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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유] 최악의 데이트, 파헤친 진실 | 장르소설 2019-03-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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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싱 유

할런 코벤 저/최필원 역
문학수첩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온라인의 맹점. 나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어디론가 노출되고 있다. 괜찮은걸까 은근히 걱정이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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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은폐되었던 진실. 할런 코벤 작품의 대다수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되짚어 볼 때, 거의가 그냥 묻어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민낯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작품 [미싱유 missing you]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과거의 끈을 붙잡고 늘어진 덕분에 목숨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했으나 자신의 마음은 나락으로 빠지는 아이러니. 세상만사가 그런 법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조금 다른 스타일의 할런 코벤을 만나고 싶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캣 도노반. 아버지가 왜 살해당해야했는지 동기나 범인 모두에 대한 의혹 때문에 진실을 향한 추적을 멈출 수가 없는 그녀에게 주위 사람들은 모두가 과거는 묻어두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마음대로 가입해 놓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전 약혼자의 사진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시기에 이별을 통보하고 떠나버린 남자 제프. 용기를 내서 메시지를 보냈으나 돌아온 건 차가운 반응뿐인데, 그녀를 찾아온 한 소년이 자신의 엄마가 그 남자를 만나러 떠난 후 실종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상한 것은 제프에 대한 십 수 년 동안의 과거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그렇다면 왜 갑자기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바람둥이가 되어 나타난 걸까. 아버지의 과거를 조사하는 동시에 제프를 추적하는 캣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Missing you. 이건 집착일까, 사랑일까, 미련일까.


“하지만 다 끝난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모든 걸 희생하고, 또 용서할 각오가 됐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세상엔 참 별난 사이코도 많은 것 같다. 외로운 마음을 미끼로 삼아 덫에 걸린 사람들을 암흑의 구렁텅이로 던져버리는 악랄함이라니... 피해자가 너무 가엾지 않은가. 사실 온라인의 편리함 이면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온라인의 맹점. 나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어디론가 노출되고 어딘가에 도용될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까지 걱정을 해야 하게 만드는 인간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그건 그렇고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란 과연 안전한 걸까 궁금하기는 했다. 솔직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본인인증을 한다고 해도 신뢰가 가질 않는데, 데이팅앱은 점점 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모쪼록 선한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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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읽는 소년] 수채화 같은 친환경 소설 | 일반도서 2019-03-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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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람을 읽는 소년

쇼지 유키야 저/서혜영 역
작가정신 | 201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바닷가마을.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풍경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 다채로운 색을 입고 스르륵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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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성이 바람을 타고 떠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책이다. 바다를 향해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돌출해 있는 지역이라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와 바다로 가라앉는 저녁 해를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곳. 나도 그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친환경 소설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종류가 아닐까 싶은 책 [바람을 읽는 소년]은 드라마로 보고 원작자를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느낌이 좋았던 [도쿄밴드왜건]의 저자 ‘쇼지 유키야 小路幸也’의 작품이다. 원제는? 역시 [キサトア (키사토아)]다. ‘키사토아’란 작품 속 쌍둥이 자매의 이름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자체라고 해도 좋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귀여운 꼬마들이다.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면 키사는 눈을 뜨고 토아는 잠이 든다.

저녁 해가 지기 시작하면 토아는 눈을 뜨고 키사는 잠이 든다.

둘이 대화할 수 있는 건 하루에 두 번. 

아침 해가 바다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해서 다 보이게 될 때까지와 

저녁 해가 바다에 가라앉기 시작해서 완전히 숨어버릴 때까지.

p.25


함께 깨어 있는 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뿐이지만 그래도 둘이는 사이도 좋을뿐더러 자신이 보내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아 서로가 누리지 못하는 시간의 모습들을 가르쳐준다. 아버지 후가 씨는 바람을 읽는 ‘바람의 엑스퍼트’로 그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는 몰라도 전 세계에 사례가 없는 이상한 증상을 갖고 태어난 쌍둥이 자매를 위해 아치의 가족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바닷가마을로 이사를 왔다. 키사와 토아의 오빠로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소년 아치는 정겹고 신비한 이 마을에서 단짝이 되어버린 친구들, 아미, 매그, 카이, 리크와 이른바 ‘오인조’를 이루어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며 성장해간다. 마을 지도부로부터 물의 흐름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 씨가 도착한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풍경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 다채로운 색을 입고 스르륵 넘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꽃이 피고 어딘가에서는 폭풍우가 불고 뭔가가 잠들고 뭔가가 눈을 떠. 

