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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최후의 사건] 명랑한 청년 탐정의 수사일지 | 장르소설 2018-03-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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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트렌트 최후의 사건

에드먼드 벤틀리 저/유소영 역
엘릭시르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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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벤틀리의 대표작으로 최초의 현대 추리 소설. 탐정의 성격부터 확 다른 변신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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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읽었던 소설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평단의 절찬을 납득하지 못했다는 감상만은 어렴풋이 남아 있기에 꼭 한번 다시 읽어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빌려준 책을 돌려받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우연히 중고도서가 눈에 띄기에 집어 들었는데, 아. 이를 어쩌랴. 나는 아직도 하수인가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밤에 읽으려니 자꾸 잡생각이 떠올라 며칠이 걸려서야 완주했다. 결론은 훌륭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다지 감흥은 못 느끼겠다. 개인적인 취향에 맞질 않는다고나 할까. 오빠가 늘 내 애독서 리스트를 보고 깊이가 없다고 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도 기본적인 성향은 잘 변하지 않나보다.

 

필립 트렌트는 직업도 정식 탐정이 아니고,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찾아내기를 잘하며, 용의자임에도 금방 호감을 갖고 마는 성격이므로 유능한 탐정이 되기란 애초에 틀린 인물이다. 하지만 영민한 추리력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여러 사건을 해결한 전력이 있어 미국 재계의 거물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애매한데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부실하다. 피살당한 맨더슨의 집에서 만난 비서와 하인들 모두 의심스럽기는 해도 동기도 증거도 없는데, 그만 미망인이 된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해버린 트렌트. 우여곡절 끝에 용의자를 선정하고 사건을 재구성하기에 이르긴 했는데, 감정의 벽에 부딪치고 만다. 이 사건 잘 해결될 수 있을까?

 

1913년 최초 출간된 [트렌트 최후의 사건]은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MWA) 33위,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CWA) 34위. 해서 통합 24위에 오른 에드먼드 벤틀리의 대표작으로 최초의 현대 추리 소설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그때까지 추리소설계를 주름잡던 ‘셜록 홈즈’와 그 뒤를 이어 속속 등장한 독특한 성격의 탐정들이 벌이는 뛰어난 수사 능력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탐정의 성격부터 확 다른 변신을 꾀했다. 별난 기질에 우수한 능력을 자랑하는 탐정이 아니라 명랑하고 상냥한 성격의 평범한 젊은이를 내세운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동감한다. 괴팍한 셜록 홈즈, 지루한 파일로 밴스, 잘난척하는 에르퀼 포와로 같은 스타일이 나도 지겨웠으니까. 그러나 트렌트의 단점은 너무 수다스럽다는데 있었으니, 말을 조금 줄이고 자신의 친근한 매력을 좀 더 어필해 주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추리 소설은 이 작품에 빚을 지고 있다.” - 도러시 세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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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부조리한 사회, 지친 일상 속 우리 이웃의 자화상 | 일반도서 2018-03-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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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악

오쿠다 히데오 저/양윤옥 역
북스토리 | 2017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은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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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최악의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으로 치닫는 세 사람의 인생.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은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되는 소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헤치고 나올지 궁금해서. 어서 빨리 상황을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초조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던 이 작가의 책, 또 있었다. <올림픽의 몸값>과 <꿈의 도시>. 두 작품 모두 딱한 사람들의 사연에 가슴이 아팠는데 이 책 역시 만만치 않다. 제목도 <최악>이고 보니 당연한 것일 테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밝고 유쾌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안타까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그려가는 작가는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사람들은 무조건 선하지도 않고 절대악인도 아니며 때로는 비겁함 뒤에 숨기도 하고 자신의 잇속을 먼저 생각하는 속물이기도 하며 범상치 않은 영웅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 있어 웃음과 눈물이 절로 나며 깊은 공감을 느낀다.

 

사람이 살면서 망가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인 것 같다. 누가 예측이라도 하겠는가.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한 결과를. 내일 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을. 불황에 밤낮없이 일해도 살기 퍽퍽한 영세철공소 사장, 40대 가장 가와타니 신지로. 맏딸의 책임감을 등에 업고 사는 소심한 은행원, 20대 아가씨 후지사키 미도리. 가정 폭력의 어린 시절을 겪고 가출해 별다른 직업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똘마니, 20대 청년 노무라 가즈야. 서로 만날 일도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은 최악의 상황을 함께 맞이하게 된다.

