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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3-주경철] 역사는 인간의 삶을 실험해 본 유일한 결과물 | Memento 2019-06-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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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3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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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의 삶을 실험해 본 유일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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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이후 한국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빠졌다. 모든 교육과 사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책에까지 ‘4차 산업혁명을 관련시켜 마케팅을 했다. 가급적 베스트셀러나 트렌디한 책은 적게 사려고 하는 편이지만, 나 역시 이런 마케팅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갖 이야기들만 넘쳐났다는 것이다. 건전한 논의보다는 두려움에 따른 무분별한 이야기들만 넘쳐났다. 지금은 분위기가 한 풀 꺾여 보이지만 오히려 지나친 관심에 따른 피로감이 아닌가 싶다. 대혁명의 공포, 이를테면 뒤처지면 죽음이라는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경쟁사회에서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혁명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기존 사회의 불안전성이 큰 몫을 한다. 이를테면 프랑스 혁명이 그와 같을 테다. 반대로 기존 체제의 안정성이 혁명을 유도한다고도 할 수 있다. 특허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산업기반을 갖추게 된 (물론 그 원인은 인클로저 운동에 따른 기존 농촌 사회의 붕괴이기도 하지만) 산업혁명의 예를 들 수 있겠다. 어느 방향을 따를지 모르겠지만, 4차 산업 역시 급격한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혁명은 급격한 변화를 동반한다. 변화는 살아있음의 증거다. 하지만 변화는 혼란을 야기시키고, 변화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존의 기득권을 붕괴시키고, 창조적 파괴를 유발한다. 어쨌든 파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반동을 동반한다. <유럽인 이야기3>의 내용은 근대의 혁명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을 살펴본다. 역사는 반복되는 듯하지만 지극히 다른 양상을 띤다. (p.16)” 4차 산업혁명이 앞선 산업혁명과 비슷할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사람값이 비싸(p.493)” 발전이 가속화 되었던 산업혁명이나, 무자비한 악당을 통해 한 걸음씩 전진(p.159)”하는 역사를 보면 우리의 일반적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혁명사를, 근대의 절정기를 보는 이유는 없는 걸까. 아니다. 역사는 인간의 삶을 실험해 본 유일한 결과물이다. 어떤 혁명이 성공했고, 왜 실패했는지를. 혁명의 틈바구니에서 나는 어느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초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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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는 듯하지만 지극히 다른 양상을 띤다. (p.16) 나폴레옹의 제국은 이전 시대의 모든 발전, 곧 혁명, 계몽주의, 경제 도약, 문화 융성, 군사발전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체제다. 나폴레옹은 최고의 이상을 품고 최악의 파괴를 자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럽 사회를 혁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 속에서 모아진 힘은 분열과 폭발을 거듭하며 제2차 근대로 나아갈 것이다. 유럽이 세계와 더 심대한 차원에서 만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근대성의 성과들이 온 세상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p.17

용기는 법의 안티테제다. 대규모 부가 집중되고 이동하는 초기 자본주의는 엄청난 폭력성을 동반하며 발전해갔다. 해적 현상은 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자본주의 주류 질서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반 질서였다. 폭력적 억압 체제를 몸소 견뎌내야 했던 힘없고 가난한 선원들은 자신들만의 해상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이 가진 유일한 자산은 용기였다. 그렇지만 그들의 유토피아는 섬광처럼 잠시 빛을 내다 순식간에 스러질 수밖에 없었다. p.84

역사는 흔히 그런 무자비한 악당을 통해 한 걸음씩 전진한다. p.159

혁명은 급진적으로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종교와 재산 소유 문제를 건드리면 일이 커진다. p.252

모차르트가 그토록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 천재성의 결과다. 천재성이 그 시대의 문화 속에서(p.320) 크게 개발된 결과이니, 모차르트는 시대가 만들어낸 천재였다는 것이 엘리아스의 분석이다. p.321

한번은 카를 폰 리히노스프키 공장이 베토벤을 하인 다루듯 하며 그를 체포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베토벤은 이런 메모를 전했다. “공작, 지금 당신의 지위는 태생이라는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오. 하지만 지금 나의 지위는 내 스스로가 만든 것이오. (p.355) 공작은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겠지만, 베토벤은 오직 나 하나뿐이오.” p.356

