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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_ 영화는 그렇게 계속 된다 | 나의 서재 2018-05-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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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저
상상출판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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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카모메 식당까지, 영화 속 장면을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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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환상이거나 혹은 또 다른 현실일지도 모를,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카모메 식당까지, 영화 속 장면을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츠찬이 탭댄스를 추던 그곳, <나의 소녀시대>에서 주인공인 두 남녀가 롤러스케이트를 탔던 공원, <이프 온리>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떠난 연인이 꼭 껴안으며 거닐던 풍경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판타지를 선물하곤 한다. 입가에 묻어난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햇볕이 잘 들어오는 카페테리아에서의 여유 한 잔, 나직이 읊조리는 그의 대사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이들이 머물던 공간이 더욱 특별해지고 종래에는 가보고 싶다는 막연하고도 때로는 구체적인 계획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영화 속 판타지는 스크린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일지도 모르고, 이제껏 알지 못했던 그저 또 다른 현실일 뿐일 수도 있지만 기꺼이 그곳으로 뛰어들었을 때에만 우리는 무언가를 알게 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떠난다.

 

 

 

당신과 나, 우리의 시선이 맞닿을 때

 

 

   어쩌다 불쑥 어떤 강렬하고도 복잡한 질문들이 정면으로 돌진해올 때가 있다. 나는 내가 결정한 대로 살아오고 있는가. 삶과 죽음 사이에는 단 하나의 길만 주어져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 수는 없는가. 이제껏 지켜 왔던 익숙한 삶과 결별하는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가, 하고.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그레고리우스처럼, 나도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내 끊임없이 말을 걸어 보고 싶었던 그녀는 그렇게 베를린으로 떠났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 23p

 

 

'어디로 가든 당신도 야간열차를 타야 할 때가 온다. 낯선 정거장의 플랫폼에 발을 딛고 역사에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당신은 겉으로만 먼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 외딴 곳에 왔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 먼 곳을 돌아 다시 찾아왔을 때 당신이 발견하는 것은 이미 예전의 당신이 아닌 당신일 것이다.' / 44p

 

 

 

   그레고리우스가 머물던 호텔, 사타카타리나 전망대, 좁디좁은 도로를 누비는 28번 트램, 그레고리우스가 찾아 헤매던 아마데우의 집, 리스본의 야경, 그녀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누비듯 그렇게 낯선 베를린의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영화 속 대사 중에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 무엇인가에서 떠나는 그런 행동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필연적인 첫 발걸음이라는 것"이라는 대목이 마음을 두드린다. 단조로운 일상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도착하고 나면 '당연함'을 버리고 '낯섬'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끼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환경에서 낯선 나와 조우하는 일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자유의지의 힘을 얻는 일일 것이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낯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 100p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셀린처럼 비엔나행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끌리게 되는 이 낭만적인 경험을 나도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9년 뒤 재회를 담은 <비포 선셋>과 다시 9년이 흐른 뒤 위기를 맞은 40대의 이야기를 다룬 <비포 미드나잇>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 가는 두 남녀의 생각을 대화의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 '비포 시리즈'의 정경을 따라간다. 셀린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눈으로 그녀를 담았던 제시처럼, 저자 또한 비엔나를 잊지 않기 위해 많은 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달랑 주고 하나만 가지고 찾아가기에는 파리의 모든 곳이 낯설었고 방향 감각이 없어서 길을 잃기 일쑤였지만, 지도에 표시된 마지막 통로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와…." 하는 탄식과 함께 펼쳐지는 센 강변의 아름다움이라니. 그녀는 이렇게 되뇐다. 파리는 그저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러니 적어도 파리에 있는 동안에는 그 마법을 꼭 믿어 보라고.

