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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낭자한 복수극은 아니다 《29초》 T. M. 로건 저 | 문학 2019-10-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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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9초

T. M. 로건 저/천화영 역
arte(아르테)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권선징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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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M. 로건의 귀환, 전작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리얼 라이즈>의 T. M. 로건이 돌아왔다. 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작품의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리얼 라이즈>의 주인공처럼 이번 작 <29초>의 주인공 세라 헤이우드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식 두 명을 키우면서 직장에서 안정적인 자리까지 올라가길 원하는 야심 있고 가정적인 사람이다. 방랑벽이 있는 남편은 떠났지만 그녀에겐 딸을 사랑하고 지지하며, 육아를 도와주려는 아버지가 있다. 2년 동안 직장에서 그녀를 괴롭혀온 끔찍한 상사가 있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있다.



<리얼 라이즈>는 독자의 시점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1인칭 시점으로 썼는데, 이번에는 3인칭 시점을 사용했다. 내면 묘사는 여전히 주인공 세라로 한정된다. 세라가 느끼는 분노, 두려움과 무력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전작 리뷰에서 나는 그를 철사 공예를 하는 사람으로 비유를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어디서 독자의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꺾어야 할지 알고 있다.



세라 헤이우드의 탄생


<가디언>에서 2016년 가을에 영국의 모든 대학에서의 성폭행 세태 조사를 했고, 로건은 당시 자신이 홍보실 책임자로 있던 대학의 데이터를 모아 정리했다. 후에 <가디언>에 실린 결과물 - 고위직 남성 교수들이 (특히 나이 어린) 여학생이나 여성 동료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한다 - 은 충격적이었다. 로건은 이것이 소설의 좋은 시작점이라고 생각했고, 주인공이 궁지에 몰려 절박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렇게 세라 헤이우드 박사가 탄생했다. 

https://hawleyreviews.wordpress.com/2018/03/17/an-interview-with-29-seconds-author-tm-logan/



러브록이 쫓아온다


반동 인물로 등장하는 앨런 러브록은 세라의 친구 로라의 말을 인용하자면 '소름 끼치는 개자식'이다. 러브록은 구제할 여지가 없는 능글맞고 혐오스러운 인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우뚝 서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한 개인이지만, 현실 세계의 단편을 비추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속에서 튀어나와 독자를 쫓아온다. 그런 러브록을 대하는 작품 속 여성들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묘미 중 하나였다. 그녀들은 각자 자신의 선택을 했다. 그를 감싸고돌거나, 방관하거나, 그의 편에 서거나, 그에 맞서 정정당당하게 싸우거나 혹은 숨는다. 이런 그녀들의 태도는 약자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세라에게도 세 가지 선택이 있었다. 달아나거나, 제도의 힘을 믿거나, 맞서 싸우거나. 



세라는 땅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미안해요. 난 그저…… 그 모든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잘해봐요."


"뭘요?"


"침묵하는 거요. 나도 그래봤는데, 어느 순간 거울 속 나 자신을 마주할 수가 없더군요."


본문 60쪽.


유혈 낭자한 복수극은 아니다


세라는 영화 <킬 빌>의 여주인공과는 다르다. 칼 한 자루 가지고 몇백 명을 썰어버리는 힘은 그녀에게 없다. 그녀는 성실하고 착하고 정의를 믿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의 복수는 유혈 낭자한 칼부림이 아니었다. 작가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소설의 엔딩은 그런 평범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복수의 방법을 적절히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완전히 열렬한 팬이 되었다


스타일리시한 커버 디자인, 매끄러운 번역과 흠잡을 데 없는 편집, 소설 끝부분에 옮긴이의 말까지 있다. 이것이 바로 아르테 퀄리티! T.M. 로건은 이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릴러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세 번째 작품 <홀리데이>는 20년 지기 친구의 가족과 프랑스로 휴가를 간 주인공 케이트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녀가 꿈에만 그리던 완벽한 낙원에서의 일주일이었어야 할 곳에 비밀과 살인이 불청객처럼 비집고 들어온다. 곧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 일을 지키기 위해 러브록과 잘 수 있을까? 내 아이들을 위해서? 대출금을 계속 갚아나가려면?

116쪽.



러브록이 원하는 것과 다를 게 있나? 넌 저 남자들과 잤지만 즐기진 않았잖아. 그러면 뭐가 다른 건데?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네가 할 수 있을까? 가라앉느냐 아니면 헤엄쳐서 살아남느냐의 문제라면?

아니다. 그냥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더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

117쪽.



"로라, 이건……. 일종의 시험이야. 통과의례랄까. 선임 교수들은 아랫사람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특히 그 사람이 여자라면 더욱더, 스스로를 아무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끼도록 만들려고 전력을 다하거든. 자신들이 가진 힘을 과시해서, 한동안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절감하게 하는 거야. 서열을 익히도록 말이지. 피를 맛보게 하는 거야. 그런데 이제야 난 그 단계를 넘어선 것 같아."


"넌 지금 그런 말로 정당화하고 있어."


"그게 옳다는 말이 아니라 다만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뿐이야. 러브록이 모든 패를 다 쥐고 있어."

34쪽.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9초 #스릴러소설 #TM로건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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