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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 예전리뷰 2016-03-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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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저/이수미 역
샘터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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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나의 몸은 나만의 작은 공간인 내 방안에 있지만 내 마음은 해안 절벽 무지개 곶 찻집에 오롯이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갈매기 울음소리, 부서지듯 물결치는 파도소리, 그리고 바다냄새. 내 기억 저편 언젠가 떠났던 여행의 경험을 빌려와 책 속 무지개 곶 풍경들을 상상하는 것은 행복했다. 찻집 주인 에쓰코씨가 정성스레 내려준 마법의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의 사연이 깃든 커피잔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나는 온전히 그곳에 있었다. 다만 나의 이야기를 통해 에쓰코씨는 나에게 어떤 음악을 선물해 주었을까? 아마도 책의 첫 에피소드인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직역하면 '놀라운 은혜' 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노래의 제목. 그리고 같은 아픔을 가져본 사람만이 온전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에쓰코씨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 주겠지.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잃지만, 또 그와 동시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얻기도 하지요. 그 사실만 깨닫는다면, 그다음부턴 어떻게든 되게 마련이에요."라고. 물론 책 속 엄마를 잃은 노조미와 노조미의 아빠를 위해 해준 말이지만 나에게도 이 음악이, 이 말이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내가 얻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무엇일까 하고. 그것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 내 삶이 아닐까 한다.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는 그곳. 그곳에 있을 나의 엄마가 이 세상에 남겨두고 간 나 그리고 내 삶.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이 기나긴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살아있음으로 추억하고, 기억한다면 결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 찻집은 해안 절벽에 위치해 있는 작은 찻집이다. 마치 위태롭고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마지막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처럼, 그곳에 파란빛으로 존재한다. 생전 남편이 남긴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 속 풍경을 언젠가는 꼭 보길 바라며 홀로 찻집을 운영하는 에쓰코.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절이 바뀌면서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인연으로 엮여나간다. 에쓰코가 대접하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라는 주문으로 만들어지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각자의 사연들을 위로해주는 에쓰코가 선곡한 아름다운 음악까지. 이렇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생의 끝에서 마음의 위안과 위로를 받아 다시 자신의 생으로 나아간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걸즈 온 더 비치>, <더 프레이어>, <러브 미 텐더>, <땡큐 포 더 뮤직>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들을 책 속 다양한 사연과 함께 다시금 듣고 싶어졌다. 평화롭고 따뜻한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무지개 곶 찻집. 이곳이 더 특별해 보이는 건 음악과 커피, 풍경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연들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음악과 풍경과 커피가 있는 아름다운 장소들이 내 기억 속에 많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주방 식탁에 앉아 엄마와 함께 수다 떨면서 마셨던 그 공간, 그 기억, 그 풍경, 그 음악, 그 커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엄마가 남겨준 <어메이징 그레이스>, 나의 삶에 나의 인생에 주문을 건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 행복하게 울고 웃으며, 또 마법의 주문을 외면서.
 
 
 
 
 
 
<책 속 밑줄>
> ...틀림없이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물체의 존재 의의까지 간단히 바꿔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미와 내가 이제부터 걸어갈 미래도 마음가짐 하나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36page-
 
>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과의 관계가 희박해지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홀로 고립된 나는 마침내 작은 자학 속에서 달콤한 쾌락에 푹 빠져가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카뮈, 가이코 다케시 같은 오래되고 무거우면서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순수문학과 사랑에 빠진 채 마음은 점점 더 우울해졌다. - 79page-
 
> 풍요로운 바다 냄새. 온화한 잔물결 소리. 푸른빛의 투명한 바닷바람. 감청색 수면. 늠름한 후지산. 소나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창공. 이 순간 내가 완벽한 여름을 독점한 것 같아 괜히 소리도 질러 보고 싶어졌다. - 100page -
 
> 꿈이란 건, 사람에 따라서는 품고 있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되기도 하거든. - 110page -
 
> "내 경험으로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 113page -
 
>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아.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설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는 나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말자. - 120page -
 
> "인간은 말이죠, 언젠가 이렇게 되고 싶다는 이미지를 품고, 그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꿈과 희망을 다 잃고 더 이상 기도 할게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지요."
- 146page -
 
> 내게 '상처'나 '아픔'은 왠지 달콤한 감상을 수반하는 일종의 '위안'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의 아픔을 느끼고 그 상처를 응시하고 있을 때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운명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 231page -
 
> 남편이 그리고 싶었던 것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마른 모래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처럼 사람들의 마음 사이사이로 살며시 스며들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듯한 그런 작품이었다. - 27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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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학 탐정 : 13의 저주 | 예전리뷰 2016-03-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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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상학 탐정 1

