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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로드 | 원숭이의 서재 2020-02-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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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벰버 로드

루 버니 저/박영인 역
네버모어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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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0. 버니 『노벰버 로드』 : 네버모어 ??[10/10]


마피아 카를로스 마르첼로 패밀리의 주축인 프랭크 기드리는 적어도 뉴올리언스에서만큼은 무엇 하나 아쉬울 없는 중년의 남자다.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을 가로지르는 차량 보조석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가 앉아있다. 기드리는 매일 원하는 여자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1963 11 22일의 상쾌한 아침을 맞은 기드리는 언론가를 장식한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미국을 넘어 세계를 흔든 대통령 암살 사건은 마치 허술한 각본 속에 놀아나듯 바로 범인이 체포되고 곳곳에서 암살 증거물들이 쏟아진다. 기드리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최근 자신의 종적을 돌이키며 F. 케네디 암살의 무대로 발걸음을 향한다. 얼마 맡은 작은 하나가 대통령 암살 사건의 일부임을 알게 기드리는 자신이 제거 대상자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서둘러 뉴올리언스를 떠나지만, 마르첼로 패밀리의 암살자 바로네는 기드리가 향하는 곳을 정확히 예측하며 간격을 좁혀온다.


사진작가의 꿈을 뒤로하고 둘리의 아내로 딸의 엄마로 살아가는 샬럿의 삶은 무료하다. 오클라호마 변두리의 삶은 그녀의 꿈을 앗아간 대신 반복된 일상과 시간의 노동, 그리고 무능력한 알코올 중독자 둘리와의 삶을 선사했다. 오클라호마의 풍경은 샬롯의 이상으로 무료하다. 샬럿은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딸의 삶은 오클라호마 풍경을 닮지 않기 바랐다. 남편 둘리가 어김없이 술을 마시러 나간 사이 샬럿은 어린 딸과 간질 증상이 있는 개를 데리고 집을 떠난다. 수중에 있는 달러와 낡은 대가 그녀의 전부였지만 오래전 연락이 끊긴 이모를 찾아 희망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발걸음엔 두려움보다 설렘이 크게 자리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차량에 문제가 생기며 샬럿은 새로운 삶을 앞에 두고 좌절하기에 이른다.


같은 시간 도로변 낡은 모텔에서 반파된 차량 앞에 울상 지은 샬럿을 만난 기드리는 암살자 바로네의 추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묘책을 떠올리며 샬럿 일행과 동행을 결정한다. 서로 다른 이유와,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기드리와 샬럿은 로스앤젤레스라는 같은 미래를 꿈꾸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F. 케네디의 암살 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1963 11월의 마지막 일주일을 기록한 버니의 『노벰버 로드』는 과거로부터 탈출에서 만난 그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


대비는 언제나 효과를 불러온다. 세계적인 암살 사건의 중심에서 도망친 중년 남성과 알코올 중독자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여성의 미묘한 사랑은 암살자 바로네의 추격이라는 서스펜스 위에서 절묘하게 조화된다. 긴장과 낭만의 반복이 만들어낸 중년 남성의 성장은 평생 호의라고는 베풀어보지 않은 그의 희생으로 막을 내린다.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사라진 자리엔 오직 진실만이 남는다.


세계적인 뉴트로 열풍은 문학계에도 단단히 침투했다. 『노벰버 로드』의 시대인 1960년대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기 이전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버니가 불러일으킨 노스탤지어는 단순히 시대 배경에서 멈추지 않고 섬세한 인물 묘사를 통해 한층 빛을 발한다. 또한 단순히 범죄물에서 느껴지는 긴박감과는 차원이 다른 서스펜스에서 코엔 형제의 명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비슷한 종류의 스릴을 느낄 있다. 단지 빠른 템포가 주는 영역을 벗어나 속도를 늦추고 폭력을 가외 배치함으로 오히려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버니는 서스펜스를 위한 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완벽한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범죄 소설로 시작된 버니의 『노벰버 로드』는 암살자와 도망자의 추격에서 기드리와 샬럿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로 변모한다. 소설에 거대한 변곡점을 것인데, 작가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도전이었을 있고 독자에겐 신의 수가 것이 바로 소설의 변곡점이라 있다. 서스펜스 위에 올린 사랑과 성장은 서사의 변곡점을 통해 장르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소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단번에 뒤집음으로써 버니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전작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주요 범죄문학상을 휩쓴 『노벰버 로드』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소문난 잔칫집이다. 이제 숟가락을 손에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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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낭자 뎐 | 원숭이의 서재 2020-02-2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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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랑낭자 뎐

