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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 이경 장편소설 | 한국문학 2019-11-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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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원을 말해줘

이경 저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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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허물을 벗고 싶다.
엄마가 버린 허물 같은 아이,
버림 받아도 좋다는 표식 같은 이 허물을
벗어버리고 싶다.
-26page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방역 버스에 올랐다.
죽은 사람들은 운이 나빴을 뿐이고, 자신은
그렇게까지 운이 나쁘지 않기만을 바랐다.
-33page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72page

공포는 밖에서 창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사람들은 조용히 뒷문을 열어 소망을
맞아들였다.
-192page

허물은 사람마다 다른 결을 지녔다.
허물이 생긴 시점과 피부색, 영양상태와
처한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허물은 삶의 결을 지녔다.
-220page

온몸에 뱀처럼 허물이 생기는, 급기야 허물에 질식해 죽을 수도 있는, 피부병에 걸린 사람들이 격리되어
살고 있는 D구역.

도시의 방역센터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하고, T-프로틴이라는 신단백질을 공급한다.

때론 방역센터 치료실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시전설에 따르면 '롱롱'이라는 거대한 뱀이 나타나 허물을 벗으면 모든 사람들이 허물을 벗고

다시 허물을 입지 않게 된다 했다.

 

파충류 사육사인 그녀는 방역센터에서 알게 된 후리와 김과 함께 궁에 서식하고 있던 거대한 뱀을 궁 밖으로 데리고 나와 김의 가게에서 사육하게 된다. 뱀이 허물을 벗고, 자신들 역시 허물이 벗어지길 바라며.

어느덧, 김의 가게는 D구역 사람들 뿐만 아니라 허물을 입은 자라면 누구나 찾아 오게 되는 성지가 된다. 전설 속, 신화 속 거대 뱀이'롱롱'이길 바라며 자신들의 소원인 허물을 벗을 날이 속히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뱀에게 집중되자 방역센터와 그곳의 연구자인 공박사는 압력을 가해오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엄청난 비밀과 음모.

척과 그녀를 위시한 사람들은 이에 대적하기위해 시위대를 규합하는데...
방역센터와 공박사에 맞서 그들은, D구역 사람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소원을 말해줘> 속 등장인물들에겐 구체적인 이름이 없다.

그녀 혹은 누나, 키가 커서 후리, 김씨, 뾰족 수염, 은근짜,척 등으로 불리 울 뿐이다.

이름이 없다는 건 존재론적 의미가 부정되는 것으로 실상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허물'뿐이다.
도시 시스템 자체도 허물을 입고, 허물을 벗기는 것을 동력 삼아 돌아간다.

때문에 도시전설 속 롱롱의 존재는 단지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닌 허물 뿐인 사람들에게 실체적인,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커다란 상징이자 희망이다.

이무기가 허물을 벗고 그 고고한 자태를 태양 아래 빛내며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허물을 입은 자들이 허물을 벗을 때,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임을 믿는다.

아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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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일생일대의 거래 | 외국문학 2019-11-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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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9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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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서 내가 죽으면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섯 살 짜리의 죽음은 기사로 다루어지지
않고, 석간신문에 추모사가 실리지도 않는다.
그 아이들은 아직 발이 너무 작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발자취를
남길 시간이 없었다.
-26page

내가 내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할수만 있다면 그 아이를 살리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그래서 회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아이의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내 안의 일부분이 무너졌다.
알고 보니 내가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었거든.
-82page

항상 네 눈에 비치던 헬싱보리가 아주 찰나의
순간 내 눈에도 보였다. 네가 아는 어떤 것의
실루엣처럼. 고향.
그곳은 마침내 그제야 우리의 도시가 되었다.
너와 나의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105page

삶의 정점에 선 한 남자가 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순간,

아들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글이다.

아버지인 나는 병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보게 된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암에 걸린 아이.
엄마가 걱정할까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

그리고 그 아이 주변을 서성이는 사신까지.

나의 삶 속, 매 순간 죽음이 드리울 때 늘 보았던 사신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동생이 죽었을 때에도.

삶이 허락한다면, 이 어린 아이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까.
이 아이에게 보장 될 일 없는 미래지만 아이의 삶과
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나이때 아들이 나에게 던졌던 질문들과
여느 평범한 아버지들처럼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성공, 부, 자유를 쫓아 여기까지 왔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뒤늦게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는 건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미련하기 때문일까.

가족. 나의 아내, 나의 아들. 이기적인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나의 가족.

회환으로 점철 된 삶이었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만큼은
망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어린 여자아이를 살리고 싶다.
아이에게 삶을, 미래를 주고 싶다.
예전의 나였다면 생각지 않았을...

죽음을 앞두고 제안한 사신과의 일생일대의 거래
그것은 죽음으로써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닌
목숨과 목숨을 맞바꾸는 것.

나의 업적, 나의 발자취, 나의 모든 것, 그리고 나의 가족까지.
그대로 남겠지만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두렵지 않겠냐고.
아쉽고 슬프지 않겠냐고.

나는 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
나의 모든 것들을 걸고서.
아들에게서, 아내에게서 잊혀지면서 까지.
나는 선택할 수 있을까... 일생일대의 이 거래를.

짧은 작품이었지만 긴 여운과 짙은 슬픔이 남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일생일대의 거래>
삶을 살아가면서 죽음, 성공의 척도, 행복의 가치
생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로써 나의 부모님이 걸어 왔던 길을 관통하고 있는 이 길목에서

당신들이 느껴왔을 무게감과 책임감, 고독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니, 그때 이해해 드리지 못했던

사실이 가슴이 사무치도록 아프다. 이제는 이해한다고도
말할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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