미쓰다 신조 저/이연승 역
레드박스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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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한국어판 표지 / 우 : 일본어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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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알게 된 작품은 최근 작품 <흉가>를 통해서다. 주변에서 많이들 읽기에 흥미가 생겼고 재미있다는 평도 있어 <흉가>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흉가>외에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작가의 '공통된 이미지'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융합'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호러'라는 장르까지 결합된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의 작품일까? 그의 작품세계가 몹시 궁금해졌다. 해서 최근작 <흉가>를 읽기 전에 '사상학 탐정 시리즈'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미쓰다 신조의 기존 작품들에 비해 재미가 덜 하는 평이 있어 재미있는 작품들을 먼저 읽었다가는 이 시리즈는 손도 안 댈 것 같아 먼저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사상학 탐정'이라는 제목이 참 낯선데 한국어 판 표지에서는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면 일본어판 표지의 경우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 대략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사상(死相) : 말 그대로 죽음의 형태, 죽음의 어떤 모습을 말한다. 주인공 쓰루야 슌이치로는 타인의 모습에서 바로 이러한 '사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유치원 시절 간사이에 있는 외가에 갔을 때 슌이치로는 처음으로 죽음의 형태와 맞닥뜨린다. 외가의 안라 마을, 유독 골목이 많은 오래된 사찰 마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좁은 돌계단을 더듬어 나가는 슌이치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심 이 뒤섞인 산책길에서 슌이치로는 문득 이상한 냄새를 맡고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리고 마주치게 된 기이한 형태의 양복 입은 낯선 남자. 어린 슌이치로였지만 그 존재가 인간이 아님을 간파하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다시 찾은 그 장소에서 남들에겐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능력이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할머니 슌사쿠 아이는 유명한 영매이고 할어버지 쓰루야 슌사쿠는 괴기소설 작가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없는 능력을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른바 격세유전이라 할 수 있다. 며칠 후 슌이치로는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나 되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물취급'을 받게 된다. 그 사건은 그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성장해서도 큰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 일상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게 된 슌이치로는 부모님 곁을 떠나 외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자라게 된다. 영매인 할머니는 슌이치로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슌이치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 후 20살이 되던 해 슌이치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도쿄에 자신의 이름을 건 '탐정 사무소'를 열어 독립하게 된다. 그의 사무소에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은 '나이토 사야카'로 사신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말하지만 슌이치로의 눈엔 그 어떤 '死相'도 보이지 않아 그녀를 돌려보낸다. 그리나 며칠 후 다시 찾아온 그녀에겐 피부 여기저기를 파고들어 꿈틀거리는 거무튀튀한 지렁이 형태의 '死相'이 보이는데...... 

 그렇게 자신의 첫 번째 의뢰인인 '사야카'를 통해 슌이치로는 탐정으로서 사건 현장인 이리야 가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잇따른 괴현상과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리야 가문에 얽힌 비밀, 숫자 13과 연관 있는 괴현상의 의미와 해석,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과 진범 등. 그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과 주술, 저주가 있었다. 마지막 진범이 밝혀졌을 땐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라 놀랐었고 범행동기에 조금은 동정심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간에 살해 여부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과 마지막엔 그 살인을 멈추고자 나름 노력했던 모습에 더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도 같다. ​

 '사상학 탐정'은 그동안 읽어왔던 책 속의 주인공들이 보여줬던 모습들과는 달리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부분이 다소 미숙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때문에 명탐정의 대활약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오히려 이 부분이 '사상학 탐정'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할머니를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는 해도 탐정이기 전에 슌이치로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을 ​느끼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 한 예로 슌이치로는 '死相'을 스위치를 ON/OFF 하듯 켰다 끌 수 있다. 즉 <보이게 한다/안 보이게 한다>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슌이치로는 여전히 자신의 눈앞에 닥쳐 올 존재에 대해 무의식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기피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한다면 고개를 떨군다. 오랜 시간 이렇게 성장해온 그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제대로 된 대화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것은 탐정으로써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자격들로 보자면 분명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야카'와 함께 사건 현장이랄 수 있는 '이리야 가'에 방문하여 그곳의 가족들과 대면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대화' 혹은 '진술'을 끌어내지 못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무뚝뚝한 말투의 슌이치로가 오랫동안 짊어져야 했을 그 힘의 무게가 버거워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 자신이 '부족한 자질'에 대해 충분히 자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2권에서는 지금보다 탐정으로서 조금 더 성장한 슌이치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책 속 밑줄>

탐정 사무소를 꾸려 나가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 - 타인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지금까지 의뢰인과의 대화를 포함해 타인을 대하는 문제는 할머니가 전부 대신해 줬다. 자신은 그저 보이는 것을 말하고, 할머니에게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면 끝이었다. 한마디로 안락의자 탐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무소를 세워 독립한 지금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사상이 보이는 것만으로는 의뢰인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 즉 이대로는 탐정으로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사시라는 지극히 특수한 힘을 지녔으면서 타인과 제대로 대화할 수는 없다니, ​이렇게 기막힌 일도 없다.

슌이치로는 이것이 앞으로도 자신에게 크나큰 과제가 되리라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고민을 그만뒀다.