이재인 저
연담L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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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 이재인 『호랑낭자 뎐』 : 연담L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선왕의 죽음은 수많은 신하들의 죽음과 당파의 몰락을 예고했다. 이제 떠오른 조선의 태양 이광의 즉위 이후 궁에는 마를 날이 없다. 이광은 선왕 시절 어머니를 죽게 후궁과 신하들을 제거하고 자제들은 돌아올 없는 유배 길에 올린다.

궁에 피가 마르기도 , 흉사의 증후인 부엉이 울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임금 이광은 연인의 죽음으로 종적을 감추고 떠돌이 생활 중인 이복동생 무영에게 입궁을 명한다. 조선의 둘째 왕자이나 미천한 귀비의 자식인 무영은 어미를 닮아 사령의 감이 강했다.


년간의 떠돌이 생활을 정리하고 입궁한 무영을 환영이라도 하듯, 거센 장맛비에 불어난 광통교에서 이름 모를 여인의 시신이 떠오른다. 예전부터 귀기가 서린 다리로 사람들이 걸음을 하지 않던 광통교에 떠오른 여인의 시신으로 일대가 떠들썩하고, 시신을 검안한 공씨와 주변 상인들은 무영에게 하소연한다. 며칠 시신의 정체가 인근 마을에서 실종된 부녀자로 밝혀지며 무영은 광통교 부녀자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 광통교 사건이 시원하게 해결도 되기 , 피마길 우물에서 새로운 시체가 떠오르고 밤이면 핏빛으로 변한 우물에서 피비린내로 고역을 치르는 마을 사람들의 소문에 임금 이광은 이복동생 무영과 그의 제자 해랑에게 사건 해결을 명한다.

한양을 배경으로 무영과 제자 해랑의 주변에는 기괴하며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점차 인물, 방향을 향한다.


미스터리 소설은 등장인물과 사건의 연결성이 매우 중요하다. 『호랑낭자 뎐』에서 이재인 작가가 특히 신경 부분이 바로 인물과 사건의 연결성이다. 제사를 주관하는 무녀 귀비의 아들로 왕자이면서 왕위에 오르지 못하는 비운의 왕자 무영과 그를 돕는 소녀 해랑은 귀기를 느끼고 사령을 있는 능력으로 괴기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여기에 검험의관 공씨의 검시 능력과 좌포청 종사관 주혁, 우포청 종사관 수환 등이 가세하여 무속신앙과 과학수사 사이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며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행수까지 진영의 버팀목이 된다.

상대 진영은 광포한 임금 이광을 비롯하여 왕의 사람인 충성해 보이지만 베일 응족의 수장 민도식, 가까운 거리에서 무영과 해랑에게 우호적이지만 도무지 속을 없는 셋째 왕자 진원대군까지 감히 넘보기 힘든 영향력의 인물들이 무영 진영의 앞길을 막는다.


출판사 리뷰를 보면조선판 CSI 탄생.’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본작을본격 궁중 미스터리 판타지장르라는데, 『호랑낭자 뎐』을 완독하면 제목만큼이나 장르에 수긍하게 된다. 『호랑낭자 뎐』은 궁중,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등의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재미를 배가 시킨다. 소설의 장점으로는 균형감과 리듬감을 꼽을 있겠다. 궁중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과학수사에 더해 무속신앙의 판타지는 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끌어가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빈틈을 로맨스가 이음매가 되어 틈을 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무영과 해랑의 로맨스에 조금만 많은 분량을 할애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아쉽다기 보다 둘의 로맨스가 아슬아슬하여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카카오페이지 연재 당시 10 만점의 기염을 토한 작품이기도 하고, 2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무서운 신예라는 심사위원들의 찬사와 함께 우수상을 거머쥔 작품이니 재미 면에선 믿고 읽어도 좋다. 특히 추미스 소설 공모전 수상작들은 하나같이 좋은 작품들뿐이니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호랑낭자 뎐』은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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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원숭이의 서재 2020-02-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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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저/장현주 역
새움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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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6.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새움


