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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 해리 홀레 시리즈2 | 마뇨의 마법서 2018-04-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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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퀴벌레

요 네스뵈 저/문희경 역
비채 | 2016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바퀴벌레는 어디에나 있다. 마치 범죄가 어디에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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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어스름 속에서 무언가 싱크대에서 움직이면서 더듬이 두 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것을 보았다. 바퀴벌레 한 마리. 엄지만 한 크기이고 등에는 주황색 줄이 하나 있었다.
바퀴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113p

 

 

 

 

 





바퀴벌레가 어디에나 있듯이 범죄도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퀴벌레처럼 계속 나타난다.

태국 주재 노르웨이 대사가 살해된다.
등에 칼을 꽂고, 한적한 모텔에서, 매춘부에 의해 발견된다.

정치. 이 민감한 사항에 대처하기 위해 적당한 체면을 세우면서 별거 아닌 듯 사건을 마무리해 줄 사람으로 윗선에선 해리를 태국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경찰청장은 묄레르의 동의 없이 해리를 국방장관과 외무부에 천거하고, 그들은 해리에게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고 그를 태국으로 보낸다.

시드니에서 사랑하던 비르기타와 동료 앤드루를 잃고 돌아왔으나 매스컴에 의해 살인사건을 해결한 영웅이 된 해리.

"당신은 '단결심'을 절대 이해하지 못해. 홀레" 볼레르가 말했다. "당신은 자기밖에 몰라. 빈데렌에서 그 차를 누가 운전했는지, 어쩌다가 훌륭한 경찰이 울타리 기둥을 들이받아 머리통이 박살 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당신이 술에 취했기 때문이야, 홀레, 당신이 취한 채로 운전했으니까. 경찰이 진실을 비밀로 덮어주니까 신났겠지. 유족과 경찰이 오명을 뒤집어 쓸까 봐 염려하지 않았더라면...."
-34p


바퀴벌레는 단순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해리는 바퀴벌레에서 볼레르와 마주친다. 첫 대면부터 상당히 껄끄럽다. 마치 그들의 다음을 전제하는 것처럼.
그리고 묄레르는 고민한다. 정치적이지 못한 자신이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여기저기 깔린 복선은 첫 번째 읽었을 땐 잘 감지하지 못했다.
두 번째 읽었을 땐 사건보다는 얽히고 설킨 사람들이 보였다.

볼레르가 한 말은 경찰 내 해리의 입지를 알려주는 거였고, 왜 다들 해리를 못 잡아먹어 난리인지, 왜 해리는 겉돌 수밖에 없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게 해리가 온전히 감당해내야 하는 희생이라는 걸 그들은 모른다. 왜 해리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변명이라고 할까...

알콜중독자 경찰.
윗선들에게 해리는 경찰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놈팽이지만 서로 간의 비밀로 인해 쉽게 자를 수 없기에 그를 늘 해결하기 껄끄럽거나, 책임을 감당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꼬인 사건들에 해리를 배정한다. 그건 그들이 해리를 쳐내기 위한 수단이다. 함정은 그들이 해리를 "진정" 모른다는 것이다.

적당히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다, 적당히 사건을 덮고 있는 듯 마는 듯 있다가 들어오라 할 때 들어올 줄 알았던 해리는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을 맡았다 하면 해결할 때까지 절대 끝내지 못하는 해리의 성격을 모른 무지랭이들의 결정.
그걸 아는 묄레르는 주저하지만 정치를 택했다.

소아 성애자.
사건에서 잘 다뤄줄 줄 알았던 이야기는 잠시 수면에 올랐을 뿐 다시 가라앉았다. 태국이 그런 자들의 천국이라는 뉘앙스만 남기고.

결국은 잘 짜여진 각본에 춤만 추면 되는 거였는데, 해리에겐 해당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방콕에서 해리는 술 대신 다른 걸 찾는다.
매번 그는 더 지독한 걸 찾는다.
고독이 몸에 밴 해리에게서 21세기 셜록의 느낌이 난다.

끈적한 더위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잡아도 잡아도 계속 새롭게 샘솟는 바퀴벌레처럼
범죄는 갈수록 강력해지고, 지독해지고, 자꾸 자라난다.
그리고 해리는 자신의 것들을 내어주고 그들을 잡는다.
해리가 먹이사슬 꼭대기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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