, 불륜 당사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으며, 불륜 피해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들을 만나기도 했다. 앉아서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고 목소리를 듣게 한 덕분에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불륜, 별 것 아니군, 그동안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어...하는 위험한 생각과 동시에 한편으론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란 생각도 든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과 믿음으로 맺어진 어쩌구저쩌구...하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아닌,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평생 한 사람과 섹스하는 것'이라는 정의로 보았을 때 이 책에 나온 많은 용기있는(?) 분들은 외도를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 어쩔 수 없었다, 뻔뻔형과 평생을 배우자에게 잡혀 속죄를 강요 당하며 사는 형도 있었다.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그것도 한사람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외도의 경험을 양자의 입장에서 보니 외도로 인한 피해는 어느 한 사람만이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외도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연구단체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결혼 생활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면 끝장이라고까지 말한다. 즉 편안함이 지루함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란 말인 것 같다.

 

불륜을 풍자하기 좋아하고 불륜에 관련된 사건들이 일상화된 프랑스를 파헤친 '5시에서 7시사이'는 대놓고 일부일처제라고 외치지만, 정치적 외침은 존중하되 뒤로는 할 거 다하는 인상을 받은 미국과 달리 예상에서 빗나가는 면들을 볼 수 있다.

숨겨진 가족을 두고 있던 미테랑이 국민들을 두려워했다는 것과 그의 딸이 인생, 불륜이 유행하는 정계, 그리고 어정쩡하게 외도의 이유를 대는 미국이나 기타 국가들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확실한 외도의 이유가 있는 프랑스를 볼 때 참 흥미롭고도 여러부분이 공존하는 복잡한 나라인 것 같다. 불륜의 기본을 '신중함'으로 본다니, 외도의 기간이 미국보다 길기 때문에 남들이 모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참으로 두 얼굴을 가진 프랑스가 아닌가. 불륜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인터뷰 대상에게 미국인들은 남들이 알지 않아도 신이 보고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해준 부분은 개인적으로 히트였다. 눈파랗고 머리 노란 나에겐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던 외국인들도 이렇게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역차가 있다.  

'불륜은 행복한 결혼의 필수조건'이라고, 외도가 의무화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성 상담치료사와의 인터뷰로 시작한 러시아는 사실 충격이었다. 외도를 바라지는 않지만 남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여성들은 외도는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 상태였고 굳이 외도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남성들과 외도 상태를 당당하게 밝히는 가혹한 진실공개에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충격 또 충격이었다.

물론 단면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 밖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섹스공화국 일본의 '일인용 이불'의 비밀-섹스리스 부부들의 일상들과 높은 에이즈 감염률의 남아공, 그리고 종교라는 특수한 지배원리 아래 있는 국가들의 불륜 등을 보았을 때 특수한 사회와 환경이 결혼과 불륜에 많은 작용을 했다고 하니 내가 속한 사회가 얼마나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새삼 재발견된다. 그것이 외도를 누르고 있던 인정을 하던 외도는 더이상 설교와 교육의 대상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단 말이다.

외도가 일시적인 육체적인 관계냐, 지속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관계가 되어버리느냐  하는 것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외도는 유혹적인 것이고 불륜에 빠진 삶은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덥지 않은 통계자료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가 파고든 나라들의 단면에서 느껴진 것은 이미 많은  나라의 결혼이, 부부관계의 믿음이 실종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들이 아직 더 많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순전히 미국인의 관점에서 쓰였지만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는 나같은 미혼자들에게 꿈과 소망(?^^)을 주는 한국의 부부들도 많다.

그것이 희망인 것이 아니라 당연히 결혼의 최고의 가치여야할 믿음이 이제는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이 안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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