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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회와 함께 한 문학기행 | 삶은 여행 2019-05-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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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봉사회에서 문학기행 행사가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레고 들뜬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예전부터 문학기행을 동경했었는데 기회다 싶어 시간을 냈다. 군산에 있는 근대역사박물관, 3.1운동 100년 기념관, 채만식 문학관에 다녀왔다. 나는 봉사회에 가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거의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들 잘 알고 있는지 모두 수다를 떠느라 왁자지껄했다. 그래도 같은 도서관 소속 봉사회원들이라 금세 공감대를 형성하며 궁금한 걸 묻기도 하며 하나의 동아리가 되어갔다.


1층에서 3층으로 옮겨 다니며 해설사의 설명을 듣느라 분주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군산에 살고 있는 일본인은 현지 주민보다 두 배나 더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착취와 수탈을 당하면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선조가 하사한 최호 장군의 삼인보검.

이순신 장군에 묻혀 덜 유명하단다.



3층으로 올라갔더니 호남의 최초 선교사였던 전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여러 풍경이 펼쳐졌다.

지금은 많이 사라져간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반갑고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부잔교.

추억의 영화 포스터.

토막집.


2층의 동학혁명관은 아직 전시 작업을 마치지 못했는지 입장할 수는 없었다.

근대역사박물관을 본 다음엔 바로 앞 건너편에 있는 세관으로 향했다

무려 111년이나 되었다는 건물을 보기 위해.



책과 카페와 음악이 있는 북카페인데 문인들의 인문학 강의도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1908년부터 시작하여 지금도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의 카페란다. 눈에 익은 김용택 시인을 소개하는 판넬도 있어서 반가웠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바람에 어느새 배터리가 바닥이었다. 아뿔싸! 보조 배터리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깜빡 했더니 아쉽게 되었다. 그 뒤에 들르는 곳에선 사진도 거의 못 찍었고 맨 마지막에 들른 채만식 문학관에선 한 장도 못 찍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이다.


그 당시만 해도 전국 6대 도시에 들어갈 정도로 번영했었고 백화점도 있었는데. 현재는 백화점이 한개도 없는 도시가 군산이라고 했다. 함께 한 일행 중 누군가 군산에서 돈을 벌어 전주로 이사를 간다는 말을 해서 쓴웃음을 웃었다. 안타까운 부분.

 

원래는 예정에 없었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블로그에서만 보았던 경암동 철길이다.

이렇게 건물과 철길이 가까이 붙어 있다니...

교복을 대여해서 입고 철길을 걷거나 기차에 올라 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저절로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채만식 문학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퍼온 사진이다.



맨 처음엔 시청각실로 들어가서 채만식 선생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해설사는 탁류읽어보신 분 있느냐고 물었는데 몇 사람 안 되었다. , 하권 두 권이나 될 정도로 분량이 길다는데. ...그렇다면 나도 안 읽었나보다. 책은 안 읽었어도 책 제목은 훤히 알고 있다는 건 뭐지.

여자 주인공 초봉이와 고태수 등 등장인물에 대한 대략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근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태수가 근무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은행을 못 가본 것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제 식민정책의 본산이기도 했던 조선은행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해설사는 근대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는 군산 여행은 하루에 다 둘러보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23일이나 적어도 12일의 일정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35명 정도의 일행이 함께 했는데 그 중에 연로하신 어르신도 몇 분 있었고, 해설을 듣고 둘러보는데 은근히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근처에 있는 미술관은 들어갈 수도 없었다. 참 아쉽다. 매표도 해 두었으니 들어가서 보면 된다고 했는데...