이 세상에 경계선 같은 건 아무 데도 없어.

p.292


세상은 늘 움직이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자신의 주위만을 생각하느라 잊고 산다는 데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들. 작품에서 ‘엑스퍼트’라고 불리는 자연현상에 대한 초(超)전문가의 역할은 자연을 이용하고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가 없는 후가 씨네 아이들을 번갈아 돌보아 주면서도 이런 저런 갈등을 빚고 때로는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간다는 아주아주 착한 이야기.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쩐지 내 마음도 청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상쾌함이 남았다.


재미있는 건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다. 바람의 엑스퍼트 후가 씨의 후는 ‘바람風(ふ)’.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 씨의 미즈는 ‘물水(みず)’. 가교 역할을 하는 아치의 arch(ア?チ)는 건축의 다리이기도 하지만 artist(ア?チスト)이기도 하다. 키사와 토아는 거꾸로 하면 ‘사키 先(さき)’와 ‘아토 後(あと)’, 즉 앞과 뒤를 뜻한다. 합쳐서 부르는 키사토아를 통째로 거꾸로 한 아토사키(あとさき)는 ‘뒤앞’이 되니 앞이건 뒤건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치네 가족이 운영하는 간이숙박소의 이름 ‘간바소’는 키사와 토아의 어린 발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簡易宿泊所(かんいしゅくはくしょ) 강이슈쿠하쿠쇼, 어렵긴 하다. 일본어로는 ‘カンクジョ?’라고 하나보다. 간바소와 강쿠쇼... 이래서 번역은 어려울 것 같다. 나로서는 원어로 읽는 맛이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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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열매들] 말로센 가족의 활화산 같은 나날들 | 장르소설 2019-03-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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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열의 열매들

다니엘 페낙 저/김운비 역
문학동네 | 200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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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기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는 유쾌한 입담이 일품이지만 플롯이 탄탄한데다 추리기법을 활용함으로써 흡입력 또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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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예전에 팔아버린 책이 아쉬울 때가 있다. '말로센'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가 바로 그랬다. [정열의 열매들]은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데, 스토리 자체는 독립적이라서 문제될 건 없으나 훌쩍 자라고 늘어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너무 큰 갭이 느껴진단 말이다. 맨 처음 가족 구성이 어땠는지 아이들의 성격이나 직업, 특기 등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제각각인 ‘말로센 부족’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샘솟는다. 프랑스의 인기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는 유쾌한 입담이 일품이지만 플롯이 탄탄한데다 추리기법을 활용함으로써 흡입력 또한 높다. 6권 완결로 알려진 ‘말로센’ 시리즈, 국내 출간 도서는 총 다섯 권으로 이 [정열의 열매들]이 5권이라 소개가 되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도 궁금하다. 5번은 무슨 이유로 사라지고 만 것일까...? 너무 짧아서?


#1.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Au Bonheur des ogres (1985)

#2. 기병총 요정  La Fee Carabine (1987)

#3. 산문 파는 소녀  La Petite Marchande de Prose (1989)

#4. 말로센 말로센 Monsieur Malaussene (1995)

#5. 기독교인과 무어인 Des Chretiens et des Maures (1996)

#6. 정열의 열매들  Aux Fruits de la passion (1999)


결국 나는 처음과 마지막만을 함께 한 셈인데, 주인공 뱅자맹 말로센의 휘둘리는 삶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파리의 다문화 동네 벨빌에 사는 말로센 가족. 장남 뱅자맹은 늘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엄마가 남겨놓은 동생들을 모두 돌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다른 사람에 의한 사건에 휘말리기 일쑤인 자칭 ‘희생양’이다. 그러나 그것도 실상은 자업자득이랄까. 그의 아내 쥘리의 말을 빌리자면 ‘연민 마니아, 감정이입의 과대망상 꼴통, 적혈구까지 마조히스트, 현실이 자기의 달콤한 장밋빛 이상에 어긋난다고 그 순간부터 가시관을 뒤집어쓰고 수의 걸친 성자의 낯짝을 지어대는 것밖에는 할 줄 모르는 등신 쪼다’다.


“당신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당신 자신이 저지른 짓으로 심판을 받아보라구!”


그새 말로센 가에는 가족이 늘어나 있다. 아마도 매 편마다 아기가 한명씩 생겨난 모양이다. 아버지가 누구이건 살았건 죽었건 나날이 증식하는 가족, 그래서 그들은 ‘말로센 부족’이라 칭한다. 문제는 하나같이 강한 개성을 지녔다는 것.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대가족의 생활에 더해 뱅자맹이 밖에서 물고 들어오는 사건이야말로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르게 한다. 이번 작품의 중심인물은 테레즈다. 늘 꼿꼿한 자세로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기록하던 소녀가 점술사가 되고 이젠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데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순탄하게 흘러갈 리가 없다. 테레즈와 가족들을 위해 정신없이 동네를 달리는 뱅자맹. 황당하지만 그런대로 원만하게 사건은 수습되고 말로센 가족의 나날은 여전해 보인다.