 

가장 딱한 사람은 가와타니 아저씨다. 공장 소음으로 동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작업 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 거래처의 유혹에 넘어가 대출 받아 기계를 사려 하는데 믿었던 은행은 오리발을 내밀고. 성실하기만 하고 싫은 소리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사람 좋은 아저씨가 한순간에 훅 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가슴이 아프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은행원 아가씨 미도리로 지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입 막기에만 급급한 은행 조직 사회와 자신의 입장에 이용하려드는 치사한 직원들에 이리저리 치여 이중의 피해자가 되었다. 게다가 속 썩이는 여동생 때문에 가족에게도 상담하지 못하는 처지이고 보니 분통이 터진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똘마니 가즈야 청년. 태어날 때부터 나쁜 패만 쥐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닥치는 일은 늘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물론 불량한 짓을 하고 살아가기는 하지만 삶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나쁜 짓을 저지른 건 아닌데 그에게 닥친 상황은 가혹하기만 하다. 친구라고 생각한 야쿠자에게 뒤통수를 맞고도 또 당하는 어리숙함에, 평범한 가정을 갖고 싶어 하는 여린 마음에 눈물이 난다.

 

각자 인생이 꼬일 데로 꼬인 그들이 함께 겪는 우연한 하룻밤의 우여곡절은 오히려 세 사람을 해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잘못된 선택은 깊은 후회와 함께 많은 것을 잃게 하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갈 힘은 가까운 곳에서 온다. 특별한 행운이나 획기적인 개혁의 바람은 불어오지 않아도. 그것이 바로 인생. 사회는 오늘도 변함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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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시간, 심장을 조여 오는 서스펜스 명작 | 테마도서 2018-03-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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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와 추격을 테마로 하는 이야기들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정된 시간이라면 더더욱.
쉬지 않고 몰아치는 필사의 추격전. 숨 쉴 틈도 없고 긴박감과 박진감이 넘쳐흐른다.
짜임새도 과정도 클라이막스도 결말도 산뜻하기란 쉽지 않은데 다음 다섯 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 누군가가 보고 있다 A Stranger Is Watching (1977)
- 메리 히긴스 클라크 Mary Higgins Clark (1927-)

서스펜스의 여왕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대표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살인범에게 아내를 잃고 아들과 둘이 살던 로널드 톰프슨. 겨우 아픔을 딛고 애인과 미래를 꿈꾸게 되었는데 아들과 애인이 납치된다. 유괴범은 톰프슨의 아내를 살해한 살인범의 사형 시간에 맞춰 두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전화를 한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뉴욕 센트럴 역의 지하에 있는 골방에 가두고 폭탄을 설치해 놓은 유괴범은 세계적인 유명인물이 되는 부푼 기대를 안고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 파리의 밤은 깊어 Echec au porteur (1958)
- 노엘 칼레프 Noël Calef (1907-1968)

프랑스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의 작가 노엘 칼레프의 첫 추리소설이다. 마르세유에서 파리로 가는 야간열차의 객실에 불안하게 앉아있는 한 남자. 마약이 든 축구공을 운반 중인 마약운반책 바스티앙이다. 마지막으로 맡기로 한 임무이지만 조직의 생각은 그와 같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축구공은 마약에서 폭탄으로, 다시 평범한 축구공과 바뀌어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폭탄 축구공을 가져간 아이를 찾아라. 단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벌어지는 사건의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짜임새 있게 그려진다.

 


• 타인의 목 La Tête d’un homme (1931)
- 조르주 시므농 Georges Simenon (1903-1989)

프랑스 추리문학의 거장 조르주 시므농의 ‘메글레 경감 시리즈’ 대표작 중 하나다. 어느 부유한 부인과 그 하녀가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건. 명백한 물증들이 한 남자를 가리키는데 용의자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지만 결국 사형수가 되고 만다. 그러나 메글레 경감은 살인범이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갖고 일생일대 한판 도박을 벌이기로 결단을 내린다. 사형 집행을 앞둔 밤, 사형수를 몰래 풀어준 뒤 뒤를 밟아 진범을 잡겠다는 것.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를 절박함이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 꽉 채운다.

 


• 그레이브 디거 グレイヴディッガー (2002)
- 다카노 카즈아키 高野和明 (1964-)

현대판 추적극 중의 최고라고 꼽고 싶은 작품 다카노 카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 스스로 악당임을 자처하는, 실제로 절도, 공갈, 사기를 일삼으며 살아온 야가미 도시히코. 이제 한창때는 지났음을 실감하고 일생일대 좋은 일 한번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리라 마음먹는다. 그런데 하필 디데이를 앞두고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어떻게든 성한 몸으로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해야만 골수를 기다리는 백혈병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연쇄살인마가 날뛰는 도시에서 경찰과 의문의 인물들까지 그를 쫓는 사람이 너무 많다.

