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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통일은 되어야 한다. ^^ | 기본 카테고리 2009-05-1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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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저
민음사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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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감탄을 금치못할 한국문학의 새로운 발견,난 기다린적이 없는데 기다린게 맞다고 말해주는 듯,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부여한 긴장감이 아니기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인식을 하고 있든 하지 못하든,

'통일'과 그 이후의 문제들은 우리의 이야기이고 현실이어야하기에 나는 미안하게도 소설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반갑다는 생각부터 든다. 필력이나 내공이 예사롭지 않게 와 닿았는데 책 마지막에 기록해 놓은 참고서적이 일단 어마어마하고  작가가 15년만에 내놓은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더 갈고 닦은 검술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예리하고 날카로우며 때론 아프게 스치기도 한다. 

우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스피디한 전개가 일품이다.

미래소설 중에서도 꽤 가까운 가상의 미래 2016년의 모습을 그려냈는데 작가가 설정한 미래의 모습을 억지로 설명해서 이해시키려하지 않은 점을 정말 박수쳐주고 싶다. 내가 미래소설, 환타지 등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 점이었는데 예컨데 난 이렇게 신기한 미래를 꿈꾼다? 상상도 못했지, 기발하지? 라고 느껴지는, 그래서 나는 차라리 눈앞에 그려보이는 영화라는 장르를 더 선호했었다. 물론 제작비가 수천배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 소설은 자발적으로 정말 많이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흡수하여 통일한 후 5년이 지난 시점이 소설의 배경인데 작가가 정말 치밀하고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생각지도 못했었던 부분들이 소설 속에 그려지지만 그것이 절대 연결시킬 수 없이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존재하고 있고 얼마든지 소설 속 내용처럼 될 수 있을 것이기에 더 소름끼치게 와닿는다.
잘 짜여진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긴장감과 안타까움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4~5시간은 훌쩍 흘러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통일 이후의 시대는 카오스 그 자체다. 흡수 통일은 어쩔 수 없는 그 어느쪽에도 발을 붙이고 살 수 없는 신분이 사라져버린 대포인간들을 낳았고, 경제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수많은 혼란 속에서 사회가 겨우 유지되고 있다. 마약과 성이 암묵적으로 인간들을 지배하고 있고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인민의 폭동으로 겨우 눈앞에 펼쳐질 미래를 예견하고 있을 뿐이다...명작인 '멋진신세계' 못지 않게 통일 후 신세계는 그렇게 암울하고 지옥같다.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아파왔지만 신파에 빠질 수 없게 만드는 주인공의 순수한 힘은 놀랍고도 놀랍다. 대동강이라는 지하 조직에서 자신을 자라게 만든 신념을 가지고 살고 싶은 리강이라는 인물은 남조선에도, 북조선에도 발 붙이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존재 중의 하나이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오남철과 열등감으로 뭉친 2인자 조 사이에서 조직원 임병모의 납득할 수 없는 죽음으로 리강은 거대한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새 내 안의 나태를 각성시키고, 부디 이 소설이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합리화의 근거가 되지 않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움튼다. 공산주의는 화가 나는 것이고, 자본주의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등 이 책에 나온 수많은 명대사와 여느 영화 못지 않은 눈앞에서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은 비쥬얼들, 그리고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 짜임새 있는 전개와 깊이있고 의미있는 내용 등은 내 시선과 관심을 한국문학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재미도 느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일단 이상적인 통일을 꿈꿔오신 분에겐 다소 충격이겠지만 영화로 만들어져도 매우 환영이다! 기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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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강한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09-05-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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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저/박재현 역
아우름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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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되고 감옥같이 느껴지는 가정의 문제 하나쯤...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일반인이야 그냥 그런 고통 떠안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평범한 삶이니까,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니 그 문제들로 인해 펼쳐질 사건이나 이야기는 늘 있을거라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내 안의 이런 고정관념들, 참 촌스럽고 또 어디 있겠냐 싶다. 어찌보면 무욕망으로 보이는 - 친구에게 남친을 빼앗기고도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그녀이기에 내 맘대로 판단했다.-리에와 그녀의 엄마, 그리고 자살한 아버지...이렇게 시작된 <꿀벌의 집>은 이거 원,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시작하면 치유를 안해줄래야 안해줄수가 없는 확실한 족쇄가 아니냐고, 깐족거리던 나였다. 도시에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벌을 키우는 시골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을때도 이거봐, 이거...이렇다니까...하며 실망할 준비를 진작부터 했던 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제대로 한 방이다. 꿀벌통을 리에가 처음 열어보고 관리하며 느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충격이 이러했을까.

보기드물게 자극적이지 않고, 보기 드물게 조용하며, 지나치게 담담하다. 모든 것이.

