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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배심원들 | 영화일기 2019-05-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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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심원들

홍승완
한국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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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영화도 좋은 영화라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나쁜 영화라고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가리는 기준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겠지요. 영화는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한 종합 예술이기에 한 편의 성공과 실패가 여럿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좋은 영화가 아쉬운 성적을 받을 때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배심원들>도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 영화를 본 것은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통해서였는데, 각본부터 배우 캐스팅, 연기, 연출, 음악 등이 모두 좋았기에 당연히 잘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추천도 정말 많이 했고, 저도 영화관에서 두 번을 더 봤고요. 하지만 아쉬운 성적으로 곧 극장에서 내려갈 것으로 보이네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처럼, 저도 이 영화를 통해 배심원 제도를 처음으로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배심원 제도는 국민참여재판이라 불리며 200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10월 서울 성북구에서 발생한 존속살해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이 사건이 첫 국민참여재판이라 나오지만 실제로는 2008년 2월에 발생한 강도사건이 첫 국민참여재판이었다고 하고요. 영화가 다루는 사건은 처음엔 명백한 살인 사건으로 보입니다. 피고인도 자백했고 증거와 증언, 상황이 완벽히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배심원들 중 한 명이 이 명백해 보이는 사건에 질문을 던지고, 나머지 배심원들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배심원들>은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법에 대해서요. 이 영화 속의 사건에서도, 배심원들이 아니었다면 피고인은 억울하게 수십 년의 형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며 '사람을 함부로 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법 때문에 억울한 삶을 살고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법조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것들도 분명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지만,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8번 배심원 남우의 "싫어요!"라는 대사, 영화관에서 볼 때마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이었죠.


 남우는 많은 한국인들이 참 견디기 힘들어할 만한 인물입니다. 저도 처음에 남우가 사라졌을 때 "쟤는 왜 저렇게 민폐를 끼치고 다녀!"라고 생각했거든요. 우유부단한 듯 하면서 고집은 세고,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면 다수의 의견에도 따르지 않습니다. 제가 과연 저 배심원들 사이에 있었더라면 남우를 욕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남우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별 짓을 다 한다고 잔뜩 불평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도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대충 결론을 내고 다수에 따르는 것에 익숙해진 한국인이거든요. 조금 느리고, 의심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다수에 따를 것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싫어요!"라 외친 남우 덕분에 배심원들은 사건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권위 있는 남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했던 배심원들 전부가 질문을 던지고, 기록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낸 덕분에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영화든 책이든 그림이든 좋은 작품은 감상자에게 감동을 주고, 시야를 확장해 주고, 때로는 그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인생을 바꾼다는 것이 꼭 단 하나의 작품이 극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겠죠. 저의 경우를 돌아봤을 때,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인생 영화나 인생 책과 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접한 모든 것들이 저의 인생을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배심원들>도 그런 영화였고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보아도 좋을 영화이고,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 후 대화를 나누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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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뭄바이 | 영화일기 2019-05-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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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호텔 뭄바이

안소니 마라스
호주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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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8일에 국내 개봉한 영화 <호텔 뭄바이>는 2008년 11월에 인도 뭄바이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 '타지 호텔'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해외 부유층이 주로 방문하는 초호화 호텔인데요, 뭄바이 곳곳에서 무차별적인 총격과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호텔로 피신하지만 그들 사이로 테러범들이 함께 들어옵니다. 타지 호텔 역시 테러범들의 주요 표적이었던 것입니다. 테러가 발생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인도 당국은 뒤늦게 대테러부대를 뭄바이에 보내지만 그들이 도착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호텔 직원들과 투숙객들, 지역 경찰 등 많은 사람이 희생됩니다.


