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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노 박민우와 함께하는 1만 시간동안 남미여행 | 읽을거리 2009-03-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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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EBS 세계테마기행으로 더욱 유명해진,『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작가 박민우. (http://blog.yes24.com/modiano9)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그의 남미여행을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chapter 1 프롤로그


 

Q 체 게바라, 화려한 축제와 삼바, 아마존, 마추픽추...

우리 모두 남미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미로 여행을 떠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것도 1년씩은요. 어떻게 427일 장기간의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저는 남들보다 엄살이 심했던 것 같아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적응을 참 못하더라고요. 잡지사에서 일했는데 업무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심해져서는 결국 머리카락이 손바닥 크기까지 빠졌어요. 만성 소화불량에 약을 달고 살았고요. 빠르게 시들어간다는 느낌이 비참하더라고요. 이렇게 맥없이 늙어 죽겠다 생각하니 무서워지더군요. 당시에는 모든 게 억울하고 슬프기만 했어요. 그렇게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차피 죽는다면(죽음 자체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거니까요)눈을 감을 때 억울해지지나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마지막 순간을 위해 멋진 기억을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될 수 있으면 빨리.

 

Q. 남미, 왜 남미였나요?


남미는 꽤 현실적인 대안이었죠. 아프리카는 너무 낯설고 무서웠고요, 아시아는 그다지 낯설지 않았어요. 유럽은 너무 비쌌고요. 남미는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궁금했어요. 


 


 

 

chapter 2.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Q. 박민우 작가님 남미 여행의 핵심은, 어찌보면 밥먹기, 숙소정하기, 잠자기, 차타기, 화장실 가기로 정리되는 듯합니다. 활발한 장운동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몸의 생리현상을 잘 달래는 모습에서 웃음과 동시에 슬픔마저 느껴지는데요. 여행 중의 이런 일상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묘사하거나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여행 중에 딱히 메모를 하지 않아요. 여행이 끝나고 오로지 기억만으로 글을 써요. 내 뇌 속에 선명하게 남은 기억을 중심으로 쓰게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가장 곤란했던 순간, 가장 기뻤던 순간이 우선적으로 기록되더라고요. 여행 중에 밥 먹고, 숙소 정하고, 잠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그걸 해냈을 때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일상이 저는 소중해요. 여행은 내 익숙한 일상에 지쳐, 남(다른나라)들의 일상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거잖아요. 그 소중한 일상을 저는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Q. 막무가내 겔라게차, 마스코타의 히치하이킹, 소금성당, 에쿠아도르 참치... 급한 순간마다 박민우식 우기기와 배짱은 대체로 성공적으로 통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 배짱 전법에 꼭 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성공담 위주로 써서 그렇지, 실패도 엄청 많았죠. 성공했을 때, 그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성공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절망 끝에 얻어진 것임을 강조하고 싶었고요. 우리 삶은 성공과 실패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이 성공을 기대하거나 실패를 기억하면서 살죠. 성공이나 실패는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해요.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열정과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행하면서 조금은 더 오버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나는 평소의 내 모습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해요. 그 느낌은 제법 감동적이죠. 저는 절대 행운아가 아니고요, 그 정도 여행하면 그 만큼의 고마운 기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책을 읽다보니 화려한, 절정의 순간에 포착한 사진들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오히려 마치 연극이 끝난 후 무대같은. 그런 느낌의 사진이 많았습니다. 글이 없었다면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을 듯 한 사진들도 있었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엔 제가 이런 책을 낼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절정의 순간에 사람은 그 절정을 감동하기도 벅차잖아요. 눈물 나게 좋은 풍경을 보면서 카메라를 찾는 것이 더 이상하지요.  책의 완성도 측면에서 볼 땐, 사진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여행의 완성도 측면에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사진 찍을 겨를이 어디있나요. 그냥 멍하게 바라만 봐도 좋은데요. 좋을 때 좋아만 하는 거, 참 단순한 건데 사실 참 어려운 일이죠. 단순하고 담백하게 눈앞의 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경지, 참 부럽죠. 앞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순진해지지 못할 것 같아요. 무조건 카메라를 찾겠죠. 카메라는 까맣게 잊고, 넋 놓고 감동할 수 있는 순간을 저는 기대합니다.