문제는 인건비다. 임금이 쌀수록 기계 값은 상대적으로 비싸니, 스피닝 제니는 임금이 낮은 외국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프랑스에서는 스피닝 제니가 1790년에 약 900대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영국의 5퍼센트 수준이다. 하물며 인도와 중국의 경우 설사 이 발명품이 알려졌더라도 구매자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그 지역 사정에 따른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사람값이 비싸야 발전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p.493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모든 독재자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국을 운영하는 과정은 합리적 전략, 전술이 아닌 개인적 모험의 연속이었다. p.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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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한종수] | Memento 2019-06-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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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2차대전의 마이너리그

한종수 저/굽시니스트 그림
길찾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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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자와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역사라면 못 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p.11 (내 마음이 지옥일 때-이명수 저)
 


 

  역사는 종종 권력자나 국가 간에 심각한 분쟁 요소가 된다. 역사에는 100%란 없고, 사람과 시대에 따라 해석도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많다. 누군가에게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김구가 우리에게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지만, 일본의 극우세력은 테러리스트로 인식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가진 자와 강자는 역사를 포기할 수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당성을 보장하는데 이만한 선전 도구도 없다. 그래서 역사는 필연적으로 분쟁을 부른다.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다. 역사를 권력의 시녀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역사 또한 엄연히 인문학의 큰 줄기다. 때로는 가진 자와 강자에게 반기를 들고, 못 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애쓴다. 이런 역사를 매우 좋아한다. 우선 새로움에 끌린다. 강자의 역사들은 이미 유명하다. 제도권 안에서 무수한 재생산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다. 재미가 덜하다. 여기에는 잘나가는 것이라면 질투심이 발동하는 비뚤어진 개인적 심사도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약자의 반란에서는 어떤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언더독 효과에 사로잡혀 수 년간 스트레스를 받으며 야구를 시청하곤 한다. 간혹 있는 역전드라마에 희열을 느낀다.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유아 적인지는 모르겠지만.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는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역사를 통해서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머리말에서 표현하듯 책에 소개된 나라들은 우리와 비슷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웃나라들은 모두 거인들이다.(p.7)” 한 때의 영광도 있지만, 대부분의 역사는 여기 치이고 저기서 맞는다. 반만년의 역사에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지 싶다. 맞고 깨지고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게 우리 역사의 반복이다. 중국의 눈치를 보며 수천년을 살았고, 미국의 영향권 아래 또 얼마나 살아갈지 모른다. 단군할아버지를 원망할 일이다. 그렇다고 달라질 일은 없을테고,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겠다.

 

  책을 요약하자면 머리말에서 밝힌바 폴란드는 용감했지만 현명하지 않았고, 핀란드는 용감하면서도 현명했지만, 이탈리아는 용감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다. (p.7)”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했는가. 동일한 시기 일제강점기의 한국은 용감했는가. 현명했는가. 어느 한 가지라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둘 다 아닌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세 나라가 남긴 교훈(p.8)”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강자로 판도를 주도할 수 없다면, 그 판안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길을 찾는 현명함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 현명함을 받쳐줄 용기 역시 필수적인 요소다. 과거의 영광(고구려의 전성기 외에 특별히 떠오르지도 않는)에 매여 산다면, 일제강점기와 똑같은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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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단순화 하자면 폴란드는 용감했지만 현명하지 않았고, 핀란드는 용감하면서도 현명했지만, 이탈리아는 용감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다. p.7

우리나라도 전 세계 규모에서 보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지만, 이웃나라들은 모두 거인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유럽의 폴란드나 이탈리아와 비슷한(p.7) 위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세 나라가 남긴 교훈을 잘 배우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p.8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흔히 일본의 항복이 늦어졌다면 광복군의 국내 진입이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남북 분단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살펴본 폴란드의 예를 준ㅇ용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나치의 첫 번째 희생자였고, 그토록 많은 피를 흘렸으며 폴란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p.238) 런던 망명정부조차 결국 거의 얻은 것 없이 연합국에 배신당했다. 그러나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뛰어든 대한민국 임시정부, 더구나 국민당 정부조차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연합국이 얼마나 인정했을까? p.239

"형편없는 군대를 가진 나라는 언제나 푸대접을 당하지만, 훌륭한 군대를 보유한 국가는 영원한 존경을 받는다. 지금 나는 용감하고 우수한 핀란드 병사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려고 한다." 스탈린 p.410

세계사는 강국들의 무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호랑이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약소국이라고 해도 위대한 지도자가 있고 국민들이 똘똘 뭉친다면 살아날 길이 있는 법이다. 현대사에서 핀란드와 베트남이 동서양의 대표선수로서 이 사실을 피로서 증명하였다. p.412

