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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30 | 연재 소설방 2013-07-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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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당금 강호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무인들의 능력이 정점에 도달해 있는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오대세가에 필적하는 사마세가를 하룻 밤 사이에 멸문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한 전력을 갖춘 단체가 출현했다는 사실은 무림을 충격과 경악에 빠트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으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단전을 복구시키고 무공을 되찾게 해야겠군요."
"가능하겠느냐?"
"잠시만요... 음..."

심각한 표정으로 일각 정도의 시간 동안 의식불명인 사도청을 살펴 보던 설지가 마침내 사도청에게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때 까지 설지의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던 호걸개가 잔뜩 기대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떠냐?"
"음. 어렵겠지만 가능은 하겠어요"
"그래? 휴, 다행이다. 다행이야"

하지만 그런 호걸개를 마뜩찮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초혜였다. 얼굴 가득 심통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호걸개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자신을 돌아 보게 한 초혜가 말을 이었다.

"거지 할아버지!"
"응? 왜, 왜 그러느냐?"
"가끔 보면 거지 할아버지는 우리 성수의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내,내가 말이냐?"
"그럼요. 지금도 보세요, 다행이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셨잖아요, 조마조마하셨나 봐요?"
"그거야..."
"설지 언니가 누구예요? 성수신녀예요. 성수신녀! 그런 설지 언니가 진중하게 살펴 보는 일이라면 그건 무조건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왠 한숨? 흥!"
"미,미안하구나. 하도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혜아! 장난 그만 치고 이리 와서 도와줘"
"알았어, 설지 언니"

호걸개를 향해 혀를 쏙 내민 초혜가 설지 곁으로 냉큼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무언가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사도청의 상반신에 걸레 조각 처럼 얹혀져 있던 상의가 초혜의 무자비한 손길에 의해 모두 찢겨나가고 탄탄한 근육을 가진 상반신이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기이한 일이 설지의 손에 의해 펼쳐졌다. 가방 속에서 침통을 꺼낸 설지가 침통의 뚜껑을 열고 가볍게 손짓하자 침통 속에서 수십개의 거무튀튀한 침들이 날개라도 달린 듯 일제히 솟아 오르더니 사도청의 상반신 위로 날아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날아간 침들은 사도청의 상반신에서 일척 정도 떨어진 허공 중에 멈춰 서더니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허공 중에 떠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작은 침들이 회전하는 것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회전하던 침들은 서서히 사도청의 상반신을 향하여 하강하더니 종내에는 주요 대혈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진기를 미세하게 운용하여 한꺼번에 주요 대혈에 시침하는 이런 방식은 성수의가 비전인 생사귀혼 금침 대법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성수의가에 소속된 의원이라면 좋든 싫든 내공을 운용할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성수의가 소속 의원들의 터무니 없는 무공의 연원이 바로 생사귀혼 금침 대법에 있었던 것이다.

"신기에 이른 침술이로구나."
"그러니까 제가 뭐라고 했어요?"
"그 놈 참, 그래, 알았다."

생사귀혼 금침 대법을 시행하는 모습을 바라 보며 초헤와 호걸개가 이렇게 투탁거리는 사이에 제대로 시침이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설지가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
"헤헤, 설지 언니,수고했어"
"켈켈켈, 수고했다. 이 놈아"
"응? 켈켈켈? 거지 할아버지, 이제 본 모습으로 다시 돌아 오셨네요."
"암, 암, 켈켈켈, 아까는 당황해서 그랬다만 거지의 본분은 최소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훗! 거지의 본분은 무슨..."
"켈켈켈,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냐? 생사귀혼 뭣이라는 그 침술만 무사히 끝나면 단전도 회복되는게냐?"
"아니예요?'

"응?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더냐?"
"일단은 형편없이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는게 먼저예요. 단전을 복구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
"음. 그런 것이더냐. 하여간 내 다시 한번 부탁하마"
"염려마세요. 예전보다 더 튼튼하게 고쳐 놓을테니까. 그보단 저 꼬맹이가 걱정이예요."