 

 

 

 

Q.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소박하고 빈티(지)스럽습니다. 너무도 인간적인 표현들이 많고요. 원래 이렇게 솔직하신 성격인가요, 아니면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이런 성격으로 바뀐건가요? 그런 작가님의 스타일이 여행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아무리 치장하려고 해도 결국 남는 건 진실뿐이죠. 제가 고상한 척 한다고 해도, 척일뿐인 거죠. 어차피 뽀록날 건, 제가 알아서 까발리는 거죠. 원래 솔직한 성격은 아닌 것 같고요, 뒤끝 엄청 많고 상처도 잘 받아요. 단지 글에서 주는 감동은 진실에서 온다는 평소의 소신을 믿는 거죠. 가식과 치장은 힘이 없어요. 갑자기 심오해져서 여행지를 해석하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여행은 이미 많은 분들이 하셨잖아요. 전 여행이 주는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Q. “행운은...불안하다” 박민우식 여행논리입니다. 항상 행운에서 불행을 느낀다고 하시는데요. 여행이 만들어준 새로운 징크스인가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신건지, 만일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궁금합니다.


새로운 징크스는 아니고요. 저는 늘 그렇게 불안해 했어요.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란 말을 많이 들었을 정도로요. 걱정 없이 사는 삶이 불안하더라고요. 아무 것도 고민할 것이 없을 땐, 지구 멸망, 핵전쟁 등의 범세계적 고민으로 끙끙 앓을 정도로요.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도 오줌을 못 가려서, 어머니에게 엄청 맞았어요. 맞는 게 무서워서 잠들기 전에 오줌을 서너번씩 억지로 더 누다보니, 노이로제 증세가 있긴 했던 것 같아요. 이게 질문에 적합한 답인가요? 늘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행복이 낯설고 그래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Q. 곳곳에서 여행생활자적 포스가 팍팍 풍기는데요. 이럴 때 나 “현지인스러워졌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현지 음식이 그리울 때요. 아르헨티나에선 미니 크루와상을 아침에 즐겨 먹는데요, 그게 지금도 가끔 참 그리워요. 페루에서 먹었던 맑은 닭고기 수프나 멕시코에서 즐겨 먹었던 뜨끈뜨끈한 타코도 참 먹고 싶네요. 저는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인데, 여행 중에도 시장 가서 아침 먹을 생각에 눈이 저절로 부릅 떠지고 그랬어요.

  

<콜롬비아 : 구야타페 엘 뻬뇰>
 

Q. 여행기를 보면, 풍경 때문에 감동받아 울고, 사람들의 강렬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신 것 같습니다. 남미의 자연과 사람들은 박민우에게 어떤 인상으로 다가왔나요?


자연의 아름다움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죠. 인간이 만든 언어로 우주가 만든 자연을 묘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 그래서 그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할 때마다 끙끙 앓는답니다. 지구 어느 곳의 자연도 위대하지 않은 건 없지만, 남미의 자연은 웅장함과 풍요로움이 특별하죠. 끝도 없이 자비로운, 어머니와 같은 자연이랄까요. 안데스 산만 보더라도 거칠고 메마른 느낌이 별로 없죠. 남미 사람은 감정에 정직합니다. 슬플 땐 한 없이 슬퍼하고, 기쁠 땐, 눈치 보지 않고 웃어요. 감정의 정직함, 참 많이 부럽더군요. 단순하고 투명한 삶, 그게 사실 궁극의 깨달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Q. 아마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달관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민우 작가님에게 아마존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마존에 대한 어떤 글을 말씀하시는 건지? 블로그에 있는 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달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요. 현실적이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죠. 그리고 세상에 대한 면역성도 약하고요. 대신 감사하는 마음은 늘 가지고 살려고 해요. 그게 저를 긍정과 여유로 이끄는 순작용을 한다고 믿어요. 아마존은 우주 같아요. 우리가 우주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추측만 하잖아요. 아마존이 그래요. 끝도 없고, 경계도 없는 것 같아요. 그 곳에선 끊임없이 생명이 솟아나고요. 두렵고 영험한 느낌이죠.

