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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관점의 책 | 기본 카테고리 2009-02-2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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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의 자연사

애드리언 포사이스 저/진선미 역
양문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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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가 성욕이고 그것을 다루는 책들은  넘치고 넘치기에 오히려 피하는 편이었는데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섹스와 구애에 관한 에세이...라고 해서 엄청 기대를 했었다. 왠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함이 묻어나는 것이...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에세이는 아니고, 특이한 관점을 가진 저자의 대단한 지적욕구와 조금 무리라고 볼 수 있는 연관성들로 점철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섹스행태백과사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책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고 - 그도 그럴것이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 대부분 관심 밖의 식물이나 동물의 섹스를 다루는 바람에 오히려 관심있던 종이나 정작 인간의 성에 관한 부분은 지극히 적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여서 중반이후 급속도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칭찬해줄점이라면 챕터 소제목들을 너무 그럴듯하게 지었다는 것, 그리고 저 많은 종류의 동식물을 아우르는 성생활에 관한 정보를 모으려면 얼마나 이 작업에 공을 많이 드렸을까...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워졌다는 것...한 장르는 파고들어 연구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내용의 깊이와 심각성은 여느 책 못지 않은데 왜 자꾸 나는 읽으면서 웃음이 났는지 모르겠다. 윤리적인 측면과 이성적으로 인간의 섹스를 파헤치고 연구하는 건 좋은데 이 분, 완전히 동식물에게 감정을 이입한건지, 아니면 그것들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는건지, 아무튼 이 작가분께서 어이없게도 인간과 동식물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성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도 사실 기분 좋은 일은 아닌데(나는 최근 진화론이 깨지고 있다고 해서 당연히 반가워하고 기뻐하는 한 사람이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소중한 생명현상을 동식물들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쾌락이나 성의 윤리적 타락, 성의 아름다움을 식물에게까지 부여한 논리는 조금 오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꾸 웃음이 나왔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낙태와 강간, 성도착자, 영아살해, 근친혼 등을 적용시킨 것이 대부분 이름도 외우기 힘든 곤충이나 식물 등이었다는 것이다. 미안하게도 더 웃긴것은 그러한 점들이 인간에게서도 발견된다...식의 논리다. 

유사한 점들을 발견했다, 라는 논리에는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으나, 동식물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성격, 성적인 행태, 윤리적인 문제점 등이 인간에게도 있다, 그 논리는 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성의 자연사 백과사전으로써는 아주  훌륭한 지식과 정보가 많이 담겨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좀 무식하고 단순한 인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인류에게 있어서 섹스의 역할과 섹스가 지속되는 이유를 동식물의 생명과 생명 사이의 투쟁,  풀이나 야생화의 족외혼, 생식, 유전 등에서 찾고 싶지는 않다. 생태학적 진화론적으로 섹스를 하는 이유를 연구한 저자는 우리 인간 외에 다른 종들이 어떻게 섹스를 하는가, 와 왜 그렇게 하는지까지 이해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 같은데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나는 그것이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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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책... | 기본 카테고리 2009-02-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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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영어회화 측정기

Chris Woo 저
젠북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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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실력부터 말하자면 열두달을 영어단어로 외우는 것은 커녕 일주일을 영어단어로 말하는 것도 고개를 수십번 갸우뚱해야하는 정도라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학창시절 영어시간만 되면 시킬까봐 벌벌 떨었고, 말은 잘했다치더라도 스펠링을 써보라고 하면 공포의 시작이었던 좀 떨어지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을 훌쩍 넘어 어느덧 30대, 회사에서는 영어 하나쯤은 해 놓아야한다고 여기저기서 외치지만 기초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영어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고 무엇보다 학창시절 들어간 콩글리쉬는 체질이 되어버려서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주 반가운 책을 만났다. 나의 수준에 딱맞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선 내 실력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고통도 있었지만 그 쪽팔림은 잠깐이었고 새로 시작해도 되겠어, 하는 희망을 주는 책이다. 영어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과  네이티브들이 들으면 완전 어색할 생활영어들을 교과서에서 가르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다시 한 번 욱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대화들이 나오면 반가웠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는 것이 신기했다.

 

문제도 풀어보고 틀린 답들을 체크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고 중간중간 들어있는 영어공부 이렇게 하세요, 같은 팁들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말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대화할 때 하는 행동이라든지 반응들도 알 수 있었고 몰랐던 생활습관이나 문화, 유머, 예의 등 다양한 부분들을 넣어주어서 좋았다. 재미가 없는 책은 아무리 훌륭하다는 평을 듣거나 유명한 사람이 써도 몇 장 읽지 못하고 끝이었는데 이 책은 참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게 구성한 면들도 돋보이고 나같은  초보자들을 위해 문자에 나왔던 단어들을 설명해주고 주가 되는 사항 뿐 아니라 여러 부분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생활에서, 업무에서, 여러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주여서 실제 상황에서도 동움이 될 것 같다.