어쨌든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 171page

 <ps>

: 13의 저주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일련의 괴현상을 해결하고 설명하는 부분을 읽을 땐 살짝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 다양한 사건들을 숫자와 연결시키기위해 작가가 ​얼마나(?) 고민했을까.... 생각하며

나름 썩소를 좀 지었던 것도 사실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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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인어공주 추리소설로 재탄생하다. | 예전리뷰 2016-03-1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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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어공주

기타야마 다케쿠니 저/김은모 역
엘릭시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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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읽은 <앨리스 죽이기>역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고전소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각색한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직후라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물리트릭의 귀재라 불리는 '기타야마 다케쿠니'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재탄생시킨 이 작품 '탐정 그림의 수기 인어공주' 또한 기대하며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겉표지에 적힌 '살해된 왕자, 용의자는 인어공주!'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장도 한몫을 했다. <앨리스 죽이기>역시 주인공 앨리스가 작품 속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을 추리 해결해 나가는 방식인데, 인어공주의 주인공인 인어공주 또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그 후의 사건들을 추리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두 작품이 묘하게 닮기도 닮았거니와 기존 원작의 주인공들이 새롭게 각색된 작품들에서는 죄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다소 당황스러운 이 상황이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책을 읽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기타야마의 '인어공주'는 기존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의 스토리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 동화는 그렇게 끝을 맺지만 간혹 그 뒷이야기 즉, 후일담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해피엔딩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면 더더욱. 왜냐하면 해피엔딩의 경우 정말?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이 '뒷이야기'에 ​착안해 트릭과 추리, 살인을 접목해 자신만의 '인어공주'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1816년 덴마크 오덴세. 마녀의 단도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 자신을 구할 수 있지만 인어공주는 스스로 물거품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틀 뒤 왕자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여러 가지 정황 상 왕자를 살해한 용의자로 인어공주가 지목되고 그 사건은 인간 세상과 바닷속 인어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사건 해결을 위해 실존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는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아버지를 일찍 여읜 어린 소년으로, 루트비히 에밀 그림은 어딘지 수상쩍지만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탐정역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이런 재치 있는 시도는 나로 하여금 작품을 더 몰입하여 읽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자신의 막냇동생인 인어공주의 살인누명을 벗기기 위해 마녀에게 심장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인간이 되어 뭍으로 올라온 넷째 셀레나까지 등장하여 결국 이 세 사람은 사건 해결을 위해 뭉치고 진범 찾기에 돌입한다. 붕케플로드 목사 부인의 도움을 얻어 궁으로 들어간 세 사람. 루트비히는 모든 상황들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사건 해결에 다가가려 하고, 한스와 셀레나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나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한다.

2층 방 안, 마녀의 칼이 등에 꽂힌 채 살해된 왕자 그러나 외부의 침입 흔적은 없고, 목격자도 없다. 궁 안 사람들의 알리바이도 명백한 상황.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수상쩍은 행동과 예전 인어공주를 닮았다는 이유로 셀레나가 왕자 살해범으로 몰려 궁에 갇히게 된다. 한스는 셀레나 자매들의 도움으로 그녀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미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온 '루트비히'에 의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되면서 그에 의해 진범이 누구인지, 왕자 살해 동기와 살해 방법 등이 밝혀지게 된다. 살해 방법의 경우 물리트릭의 귀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 속 자세한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루트비히'에 의해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이 사건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의 줄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1793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대략적인 내막은 이렇다. 역사적 실존인물인 나폴레옹을 사랑한, 한때는 그녀 역시 아름다운 인어공주였을 마녀의 외롭고도 헌신적인 지독한 사랑이 이 사건의 중심이었다. 그녀가 벌여놓은 판에 자신은 꼭두각시였음을 깨달은 인어공주는 왕자를 죽이지 않고 단도를 바다에 버리고 자신도 바다로 뛰어드는데 그 와중에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어공주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자신이 인어공주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왕자는 그녀를 찾아 떠나고 그런 왕자를 용서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인물에 의해 왕자는 살해당했던 것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이란 형태로 빚어진 일련의 사건들. 사랑에도 다양한 모습과 종류가 있겠지만 그 사랑이 마음속 욕망과 뒤섞일 경우 사랑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몸이 타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뜨거운 불꽃에 날아드는 불나비처럼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는 것이 사랑이 가진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루트비히'의 마녀의 존재에 대한 추리는 작가의 마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진행됐는데 어떤 이들은 이 부분을 꽤 불편해했지만 나의 경우는 나름 가벼운 충격과 신선한 관점으로 보게 되어 괜찮았다.


<책 속 밑줄>


* 외롭고 지루한 현실 바로 옆에 꿈을 꾸는 듯한 동화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한스가 지금까지 살아 온 원동력이었다.

언젠가 그 세계를 두 눈으로 보는 것이 꿈이었다. 말하자면 셀레나는 한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에 사는 존재였다.

- 7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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