 


• 열세 번째 시간 The Thirteenth Hour (2010)
- 리처드 도이치 Richard Doetsch

색다른 타임리프 추적극. 리처드 도이치의 세 번째 작품이다. 아내를 살리기 위한 피말리는 시간 여행. 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두 시간 전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총 열두 번의 기회. 즉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간은 열세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초를 다투는 상황에 매번 고비를 맞이하는 닉의 동선을 따라가는 독자의 시간 또한 숨 가쁘게 흘러간다. 범인을 잡아야만 아내는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군가가 보고 있다

메어리 하긴스 클라크 저/김석환 역
해문출판사 | 2004년 07월

 

파리의 밤은 깊어

노엘 칼레프 저/김두남 역
해문출판사 | 2004년 01월

 

타인의 목

조르주 심농 저/최애리 역
열린책들 | 2011년 08월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저/전새롬 역
황금가지 | 2007년 06월

 

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저/남명성 역
시작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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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유리구슬] 기적처럼 찾아온 행복여행 | 일반도서 2018-03-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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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다를 품은 유리구슬

모리사와 아키오 저/박정임 역
사람과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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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버스의 마음이, 소년들의 우정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눈물이 날 만큼 정겹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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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다시 살아난 보닛버스와 소년들의 이야기(甦ったボンネットバスと少年たちの物語)’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보닛버스와 소년들이다. 혼이 담긴 버스의 마음이, 소년들의 우정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눈물이 날 만큼 정겹게 펼쳐진다. 혼자 울다 웃다 낑낑대는 소리까지 내면서 읽은 책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아쉬운 이별과 버려진 슬픔, 자연재해로 인한 안타까운 상황, 감격스러운 소생의 여정, 기적 같은 만남들, 함께 만들어가는 희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꾸만 마음 속 깊은 곳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바람에 먹먹한 감동이 물밀듯 차올라 코끝이 찡해진다.

 

“아주 오래된 것이나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것에는 ‘혼’이 머무르게 된단다. 그래서 너도 그렇게 ‘살아’ 있는 거란다.”

 

수령이 3천년이나 된다는 거대한 녹나무가 가르쳐준 것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보닛버스를 비롯한 오래된 물건들에는 혼이 담겨있어 생각이나 느낌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다. 단, 인간들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따스한 마음의 ‘온도’를 지닌 사람들은 그들의 ‘혼’을 막연히 느끼고 있다. 모델명 이스즈 BX341. 연식 1959년의 보닛버스는 세토내해 오오미시마 섬에서 운전사 요이치와 아들 기요시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소중하게 다루어져왔으나 너무 낡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버스와 교체되기에 이른다.

 

나는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었다.
‘부탁이야, 소리를 내줘!’
삐걱…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는 움직일 수 없는 ‘물건’으로 태어난 운명 때문에 마음 깊이 절망하고 있었다.

 

1973년 마지막 드라이브와 함께 보닛버스는 그들 부자와 애달픈 이별을 나눈 이후 히로시마현 다케하라로 옮겨져 그만 폐차가 되어버릴 운명에 처했지만 후쿠야마의 박물관장에게 기적처럼 발견되어 자동차 장인이라 할 만한 기술을 지닌 에노키 씨의 손에 의해 2004년 봄 다시 새롭게 탄생한다. 유자와 마을의 한 기업에서 마을 홍보의 일환으로 이 버스를 매입하기로 하자 BX341, 일명 ‘고양이버스’는 바다를 뒤로 하고 눈의 고장을 넘어 산골마을로 시집을 간다. 한편 그해 가을 야마코시에는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다. 재난을 입은 마을의 동갑내기 소년 타츠야와 분짱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정을 나누고, 그동안 버스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던 바다를 닮은 신비한 유리구슬은 까까머리 소년의 손에 들어간다.

 