어느 서생에 의해 버려진 새끼 고양이 우연한 계기로 중학교 영어 교사 구샤미의 집에 눌러앉지만 정작 구샤미는 새끼 고양이에게 마땅한 이름도 붙여주지 않는다. 물질에 대한 욕구가 적고 속물들을 지독히 싫어하지만, 반대로 지적 허영이 가득하여 지식인으로서의 명예에 욕심내는 구샤미는 소심한 성격에 편협한 시선의 소유자다. 제법 학식과 교양이 풍부해 보이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고집으로 정작 중년이 때까지 마땅히 이룬 없는 서생인 구샤미 선생의 집은 그를 찾는 손님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궤변만 늘어놓는 변변치 못한 미학자 메이테이, 구샤미의 제자로 가네다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박사학위 취득에 여념이 없는 간게쓰, 구샤미와 앙숙으로 마을 유지인 사업가 가네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대를 넘어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어쩐지 버려진 고양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마음을 꿰뚫는다. 그런 바라본 인간은 어느 한구석 신통치 못한 족속이다. 이놈의 지식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속세를 비웃으며 고상한 대화를 이어가지만, 고양이의 눈에는 그저 허세 남발한 농지거리에 불과하다.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나쓰메 소세키는 버려진 고양이 통해 인간 군상의 갖가지 비극을 프레임의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희극화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시대 배경인 메이지 유신시대의 일본은 급격한 서구화와 근대화로 인해 신구의 격돌이 한창이었다.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을 주장하는 보수 진영과 서구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려는 진보 진영 사이에 감도는 긴장은 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나쓰메 소세키의 렌즈는 진보수 진영 간의 대립을 그리지 않고, 나아가 자본주의의 실상과 폐해, 서구 문명에서 비롯된 개인주의에 대해 조심스레 비판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코미디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 정도의 느낌으로 가볍고 경쾌하게 읽을 있지만, 구샤미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 대화가 만담처럼 오가는 가운데 날카로운 풍자와 깊은 해학이 담겨 소세키의 담론을 엿보기에 좋은 소설이다. 또한 소세키의 현현인 고양이는 소설의 화자로서 인간만사를 꿰뚫는데,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 군상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를 없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해 보이는 에피소드는 겹겹이 쌓여 인간사를 그리며 내러티브 전반에 걸친 소세키의 통찰은 시대를 넘어 우리를 관통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을 접하며 항상 아쉬운 점은 번역에 있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이미 100년이 지난 소설이니 시대와 배경에 대한 지식 없이는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고 소세키 문학의 특징 하나인 구어체의 사용은 아무래도 가독성을 떨구기 마련이다. 새롭게 읽은 새움 출판사 버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라도 번역만큼은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것이 가장 좋은 번역이라고 말할 없겠지만 현대인들이 읽기에 아주 좋을 만큼 현대적인 번역으로 재탄생하였고, 덕분에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소설임에도 읽는 내내 끊김 없이 읽게 되어 좋았다. 물론 소세키 특유의 구어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구어체를 살리면서도 국내 60년대 문학 정도의 느낌으로 읽히니 전보다 공감과 재미를 느낄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가지 버전으로 접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매끄러운 번역으로 새움 버전에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세키 문학의 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접하려는 분들께 이번 버전은 번역 면에서 매우 좋은 소식이 아닐 없다. 아직 새움 출판사에서는 『도련님』, 『우미인초』, 『갱부』, 『마음』 소세키의 명작 출간이 예정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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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원숭이의 서재 2020-02-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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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저
허블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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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0.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 : 허블 ??[10/10]


타인에 대한 존재의 인식은나와 같거나 다름에서 시작된다. 인식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은 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여러 파장의 빛에 시작이나 끝이 없듯 우리가 타인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 사이에는 구분점 대신 연속성만이 존재한다