 

 

 

"사람들은 낭만적 환상을 갖길 좋아해. 아주 비현실적이지." / 69p

 

 

셀린은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그리고 오래된 부부처럼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서로에게 권태를 느낄지 모른다. 대화는 줄어들고 침묵만이 빈 공간을 메우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대화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 대화가 잘 통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다. / 78p

 

 

 

 

 

 

   그녀는 이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파리의 거리로 깊숙이 들어가 보고, <노팅 힐>과 <어바웃 타임>을 통해 영화만큼 젠틀 하고 위트 넘치는 런던의 평범한 일상을 만끽해보기도 하며, 영화 <클로저>와 버지니아 울프를 통해 스산한 사랑의 내음을 맡는다. 더블린에서는 음악 영화 <원스>의 감성을 따라가 보고, 마지막 장에서는 핀란드에 이르러 <카모메 식당>을 추억한다. <카모메 식당>은 엄청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영화도, 인생의 깨달음을 주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그저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떠나온 누군가의 의연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을 느낀다. 손님 하나 없는 작은 식당을 꾸려 나가는 사치에의 태연하고 침착한 태도에 외국생활로 구겨진 빨래 같던 내 마음에도 조금씩 볕이 드는 듯했다던 그녀의 고백은 비록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여행이란 것을 통해서 얻고 깨닫는 것들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 274p

 

 

 

 

 

 

   책의 말미에 이르러 그녀는 현실적인 부분이 해결이 되어야만 낭만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구질구질한 현실 속에서도 지조를 지키며 각자의 밤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저 최대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나마 이 고단한 삶 속을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아니겠는가. 또한 영화 속 그 어딘가를 찾아 떠나보는 여행, 그런 낭만이라도 껴안고 살아보는 것이야 말로 또다시 현실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를 덮으며 어쩌면 우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머물던 공간, 내가 마주했던 시선, 내가 나누었던 대화들이 모두 내 마음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추억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한 편의 영화이지 않겠느냐고. 나는 이제 그렇게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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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_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나의 삶을 건강하게 한다 | 나의 서재 2018-05-1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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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저/정세영 역
다산초당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더 이상 무례하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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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답답한 삶을 긍정으로 바꿀 둔감력의 비밀!

더 이상 무례하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

 

 

 

   ‘둔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깨침이 늦고 재주가 무디다,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혹은 감각이나 느낌이 예리하지 못하다’다. 대체로 부정적인 어감이 강해서 미련하거나 아둔한 사람을 가리켜 둔하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까운 지인의 외모에 변화가 왔을 때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행동이 재바른 편이 아니어서 꽤 둔감한 쪽에 속한다. 둔하다기보다 크게 마음을 기울이지 않거나 무신경한 쪽에 좀 더 가깝다고나 할까. 때문에 섬세한 표현에 능한 사람들이나 사소한 부분까지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민감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최근에 커피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는데 디테일한 표현과 맛의 차이를 잘 이끌어내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왜 저들처럼 섬세하게 반응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지 속상해지기도 한다.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꽤 독특한 제목의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다. 나의 둔감함이 최고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에서는 이를 ‘둔감력’이라 표현하는데, 저자는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둔감한 성향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니,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그간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갑자기 긍정적인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강인한 힘, 둔감력

 

 

   저자는 둔감력을 가리켜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이라 설명한다. 오늘날처럼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방대하고 중심을 잡기가 힘든 때일 수록 긍정적인 마음과 강력한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필요한 것만 받고 나머지는 내칠 수 있는 적당한 둔감력으로 정신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이때 한쪽에 비축해놓은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곳에, 내가 원하는 시점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둔감력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에도 기여한다는 점이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저자가 설명하는 건강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원활한 혈액 순환을 손꼽는다. 피가 막힘없이 잘 흘러서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 다른 장기들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체의 혈관은 대부분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이루어진 자율 신경이 조절하는데, 교감 신경은 긴장, 흥분, 불안 상태에 빠지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반면 부교감 신경은 혈관을 확장하고 이완시켜 혈압이 낮아지도록 작용한다. 결국 부교감 신경이 지배하는 상태, 즉 교감 신경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이다. 이때 둔감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자율 신경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야말로 건강 유지의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서자마자 잊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두 말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입니다. / 42p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수면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자지 않으면 건강하게 생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열심히 일할 수 없죠. 잘 자는 것 역시 뛰어난 재능입니다. / 76p

 

 

 

   그렇다면 둔감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의외로 저자는 ‘우쭐거리는 재능’의 필요성을 손꼽는다. 달리 말하면 ‘잘난 체하며 뽐내는 능력’이다. 자신감이 없어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고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 오히려 누군가가 해주는 가장 듣기 좋은 말, 가장 즐겁고 의욕이 샘솟게 하는 말을 믿고 한 걸음 나아가보기를 권한다. 근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보다는 상대방이 해주는 듣기 좋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단순함이 때로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재능 있는 사람은 주변에 반드시 그를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고, 본인도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해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가진 것이죠. / 103p