역사의 교훈은 영웅이 아닌 대중들 속에 더 많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p.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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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평전-최백순] 반쪽 역사를 찾아서 | Memento 2019-05-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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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공산당 평전

최백순 저
서해문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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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믿고 달려온 그들을 기억해야만 우리의 반쪽 역사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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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사의 가장 고통은 인물과 단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많기만 하면 다행이련만 이 단체와 인물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섥히다보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단 한 번의 회합으로 사회주의 조직이 건설된 역사는 없다. (p.141)”고 말하듯, 사회주의 조직은 한술 더 뜬다. 국내 조직과 더불어 국외 조직을 넘나들며 쏟아지는 단체와 인물은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하다. 그래서 추천사에서 말하듯이 읽는 이에게 역사란 무엇보다 서사여만 한다. (p.12)” 그래야만 독자가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서사에 충실하다. 근현대사의 특성상 간단하게 표현 할 수 없다. 저자의 적절한 상상력과 함께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에서 잊어버린 반쪽에 대한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는 늘 반쪽의 역사다. 전쟁의 여파로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냉전이라는 세계사 흐름을 한국만이 오롯이 거부할 수도 없다. 우리가 흐름을 주도할 수 없는 이상, 그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일이 차라리 현명하다. 그때는 그랬다는 말로 일축한다 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여전히 분단시대지만, 세계의 흐름은 뒤바뀌었다. 분단시대 속에 있는 우리만 그 옛날 냉전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그때 그랬다면, 지금은 다르다. 반쪽의 역사를 복원하고, 올바르게 평가하는 게 이 시대의 올바른 흐름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역사의 경험으로 볼 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을 온전히 수습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역사의 전면으로 이들을 복원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이들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역사의 작은 한 줄에라도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숙제(p.695)”라고. 그들을 호명하는 일은 빨갱이라서가 아니다. 반쪽짜리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일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회주의 계열의 노력을 잊는다면, 항일운동의 절반을 잃는 일이다. 소중한 경험들, 기억들, 피와 땀도 같이 잊혀진다. 아직도 우리는 그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기억들을 온전히 호명하여 기억해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근현대사에서 인물과 단체가 수 없이 얽히는 이유가 있다면, 내부투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혹자는 이것이 한국인의 종특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회주의 체제의 특징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항일과 독립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서 무수히 많은 방법과 노선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같은 동포임에도 자신의 길을 위해 상대를 암살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격변기에 주도권을 잡고 싶지 않은 세력이 어디 있을까.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p.154)” 그렇기에 이런 소중한 경험들을 더더욱 잊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그 어느 길도 온전히 이룩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길이 올바른지는 후대에서 판단할 따름이다. 어쩌면 온전한 역사를 복구하지 못한 우리가 판단하기도 이른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느끼고, 판단해야만 후대를 위한 경험을 남길 수 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거나, 유리하게 편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짓만 여러 개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도(p.182)” 그러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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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에게 역사란 무엇보다 서사여만 한다. 새로운 연구 성과가 쌓이더라도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지(p.11)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p.12

단 한 번의 회합으로 사회주의 조직이 건설된 역사는 없다는 것이다. p.141

격변기에 주도권을 잡고 싶지 않은 세력이 어디 있을까.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p.154

거짓만 여러 개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도 그럴 때가 있다. 시간이 흘러 진실(p.182)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경우도 있지만 진실을 자신의 기억에 유리하게 편집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이 여러 명이고 그것이 치명적인 내용일 때, 그중 하나는 완전히 창작일 수도 있다. 독립운동 진영을 파탄으로 몰고 간 200만 루블의 진실은 무엇일까. p.183

혁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이 하는 일에는 감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p.492

역사의 경험으로 볼 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을 온전히 수습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역사의 전면으로 이들을 복원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이들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역사의 작은 한 줄에라도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숙제일 것이다. p.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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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정세현, 정청래]어쨌든 연습이 필요하다 | Memento 2019-05-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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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

정세현,황재옥,정청래 공저
푸른숲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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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할 정도의 시간을 가지며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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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전쟁세대에게는 양가적 감정의 대상이다. 총부리를 겨눈 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헤어진 가족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후 세대에게 북한은 그저 다른 나라일 뿐이다. 70년간의 완벽한 단절은 한민족이라는 생각까지 바꾸게 했다. 조사마다 결론은 다르지만,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 (41.4%)*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젊은 세대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동요는 그저 동요일 뿐이다. 통일에 대한 생각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대로 30년 후, 한 세기가 찬다면 우리에게 북한은 과연 어떤 존재가 될까.