어느 행성의 원주민(외계인)들은 빛이 떠올라 행성을 밝게 비추거나, 빛이 저물며 어둠의 사위가 몰려옴에 펼쳐진 형형색색을 언어로 사용한다. 그들에겐 글자대신 색이 존재한다. 소통은 양방향이지만 그들의 문자() 단방향이다. 낯선 행성에서 그들과 조우한 희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을 돌본 그들이 모두루이 불린다는 사실과 글자 대신 색채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어가 단절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생명체가 주고받는 감정의 교류는 마치 지구상의 인간과 다른 종들 간의 교류와도 다를 것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주체자로서의 입장이 뒤바뀐 것뿐이다.


낯선 행성에서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스펙트럼》은 김초엽의 SF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 편이다. 김초엽이 그려낸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세계관은 여느 SF소설처럼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렸지만, 낯익은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우리를 초대할 , 일어난 사건들은 과학적 기반보다 철학적 기반을 우선한 느낌이다.


열여덟 살이 되어 이동선에 실려 순례의 길에 오른 마을 청년들은 오직 평화만이 존재하는 마을을 대신하여 어느 곳으로 여행하고, 몇몇은 미지의 세계에 정착한다. 어느 순례의 길에서 돌아와 눈물짓는 청년을 지켜본 데이지의 지구 순례를 그린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는가》

인간의 뇌가 외계 생명체와의 공생을 통해 서너 미만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그들의 행성과 우리의 상상을 결합한 《공생가설》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난 남편과 아들을 찾는 여정은 죽음을 내포하지만, 그들에게 가닿기 위해 폐쇄된 우주정거장을 100년이나 점거한 안나의 그리움을 그린 표제작《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

감정의 물성이라 불리는 작은 돌멩이는 이용자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긍정적인 감정에 속하는 기쁨, 환희 같은 감정보다 대유행을 예고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물성을 통해 인위적인 감정을 불러오는 문제를 다룬 《감정의 물성》

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이상 분향소나 묘지를 찾지 않는다. 도서관에는 그들의 정보를 데이터화한 마인드가 있고, 새로운 형태의 추모는 남은 자들이 죽은 자의 마인드 재생을 통해 마치 죽은 자들의 영혼을 만나게 되는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내에서 분실된 엄마의 마인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관내분실》

인류의 우주인으로 명명될 우주비행사의 영광이 48 동양인이며 그것도 비혼모인 재경에게 돌아간다. 세간의 편견과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재경은 그러나 우주선이 발사되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우주인이 뻔한 재경과 그를 바라보는 가윤의 시선을 그린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는가》로 시작된 일곱 편의 SF단편은 기존의 국내 SF소설이 다루던 소재의 중첩과 클리셰로부터 탈피한 작가 고유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이어지는 신선한 아이디어는 독자로 하여금 과학의 논리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 종에 관계없이 존재할 철학을 통해 폭넓은 사유와 깊은 통찰을 전달한다. 작가는 과학으로 포장된 미래와 타행성의 삶에 현대인의 정서를 더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에는 종간의 대립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타자에 대한 이해나 곡해, 소수자와 비소수자, 성공과 실패에 관한 인식 등에서 생겨난 일반적인 문제들로 질문을 던진다.

김초엽의 거울에 반영된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때로 유토피아로 대변되는 미래는 실존적인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 문명의 일그러짐을 그려내고, 결국 디스토피아로 막을 내리고 만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은 국내 SF 장르문학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기존의 SF소설들이 한국식 SF로서 습작을 이어왔다면 김초엽은 그것을 완전히 새롭게 완성시켰다. 그가 완성시킨 SF세계는 이상 한국이 SF 비주류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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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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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트하우스

욘 포세 저/홍재웅 역
새움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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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9. 욘 포세 『보트하우스』 : 새움