 저는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전혀 보지 않는데요, 잔인한 장면도 못 보고 영화가 주는 긴장감을 견디기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호텔 뭄바이> 역시 끔찍한 장면이 많고 또 긴장감과 몰입감, 현장감이 대단해서 중간중간 눈을 가려야 했지만, 그래도 보고 난 후에는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보고 나왔는데, 나와서는 "우리 정말 열심히 살자"라는 얘기를 계속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은 호텔의 주방장입니다. 호텔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을 안 이후 그는 직원들을 불러 모으는데요, 직원 통로로 빠져나가면 살 수 있음을 알리며 그래도 호텔에 남아 손님들을 살리는 일을 도울 것인지 묻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결국 손님들을 살린 후 자신 또한 끝까지 살아남죠. 실제로 호텔에서의 희생자 다수는 끝까지 손님들을 살리기 위해 남았던 직원들이었으며, 타지 호텔의 재개장 기념식에는 테러에서 살아남은 손님들과 직원들이 거의 다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은 실제로 파키스탄을 기반으로 한 무장 단체인 라슈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의 테러리스트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체는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지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영화에서는 그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우선 나이가 어린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어린 사람들이 그렇게 총을 들고 테러를 일으키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영화의 한 장면에서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며, "그들에게 돈을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총을 쏘거나 그들에게 지시를 하는 전화를 받을 때면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곤 하고요. 결국엔 종교와 신념 같은 것들의 문제일까요? 그것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일으킬 만큼 큰 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스쳐 지나갔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그저 슬펐습니다.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영화를 본 바로 다음날 외신에는 다시 테러 뉴스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언제나처럼 이를 무심히 넘길 뿐이지요. 언제쯤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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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 영화일기 2019-05-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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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기예르모 델 토로
미국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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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의 미로>는 멕시코 출신의 유명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2006년 영화로, 올해 5월 2일에 우리나라에 재개봉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이 영화의 제목만 들어본 적 있을 뿐 내용은 몰랐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도 이 영화가 처음입니다. 이 영화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회자되며 재개봉까지 했지만 첫 개봉 당시에는 국내 평이 안좋았다고 하는데요, 당시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등 다양한 판타지 영화가 큰 인기를 끌던 때라 <판의 미로> 역시 그런 식으로 홍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라는 부제도 그러한 홍보의 일부이죠.)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요. 저는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를 정말 못보는 편이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볼만은 했지만 이 영화를 어린이들이 보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 이 영화는 어른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1944년 스페인입니다. 당시 스페인은 내전을 겪고 5년이 지난 후였지만 시민군은 산과 숲에 숨어 정권에 계속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곳곳에 정부군이 배치되었죠. 어린 소녀인 오필리아는 임신한 엄마 카르멘, 그리고 새아버지가 된 대위와 함께 산속 기지로 이사를 갑니다. 새아버지인 비달 대위는 아주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임신한 몸에다 건강도 좋지 않은 카르멘을 굳이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태어나야 한다"며 위험한 곳으로 함께 옮기게 합니다. 오필리아는 이런 새아버지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고, 비달의 하녀들 중 한 명인 메르세데스는 오필리아를 잘 돌봐 줍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필리아의 앞에 곤충의 모습을 한 요정이 나타나고 오필리아는 이 요정을 따라 숲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정령 '판'을 만나죠. 판은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지하세계의 모안나 공주의 환생이라며 지하세계의 왕인 아버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가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임무를 끝내야 한다며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네죠. 그리고 오필리아는 이 임무들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달 대위가 민간인을 죽이거나 시민군을 고문하는 장면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게 묘사되는데요, 전 손으로 눈을 반쯤 가려 가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별점을 하나 깎은 것도 잔인함 때문입니다 ㅠㅠ) 한편으로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그리고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현실과 대비되는 오필리아의 판타지 세계를 보면, 우리가 흔히 판타지 하면 생각하는 화려하고 밝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다소 멀고 오히려 기괴한 아름다움(?)이라 불릴 만합니다. 처음에 오필리아를 판의 미로로 안내하는 요정도 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판의 모습도 우리의 보편적 기준에서 아름다움보다는 추함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오필리아가 임무를 수행하며 만나는 두꺼비나 벌레들, 만드레이크의 뿌리, 지하괴물 등은 모두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죠. 그래서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고, 끝까지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들이 이 영화의 어두운 현실과 어우러지며 <판의 미로>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IMDB의 트리비아에 따르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헐리우드 제작사로부터 영화를 영어로 제작하면 예산을 두 배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market needs"에 맞추기 위해 영화의 줄거리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리고 영어 자막도 감독 본인이 직접 번역하고 제작했다고 해요. 다행히 <판의 미로>는 북미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은 후 최근 본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스탈린의 죽음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라서 당연히 러시아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극장에서 영어가 나와서 깜짝 놀랐죠. 알고보니 이 영화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캐나다, 미국의 5개국 합작 영화였고 러시아에서는 상영금지(...)를 받았습니다. 상영조차 금지할 정도이니, 실제로 러시아 내에서 이런 영화를 러시아어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요. 이처럼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도 이 세상에 대해 많은 것들을 말해 줍니다.


 <판의 미로>에서 오필리아의 엄마인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현실은 동화 속 세계와는 너무 다르며 냉혹하고 잔인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대로 이 영화에는 실제 역사가 반영된 고통스러운 사람들과 상황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소녀에 불과한 오필리아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엄마는 아프고, 새아버지는 무서우며 바깥은 위험하죠. 하지만 오필리아의 판타지 세계에서는 오필리아만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열쇠를 찾고, 분필로 문을 그려내어 동생을 구하고, 결국엔 자신을 희생하여 동생을 살립니다. 처음에는 이 현실과 판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만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이 구분이 희미해지며 관객들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판타지인지 질문하게 됩니다. 이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역사적 사실을 알 수도 있고, 이야기의 결말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상상력 가득한 효과들에 감탄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절대 잊지 못할 영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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