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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해지는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09-10-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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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자들의 탄생

고경오 저
반디출판사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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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작품을 읽고 섬짓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래를 그리고 상상하는 일보다 더 두려운 일은 바로 나도 모르는 저 어두운 세계에 펼쳐져 있는 오늘이라는 것. <빌더버그 클럽>이란 책에서 엄연히 존재하면서 전세계를 주무르는 상위 1%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조금 분명해졌다. 작가는 판타지 장르를 섭렵하고 오랜시간 출간을 제의 받을 정도로 작가로 활동했으나 고사하고 출판업계에 종사했었다고 한다. 2000년도에 구상하여 오랜 자료조사를 통해 1년 반 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이 만약 판타지였다면 재미로 읽고 넘겼을 내용이지만 소설가는 당연히 누구나 개인적인 성향이 있으나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이 사회와 현상을 글 속에 녹여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랑의 트랜드이든 이 소설처럼 정치와 사회, 국가라는 배경에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하든.

 

재미있고도 무서운 소설이었다. 한 집안에서 동거하는 세 친구 오기호, 강병남, 유신한은 어느 날 술취한 강병남이 주워온 한 여자로 인해 인생이 뒤바뀐다. 바코드가 찍힌 여자는 전 세계를 지배하고 유린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가진 집단에서 찾는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도망자 신세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집단 - 회사- 에 맞설 병기로 훈련되어지는 그들이 계란이 바위치기꼴이지만 목숨을 바쳐 싸운다는 이야기다. 돼지독감을 비롯 전 세계에 퍼져 나가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우연이 아닌 치밀한 배후의 조종 아래 진행되었다면 어떨까. 인간의 분류를 네 등급으로 나누어 세뇌시키고 조종할 수 있다면?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허황한 픽션이 아닌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나름의 논리를 부여했다. 읽는이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소설에 따르면 정치와 권력, 나아가 국가도 이용할 수 있는 초엘리트 집단의 더러운 탐욕과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의 모순점 등이 서로 얽히고 섥혀 민중은 점점 고통 당하고 어리석은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분류되어진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믿어지니 큰일이다. 스케일도 비주얼도 좋은 소설이지만 마지막까지 인간적인 면에, 진정한 행복이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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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눈물 | 기본 카테고리 2009-10-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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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의 눈물

배명희 저
뿔(웅진문학에디션)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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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인 <와인의 눈물>이라는 말이 참 감각적이어서 찾아 보았더니 "순수한 물을 와인잔에 넣고 벽을 코팅했을 때와는 달리 눈물방울 같은 물방울이 맺혀서 와인잔의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현상" 이라는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번도 사랑을 완벽하게 소유해보지 못한 고독한 여자의 이야기란 평이 붙은 표제작인 '와인의 눈물'은 옛 남자와 현 남자인 직장 상사와의 사이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말을 검색해볼만큼 기대했다는 것이지 좋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여주인공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너무 익숙해졌고 절제는 아름다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내 문제일 뿐이다.

8개의 작품이 모두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서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형식의 수준은 평이하다.

작가들은 왜이리 소통의 부재와 답답함을 절제로 포장시키는 것을 좋아하는지...특히,  남편과 갈등하는 한 여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피그말리온 효과'와 막차를 기다리다 만난 한 남자에 대해 인생고민을 털어놓으려고 잔뜩 기대한 남자가 버스 운전기사와 마찰을  빚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마지막 버스'는 아주 좋았다. 또 허리를 다친 여인이 자신을 무척이나 서운하게 만들었던 남편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수술실에 들어가는 [눈물 한 방울]은 베스트 극장 같이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다. 열린 결말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집이고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소통을 기대했던 대상에 대한 실망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공감이 되고 좋았던 것 같다. 중단편의 신선함을 기대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노련미가 흐른다. 또 일상의 관계 속에서 교감할 수 없는 허무한 순간들의 발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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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의자 | 기본 카테고리 2009-10-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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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붉은 의자

주수자 저
송이당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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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 그리고 내게는 주수자란 생소한 얼굴과 이름, 그 덕분에 어쩌면 좀 더 신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단편을 좋아하고 단편이 주는 생경함과 많은 여운들을 늘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 장편이나 머리 아픈 독서에 지칠 때가 되면 일정 분량의 단편들을 영양제 먹듯이 섭취해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독서의 리듬이 유지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다가 만약 단편이 마음에 드는 작가라도 만날때면...그 작가의 장편을 기다리는 설레임이란...아는 사람만 안다.