 

<아마존의 데깔코마니>


 

Q. “여행 중 최고는 사람을 향해가는 여행이다”

 모두 소중한 인연이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여행의 인연은 누구인가요?


           <카즈마와의 한 때>

이치(이스라엘)와 카즈마(일본), 오므리(이스라엘)가 떠올라요. 이 친구들은 여행 중에도 같이 잘 어울렸고요, 지금도 가끔 연락해요. 여행 중에도 참 좋았던 친구들이지만, 지금도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단순한 그리움 이상의 묵직함이 있어요. 제가 인복이 참 많아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다니요. 여행 중에 만났지만, 내 삶과 함께 영원히 동행할 친구라 믿어요. 오늘 이메일 한 번씩 또 보내야겠네요. 이 녀석들이 요즘 좀 뜸하네요.

 

 

Q. 박민우에게 남미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아라. 이 걸 가르쳐준 스승 같은 시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욕심, 야심, 불만, 불안 등이 뒤죽박죽된 삶을 살았 거든요. 늘 억울하고, 늘 위축되어 있었어요. 이젠 적어도 남들이 원하는 성공 같은 거에는 시큰둥해질 수 있게 됐어요. 좋은 걸 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성공한 삶이란 걸 일깨워준 여행이었죠. 물론 여행이 본질적인 내 모습을 확 바꾸진 못하죠. 하지만 지구가 이렇게 넓다는 거 하나만 알아도, 우리는 겸허해지고 착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여행하고, 글을 쓰면서 그렇게 늙고 싶어요.

  

  

 

chapter 3 여행

 

 

 

Q. 박민우 작가님은 여행에서 무엇을 기대하나요?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를 기대해요. 너무 당연한 답인가요? 여행이 짜릿한 건 날로 먹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표현이 좀 그런데요. 그 어떤 곳도 다 지구가 시작될 때부터의 역사가 농축되어 있는 거잖아요. 홍수, 지진, 전쟁 등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사람과 문명. 그 결과물을 우리는 보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며 가는 여정은 흥미롭기만 해요. 우린 그 모습을 교통비만 지불하고 공짜로 보는 거잖아요. 정말 횡재한 거죠.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지금의 질문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의미한다면 그건 ‘열린 사고’입니다. 여행 중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아요. 자신들의 나라와 ‘다름’을 불평합니다. 서비스가 느리고, 사람들이 게으르고, 불필요한 것들로 여행자를 괴롭힌다고요. 여행은 일단 다른 것을 보고자 함이잖아요. 그 ‘다름’은 우리에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을 수 있죠. 일방적으로 다 좋을 순 없어요. 우리가 다른 것을 보고자 했으니, 불편한 것도 조금은 감수해야지요. 그래도 인간인지라 불평을 아예 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그러니 이렇게 가난할 수밖에 없지’라는 식의 무례한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정말 싫어요. 함부로 평가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더 큰 맘으로 활짝 열어놓으면, 담겨지는 것도 훨씬 많지 않을까요.

 

 

Q. 배탈도 잘나고, 잠도 항상 설치고, 고도 때문에 고생하고, 체력은 날로 부실해지고, 때때마다 몸살도 나고... 일견 남미랑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반면 극한 상황에서 ‘표백증후군’으로 가장 쌩쌩하게 버티기도 하고요. 어떠세요? 본인이 생각하는 작가님과 남미와의 궁합은?