불란서 백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잣집 아들로 오해하게 만들었던 외투와 중절모를 항상 갖추고 다니셨단다와세다 대학에 유학을 할 정도 부유했지만 1년 반이 지났을 땐 가세가 기울어져 나중엔 원고지를 사는 것도 힘에 부쳤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탁류길 탐방 등 다양한 체험도 있던데 시간 제약이 있던 관계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우선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은 다음에 나중에 다시 탐방길에 올라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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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 문학/작가/동화/추리 2019-05-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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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마크 트웨인 원저/필립 스테드 저/에린 스테드 그림/김경주 역
arte(아르테)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문명의 이기속에 살아가면서 잊고 있던, 작지만 소중한 진심을 담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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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왕자와 거지를 비롯한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 최고의 걸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미완성인 채 발견된 것을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에 의해서 완성된 작품이다. 무려 100년 만에 발견되었다는데. 1879년 어느 저녁,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 딸들에게 잡지에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유일하게 조니의 이야기만 기록되었고 이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과연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따뜻함과 재치가 묻어나는 그림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주인공 조니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닭,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서 먹을 것을 사오라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면서 모험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생전 처음 길을 나선 조니에게 바깥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가두행렬을 만나기도 하고 정신없이 걷고 또 걸어 시장에 도착한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부딪혀 상인한테 혼나고 정신이 없다.

이때, “한 푼만 주세요.”라고 구걸하는 노파를 만나는데,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할머니에게 내어준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담청색 씨앗을 조니에게 건네는데...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돼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 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예요.”(P59) 

 

  지금 당장 힘들고 굶주린 조니에게 이 씨앗이 어떤 힘이 되어 줄까.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읽은 것처럼 위기를 만난 조니에게 마법이 펼쳐질까. 할머니의 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혜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힘든 상황이 왔을 때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고 정성을 들여 가꾸고, 그 과정에서의 마음은 순수함과 절실함을 갖고 결국은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 화자인 작가와 마크 트웨인이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분은 위트가 느껴진다. 마크 트웨인의 생각을 읽어내고 공감을 나누며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여서 신선한 느낌이다.

 

조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먹을 것은 사오지 않고 담청색 씨앗을 내미는 조니는 호되게 혼이 난다. 씨앗을 씹으면서 욕지기를 내뱉는 할아버지를 마크 트웨인은 자리에 누운 채로 그대로 죽고 말았다고 처리한다. 개연성은 별로 없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 유머가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심한 조니는 주머니에서 담청색 씨앗 하나를 발견하고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정성껏 키우고 가꾼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꽃을 뿌리까지 뽑아서 먹어버렸지만 허기를 채울 수 없었고 비참한 마음에 죽어버리자고 황야로 걸어간다.

 

  꽃을 먹으면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하늘을 향하여 땅에 누워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조니는

무슨 문제 있니?” 하며 말을 거는 스컹크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드디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 와서 기뻐.” 짧지만 진심이 담긴 조니의 말에 동물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맨 처음 친구가 된 스컹크 수지는 많은 동물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함께 파티를 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인간에게 말을 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야. 인간들이 하는 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따분하기만 해.”(P84)

…… 오직 인간만 우리 말을 못 알아들어.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굉장히 무지하고 성장도 더디고, 외롭고도 슬픈 존재야. 인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생명체가 극히 드물거든.”(P85)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동물이나 자연이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조니와 동물 친구들은 참나무 줄기에 박힌 오레오마가린 왕자를 찾는 포고문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왕자를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이사이 이어지는 두 작가의 대화는 우리가 자주 잊고 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심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일깨워 준다.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P120)-마크 트웨인의 말.

 

조니는 깊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마침내 할 말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P152)

 

 

  점점 각박해져가는 시대에 진심을 담은 따뜻한 대화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그림이 가득 실려 있어 금세 읽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못 박힌 포고문에 아파하는 나무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공상에 빠진 소가 있고 거짓말의 역사와 탐욕스런 전쟁을 꼬집는 작가의 말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조니의 모험을 통해 폭정에 맞선 선량한 인간들의 명예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문명의 이기에 젖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뜨끔한 일침을 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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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새 | 문학/작가/동화/추리 2019-05-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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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지개 새