이 작품의 제목 『정열의 열매들』은 수녀 제르베즈와 뱅자맹의 셋째누이 클라라가 창녀들의 자식들을 거두어 기르는 탁아동산의 이름이며, 뜨거운 엄마의 정열로 세상에 태어난 말로센 부족이 일곱 오누이들을 가리키는 이름인 동시에, 그 오누이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정열을 불태워 만들어낸 생명의 열매를 가리킨다. 

출판사 (문학동네) 서평 중에서 (예스24제공)


<등장인물 소개>

· 뱅자맹: 맏이. 부모의 역할을 담당하며 늘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 루나: 간호사. 결혼해서 분가했다. 늘 피곤하게 살고 있는 스타일이다.

· 테레즈: 못 치는 점이 없는 벨빌의 무녀. 꼿꼿한 성격이지만 결혼을 계기로 완전히 변했다.

· 클라라: 결혼식 날 남편이 죽고 자신의 아이를 돌보면서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 제레미: 꼬마악동. 입도 걸고 사고뭉치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대단하다.

· 프띠: 장밋빛 안경알을 반짝이는 순수한 아이. 자주 악몽을 꾼다. 식인귀가 등장하는 꿈을.

· 베르덩: 1권 마지막에 엄마가 낳아온 딸. 눈만 뜨면 폭탄을 터트리듯 우는 아기였다.

· 세터낭주: 클라라의 아이.

· 무슈 말로센: 뱅자맹의 아들.

· 쥘리: 뱅자맹의 아내. 기자로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걸크러쉬 스타일이다.

· 테오: 호모. 뱅자맹의 친구이자 말로센 가족에게 다정한 삼촌 또는 고모 같은 인물.

· 아두쉬: 벨빌의 뒷골목을 휘어잡은 뱅자맹의 동창. 쿠스쿠스 식당집 아들.

· 모: 아두쉬의 행동대원. 덩치 큰 아프리카 흑인 모시족.

· 시몽: 아두쉬의 행동대원. 다갈색 피부의 땅딸막한 카빌리아인.

· 제르베즈: 탁아소 운영. 전직 수녀 경찰. 쥘리가 잘못 낙태시킨 뱅자맹의 아이를 이식받아 낳았다.

· 자보여왕: 백화점에서 해고당한 뱅자맹을 고용한 탈리옹 출판사 대표.

· 쥘리우스: 뱅자맹이 키우는 커다란 개. 냄새가 심하고 간질도 있는데 영리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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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인생은 ‘쇼’다. | 일반도서 2019-03-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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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도쿠나가 케이 저/민경욱 역
비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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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제12회 보일드에그즈 신인상’을 탔다는데, ‘스파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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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をとめ模?、スパイ日和]. 일어초보자의 눈으로도 뭐라고 번역하기에 똑 떨어지는 단어들은 아닌 것 같아 보이기는 해도 솔직히 책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다. 헌데 내용 역시 중반까지 읽어도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 건지 스파이로서 뛰어들 만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는 건지 도무지 진전이 없다. ‘스파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컸나? 내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뭔가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낮에는 택배회사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만화가를 목표로 열심히 만화를 그리는 스물다섯 살 아야카 구에다. 만화잡지의 공모전 마감이 코앞에 닥친 어느 날, 원고를 발송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낯선 중년남자와 부딪혀 넘어지고, 급기야 찢어진 봉투 사이로 삐져나온 만화 원고를 보이고 만다. 창피한 마음에 급하게 자리를 뜨지만 이게 웬걸, 아야카의 직장으로 그 남성이 떡하니 걸어 들어오는데, 그가 바로 신임 센터장! 연애와 사랑에 대한 각종 망상을 그림으로 구현한 만화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 것은 남자가 성인비디오를 들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아야카는 자신의 원고를 목격한 유일한 인물인 센터장을 감시하기에 이른다. 싸구려 양복을 입으면서도 BMW를 몰고, 허술한 중년 아저씨 같다가도 어려운 클레임을 단숨에 해치우는 센터장은 보면 볼수록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자칭 ‘스파이’라는 뜬금없는 고백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센터장의 정체에 이상하게 더더욱 관심이 기울고, 그럴수록 아야카의 마음에는 수상한 감정이 일렁이는데…… 이것은 설마, 사랑?! 