아주 잘 맞아요. 잘 웃고, 잘 먹고, 잘 떠들고, 잘 우는 것 까지요. 하지만 여행과 삶은 다를 거예요. 여행자로서 남미는 감미롭지만, 막상 살아보면 또 그 안에 실망과 불편함도 많겠지요. 하지만 전생에 남미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만큼 남미가 좋아요. 저와 궁합이 잘 맞았으면 하고 바라죠. 그래서 사실 제 형을 아르헨티나로 보냈어요. 너무 좋아서, 형을 꼬드겼죠. 그래서 형수님, 조카와 함께 아르헨티나 살타에 있어요. 다행히도 행복하다네요.

 

 

 

Q. 상상을 실제로 만나면, 기대가 충족되기도 하지만, 허무하기도 합니다. 벨기에의 유명한 오줌싸는 소년 동상을 보고 난 후, 많은 여행객들이 그런 것처럼요. 남미 여행중에도 그런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요.  


소금사막이 그랬어요. 아마 소금사막을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제 남미 여행 중에 가장 기대치가 컸던 곳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대가 크다는 건, 정말 위험하죠. 마치 풍선을 있는 힘껏 불어서 빵빵하게 하는 것과 같아요. 터질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부는 과욕이죠. 소금사막을 볼 때, 제 마음은 이미 터질랑 말랑한 풍선이었고, 도착해서는 이미 터져버렸어요. 담담하게 보았다면 놀라 뒤집어졌을 장관이었죠. 그런데 저의 기대감이 너무 엄청났던 것 같아요. 여행 후반부라 너무 많은 것들을 보면서 내 감각기관이 무뎌진 탓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제가 찍은 사진 속 소금 사막을 보면서, 뒤늦게 전율하곤 해요. 당시에 실망하더라도, 여진처럼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서 감동을 주는 여행지도 많아요. 소금사막이 그랬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만큼은 꼭! 추천하고 싶은 나만의 명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만약 유럽의 한적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마을을 떠올린다면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 에 있는 산마르틴 로스 안데스를 추천합니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예쁜 호수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아기자기하고요, 과일이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환상적이죠. 겨울엔 스키도 즐길 수 있고요. 스위스 가지 말고, 여기 가세요. 물가도 훨씬 싸거든요. 치안도 안전하고요.

 

  

 

chapter 4 촬영

 

 


Q. 촬영 덕분에 콜롬비아를 두 번 가는, 최고의 행운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여행 그리고 촬영으로서의 여행, 어떤 점이 크게 다르던가요?


아무래도 두 번째 가면 싱거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전 더 좋더라고요. 처음 갔을 때는 사실 두려움 때문에 경계심을 풀지 못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있었어요. 게릴라와 마약으로 유명한 콜롬비아라 치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치안이 한국에 비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착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체험하면서 결국 안심하게 되었어요. 첫 여행에선 안심하게 되니까 일정이 끝나 버렸고요. 두 번째 여행은 좋은 나라임을 이미 알고 떠난 거라, 훨씬 좋을 수밖에 없었죠.

 

  

Q. 남미에서 정착해서 사는 걸 꿈꾸신 적은 없었나요? 친구 다케가 그런 것처럼요.


꿈꾸는 정도가 아니죠. 언젠가는 꼭 남미에서 살고 싶어요.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요. 다케는 음악을 위해서 콜롬비아에 머물고 있어요. 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살아보고 싶어요. 익숙해지면 조금은 덜 재밌겠지만, 익숙함이 주는 새로운 의미가 있을 거라 믿어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도시와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글 쓰고, 밥 지어 먹으면서 그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 내가 있는 곳을 더 사랑해야 어딜 가든 잘 살거라 생각해요. 지금 내가 속한 서울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딜 가도 금세 싫증내겠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좋아하려 애쓰죠. 사실 서울, 아니 한국도 여행지로 바라보면 너무 재밌고 싱싱한 곳이죠.

 

 

                                                      <다시 만난 친구, 다케>

 

 

Q. 방송촬영으로 다시 찾은 남미에서 다케를 만났습니다. 그때 비하인드 스토리에, 처음 여행과 지금의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하셨고요. 어떤 부분이, 어떤 느낌으로 달라진 걸까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죠. 이질감이 얼마나 크냐의 차이겠죠. 다케는 사실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제가 달라졌죠. 저는 촬영 때문 그 곳에 갔고, 일정에 쫓기고 있었죠.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을 땐, 지루해했고 여전히 뜨거운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부담스러웠어요. 좀 더 같이 나눌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제가 어리석었죠. 다케에겐 음악이 전부고 그게 소소한 일상이었으니까요.