메도루마 슌 저/곽형덕 역
아시아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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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고 끔찍한 폭력적인 이야기, 그 뒤에 남는 아름다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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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미지의 세계, 신비와 환상의 섬이라는 오키나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무참히 깨주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짧은 소설임에도 느낌은 강렬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의 목록에 있던 오키나와의 눈물의 작가라는 것을 알았고 이벤트를 통해서 만나게 된 책이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현 출신으로 1983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5년은 메도루마 슌 문학의 전환점이 되는 해인데, 당시 오키나와 북부 나고에서 13살 소녀가 미군 세 명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 이후 미군기지와 관련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 무지개 새를 시작으로희망,』『기억의 숲으로 이어진다. 특히 무지개 새는 구상에서부터 연재, 출판까지 총 9년이나 걸려 나왔다는데 그만큼 작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잔혹하고 끔찍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폭력의 당사자나 대상자에게 연민이나 응징의 말은 없다. 그저 피사체처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이것을 제대로 응시하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여지를 남겨주는 듯하다.


 폭력조직의 절대적 권력자 히가, 히가의 명령에 순종하며 성매매 여성을 관리하며 상대 남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넘기는 가쓰야,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마유가 히가 그룹에 들어와 그야말로 폭력의 지옥도를 펼쳐나간다. 열일곱 살 왜소한 체구의 마유는 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찍힌 사진을 되찾기 위해 히가에게 예속된다. 가쓰야는 중학교 시절부터 선배 히가의 상납금을 관리하면서 친구들과 멀어지고 더 많은 돈을 바치며 히가의 눈에 들어 안전한 삶을 유지해 간다. 폭력을 당하고 돈을 뺏기면서 왜 말하지 않는 걸까. 돈 걱정 없는 집안이지만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 그것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자신의 가게를 갖는 꿈을 이루는 어머니, 거의 파친코에서 살아가며 자립 의지가 없는 두 형 등 소원한 가족의 분위기는 더욱 히가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소통의 부재와 함께 무엇이 중요한 삶의 척도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족 중 가장 의지가 되는 누나 히토미에게라도 털어놓았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히가의 절대적인 권력은 졸업을 하고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폭력, 상납금 근절을 위해 교사들이 나섰지만 교사의 어린 아이를 향해 자행한 폭력으로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만다. 결국 부모와 선생님 모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건의 예가 되는 데모 장면이 나오는데 85천명의 군중이 모여 미군 철수를 외친다. 무대에 선 여학생을 보고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마유를 떠올리는 가쓰야. ‘한 순간의 차이로 다른 운명이 된 마유의 삶이 교차된다. 이전에 품지 못한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돈을 낳는 생물을 사육하는일을 하는 거라고 했던 히가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나쁜 일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가쓰야를 계속해서 보는 것은 답답했다. 사람의 굳어진 생각이나 습관을 깨뜨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버지의 돈을 받아 도박으로 삶을 낭비하는 두 형들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을 안전하게 해 주는 을 받는 것을 뿌리치지 못한다. 누나 히토미의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뿐이다. 그의 부모는 군용 용지 대여료를 받아 부유하게 살아간다. 사건이나 사고가 있어야 군용지 대여료가 인상된다는 가쓰야의 아버지, 데모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엄마를 보며 소학교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딸 히토미, 한 울타리에 살아도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싸해졌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소통의 부재는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는지. 예의 외부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성매매 산업, 학교폭력 등 내부적인 폭력구조가 얽히고설켜 오키나와 전체에 만연해 있는 일상과 연계시켜 보여준다.


 가쓰야는 뭔지 모를 약을 먹이는 등 히가의 명령을 수행하면서 천천히 무너져가는 마유를 지켜본다. 결국 마유가 손님을 받지 못하자 가쓰야는 상납금을 마련하러 어머니 가게에 가는데... 네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누나의 진실 된 조언도 자신의 발등의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느 덧 미군 세 명에게 제압당한 소녀의 얼굴에서 소학생 시절 누나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이르렀지만, 안타까움은 어쩌지 못한다. 얀바루 숲의 무지개 새를 떠올린다. 본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동료는 모두 죽게 된다는. 바뀌지 않는 현실을 누가 바꾸어주었으면 싶다.