독자들을 배려하여 넣어준 cd는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고맙단 생각이 들었고(너무 어렵지 않은 것에 우선 안심...^^) 꼭 이 책과 함께 들으며 끝까지 마스터해보고 싶은 욕망이 불끈불끈 치솟는다. 이 열정을 지속시켜야할텐데...

영어회화...나도 잘하고 싶어졌다. 그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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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 기본 카테고리 2009-02-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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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하 미술관

김홍기 저
미래인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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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참 올바르게 잘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적당히 방황도 했고, 적당히 꿈을 위해 살았던 시절도 있었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시각과 따뜻한 마음씨, 고운 문장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닭살돋는 감정들이네요. ^^

애정어린 설명이 있어서 시너지가 더욱 빛났던 그림들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가의 말 그대로 웃음이 나고, 정리가 되고, 치유가 일어나더군요...물론 100%,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웃었습니다. 세상의 고통을, 현실의 아픔을 눈에 보이는 문제의 해결없이 그냥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다고? 고생을 안해봤구만...배가 덜 고파봤어...하구요. 그도 그럴것이 내일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미술관에 가서 좋은 그림들을 보라고 하면 화나지 않겠습니까...따라서 당연히 이 책의 소구범위는 어디까지나 적당히, 적당히 어렵고 여유가 없는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소중히 선별한 국내 작가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재미있고 쉽습니다. 스토리가 있다가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느끼라고 말하는 그림들도 있으며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어느새 마음을 열고 읽다가, 보다가 많이 웃게 되었고 유쾌해 졌습니다. 지적인 욕구나 부담없이 감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이 글이, 그림이 내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적당한 내 환경에, 마음상태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명언들 뛰어나지도 않은 머리에 담아두려고 애쓰지 말고 이처럼 곰살 맞다가도, 유머스럽다가도, 조곤조곤 메시지를 속삭여주는 그림 한 점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나를 밝아지게 하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마지막 세상의 모든 시름들아>챕터에서는 하나같이 가슴이 애려와 참고, 쓸어내리며 감상했더랬습니다. 역시 그림이 길이 되고, 희망이 되고...그런 추상적인 것들보다는 현실을,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을 꺼내게 해주는 그림이 내게는 맞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하나같이 주옥같아서 많이많이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정성을 들인 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은 챕터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결국 행복하라고...말합니다...수많은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들 속에서 단순하지만 빛나는 충고, 행복하세요...가 이상하게 위안이 됩니다. 그 위안을 함께 느끼고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도 아마 이 그림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겠지요...엄청난 방문자수를 가진 스타 블로거라고 하지요, 그의 약력은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진심을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그의 블로그가 궁금하지만 참아 보렵니다.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 것은 잠시니까요. 습관처럼 찾게 될까봐 사양하고 그림에서 빠져 나와 여전한 내 현실로 돌아가지만 나는 어쩌면 조금...달라져 있겠지요...이 책에서 찾아낸 내 마음의 벽에 걸린 그림 몇 점이 환한 창이 되어 주겠지요. 참, 고맙습니다. 수집하려 애쓰지 않아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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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판타지는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09-02-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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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족판타지

김별아 저
북스캔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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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본인은 모자랄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말했지만 가족을 많이 미워했었고, 가족에게 마음으로 지은 죄가 큰 나는 소설가가 쓰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많이 기대했었다. 읽어보니 가족 관계 백과사전이라고 불려도 좋을 것 같다.

동생과 으르렁대며 이를  갈면서도 얇은 옷 나풀대며 나가면 찬 바람이 내 마음에 불어 종일 불편하고, 부모와 싸우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가도 밥상이 차려지면 마주 앉아야 하는 원망과 자조가 섞인 그 지긋지긋한 관계가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기에 예전같았으면 피식 비웃고 넘어갈 식상한 부분과 사례, 작가가 독자에게 느끼길 원하는 감성마저도 따뜻하게 와 닿는다. 

그렇다. 피할수도 없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들...내게 상처를 주고, 내가 하는 모진말을 받아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는... 때론 잔인하리만치 끈질기고, 벗어나야할 불행한 모습과 모양을 가진 가족까지...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관계를 정의하기 위한 시도와 방법이 늘 새로워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례나 여러부분의 진부함은 차치하고서라도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그리 크지는 않다. 그동안 따로 따로 다루어온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모아놓았다. 가족, 결혼, 남편, 아내, 아이...가족의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특히 마지막 챕터들...자식에 관한 이야기들은 애도 낳아보지 않은 처녀 가슴을 한없이 짠해지게 하고 많은 것들을 준비하게 만든다...나도 그렇게, 눈을 떼지 못하다가, 손을 떼지 않고, 그러다가 마음을 떼지 못하게 되는 자식들...그들에게 나도 그렇게 해주어야지...하고 마음먹게 만든다.  