 

 

결혼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너무 예민하게 굴면 안 된다.”, “좀 더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그들 역시 울컥하는 마음에 다투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크게 싸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둔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둔감력이 있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서로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 바로 그게 결혼 생활의 지혜입니다. / 145p

 

 

 

 

 

 

   안타깝게도 책에는 둔감력의 다양한 장점들을 열거하고 있지만 둔감력을 기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실천 의지들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떤 일이든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지를 염두에 두는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은 꼭 마음에 새겨볼 일이다.

 

 

 

   오늘날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던가. 예민한 감정으로 나의 에너지를 쓸모없는 일에까지 소모하기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둔감하게 살기를 자처해볼 것, 그것이 스트레스도 줄이고 결국 내 삶을 건강하게 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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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_ 느려도 괜찮다는 꽤 괜찮은 위로의 메시지 | 나의 서재 2018-05-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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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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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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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 길이 내 의지대로 가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살아보기!

 

 

  유년 시절, 평생토록 나를 괴롭힌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학교란 곳을 왜 다녀야 하는 것인지, 하루 정도는 안 갈 수는 없는 것인지, 제 몸보다 더 큰 가방을 짊어지고 꽤 먼 거리를 홀로 걸어 다녀야 했던 초등학생(엄밀히 말하자면 국민학교!) 1학년인 나는 어느 날 엄마에게 유독 강하게 떼를 썼다. 평소에 부모에게 떼 한 번 쓰지 않았던 내가 그날만큼은 정말 안쓰러울 지경으로 떼를 썼나보다. 결국 엄마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어서 나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나에게 크게 꾸지람을 했다. 아버지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란 나는 그날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그 뒤로 절대 결석이란 것을, 사회에 나와서도 거짓 핑계 삼아 출근을 미루거나 결근을 하는 날이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엄격한 잣대에 나를 철저하게 몰아붙이곤 했고 피곤할 정도로 나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못 견디게 힘들 때가 왕왕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시대 속을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그런데 뭐라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 열심히 살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을 거부하는 삶이 가능하기는 하단 말인가? 나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이 황당한 제목의 책을 붙들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미 시중에 나온 많은 책들이 느리게 사는 법을 강조하며 더딘 걸음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상 허울에 가까운 이상적인 내용들로만 가득해서 이 책도 그런 느낌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것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몸소 '노력하지 않는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 저자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나도 내가 걱정돼 죽겠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인생을 건 이 놀라운 실험을 행하고자 하는 마흔 살의 그,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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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열정은 누굴 위해 쓰고 있는 걸까,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회사가 너무 싫어졌다거나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어서 퇴사한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초심을 찾으려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그런데 왜? 그는 그냥 한 번쯤은 승패에 상관없이 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간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빈곤해지는 느낌은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고, 차라리 열심히 살지 않았더라면 덜 억울했을 거라고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열심히 달리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경쟁에서 진 패배자가 되어버리고 마는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 정도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을 안 하고도 많은 걸 가져서다. 분명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또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이상하다. 뭔가 속은 것 같다. 잘못 살아온 것만 같다.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정도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어서 괴롭다. / 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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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사니까 자꾸 승패를 따지게 되고, 나를 위해서 쏟는 열정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쓰는 열정 따위에 억지로 열정을 써버리다 정작 써야할 때가 되어서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고 스스로 되뇌는 저자의 말들이 날카롭게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그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남들 눈에 그럴 듯하게 보이고 싶어서 내가 가진 것을 잃지 않고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왔던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 39p

 

 