 

 

Q. 촬영 중 가장 고생스러웠던 순간과 가장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촬영은 항상 고생스럽죠. 콜롬비아 촬영 때는 시우닷 페르디다 트레킹이 가장 괴로웠어요. 모기와 후덥지근한 정글 날씨, 불편한 잠자리와 험한 산길. 뭐 하나 평탄한 게 없었어요. 에쿠아도르 촬영 때는 침보라소 산에 오를 때였고요. 해발 6천 미터 산을 단번에 올라야 했어요. 얼음 캐는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거였는데, 그 분은 매일 오르는 산이라 할만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방송을 보니 입술은 파랗게 질려서 볼만 하더군요. 최고의 순간은 거의 매순간 찾아와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속내를 털어 놓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죠. 저는 각각의 사람이 큰 우주라 생각하는데, 그 우주가 저에게 마음을 열어 주는 거죠. 그보다 더한 최고가 있을까요?


 

 


chapter 5 요즘, 일상 그리고...


 

 


Q. 돌아오셨습니다.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홍대 카페에서 제 첫 소설을 쓰고 있어요. 여기저기 카페를 옮겨 다니며 글을 쓰죠. 그러다가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 보는 거를 참 좋아해요.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도 하고요.


Q.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가네시로 가즈키 Go, 미우라 시온의 마오로역 다다 심부름집, 김려령 씨의 완득이를 읽었어요. 김려령 씨의 완득이, 담백하면서도 생생한 캐릭터 묘사에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Q. 박민우 작가님 블로그(http://blog.yes24.com/modiano9)에 가면, 소소한 일상이야기부터 여행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최근에는 홍대 카페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블로그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려줘요. 저는 글로 사람과 교감하고 기쁨을 전달해 주고 싶거든요. 종이로 쓴 책 뿐만이 아니라, 블로그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반응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요. 그래서 블로깅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워요.

 

 

<2008년 8월 10일 홍대에서 YES블로거와 함께한 브런치>

 

 

Q. 작년 여름 YES블로그의 박민우 작가님 팬분들과 브런치 모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만남들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 어떤 영향을 주나요?


직접 독자의 이야기를 듣는 건 중요하죠. 제가 전달하려는 주제가 어떻게 흡수되고 반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건 사실 경이로워요. 그 어떤 것보다 보람과 만족감을 주죠.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죠.

 

 

Q. 새로운 여행 계획이 있으신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첫 소설이 끝나고 나면 중동 지방으로 떠날 거예요. 물론 변수는 있어요. 가난한 여행자라 환율도 걱정이고요. 하지만 비행기 값이 없으면 배라도 타고 갈 거예요. 중국을 거쳐 서쪽으로 서쪽으로 뚜벅뚜벅 가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블로거 여러분, 남미 여행을 꿈꾸는 미래의 라티노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꿈이 자라면 그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거죠. 여행을 꿈꾸고 먼저 떠난 사람을 많이 부러워하세요. 그리고 자신이 현실을 도피하고 싶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약한 모습을 인정하세요. 자신이 교과서나 드라마에 나오는 불굴의 인물이 아니라, 엄살 피고, 아프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받아들일 때, 편한 마음으로 짐을 쌀 수 있을 거예요. 현실을 도피하면 어떤가요?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가요? 치열한 문명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다른 세상에서 다른 적응을 하라는 운명의 계시가 아닐까요?

 

 

*

 

남미에 대한 막연한 설렘과 흥분이 박민우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점점 편안하고 따뜻한 기대감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라티노가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남미 이야기는, 박민우 작가블로그에서 계속 됩니다.

 

박민우 작가블로그 바로가기

☞ 라티노의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http://blog.yes24.com/modia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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