 

나는 나 자신, 개인을 포함하여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족이라는 작은 범위보다는 가정, 가문이라는 말이 더 맞겠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별도, 인종도, 국가도...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 가족은 특히 더 선택할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해서든지 붕괴되어가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재발견 되어지기를 늘 바라는 마음 하나와 동시에 아예 가족이라는 가치는 새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가 엉켜서 싸우고 있었다. 나 자신은 결론 내리지 못하면서 혈연이 아닌 그 무엇, 그것이 있지 않을까...하고.

그런데 생각을 바꾸었다. 새롭다고 해서 내 가족관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내가 억지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게다가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진부하고 새롭지 못한 단어가 아닌가. 지금이 좋다. 뒤엉켜서 싸우고, 갈등하고, 화해하고...나 자신을 있게 한 근원,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사회를 배우게 하고 관계를 알아가게 하는 내 가족. 가족 판타지는 없다. 

이제는 얄궃게도 효도라는 말이, 형제애라는 말이 간지럽지 않게 느껴지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살짝 기쁘다.

책이 기대만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책이 내게 주는 영향력이 근사했기에 좋은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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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응원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09-02-0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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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마모에

기리노 나쓰오 저/김수현 역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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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후기도, 서문도 없이 556페이지, 있는 그대로 니 상황에서 느끼라는 것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가 뿔났다.>를 이야기하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봤더니 드라마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현실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의 헤자씨에겐 속은 좀 상하게해도 고운 마음씨를 가진 자식과 주변인물들이 있지 않았는가. 내 어머니뻘 되는 이 여자 도시코...에게 닥친 고난은 좀 가혹하다.

 이제 59살, 샤워하러 들어간 남편은 나오지 않았고 장례를  치뤘다. 집나가서 가정을 꾸리고 수년 째 미국생활을 하던 아들은 연락 한 번 없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핑계로 자신의 가족을 끌고  밀고 들어오겠단다. 겨우 하나 남은 도시코의 집을 향한 상속의 욕망을 드러내는 아들이 야속하다. 여동생과 얼마 되지도 않은 유산으로 신경전까지 벌이는 아들을 보며 자신의 처한 현실을 깨달아가는 도시코.. 엎친데 덮친다고 위로가 되기는커녕 같이 있어도 외롭게 만드는 자식들도 모자라 남편은 오래전부터 불륜을 저질러 왔단다. 전업주부로 가정만을 위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세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은 자신의 헌신은 말 그대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정으로 살아도 믿고 최선을 다했던 그녀를 배신하고 속여가며 자신만의 사랑과 여유를 즐긴 남편, 매일 도시코는 그의 영정사진을 째려보며 원망하고, 한탄하고...그리고 강해진다. 자식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홀로 남은 인생...그녀는 새로운 혼을 불태운다. 도시코라는 중년의 여성에게 남편의 죽음 뒤에 몰아닥치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겪게 되는 일탈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감하게 만든다. 이기적이기짝이 없는 자식들에게서 벗어나고픈 연약한 여인의 자립의 욕구는 마음속으로 내내 응원하게 만든다. 참 담담하면서도 은근히 긴장감 있고 스릴도 느껴진다. 매니아들이 많다고 하던데, 나는 처음 만나보는 작가이지만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갑자기 내 어머니가 이 책을 읽었다면, 하고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릴까 싶어 늘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딸이 이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것을 알기나 할까, 그 예쁜 책이 어떤 내용이냐고 묻는데 난 평소처럼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해버린다. 엄마에게도 도시코처럼 친구들이 있을까, 도시코처럼 예쁘게 꾸미고 나가면 근사한 중년의 남성이 접근해 올지도 모르겠지...내게는 세계 최고로 똑똑한 사람이니 어딜가나 매력적일 것이 분명해...이제 고생했으니 좀 즐기면서 살어, 나중에 이 여자처럼 후회하지 말고! 그렇게 말해주어야 할텐데, 그게 맞을텐데...아직 그러지 못하고 내 엄마로만 남아있기를 원하는 내가 미워진다. 다행하게도 나의 그녀는 일을 가지고 있기에 도시코처럼 될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 시대에 뿔난 엄마들에게 일어나는 연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남자는 여자를 죽어도 이해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절망스러웠다. 동시에 남자에게 간파당하는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것도, 도시코는 남편에게, 자식에게 간파당했다. 하지만 그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겪게되는 사건들과 만난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더이상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판단이 있는 강한 여성으로 거듭났다. 중년의 여성의 성장과 자아찾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죄송스럽게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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