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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 기본 카테고리 2020-09-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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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모킹 오레오

김홍 저
자음과모음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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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스모킹 오레오 / 김홍 장편소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회계사 남편을 둔 윤정아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아주가 갑자기 죽을까 봐 불안감에 시달린다. 정아의 그런 불안감은 아주에게서 키우는 개로, 남편이 최근 맡게 된 일로 시시각각 옮겨가며 주기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기에 이른다. 한 시간에 30만 원이나 하는 상담은 돈 때문에 궁색한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정아에게는 그저 마음의 위안으로 작용할 뿐이었고 그렇게 상담을 통해 한동안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상담 후 아들 아주를 만나 끝내주는 로스트 치킨 맛집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한 정아는 역 앞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정아의 폐를 관통하고 빠져나온 총알은 고아로 살아온 오수안의 뇌에 박히게 되면서 오수안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정신의 까마득함을 느꼈을 즘엔 말이나 눈을 떠 의사 표현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이 아기였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부모님과의 기억을 되풀이하던 중 갑자기 자신이 총에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에 번쩍 눈을 뜨게 된다.

기계에 미쳐사는 임다인은 모든 기계에 경의로운 호기심을 느꼈지만 어릴 적 종교에 미쳐 미국에 건너가 결국엔 총으로 자살한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총기는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인이처럼 기계에 미쳐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만 골라 일단 시작하면 중도에 끝낼 수 없으며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케이맨 군도 은행에 개설된 계좌의 즉시 입금은 물론이고 미션을 가장 먼저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비트코인 1000개를 준다는 문자가 도착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M4A1을 만들어 쏴야 한다는 미션을 받은 채로....

학생운동을 했던 전력이 있지만 예상치 않게 국정원이 된 고민지와 그녀의 대학 동기 무늬만 기자인 박창식, 명함은 사회복지사지만 해커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양은아, 기계 공학도 임다인은 '반드시'라는 비밀 모임의 멤버로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의 원인을 찾아 악으로부터의 구제를 위해 도둑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윤정아의 걱정에도 기존의 일과 다른 자금을 관리하던 회계사 남편은 아내가 총기 사고로 죽은 후 방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으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의 아내가 죽은 것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그리고 윤정아의 남편은 '반드시' 멤버들과 자신의 집,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서재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 하지만 누군가를 겨냥한 것인지도 불분명할 만큼 총은 발사와 동시에 터져버려 범인이 함께 사망하기에 이르는 사고로 번지게 되고 오수안이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런 유의 사고로 몇 명이 희생되고 만다. 그리고 죽어 영혼이 된 정아와 '총 그 자체, 개념이면서 실재인 총'과 결합한 오수안은 세상의 모든 총을 없애기로 한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경찰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며 근거리에서 총을 발사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무리하게 진압할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방의 제스처로 인해 우발적으로 총기를 발사한 것은 총에 대한 공포심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총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면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까? 란 생각도 잠시 해보았지만 바로 그렇다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그마저에도 깜짝 놀랐는데 <스모킹 오레오>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총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총기 사건이지만 총이 주인공이 되어 오묘함을 발휘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읽는 자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탄생시킬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보편적이지 않아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소설이기도 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시니컬한 대사들이 난무해 블랙 유머를 던져주지만 총이란 주제만큼 예사롭지 않은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김홍' 작가의 다음 편도 무척이나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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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기본 카테고리 2020-09-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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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저
21세기북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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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권오영 지음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줄인 <서가명가> 시리즈 중 유성호 법의학교실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도 관심있는 분야였기에 평소 궁금해하던 내용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보다 단연 최고의 관심사인 역사,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사료가 남아있지 않아 논란과 혼돈을 일으키는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읽기전부터 너무 설레였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비교적 자료가 많은 조선시대 이후에도 일제에 의한 식민사관이 한국내 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어 어수선한데 자료가 제대로 남겨 있지 않은 고대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왜곡은 말해 무엇하나 싶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논란거리 중 일본이 가야등의 남해를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과 고구려가 속국이었다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이 대표적인 예로 그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역사의 뿌리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국내에서도 사학자들간에 파가 나뉘고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그런 모든 현실성을 담고 고고학에 기반을 둔 고대사 연구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기에 땅 속에 묻힌 유물이나 인골, 왕궁이나 집터 등에서 발견되는 생활도구를 통해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과 정치, 경제적인 모습까지 유추해내는 이야기는 고고학이란 가슴 설레게 다가오는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실전의 팁등을 질문과 답변 형식 등으로 담아 고고학이나 역사를 연구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토양의 성질이 다르고 혼란스러웠던 대내정세 때문에 고고학이란 학문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그간 우리나라 실정은 많은 아쉬움으로 다가오는데 도굴되지 않아 완벽한 형태를 자랑했던 무령왕릉의 속전속결 발굴은 고고학 역사 중 오점으로 남았다는 많은 사학자들의 안타까움을 익히 들었기에 그간 자세히 접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사례를 접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뼈아픈 이야기를 담아내는가하면 발굴된 무덤속에 있던 인골로 막연하게 무왕과 선화공주라고 추정하였지만 사찰에서 나온 유물로 오랫동안 믿었던 정설이 뒤집히는 사례가 발견되기도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수 많은 유물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정설을 얼마나 깨뜨려줄지도 관심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에 지리적으로 뗄 수 없는 중국과 일본의 유적지나 유물을 통해 세 나라의 공통점과 이동경로등을 함께 엿볼 수 있어 고구려나 백제, 신라, 가야의 문화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책 속에 등장한 사연을 바탕으로 더욱 풍성하고 즐거웠던 시간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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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기본 카테고리 2020-09-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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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저
걷는사람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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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봄 에세이