  방전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것이라고, 걱정도 좀 덜하고 노력도 좀 덜 하고 후회도 좀 덜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유독 인상에 남는다. 어른도 놀 수 있는 거라고,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라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큰 의미가 있는 법이라고. 때로는 우연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목적 없는 헛걸음, 이런 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하는 글귀를 보며 이 '더딘 삶'이야말로 보다 더 열심히 '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얻었을 땐 얻은 것에 집중하느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무언가를 잃었을 땐 잃은 것에 집중하느라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얻었다고 느낄 땐 기쁨이 크니까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낄 때다. 상실의 슬픔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슬픔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만약 상실로 괴로워할 때, 상실로 반드시 무언가를 얻게 된다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슬픔을 더 잘 이겨낼 수 있을까? /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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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남편이 다 때려치우고 장사나 할까? 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깝지 않아? 우리 아이 저렇게 커 가는데 갑자기 뻥 비어버리는 생활비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장사를 한다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해마다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정 힘들면 말하라는 말로 대신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사실 누구나 하는 일을 당장에라도 떼려치우고 쉬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유를 얻는 대신 돈을 잃게 될 테고 돈을 잃으면 불안을 얻을 테니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기 위해선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내가 자유를 팔아 모아뒀던 돈을 고스란히 다시 자유를 사는 데 쓰고 있는 이 아이러니라니. 그렇다고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자 해도 이래저래 마음에 걸리는 게 더 많으니 그저 하릴없이 먹은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그래, 난 아직 젊고 시간이 많아. 겨우 서른두 살이잖아. 실패해도 괜찮아. 그렇게 용기를 내어 이 에세이를 시작했다. 에세이 하나 쓰는 데 무슨 용기가 필요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내 나이가 되면 이런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인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렇게 머릿속을 꽉 채우니 말이다. /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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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 길을 내 의지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는 있는 듯하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나의 자유와 의지를 갉아먹기보다 나의 속도와 방향에 맞출 수만 있다면 좀 더디게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무거웠던 고민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가벼운 마음을 얻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진지한데 이 묘하게 웃기는 그림이 조금은 힐링도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해보는 거다. 뭐야,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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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_ 풀꽃들에게는 마음이 있다 | 나의 서재 2018-05-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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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저/송태욱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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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지키고자 했던 간절함, 풀꽃들이 전하는 수수께끼 같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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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의 서정성과 기묘한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일본 문학의 거장이 낳은 신작!

무언가를 지키고자 했던 간절함, 풀꽃들이 전하는 수수께끼 같은 진실!

 

 

 

   "토마토야, 잘 자라라." 4살 된 나의 아이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토마토 모종에 물을 주며 꼭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아이는 꼭 그렇게 말해주어야만 토마토가 잘 자랄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이처럼 마음으로만이 아니라 우리에겐 자신의 존재가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임을 끊임없이 얘기해주어야만 하는 대상이 있다. 이를 테면 씨앗을 틔우고 자라는 이 땅의 모든 생명들, 나의 아이,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세상으로부터 다정한 속삭임과 눈길, 너를 언제나 지켜주겠다는 단단한 믿음과 같은 신호를 충분히 느끼고 자라야 하는 대상들이며 그래야 비로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반드시 지켜야만 했던 한 여인의 애틋한 염원과 간절한 소망이 담긴 맹세에 관한 이야기다.

 

 

꽃에도, 풀에도, 나무에도 마음이 있단다. 거짓말 같으면 진심으로 말을 걸어보렴. 식물들은 칭찬받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는 거야. 그러면 반드시 응해올 거야. / 158p

 

 

 

풀꽃들이 들려주는 수수께끼 같은 진실

 

 

   오바타 겐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왔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기쿠에 고모의 시신을 인도받게 된다. 그는 곧 기쿠에 고모의 고문 변호사인 수잔 모리로부터 약 41억 8천만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조카인 겐야에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접하고야 만다. 게다가 그녀가 살았던 랜초팔로스버디스의 고급저택까지 물려받게 된다. 밤에는 태평양의 파도 소리가 들리고 넓은 정원과 훌륭한 나무, 석재로 꾸민 아름다운 집이다. 이 엄청난 상속 내용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도 잠시, 수잔 모리는 유언장에서 삭제된 마지막 다섯줄의 내용을 언급하며 그를 더욱더 충격에 빠뜨린다. 죽은 줄로 알았던 고모의 딸 레일라가 여섯 살일 무렵 마트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그녀를 찾게 된다면 70퍼센트를 레일라에게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인 것이다.

 

 

 

   무려 27년 째 살아 있는지조차도 행방을 알 수 없던 레일라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겐야는 그녀를 추적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살아 있다면 지금쯤 33살이 되었겠다고 생각하며 겐야는 사립탐정인 니콜라이 벨로셀스키에게 레일라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그 사이 겐야는 겐야대로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고모의 흔적들을 살펴보며 그녀의 일생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의문의 편지들, 노트북의 비밀번호, 서른 세 개의 거베라 화분 등과 같은 곳에서 미스터리 같은 단서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당신의 딸 레일라는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처럼, 그것을 겐야가 알아채주었으면 하는 것처럼 묘한 것이어서 겐야를 의문에 빠뜨린다.

