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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 독서일기 2019-09-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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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창비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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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보통의 사람들은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적당히 선량하죠.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죠.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본인 입으로 본인이 차별주의자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에 찬성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많은 글을 읽어보면 온갖 차별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없는데 차별받았다는 사람은 이렇게 많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거나, 투표하러 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거나, '내국인 전용' 사우나에서 쫓겨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을 덜 받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잘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나열하다 보면 어떤 것은 참 부당하게 느껴지는데, 어떤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령,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저는 휠체어를 탄 분이 버스에 타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타고 다니던 특정 번호의 버스는 휠체어도 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긴 했으나, 버스 안도 워낙 좁고 타는 과정도 번거로워 과연 그 버스에 정말 휠체어가 탄 적이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이 지하철에 탄 것은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이 생각나네요. 그분은 전동휠체어를 혼자서 끌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동휠체어의 바퀴가 계속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걸려서 휠체어가 지하철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발견하고 도와드리러 가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지하철의 문은 닫혀 버렸습니다.


 2018년 6월의 어느 목요일 오전 10시 서울의 지하철 1호선에서 시위가 있었다. 이 시위가 있기 약 8개월 전인 2017년 10월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신길역 계단 옆에 설치된 장애인리프트를 타려다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결국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매 정거장에서 타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6개 정거장을 가는 데 1시간 40분이 걸렸다. 평소보다 5배 이상 걸린 것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민들을 볼모로 잡으면 어떻게 하냐!"

 "바쁜 사람들한테 뭐 하는 짓이냐!"

 "나가, XXX아. 왜 여기 와서 이래."

 무슨 일 때문에 시위를 하는지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고 비난의 눈초리를 보냈다. (p.156)


 이 부분을 읽다 보니 그날 생각이 났습니다. 그분이 휠체어로 몇 번의 접근을 시도하는 사이 문이 그냥 닫혀 버렸습니다. 그날엔 그걸 보면서 '이거 문제가 있구나, 휠체어의 접근은 생각하지 못한 지하철 문 구조도 그렇고 문이 열려 있는 시간도 너무 짧은 것 같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만약 장애인 등을 위해 지하철 문을 열어두는 시간을 두 배로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우리 모두 지하철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들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격렬히 항의할 것입니다. 2018년 6월 시위 현장에서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아마,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아니,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그 소수의 사람을 위해 모두가 같이 불편을 겪는 것이 말이 돼?'라고 생각하면서요.


 세상이 기울어져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평등을 찾다보면 불평등한 해법이 나오기 쉽다. 기울어진 땅에 서서 양손으로 평행봉을 들면 평행봉 역시 똑같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장애인의 시외버스 탑승에 관해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토의를 한 적이 있다. 비장애인은 수없이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장애인이 탑승하지 못하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토의 후 생각을 정리하는 메모에 한 학생이 이렇게 적었다.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학생은 기울어진 세계 위에 서서 공정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질서 속에서 바라보면 버스의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의 결함이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다. 그러니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돈을 더 많이 내는 것이 공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는 애초에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속도와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기울어진 공정성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p.36-37)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으며 저는 참 많이 부끄러웠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하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같은 짓을 반복하게 될까요? 그리고 저 역시 누군가에게 차별을 받으며 상처를 받을 것이고요. 하지만 너무 비관적이기만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책을 통해 차별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본 사람이 늘어난다면, 웃자고 하는 남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말에 웃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자신의 특권과 기울어진 공정성에 대해 인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틀림없이 세상은 한 발짝 더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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