 자신의 성매매 대상인 교사에게 가한 마유의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행위는 보복이었을까. 가정과 사회가 막아주지 못해 받은 고통과 상처를 자신이 직접 응징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라도 해서 폭력의 가혹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 죽어가던 소녀 마유의 마지막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인과응보라더니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정당한 행위는 아니지만 폭력의 위험성을 이렇게 고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전설의 새, 무지개 새 이야기를 내세워 마유와 가쓰야를 새 삶으로 꺼내주는 이야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무수한 동식물의 보고라는 얀바루 숲의 생명력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섬 제주가 많은 상처를 품고 있듯이 그와 닮은 섬 오키나와의 정치적 현실과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날 일이 정말 기대된다. 폭력으로 점철된 이야기였지만 여운이 아름답게남는 건 왜 일까. 아마도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을 파괴해야만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모두 죽어 없어지면 된다.

몸 깊숙한 곳에서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백미러에 비친 마유의 잠든 모습은 아름다웠다

액셀을 더욱 세게 밟으며 가쓰야는 얀바루 숲에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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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미술관! | 삶은 여행 2019-05-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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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갔다. 전시를 보러 갔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다.

갑자기 웬 봉사활동이냐고?

뒤늦게 봉사활동에 관심이 생겨서 지난 2월에 봉사회에 가입했다가 미술관에서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으며 그림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몇 해 전 시내를 돌아다니가 시립미술관을 발견하고는

? 우리 지역에도 미술관이 있구나, 놀랍고 반가웠었다.

언제 가 볼까 벼르고 있다가 봉사활동을 거기서 해 보자 싶었다.


미술관 봉사활동은 처음이라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갔다

이번 전시는 서양미술사 600년 미디어아트와 인문학의 만남, ‘시대의 거장전이었다

시 승격 30주년 특별전이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얘기했더니 안내를 해 준다.

사실 미술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있을 자리라고 알려준다.

바로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티켓을 받고 확인하면 되는 일.

, 그렇다면 그림도 못 보는 거네.ㅎㅎ

전시실 안에서 하는 줄 알고 살짝 기대했는데...


언제 들어왔었는지 꼬맹이 유치원 아이들 단체 손님이 선생님의 인솔 하에 나가고 있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뜸했다.

한참 지나니 남녀 커플이 들어온다. 혼자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세 지긋해 보이는 두 여자분이 오더니 기념품 파는 데는 없느냐고 묻는다.

전 오늘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1층에 없던가요?” 라고 웃으면서 되물었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기념품들도 안 보이더라고 했다.

그럼, 없나보네요, 했다.


호암미술관 관련 소책자가 비치되어 있기에 읽기도 했다.

그만큼 사람이 없었다는 것.

혼자 관람하는 어떤 여자 분이 다가오기에 전시가 볼 만 하더냐고 물어보았다.

생각보다는 흡족하지 못하다고 한다. 미술관에 많이 다녔다 보다.

나도 오랜만에 미술관에 발을 들였으니 이제 가끔 올 수 있지 않을까.

미술관 문턱이 그리 높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그림을 잊고 살았네 싶다.


또 어떤 여자분은 인사를 하며 자기가 그림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란다.

, 생소하게 느껴지던 단어 도슨트(docent)’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한단다.

그녀는 잠깐 봐줄 테니 내게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오라고 했다.

? 그래도 돼요?”ㅎㅎ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시실에 들어갔다.


쉴 새 없이 음악이 들려왔는데 미디어아트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이었다.

전시실은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둘러보고 나왔는데 앗! 사진!

그래서 다시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갔다.ㅎㅎ

그림을 본 다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는 것이 맞겠다.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서 사진 찍기도 편했다.

어쨌든 기대했던 그림을 보고 왔다!

이번 전시는 이걸로 만족하고 다음번에는 제대로 관람해야겠다...

 













미디어아트 영상인데 인물들의 표정이 바뀌고 나를 쳐다보며 눈을 깜박이는 듯하다. 

영상의 그림은 계속 바뀐다.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할 것 같다.



모나리자는 실컷 봤다.ㅎㅎ

3층 전시실에서는 모나리자 토크 쇼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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