나의 ‘혼’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반짝.
유리구슬이었다. 파란색의 예쁜 유리구슬이었다.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森沢明夫). 처음 그의 책을 접했을 때부터 팬이었지만 이제 나는 그의 광팬이 되었다. 어쩌면 이토록 표현이 아름다울까. 주옥같은 글귀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장 곳곳에 마음을 사로잡는 온기가 흘러넘치고 글자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느낌이다. 버스가 ‘삐걱’ 소리를 낼 때마다 유리구슬이 ‘반짝’ 빛을 발할 때마다 내 가슴 속에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들어와 일렁이는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조금 전 깨달았던 것이다.
물건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은 명백한 현실이며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서 찾아낼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고양이 버스의 모델이라는 BX341은 사진을 찾아보니 튀어나온 보닛으로 인해 살아있는 동물을 보는 느낌이 들어 그 모습이 과연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오미시마(大三島)에서 세토내해를 건너 다케하라(竹原)로, 해안선을 따라 후쿠야마(福山), 산요자동차도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고마츠(小松), 다테야마(館山) 구로베 알펜루트를 지나,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니가타(新潟)현 유자와(湯澤) 마을로 고양이 버스가 인도하는 행복 찾기 여행에 동승하며 가슴 벅찬 시간을 선물 받았다. 내일을 향한 기대를 품은 바다의 정취가 가득한 기분 좋은 여운에 취해 마법의 말을 되뇌어 본다. “생각한다, 말한다,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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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도둑] 인생을 위로해주는 아름다운 선물 | 일반도서 2018-03-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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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저/양윤옥 역
문학동네 | 200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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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건 고단함의 계속일지 몰라도 세상 어디엔가는 내일의 희망이, 따스한 사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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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단편소설이 더 쓰기 어렵다고들 한다. 글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게 마련인데 짧은 글에 전하고 싶은 내용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서 그 속에 강한 울림까지 담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잘 쓴 단편은 장편보다 훨씬 강렬한 여운을 남기곤 한다. 개인적으로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 단편집에 매료되는 이유다. 단편 소설에 강한 작가 중 하나가 바로 아사다 지로다. <철도원>으로 유명한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은 인생의 단면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잔잔한 감동과 진한 향수와 애절한 페이소스를 가득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살아간다는 건 고단함의 계속일지 몰라도 세상 어디엔가는 내일의 희망이, 따스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해주는 소설집「장미도둑」은 작가가 전하는 아름다운 선물 같다.

 

수국꽃 정사
정리해고 당한 카메라맨과 온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스트리퍼 여인의 씁쓸하고 서글픈 인생이야기. 일본이 원산지라서인지 일본 작품에는 수국이 자주 등장한다. 화사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소박하고 쓸쓸한 여인의 뒤태를 연상시키는 이 꽃은 초여름에 청초하고 수줍은 모습으로 피어난다. 꽃말 또한 소녀의 꿈, 절개 없는 여인이라니 시들어가는 인생의 길에 선 두 남녀가 선택한 죽음의 배경으로 그만이다.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락
어느 날 엘리베이터 사고로 추락사한 만년 과장 대리 샐러리맨. 죽고 나면 주변 사람들은 기억을 통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람에 대해 얼마만큼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한 때 촉망받던 엘리트 사원이 끝없는 나락의 길로 빠지는 건 순간의 선택이었다. 생각해보면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 늘 좋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고 사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길로 가는 것 뿐. 하지만 그 길이 나락의 길이었다면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죽음 비용
일생 동안 성공에 대한 투지와 집념으로 달려온 노기업인. 친구의 부고를 듣고 회한에 젖는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도 죽음 앞에 작아지는 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통 없는 죽음에 대한 보수는 얼마가 적당할까? 참으로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있고 죽음의 순간에 대한 느낌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고. 침 한방이면 가장 황홀한 기분으로 편안하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면 전 재산을 다 내어 놓겠는가? 내놓을 재산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평소에 양심껏 살며 복이나 쌓아야겠다.

 

히나마츠리
여자아이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히나마츠리 인형. 이제 중학생이 되는 소녀는 자신의 미래보다는 혼자 힘들게 자신을 키우는 엄마를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인형을 소중하게 다룬다. 몸은 조그맣지만 마음은 깊고 넓은 소녀의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쁘다. 따스한 관심과 배려와 사랑은 가난하고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장미도둑
한 소년이 세계일주를 떠난 크루즈 선박회사 선장인 아빠에게 쓰는 편지만으로 알차게 엮어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새로 부임한 젊고 잘생긴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온 이후 엄마들은 바빠지고 정성껏 가꾸는 언덕 위 주택가의 장미들은 도난을 당한다. 순진한 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엄마들이 싸우고 선생님이 자주 전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도둑은 장미만을 훔친 걸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아름다운 장미넝쿨이 가득한 외국인 마을, 마치 그림 속 풍경 같은 배경을 타고 그윽한 장미꽃 향기가 책장 밖으로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가인
몇 년 전 혼자가 된 어머니가 명절을 지내러 오셨다. 어머니의 취미(?)라면 지방의 총각 처녀를 중매하는 일. 참한 지방 처녀의 짝으로 회사 후배를 점찍었는데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이 킹카 청년은 왜 장가를 못가고 있는 걸까? 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가시나무새>가 생각난다. 왜 마음은 함께 나이 먹도록 만들지 않았냐며 하나님께 절규하는 할머니. 하지만 이 이야기는 즐겁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서글픔에서 시작되어 유쾌함으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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