출판사 ‘비채’ 서평 예스 24 제공


자칭 스파이라고 하며, 알고 보니 스파이였던 듯싶기는 한데, 그의 맡은 바 임무는 과연 무엇이었단 말인가. 은밀한 업무일지 좋아하시네! 스파이가 티가 나면 되겠느냐고 주장한다면, 그럼 스파이를 등장시킨 이유가 뭐냐고 되묻고 싶다. 주인공의 사고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이라면 그저 인생 선배여도 충분했을 충고 하나 했을 뿐 아니었냐고요. 차라리 권말 보너스로 붙인 순정만화 콘티가 낫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학원 스파이로서 어느 정도 노력은 했으니 말이다. ‘뭐든 숨기려는 남자와 궁금해 미치는 여자의 의기투합, 예측불허 직장생활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일상 속 스쳐지나간 인연과 예측가능 성장스토리’다. 결론 하나는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랑과 비슷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감사에 가깝지만 감사는 아니다. 말로 하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뭔가 무지무지하게 크고 따뜻한 것을 내게 준 사람.

서툴러도 최선을 다해 쇼에 임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p. 190


이 작품으로 ‘제12회 보일드에그즈 신인상’을 탔다는데, ‘보일드에그즈 ボイルドエッグズ 상’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순간이다. 어렵게 수상작을 찾아보니 알만한 작품은 마키메 마나부 万城目?의 ‘가모가와 호루모 鴨川ホルモ?’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 사실 나는 마키메 마나부의 팬이긴 하지만 ‘호루모’ 이야기는 별로였다. 만화적인 상상력을 후하게 쳐주는 신인등용문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두 번째 작품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는 그나마 조금 나았던 걸 생각하면 어찌되었든 ‘도쿠나가 케이(德永圭)’라는 작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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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태풍과 함께 찾아온 불행 | 일반도서 2019-03-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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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미치오 슈스케 저/이영미 역
은행나무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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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던 용의 불길이 분출될 때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에겐 먹구름으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 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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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럴걸 그랬지, 그쪽으로 갔으면 좋았을 걸, 시간의 흐름 속에 그런 생각들이 무수히 지나간다. 대부분 큰 지장은 없는 일들이지만, 그중에는 인생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선택의 시간이 분명 존재한다. 찰나의 순간이 될 수도 있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수도 있지만, 피해갈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의 대표작가로 떠오른 ‘미치오 슈스케’의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는 그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독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신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작가 미치오 슈스케


그랬다. 예기치 못한 반전이라기보다 배신에 가까웠다. 미치오 슈스케(道尾秀介)가 쓰는 작품의 묘미는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시종일관 팽팽하게 이어진다는 점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짜인 복선의 결과가 가져오는 의외성에 있다고 본다.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한 휴먼 드라마라고나 할까. 범죄와 추리의 경로를 따라가는 사건수사가 아니라 얽혀드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다보면 어느새 폭풍 같은 전개 속에 휘말려 들어가 있는 느낌이 되는 것이다. 나로서는 읽는 순서가 뒤바뀌는 바람에 이렇게 말하면 뒷북일지도 모르지만 [렛맨]의 기조와 많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한 두 가족이 있다. 부모를 잃고 계모와 함께 사는 형제와 역시 부모가 없이 의붓아버지와 함께 사는 남매. 태풍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잔혹한 운명이 그들에게 찾아온다. 오해가 빚은 비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족을 생각하는 속마음은 다들 마찬가지이겠으나, 그로 인한 행동의 결과는 위험 속으로 모두를 몰아간다. 어찌나 구성이 탄탄하게 엮여있는지 줄거리를 쓰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내용이나 결말에 대한 감상은 생략하겠다. 그저 네 명의 주요인물 저마다의 시점으로 담아낸 섬세한 심리 묘사가 너무나도 탁월해서 그들의 아픔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원제는 ‘용신의 비(龍神の雨)’다. 과연 불길한 기운을 띤 비는 줄기차게 계속 내리고 멀리 하늘에는 언뜻 용을 닮은 형태가 꿈틀거린다. 대체 ‘용’은 무엇이었을까? 악의, 분노, 의혹, 원망, 미움, 불안, 공포... 그 무엇이든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의 한 형태라고 생각되는데, 잠자고 있던 용의 불길이 분출될 때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안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꼭 필요한 순간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라는 것일까. 누군가에겐 먹구름으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 용의 그림자. 어두운 비의 장막에 흠뻑 빠진 채 책장을 덮은 후에도 마음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하지만 이 메시지만은 깊이 새겨두기로 하자.


“가족끼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믿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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