  아직 북한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다. 흔히 새터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추정되는 사람은 보았지만, 그들에게 결례가 될 수 있기에 혹시 하는 마음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북한 출신 사람이라면, 그들은 나와 하등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말씨가 조금 다를 뿐이었다. 깊게 대화해보지 못했기에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차이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겉보기에는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실제로 만나본 이들의 경험들은 어떨까.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갑시다>는 이들에 대한 경험들을 전해준다. 1장 만나보자는 정청래의 시베리아 열차 탑승기를, 2부는 남북경협의 경험들을 나눈다. 3부는 실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며, 4부를 통해 북한과 통일의 이득을 살펴본다. 1~3부가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체험 위주의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로 구성된 맛보기라면, 4부는 책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같다. 다소 학술적이거나 딱딱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가짜뉴스와 거짓팩트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곰곰이 살펴볼 만하다.

  어린 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심심치 않게 불러왔지만, 통일이 필수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과연 한민족이 있는가. 한민족이 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열거된 다양한 장점들이 꼭 통일을 해야만 가능한 일일까. 여기에는 개인적 고민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영호남의 갈등보다 서울과 평양의 지역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통일이 된다면, 이런 갈등들이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터져 나오지 않을까. 통일비용, 경제적 편익 등등.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위한 이해와 설득을 위한 설명인 줄은 알지만, 자칫 경제논리를 가장한 식민지 지배 논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지배의 논리로 사용될까 하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평화와 비핵화겠다.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어느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든, 평화와 비핵화는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통일은 그 다음 일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할 정도의 시간을 가지며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p.228~229)”이다. 박수를 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되는 조선시대 예송논쟁 (p.256)”을 재현보다는 이런 책이라도 한 번 더 볼일이다.


* 국민 51% "김정은정권과 대화·타협 추구해야"통일조사(연합뉴스, 2019.05.13.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1082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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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빗장을 걸어 잠근 70년만큼 긴 시간은 아니어도 서로를 이해할 정도의(p.228) 시간을 가지며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어떨까. p.229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p.234)면서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통일의 첫걸음이다. p.235

김일성광장에서 북한군이 행군을 하는데 저 멀리 김일성 위원장이 보이고 사람들이 일어나 손을 흔들며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주위에는 서울에서 취재 온 기자들을 비롯해 여러 시선이 있었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곤혹스러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아리랑> 공연 관람 중에 일어서서 박수를 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건 한마디로 조선시대 예송논쟁과 같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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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문유석] 나는 왜 책을 읽고, 여기에 글을 남기는가 | Memento 2019-05-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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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쾌락독서

문유석 저
문학동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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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덕후는 되지 못할거다. 그래도 즐거운 덕후다.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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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락독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공한 책 덕후의 책 읽기가 아닐까 한다.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 그런데 그 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으쓱으쓱)! p.255”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기도(?) 하고, 부럽다. 책을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 칸에 독서를 쓰지만, 실상 쓸게 없어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제일 만만한 취미가 독서가 아닐까.

  취미로 쓰기는 만만하지만, 실상 독서를 해보면 고통의 연속이다. 저자의 말 대로 우선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자고 마음먹으면 다른 방해요소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사들인 책들은 점점 쌓여만 가고, 의무감은 늘어만 간다. 막상 읽고자 펼쳐 들면 책이 너무 재미없거나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게 무슨 짓인가! 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고통을 사서 받다니!

  그렇기에 문유석 판사의 짜사이 이론은 위안을 준다. 책을 읽는 이유는 즐거움, 쾌락을 위함이지 학습과 고통을 위함이 아니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 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p.16”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에서 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그저 놀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실용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로또 긁(p.374)기에 치중한게 아닐까. 같은 값이면 돈 값, 시간 값 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즐기고자 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게 아닐까. 저자처럼 성공한 덕후는 못되더라도 즐거운 덕후로 살 수도 있는 법이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이 순간, 이곳에 글을 남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즐겁고자 한 일이지만 즐겁지 않은 순간이 많다. 남겨진 글의 분량, 남긴 글의 개수, 내가 읽은 책의 목록. 정작 중요했던 즐거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아직도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문유석 판사의 글에서 위안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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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 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p.16