 

 

 

   한편 사립탐정이 레일라의 행방을 찾는 동안에 겐야는 고모의 저택에서 그녀를 사랑하던 이들과 만남을 가지고, 또 아름다운 정원의 정취와 따스한 햇볕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모가 남긴 수프 레시피로 사업을 구상할 계획을 세우고, 고모가 생전에 만들어보고 싶어했다던 정원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수많은 풀꽃 속에 담긴 고모의 바람을, 속삭이던 맹세에 응답하기 위해서.

 

 

기쿠에 씨는 레일라가 얼마나 영리하고, 마음씨가 얼마나 고우며, 모두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아이인지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해주었대요. 어른이 되면 키도 크고 다들 돌아볼 만큼 예뻐질 거야, 그렇게 되도록 이 꽃밭에게 부탁해보자, 꽃에게도 풀에게도 나무에게도 마음이 있어.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레일라의 마음과 꽃, 풀, 나무의 마음은 말을 할 수 있어. 꽃도 풀도 나무도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말해줄 거야. / 393p 

 

 

 

 

 

 

   소설은 사립탐정 니콜라이 벨로셀스키가 행방불명이 된 레일라로 짐작 되는 아이의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복원해오면서 커다란 전환을 맞이한다. 그럴 리 없다고 마음속으로 타이르고 되뇌었던 생각들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소설은 놀라운 반전을 드러낸다. 기쿠에 고모가 지켜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어떠한 마음으로 이 저택에서 살았을 것인지, 평생토록 가슴앓이 하며 살았을 그녀의 일생을 떠올리며 겐야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소설은 마냥 미스터리에 몰두하지도, 그녀의 기구한 사연에 침잠하지도 않고 내내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따스한 온기와 희망을 전하려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건 굉장해요. 오늘 이렇게 호화로운 저녁을 먹을 수 있다니…….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인생에는 살아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행복이 무진장 흘러넘친단다, 하고 늘 말해주었어요. 주술처럼 말이에요. / 191p

 

 

어떤 인간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이지요. 그것이 불분명하면 인간은 의지해서 설 소중한 뭔가를 갖지 못한 채 생애를 마쳐야 합니다. / 385p

 

 

 

 

 

 

   평온한 일상 뒤에 우리는 저마다 기구한 사연 하나쯤은 숨긴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 설명하지 못할 홀로된 고독과 외로움을 서정문학의 거장답게 매우 섬세한 필치로 우아하게 완성해낸 작품이라 유독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알아듣지 못할 풀꽃들조차도 진심으로 말을 걸면 반드시 응해올 거라는 소설 속의 문장처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늘 진심을 다해 이야기해주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래야 후회도 미련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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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명작 산책_ 나는 왜 읽는가 | 나의 서재 2018-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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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미령의 명작 산책

이미령 저
상상출판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의 진행자가 들려주는 명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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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의 진행자가 들려주는 명작 이야기!

 

 

 

 

   지난해에 읽은 책들을 쭉 세어 보니 무려 백 하고도 세 권을 더 읽었더라고요. 특별히 많이 읽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숫자에 무척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던 단조로운 일상에 책이 주는 즐거움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또 상상할 수 없었던 낯선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책을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겠지요. 뭐,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저는 애초에 '이야기'라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책에 이끌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나에게 반드시 무언가를 주지 않아도, 내가 들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그 자체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라고요.