설지가 가리키는 곳에는 탈진한 채 의식을 놓고 있는 사도연이 누워 있었다. 가슴의 작은 기복이 아니라면 시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창백한 안색의 사도연을 바라 보는 설지의 얼굴에는 염려하는 마음과 안타까워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연이? 연이가 왜? 그 아이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는게냐?"
"아니예요.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더 걱정이예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정신 차리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뭐라?"
"아마도 너무 큰 충격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우선 지금으로선 스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지켜 보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강제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죠"
"허! 그것 참, 저 어린 것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으면..."
"흉수가 어떤 놈들인지는 전혀 모르세요?"
"그래. 아직 까지는 우리 개방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 오더구나. 참! 그러고 보니 저기 모여 있는 저 처자들은 누구더냐? 왜 다들 남자들의 장포를 걸치고 있는게야?"
"아! 저 소저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예요"
"그래? 썩을 놈들 아직 어린 아해들이구먼"

호걸개와 설지가 두런두런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현청의 장부와 서류들을 조사하러 갔던 장포두가 품에 서류를 잔뜩 안은채 돌아 오고 있었다. 장포두가 이렇게 서둘러 돌아 오고 있는 것은 서류를 조사하던 짧은 시간 동안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마마! 신 장포두이옵니다"
"어라? 벌써 조사를 다하신거예요?"
"아닙니다. 마마! 하오나 명확한 물증을 확보했기에 서둘러 달려온 것이옵니다"
"그래요? 그 명확한 증거가 뭐예요"
"예. 마마, 이 장부이옵니다."

장포두가 품속에 안고 있던 서류와 장부들을 한쪽 옆에 내려 놓고 그 중에서 장부 한권을 골라 설지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이건 무슨 장부인가요?"
"예, 마마, 이곳 현령이 지역 유지들에게서 받은 뇌물들의 목록과 횡령한 공금의 사용처에 대해서 기록해 놓은 장부입니다."
"예? 아니 그런걸 왜 기록으로 남겨요?"
"그러게 말이옵니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리 했는지 모르지만 그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사옵니다. 보시면 지하 공간 공사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혀 있사옵니다."
"그래요? 똑똑한건지, 멍청한건지 모르겠군요"
"켈켈켈, 그건 아마 습관 때문일게다"
"예? 거지 할아버지, 습관이라니요?"
"본래 관리들의 습성이 무언가를 정리하고 적어 놓는게 기본 아니더냐. 아마도 그 장부도 그런 습성에 의해서 만들어진걸게다"
"호오! 거지 할아버지가 그런 것도 아세요?"
"켈켈켈, 거지의 본분이 무엇이더냐. 자고로 남들보다 무엇이든 한가지라도 더 알고 있어야 밥 빌어 먹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야"
"본분은 무슨, 쓸데없는 거지의 오지랖이겠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초혜의 목소리였다. 끙하는 신음 비슷한 소리와 함께 초혜를 향해 빛의 속도로 고개를 돌리는 호걸개와 그 못지 않은 빛의 속도로 딴전을 피우는 초혜가 지켜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걸리게 만들었다.

"허면, 죄수들을 모두 데려 오세요. 서둘러 여기 일을 마무리짓고 숙영지로 돌아가 봐야겠어요."
"예? 혹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것이옵니까?"
"장포두 아저씨도 사마세가를 알고 계시죠?"
"예, 마마, 소신도 사마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사옵니다. 헌데 갑자기 사마세가는 왜 거론하시는 것이옵니까?"
"저기 보이죠. 저 두 사람, 저들이 바로 사마세가의 마지막 후인들이예요. 사마세가가 멸문당했다고 하는군요"
"멸,멸문이라고 하셨습니까?"
"자세한건 나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하네요. 그러니 서두르세요."
"예. 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죄수들을 대령하겠사옵니다."

그리고 그때 부터 일 처리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눈 앞에 내밀어진 장부 덕에 더 이상의 변명을 하지 못하게 된 현령은 파직과 동시에 참수형이 내려졌으며 현령의 아들인 서리태와 사건의 주모자들도 모두 극형인 참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며칠간 박산현청의 정문 앞에는 이들의 잘려진 목이 장대에 매달리는 효수에 처해져 오가는 사람들로 부터 숱한 욕을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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