보수세대 부모와 진보세대 자식 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담은 에세이가 또 있을까 싶어 시원했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부모, 자식 간에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이야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서 항상 정치를 화두를 삼는 부모님이 여당을 겨냥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 자식들은 그냥저냥 흘려듣기 일쑤인데 그러다 끝내 부모님 말씀에 토를 달면 이때부턴 둘 중 누군가 급히 퇴장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야당만 옹호하는 어른들의 분위기와 지금껏 그렇게 당하고도 야당을 옹호하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세대의 섞일 수 없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 남의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예상이 들면서도 우리 부모님은 빨갱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고 타인 앞에서 속시원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김봄 작가는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에세이에 담아냈다.

처음 이 책이 궁금했던 건 이낙연 의원을 밀착 취재했다는 글귀에 혹해서였는데 아마 지금껏 다가오는 선거철만 되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후보들의 책들만큼 식상함으로 장식했던 책이었다면 읽다가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상이 아무리 이낙연 의원이라고 해도 너무도 뻔한 전개였다면 그런 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 내려간 작가의 모든 책조차 읽고 싶지 않아졌을 텐데 김봄 작가는 이낙연 의원이 작가에게 했던 '페이소스'를 정말 충실히 이 책에 담아냈다. 왜 초장부터 이낙연 의원의 글들을 만날 수 없었던 건지 작가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간에 그럼으로 인해 정치인 찬양으로 도배된 어떠한 책들보다 더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 같다.

전라도에 대한 반발감과 빨갱이, 좌파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부모 세대는 나의 정치사상과는 평행선을 그으며 서로 공감 받을 수 없음을 명백히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며 그런 가족과 함께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 이야기가 너무도 사실적이라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시대가 다르기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정치 앞에서 '기성세대는 이래서 안 돼.', '젊은 세대는 이래서 안 돼.'라며 선을 긋기보다 이념은 달라도 그렇게 억척스러운 부모님의 고생이 있었기에 젊은 세대가 두발을 땅에 디딜 수 있는 있었음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임을 작가는 또한 함께 전하고 있다. 정치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통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나의 부모님이라는 메시지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런 그러안음을 모른척했었기에 선을 그어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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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기본 카테고리 2020-09-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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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김종훈 저
이케이북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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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북 /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김종훈 지음

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서울현충원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면적의 국립대전현충원, 수유리 4.19국립 묘지와 서울 효창공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는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랜 일제 치하의 세월을 보내며 광복을 맞이했지만 미 군정으로 인해 친일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척결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친일파들이 대거 미 군정 아래로 편입되면서 친일파들에겐 구사일생의 기회를 맞이했던 안타까운 역사 앞에서는 늘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낼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조선인으로 일본인의 편에 서서 조선인들을 응징했던 친일파들은 광복을 맞은 후 경찰이나 군인으로 탈바꿈한 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들로 거듭났으니 책을 읽다 보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극명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이런 역사적 흐름과 현충원 안에 잠든 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의열단, 광복군 출신 애국지사들과 함께 묻힌 친일파들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애석함과 아이러니라는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자리 배치를 접하게 된다면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게 되는데 알고는 있었지만 애국지사가 묻힌 묘 윗부분을 친일파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믿기지 않을 뿐이다.

현행 상훈법 제8조로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나 국가 안전에 관한 죄를 범해 형을 받거나 적대 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금고형을 받은 경우에만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립묘지법 제5조 1항에 의거해 "장성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 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이라는 조건 때문에 친일파 인명사전에 오른 후 십 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평안히 묻혀 있다는 게 사실 좀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는 4,400여 명의 친일파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중 국립서울현충원에 35명, 대전현충원에 33명이 아직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잠들어 있다. 책에서는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친일파들에 대한 세세한 내력과 반민 규명위가 발표한 1,000여 명의 국가공인 친일파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비공인 친일파'에 속하는 박정희, 정일권, 안익태, 채병덕, 임충식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어제까지는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하던 일본군에서 광복 후 여순사건 계엄사령관으로 변신한 김백일이나 일본군이었다가 야전포병 사령관으로 활동하며 '한국 포병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신응균, 3대가 친일파로 활동했지만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까지 올랐던 이종찬 등의 이야기를 내리읽다 보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이들의 전술과 홀로 감행했다면 이런 지위까지 얻지 못했을 이들의 승승장구가 같은 친일행적을 했던 끼리끼리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시대를 엿보며 묵직해진 명치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게 된다.