지난여름 적어도 10년은 보지 못했던 옛 친구 크누텐과 우연히 마주친 ‘나’는 더 이상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집에 머문 채, 오직 글쓰기에 몰두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문밖에 나선 지도 몇 달이 되었다. 불안 증세로 왼팔과 손가락 마디가 쑤신다. ‘나’가 글을 쓰려는 이유나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불안감 때문이다. ‘나’는 지난여름 어린 시절 단짝이던 크누텐과 마주쳤다. 그는 결혼을 했고 두 딸이 있었다. 음악 교사가 된 크누텐은 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 고향을 방문했다. ‘나’는 가장 친했던 크누텐이 이제는 가장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여름 우연히 마주친 크누텐과 그의 아내, 그리고 두 딸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나’는 극심한 불안 증세를 겪는다. ‘나’는 불안하다.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와 그의 가족 사이에서 느껴지는 균열은 ‘나’에게 위기감을 조성한다. ‘나’는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저녁엔 피오르에서 낚시를 할 거라며 자리를 뜬다. 돌아본 크누텐의 아내는 매력적이다.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저녁 무렵 ‘나’는 피오르에 나가 작은 배에 오른다. 날씨가 좋은 여름 저녁 피오르에서의 낚시는 언제나 즐겁지만, 오늘의 ‘나’는 불안하다. 어쩐지 크누텐의 아내가 나타날 것만 같아 불안하다. 10년의 공백은 익숙함을 낯설게 변모 시킨다. 그러나 단지 낯섦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원인 모를 위기감에 빠지고, 계속해서 불안해진다.


피오르의 낚시에서 ‘나’는 결국 크누텐의 아내를 만난다. 자그마한 낚싯배엔 크누텐 대신 그의 아내만 올라있다. 그녀의 배는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리곤 몇 마디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작은 섬에 오른다. 저 멀리 절벽에선 크누텐이 두 눈으로 우릴 좇고 있다. ‘나’는 알 수 있다. 크누텐은 우리를 보고 있고, 우리를 의식하고 있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크누텐과 함께한 행복한 시절을 회상한다. ‘나’, 크누텐 그리고 친구들은 ‘보트하우스’에서 모였다. 그날을 회상하는 나는 더없이 불안하다.


어느 저녁 크누텐의 아내는 ‘나’를 크누텐과 묵고 있는 그의 옛집으로 초대한다. 크누텐은 아내에게 집착적이고, ‘나’의 불안은 강박에 가깝다. 그녀는 크누텐을 옆에 두고도 대놓고 ‘나’를 유혹한다. 그녀의 유혹으로 ‘나’는 어지럽고, 불안하다. 이 자리를 떠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한다. 크누텐과 아내의 티격 거림에 ‘나’는 집을 나오지만, 발소리를 따라 이내 그녀도 집을 나온다. ‘나’와 그녀는 이윽고 우리의 옛 터인 ‘보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그곳에서 ‘나’와 그녀만이 남아있다. ‘나’는 불안함을 감출 길이 없다. ‘나’는 불안하다.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는 1장에서 불안증세로 인하여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놀라운 것은 2장에서 이어진다. 화자인 ‘나’의 글쓰기라는 범주 내에서 친구 크누텐의 시점을 이용하여 서술하는데, 1장과 같은 내용을 서술함에도 ‘나’가 아닌 크누텐의 시점으로 옮겨온 탓에 사건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인연에서 시작된 인간의 관계는 꾸준히 생성되고 발전하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이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면 어떠한 이유에서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혹은 애써 기억한 이별의 이유는 각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된다. 인간은 집단적이며 동시에 개별적이다. 그런 인간의 관계 속엔 서로 다른 인식이 포함된다. 다름에서 이어지는 낯섦의 현장은 참을 수 없는 불안감을 유발한다.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의 구조는 희한하게도 직렬적이지 않다. 완전히 병렬적이지도 않을 만큼 이야기의 틈새엔 시점에 따른 공백이 존재한다. 여기서 표현된 공백은 허구를 실제로 바꾸는 힘을 지닌다. 생각해보라 우리의 기억에 얼마나 무수히 많은 공백이 존재하는가. 공백이 만들어낸 탄식은 안개와 같이 부옇기만 하다. 작가는 공백과 함께 반복된 서술 기법으로 ‘나’를 끝없는 불안으로 몰고 가고, 독자는 ‘나’를 통해 씻을 수 없는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채 ‘나’와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 아내의 균열 속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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