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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_ 이런 철학책은 처음이야 | 나의 서재 2017-02-1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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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논쟁! 철학배틀

하타케야마 소 저/이와모토 다쓰로 그림/김경원 역
다산초당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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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들의 뜨거운 논쟁을 관전하다보면 어느새 철학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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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인의 사상가들이 펼치는 토론 한판!

사상가들의 뜨거운 논쟁을 관전하다보면 어느새 철학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적나라한 민낯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서 누적되어 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단번에 뒤집어엎어질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청년 실업에 후진국형 재난과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회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훈련이 미흡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두를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한다. 오늘날 인문학적 사고, 즉 철학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철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고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헤쳐 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시중에는 많은 교양철학서적들이 쏟아져 나와 있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없거나 학문으로의 접근에 치중된 나머지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대논쟁! 철학 배틀』은 누구나 쉽게 철학적 사고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사유하도록 해줄 좋은 철학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일단 『대논쟁! 철학 배틀』은 여타의 철학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표지로 시선을 끈다. 주요 사상가들이 만화 캐릭터로 등장하여 제목처럼 뜨거운 격론의 한 판 싸움을 펼칠 기세이다. 책에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동양의 공자와 니체, 석가모니 등에 이르기까지 총 37인의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오늘날의 시사 문제부터 철학의 주요 논제에 이르는 15가지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한다.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주제에 부합하는 대표 사상가들이 나와 찬반의 토론을 펼치는 것인데, 이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제기했던 사상들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근거로 제시한다. 소크라테스는 사회자가 되어 토론의 주제를 제기하고 각 사상가들의 주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격렬하게 토론이 진행될 때면 중제를 하고, 또 분위기를 달아오르게도 함으로써 사상가들이 냉철하고 치열하게 대화하여 철학이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돕는다. 이는 철학이 생각하고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음미하는 데 있음을 역설한 소크라테스의 뜻이자 저자의 집필 의도와도 같다.

 

 

소크라테스: 과연 인간은 애초부터 자유로웠을까? 입장의 차이에 따라 루소와 장자의 입장도 될 수 있고, 홉스의 입장도 될 수 있겠지. 또한 긴급사태 때에는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카를 슈미트 군의 위임독재론은 대단히 날카로웠네. 마지막에 등장한 사르트르 군은 자유와 구속의 관계를 훌륭하게 해명했다고 생각해. 무한정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것과 책임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 자체를 창조해간다는 관점은 자유와 구속이 실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관점을 제시해주었지. 그러고 보면 어떤 책임을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창조하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일지도 모르겠군. / 181p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철학서가 반가웠던 이유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복잡하게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철학 배틀에 참가하는 이들의 명단과 함께 계보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사상 지도를 함께 보여주니,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던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역대 왕의 계보를 쭉 외우면서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듯, 이들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을 때 이 지도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소크라테스와 석가모니, 공자가 기원전 5세기의 동시대 인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어떠한 저작도 남기지 않았으나 사후에 제자들이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남겼다는 공통점까지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사실 사상을 정리해 전파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 얻는 진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15가지의 주제들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과 직면해있다. 빈부의 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소년범죄를 엄벌로 다스려야 하나,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등등의 주제들은 현재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첫 장의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를 보면 격차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공동체는 각각 자신의 능력에 맞게 부를 분배받는 배분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와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한 애덤 스미스가 대표자로 등장한다. 이와 반대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의 아버지’인 카를 마르크스와 ‘사회적 약자를 소회시키지 않는 복지 사회를 위한 격차시정의 원리’를 주장한 존 롤스가 자신의 뜻을 피력한다. 여기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살펴보며,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볼 수 있다.

 

 

   여러 논쟁 중 스승과 제자가 논쟁을 벌이는 부분은 특히 흥미진진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 제레미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를 주창하였고, 그의 제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질이라는 독자적인 관점을 부여함으로써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킨 바가 있는데 이들은 ‘소년 범죄, 엄벌로 다스려야 할까?’를 주제로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한 것이다. 세계를 둘러싼 일원론과 이원론의 싸움에서도 세계는 하나라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그의 스승인 플라톤은 현상계와 이데아라는 이원론을 주장한다. 이처럼 스승의 사상에 마땅히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참된 진리를 깨우치려는 철학자들의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칸트: 잘못된 현실을 시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이 진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는 인간의 행동 규범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원칙인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똑똑히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철학자의 역할입니다. / 238p

 

 

   이렇듯 『대논쟁! 철학 배틀』은 대화와 토론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철학적 대립과 주장을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는 듯하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늘날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장에서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 변증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전화를 예로 든다. 집 전화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대화할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사용할 수 없음으로 이런 점에서 집 전화를 테제(정)라고 하면, 바깥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안티테제(반)로, 두 가지 다른 입장을 발전시키면 진테제(합)인 공중전화가 된다는 논리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자유를 향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부정함으로써 더욱 더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설명한다. 변증법이라는 철학 사상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듦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을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덕분에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주제만 보아도 논의를 펼칠 철학가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철학은 꽤 어려운 난제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이 가볍게 철학 훈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책을 쓴 저자가 전문 철학자가 아니라 일본의 입시학원에서 윤리와 정치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유명 강사라는 점에서 한 몫을 한 듯하다.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사상들을 풀어쓰려 애쓰지 않고 강사로써의 경험을 통해 친숙하고 어렵지 않은 단어로 설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각 페이지의 하단마다 해당 용어를 쉽게 풀이한 주석을 달아놓았고, 꼭 알아두어야 할 점들은 별도로 표시까지 해두어서 요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에 tvn에서 방영하는 대학토론배틀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데, 대학에서조차 많은 청년들에게 생각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 있게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세상의 논리에 그저 따라가지 않으며 자신만의 원칙과 진리를 이 책을 통해서나마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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