화딱지 나는 이들의 행적을 지나 신규식이나 이상룡, 지청천 등 애국지사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는데 어쨌든 이 책의 팁은 저자가 알려준 동선대로 현충원을 돌아보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사가 있을 때 티브이에 비치는 현충원 모습만 접하고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나 저자가 알려준 동선대로 현충원을 돌아보다 보면 말없이 잠들어 계실 애국선열들의 목소리가 가슴 절절히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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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9-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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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저
해냄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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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김탁환 지음

주머니에서 몽당초를 꺼내 힘껏 칠한 후 마른 헝겊을 양손으로

모아 쥐고 무릎을 꿇고서 빠닥빠닥 나무 바닥을 닦으면 맨들맨들

어찌나 빛이 났는지 모릅니다.

폐교로 들어가서 미실란을 꾸릴 때,

다른 건 다 바꿔도 교실 바닥은 그대로 두라고 했죠.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으니까요.

 

 

 

도시소설가 김탁환과 농부과학자 이동현이 만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날과 앞으로 달려갈 미래를 담은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그 소재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농부과학자인 이동현 '미실란' 대표의 이력이다. 고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순천대를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 농생물학과 석사를 거쳐 문부성 장학생으로 규슈 대학교 생물자원환경과학과에서 응용유전해충방제 전공으로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곡성에 자리를 잡고 직접 쌀농사를 지으며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력에 대부분 '고생해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이지 않을까?

촌놈이란 차별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렇게 흙이 좋아 선택한 순천대를 진학했을 땐 민주화운동으로 앞날을 모색하지 못했었지만 교수의 권유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그렇게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지만 미생물 연구 실험에 수없이 죽어나가는 살생 때문에 박사를 중단하기도 한다. 아닌 것 같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깝기에 보통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꾹꾹 누르며 머무르다 자신도 모르게 무던해지는 병에 걸리기 마련인데 이동현 대표는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그만둘 수 있는 강단이 있었다는 이야기엔 타인에게 휘둘리는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박사학위를 잊고 지낼쯤 순천대 교수님으로부터 규슈 대학교의 장학생으로 추천받아 유학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다들 꺼려 하는 배설물 속의 미생물을 자처하며 연구를 이어나가게 된다. 냄새만 맡아도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배설물을 모아 밤새 연구하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동현 대표가 배설물을 모아 연구실에 가져오면 같은 연구원들은 모두 나가있을 정도였다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괴짜란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연구를 계속하며 논문도 여러 편 썼고 박사학위도 취득하여 이제 고생문은 끝일 것 같던 미래 앞에서 그는 언제 전임교수가 될지 모를 불안감이나 규슈대학에 머무르며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상황을 박차고 곡성에 자리를 잡아 쌀농사를 시작하게 된다. 278종의 벼를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심고 새벽부터 논에 나가 피를 골라내며 비료나 농약 한번 쓰지 않고 건강한 쌀을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은 그 옛날 할아버지 시대에서나 보던 농사법이기에 정겹게 다가온다.

회사를 설립한 첫해에 사업 업무가 부족해 쓴맛을 보기도 했고 곡성 군수가 제안한 폐교 무상공급과 벼를 심어 품종을 연구할 논을 싼 가격으로 임대해 주겠다는 제안은 군수가 바뀌지 마자 흐지부지 돼버린 통에 깊은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일련의 사건들은 이동현이란 미생물학자이자 농부과학자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우려 속에서 좌절을 맛보며 키워온 '미실란'과 밥 카페 '반하다'라는 이제 제법 이름이 알려져 신뢰를 얻고 있고 그의 행보를 지켜보던 주변 농민들에게 비료를 쓰지 않고 농약을 뿌리지 않았을 때 더욱 벼의 뿌리가 땅속 깊이 내려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음을 보이며 자연에서 얻고 쓰는 법을 오롯이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확고한 신념이 있다는 게 이런 것일까? 모두 아니라며 반대하는데도 그 길로 뛰어든 지금이 그에겐 성공이라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도 빨리, 쉽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이런 우직함이야말로 그 자체로도 빛난다는 사실을 나는 글을 더듬으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밭에 거름 주며 농사일을 거들었던 그에게 삶의 고역처럼 느껴졌을 농사가 궁극의 호기심과 삶의 의욕이 되었다는 게 한편으론 놀랍기만 한데 시골에서 자라 과수원을 하며 농사일을 많이 거들었던 내 경험을 돌아봤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이 고역 그 자체였기에 그의 한결같은 마음이 너무 신기하게 다가왔다. 또한 그런 그의 삶을 김탁환이란 소설가가 한편의 영화를 보듯 풀어내지 않았다면 솔직히 이렇게까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 텐데 과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오는 문체가 이동현 대표의 삶을 더욱 빛내주는 글로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멋진 도시소설가 김탁환과 재미난 농부과학자 이동현의 이야기는 자칫 그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는 글처럼 다가올 수 있지만 글 안엔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진솔하게 담고 있어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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