 

표제인 <붉은의자>도 그렇고 입양, 유학, 혼혈문제 등 유독 갖가지 사연으로 인해 타국 생활을 하거나 고국을 방문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다 싶어 찾아보니 작가가 외국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체성의 상실과 자아를 찾지 못한 안타까운 그들의 모습을 더 현실적으로 인상깊은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분의 단편집은 마치 강렬한 베스트극장의 작품을 여러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도 그렇고...세련되거나 주제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도 없이,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감정은 골라내기 어려우나 아무튼 평범하지는 않고 가독성은 좋다. 단편은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매력적인 글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작품집에는 사람의 전생이나 미신적인 경향이 많이 드러나 있어서 독특하다. 이야기의 곳곳에서 인간의 정신문제와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에 주는 영향, 그리고 관계에서 나를 찾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겉잡을 수 없는 관계들 속에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등을 나에게서 찾고,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가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대체적으로 열린 결말로 표현한다. 내 수준에선 너무 빨리 끝냈다 싶어 혼란스러웠고, 때론 촌스럽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지만 독자들에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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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해야하는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09-10-0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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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든 페이스

살바도르 달리 저/서민아 역
문학수첩 | 200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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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에서 압도되었다가 읽다보면 화려하게 수 놓인 언어에 어지러워졌다가...그리고 마지막엔 스케일에서 주눅이 들어버린다.

1, 2부로 나뉘어지는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과 홍보문구에도 이야기했지만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화려한 이력을 드러내듯 마치 회화를 보는 것 같은데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감정 기복이 심해서 순간순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몰라 헤매기도 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현상을 그림 그리듯 묘사하는 재주 뿐 아니라 정신과 영적세계도 몽환적으로 묘사하는 재주를 지녔음은 틀림없으나 솔직히 내게는 조금 버겁고 어려웠다. 그랑데살레 백작과 솔랑주 그리고 베로니카와 벳카의 사랑을 큰 줄기로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언어의 향연을 펼쳐나가는데 1부를 읽고 내린 결론은 내용이나 문학적인 가치 등 다른 평가를 기다리거나 달가워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철저하게 자신을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의 소설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쓰려고 했다. 하지만 2부를 읽고 생각이 좀 달라지긴 했다. ^^

맹목적인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로 이처럼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재치있는 몇 줄은 이 소설을 놓을 수 없게하는 갈고리 같았다. 또 시대적 배경과 사조,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 귀족사회의 풍자, 전쟁 등 볼거리들이 정말 풍성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벳카와 베로니카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퍼붓는 질투와 모욕, 그러다가 다시 사랑을 하고...결국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지만 그 둘을 통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이 사랑이라는 느낌은 확실하게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랑데살레 백작의 캐릭터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이 엄청난 소설을 제대로 표현하고 평가할 능력이 내게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천재성을 드러낸 이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히든페이스는 작가의 룰에 말려들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읽다보면 잠깐씩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달리의 회화적 글솜씨로 인해 주인공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혼란스러움, 격렬한 기운과 뜨거운 열정, 버려진다는 모욕과 공포...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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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던 것처럼..멋졌다. | 기본 카테고리 2009-10-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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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작품에 <키친>에 열광하여 약간의 실망의 단계를 거치고, 그리고 다시 역시...바나나...하기까지...참 많은 시간을 우리 나라의 팬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 바나나의 작품은 적어도 나에게는 설레임이다. 모든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한 꼭지씩 사람을 휘어잡는 감성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공간은 늘 소설속에서 새롭게 반짝이며 재탄생한다. 이번엔 타히티다. 일주일간 직접 자료조사를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 실제로 마지막 부분에 사신과 스케쥴까지 참고하라며 담아두었다. - 그것이 부럽기 그지없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타히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된 것처럼 충만해진다. 그리고 타히티를 찾은 에이코의 사랑이 타히티에서 만난 독특한 인연들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드러난다. 강렬하면서도 절제되어있고, 차근차근 인물을 응축시켰다가 안타깝다...라고 여기는 순간에 터트리는 맛은 여전하다. 여행시리즈의 하나라고 하던데 바나나의 문학세계는 쉴 틈없이 새로운 시도로 여전히 잊고 있었던 감성들을 건드려준다.

 

에이코와 레스토랑 오너와의 사랑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나는 그녀가 추억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찡하게 다가왔다. 그또한 사랑이 더 확실하게 애틋하게 느껴지고 공감되게 만들기위한 바나나의 영리한 장치이겠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치유를 우연같아 보이지만 필연적인 관계 속에서 찾아내고, 진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단을 내려가는 과정이 에이코의 여행과 잘 맞아떨어진다. 바나나의 시선은 늘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들 주변을 맴돌고 있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하게 무언가 애정을 주며 가정을 꾸리길 원했던 오너가 원하는 사람이 바로 에이코였다는 사실은 읽는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에이코는 도시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무욕의 섬과같은 존재, 그런 그녀가 아내와 가정에서 상처받은 오너에게 사랑을 주기로 결심했을 때..아...하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차분한 회색빛의 에이코...무지개라는 이국적인 레스토랑에서 만난 진짜 그녀의 사랑의 빛깔은 오색찬란 무지개였다. 고민하고 있을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고 해야할까...좀 더 집중하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깊이를 알 수 없는 섬 타히티와 같은 맛이 우러나와 새삼 여행의 필요성을 깨닫게 만든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도 내게는 너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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