인간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내가 절실하게 선망했던 것이라 하여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p.31) ... 결국 명작이든 고전이든 책은 대체 가능한 매개체에 불과한 것 아닐까. 부모들의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즐길 것을 즐기고 흡수할 것을 흡수한다.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이문열의 인간 혐오와 냉소주의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혁명의 불꽃이란 대부분 탐욕과 어리석음, 광기라는 불순물이 섞여서 불타오르기 마련이고, 인간 세상의 변화 대부분은 A라는 문제를 B라는 문제로 대체하는 과정의 연속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은 문제는 새로운 문제로 대체되는 것이 낫다. 완벽한 대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는(p.124) 못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문제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인간의 속성이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것이라면 더더욱 권력자들이 주춤거리기라도 하게 견제하고 성가시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p.125

선의도 탐욕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p.185

독서란 정처 없이 방황하며 스스로 길을 찾는 행위지 누군가에 의해 목적지로 끌려가는 행위가 아니다. p.185

인생 살면서 남에게 못할 짓한 죄책감이 있거든 책을 쓸 것이 아니라 경찰서에 자수할 일이다. p.192

문화적 식민주의니 뭐니 할지도 모르지만, 더 매력적이고, 더 자유롭고, 더 가슴이 뛰는 것에 매료되는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p.220

좀 거창하지만 미국도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징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타 세계의 왕좌에 오르는 화려한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가 이제 미국에서도 더 이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어제까지 내 이웃, 가족이었던 이들이 내(p.236) 목줄을 물어뜯으려 이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좀비 이야기가 끝도 없이 재생산되며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으니 말이다. 대중소설이야말로 정확히 시대를 반영하는 것 아닐까. p.237

조선시대 선비들은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p.239) 책도 백 번, 천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뜻이 스스로 통한다고 믿었다는데,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꼭 그 책이 아니어도 비슷한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하는 다른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는 책을 백 번 천 번 읽고 있는 사이에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세상 자체가 달라져버린다. p.240

유시민 작가가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규정하는데, 좋은 표현인 것 같다. 왜 소비자들이 직접 도매상, 심지어 공장까지 가서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물건을 떼와야 하나?(p.242)

즉각적인 반응이 특징인 뉴미디어 시대에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의 특징은 큰 의미를 갖는다.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일단 유보하고, 의심하고,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는 지성적 사고의 훈련은 독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전히 정도(p.251)라고 본다. ... 개인이든 집단이든 지성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야만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의 직접민주주의란 공포일 뿐이다. p.252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 그런데 그 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으쓱으쓱)! p.255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그것도 쓴 사람 본인이 열심히 고르고 고른. p.263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p.276

현실엔 추리소설 같은 엔딩은 없다. 지리한 증거 싸움이 있을 뿐이다. (p.292) ... 말하자면 추리소설이 끝난 지점에서 법관의 일은 시작되는 것이다. p.293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다. 오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두려워하(p.311)지 않는 정의감이야말로 가장 냉혹한 범죄자일 수 있다. ...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대다. p.312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자들을 배척해왔다. ... 하지만 그런 하찮은 차이를 압도하는 더 중요한 공통점들을 차례로 알아 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p.321) 수밖에 없다. ... 일단 알고 나면 대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p.322

일자리를 빼앗기고 쓸모없느 ㄴ존재로 전락할 거라는 공포의 밑바탕에는 노동’, ‘쓸모’, ‘등에 관한 오래된 고나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념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고, 인간이 바꾸어온 것이 아닌가. 영국의 1833년 공장법이 9세 미만 아동 고용 및 18세 미만 소년의 야간노동을 금지하자 공장주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이 지금 시대의 의무교육을 보면 어리둥절할 게다. ... 탄광 노동자들에게 하루 열(p.325) 몇 시간씩 석탄을 캐도록 시키던 이들이 오후 네 시에 퇴근하는 현대 유럽의 사무직 노동자들을 보면 이 미친 시대에는 그냥 앉아서 잠깐 놀게 하고는 공짜로 돈을 준다고 놀라 자빠질 거다. 시대가 달라지면 관념 자체도 달라진다. p.326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p.327

미래는 결국 우리가 공유하는 이야기다. 자기실현적인 예언이다. 다수가 공유하는 이야기는 힘이 세다. 그것이 곧 법이 되고, 도덕이 되고, 가치가 된다. 빅데(p.327)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발전도 인간들의 무수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패턴화해 모방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공원에 안자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p.328

책은 구조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삶의 행복과 불행은 책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책도 무력한 순간이 있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책보다 크다. p.347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p.347)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되는 이유일 뿐이다. p.348

이렇게 나이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 함께하는 사람. p.369

물론, 슬프게도 지금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언젠가 쓸모 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실용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로또 긁는 소리다. 하지만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 있는 일을 이미 한 것 아닌가.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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