자살 시도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꿀벌의 집 리더 기세씨, 거식증에 걸려 가족과 떨어져 꿀벌통을 들여다보는 고딩 아케미, 혼혈로 태어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남성 조지...뭐가 그렇게 특별하고 짠한데? 사는게 그런거지. 그럴수도 있는거지...그렇게 조용하지만 강하게 모든 것이 사실적으로 부딪혀 온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어 짜증으로 치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스스로 닫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관심을 거두어주고, 의식없이 내가 평범한 사람 중에 한 명이구나, 누구나 사연 한 조각, 추억 한 웅큼, 슬픈 경험은 다발로...그렇게 가지고 살아가고 있구나...그렇게 느껴지는 것 자체가 리에에게는 치유였다. 굳이 "넌 뭐가 문제니...위로해줄게, 힘내라.." 과거를 들추어내어 그 사람의 오늘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오늘을 특별하게 봐주는 것...벌에 빠져 자신도 잊고 어느새 벌과 꿀벌의 집 식구들을 신경쓰게 된 리에의 하루하루는 내게 그렇게 늘 특별했다. 과거에 빠져 있던 무기력한 그녀가, 엄마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던 그녀가 점점 살아나는 것이 보였으니까...자연이 주는 놀라운 치유력, 이라고 이해되기 보다는 내겐 행복하고 싶은 리에라는 인간 근원의 모습이 발견되어진 꿀벌의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와 다른 사람이 때론 불편할 수도 있고, 어색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마저도 인생에 있을수 있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러움이 소설 전반에 느껴져서 참 편안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상처와 아픔을 똑바로 보게 만드는 힘, 피하지 말고 내버려 두는 것도 때론 좋은 방법이라는 깨달음...도피하려고 갔던 꿀벌의 집, 새로운 환경과 도전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실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리에의 변화된 모습에서 그 어떤 꿀보다 달콤한 향과 맛이 솔솔 풍겨온다.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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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매니아가 되고픈 작가! | 기본 카테고리 2009-05-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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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김재혁 역
이레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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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품들을 읽으면 평범하고 무심했던 단어들이 새롭게 와닿는다...다른남자...참 새삼스럽게도 제목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더 리더'라는 영화를 통해 원작자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본 당시에도 가슴 저릿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많이 기대하고, 더 많이 설레었다. <다른남자>는 역시나,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작품이다.

 

이 소설집은 5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든 그릇에 어쩜 그렇게 빛나는 이야기들을 담아냈는지...분량대비 무게감이나 작품성이 대단하다. 특히 <다른남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각기 작품들은 문외한이 읽어도 영상으로 만들어내면 참 좋을 듯한 장면이나 상황들이 많았다. 영화계 종사자들이 왜 슐링크의 작품을 탐내는 지 알 것 같다. 섬세한 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생을 이루는 요소들을 아우르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과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과 사랑하는 방법들...그것들이 작가가 만들어 낸 현실적인 관계 속에 녹아있다. 인간 내면의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모습들을 사랑으로 연결시켰기에 사랑하면서도 소통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때론 이기적이어서 허무한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때론 어긋나고 진지한 모습들에 안타까웠다.

 

솔직히 요즘 얘기들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들이 아니어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이라는 감옥안에 자신을 가두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랑에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연애나 결혼생활을 두고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냐, 오해하지 마시길..<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남자>, <청완두> ,<아들> 속에는 부모 자식, 죽은 아내의 외도,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 절망하는 부부, 도피라는 명목의 사랑, 발버둥쳐도 빠져 나올수 없는 관계 속에 찌들은 사랑, 질투와 복잡한 감정 속에 뒤엉켜서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애매하지만 사랑임이 분명한 사랑이 넘치도록 담겨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달리 보인다.

모호하다고 느껴지겠지만 나는 지금 모든 관계속에서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다고.  내가 덮어주고 감추어주고 싶은 누군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끊을 수 없는 누군가...핏줄이 되었던 친구가 되었든되돌려 받기도 하지만 결국엔 상처와 얼룩 투성이가 될지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느껴졌다.   갈등하고, 체념하고... 절망하더라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살아서 움직이는 내 주변의 누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대의 별점을 주고싶어지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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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 기본 카테고리 2009-05-0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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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지몽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억관 역
재인 | 200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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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예지몽>이 처음 접해본 작품이었다. '탐정 갈릴레오'라는 작품이 1탄이었다고 하는데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을 그 책부터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재미면이나 모든 면에서 내게는 성공적이다. 5편의단편을 하루에 하나씩 읽어야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앉은 자리에서 끝내버리게 만드는 흡입력의 비결을 굳이 말하라면 초자연적이고 영적인 소재에 있겠으나 그것 말고도 캐릭터,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장점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형사 구사나기와 구사나기가 도움을 받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캐릭터와 그들의 충돌도 재미있지만 풀리지 않는 사건의 주요 실마리로 등장하는 영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반전이 돋보인다. 읽는이를 꼬이게 하는 맛을 아는 작가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이고 빙의라는 소재를 다룬 <비밀>의 원작자라니 추리 분야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  

 

<꿈에서 본 소녀>, <영을 보다> , <떠드는 영혼>, <그녀의 알리바이>, <예지몽> 이렇게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고 각 편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영적인 현상들과 설명이 되지 않는 비과학적인 사건이 등장한다. 그 내용이나 사연이 전혀 진부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과학적인 추리과정과 힘있는 전개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망설임이나 군더더기가 없다, 는 느낌이다. 석연치 않은 느낌이 나기 시작하면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감되는데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을 능숙하게 풀어내는 것을 보니 과연 명성에 걸맞다. 누군가는 뭔가 잔뜩 기대를 했다가 좀 허무해질 수도 있겠다. 매번 사건이 풀리는 구조는 똑같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과학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반드시 존재하는 현상을 눈에 보이게 설명하는 것이다. 영적인 현상은 반드시 일어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의 손을 보여주십시오, 하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지만 정신을 꺼내 보여주십시오, 하면 정신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꺼내 보여줄 수 없는 것과 같다. 과학과 영의 활동 사이에서 작가는 스토리를 창작하고 어설프지 않은 개연성과 결말로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환영받기 마련이다. 늘 더 깊어진 내공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든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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