 

 

 

   <YTN 자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의 진행자로 무려 천 권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던 이미령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은 '무지한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기도 하였고, 콘크리트보다 더 딱딱하게 굳은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어루만져주기도 하였고, 딱 내 눈알 크기 밖에는 보지 못하는 세상을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도록 동공을 홀짝 열어주기도' 하였다고요. 쉬지 않고 '천 권에 가까운 책을 읽어대자 그제야 사색이 일렁이고 나와 다른 자에 대한 여유 있는 관조의 틈이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독서의 양이 삶의 질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울림이 컸던 책들, 나의 벗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고민 끝에 골라 그것으로 하여금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을 들여다보고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 나누고 싶었나봅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어느 지점을 함께 해준 책에 대한 진솔한 독서 일기이자, '나는 왜 책을 읽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이 커지고 사색을 일렁이게 하는 지성들과의 만남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총 48편의 명작을 크게 다섯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습니다. 찬란하지만 서글픈 인생을 관조하고, 청춘의 시간을 더듬어가기도 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오만한 세상에 뒤통수를 날리기도 하고 인생의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는 지점에 이르러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찬란하게 슬픈 생명의 법칙을 다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를 쫓는 인간의 단상을 그린 <고도를 기다리며>, 자연주의자의 삶을 다룬 <월든>과 같은 명작들은 꽤나 익숙하지만 그 외에는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살짝 망설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간 저는 독서론에 관한 책이라 하면 약간의 편견이 있던 터였습니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에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의 생각을 비교판단하기보다 그저 저자의 생각대로 작품을 판단하게 되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러한 저의 고민은 기우에 그쳤습니다. 마치 라디오 방송에서 사연을 들려주듯 저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책의 한 단편들은 굳이 읽어보지 않았다하더라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으니까요.

 

 

 

 

 

 

   여러 책들 중에서 외투 한 벌에 담긴 쓸쓸한 실존을 다룬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라는 작품이 퍽 인상에 남습니다. 관청의 9등 문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너무나 낡아서 걸레로도 쓰지 못할 자신의 외투가 더 이상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칼날 같은 한파를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솜씨 좋은 재단사는 더 이상 수선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그의 외투를 보며 이참에 새로운 외투 한 벌을 마련하라고 권했어요. 외투 한 벌을 마련하는 일이란 그의 봉급을 다 털어 넣어야 할 정도로 사치와 다름없었지만, 그는 돈을 아끼고 아껴서 결국 아주 멋진 외투를 마련합니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고급 천을 써서 맵시가 나는 이 외투를 입는 순간 그는 자신에게 새로운 날개가 달린 것처럼 황홀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는 한밤중에 광장에서 강도에게 외투를 빼앗기고 맙니다. 그는 곧 혈안이 되어서 외투를 찾아 나서지만 상심만이 그를 무겁게 짓누르고 이내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하고 혀를 찰 법도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느끼게 되는 절망감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쓸쓸한 실존, 그 덧없으면서도 가장 버거운 삶의 무게! 우리는 저마다 그런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기에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그 쓸쓸한 실존.

아까끼가 평생에 단 한 번 장만한 고급 외투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신분들의 눈에는 허섭스레기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유령이 되어버린 아까끼가 자기 몸에 딱 맞는 관리의 외투를 빼앗은 뒤 사라지고 말았다는 내용은, 인간 희로애락의 무게와 부피는 누구에게나 아주 똑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더 가지려고 머리를 굴리고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두고두고 음미할 만한 작품입니다. / '외투' 중에서 29p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여기며 살면 명예나 체면이 상실되는 시기에 쉽게 감정이 상하여 나약해지며", 자기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을 가지고 살게 되므로 일상이 단조롭고 권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들어낸 그의 정체성"일 수도 있으며, 이렇게 남이 만들어낸 정체성에 휘말리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늘 자신을 설명해주어야 하고", 이런 삶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 중에서 102p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역시 단연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종교개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종교개혁에 관해 배우기를, '신과의 소통이 소수 특권층에게만 허락되었다고 고집하던 세력들에게 분연히 맞서 피로써 쟁취해낸 자유의 역사'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를 주도한 칼뱅이 사실은 구교의 교황이나 황제보다 더 무시무시한 힘으로 종교의 자유를 외치던 시민들을 자신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사상의 자유도 빼앗았으며 그야 말로 '칼뱅이 법이요, 법이 칼뱅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신을 반대하는 자들을 철저히 배척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어느 무명의 신학자 한 사람이 칼뱅의 종교적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막 스무 살을 넘긴 미셀 세르베투스는 참으로 맹랑하고 무모할 정도로 칼뱅에게 신학적 견해를 묻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이에 칼뱅은 하늘 아래 '자기와 다른 의견'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하였습니다. 이를 비판한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는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한 인간을 불태워 죽은 일은 이념을 지킨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살해한 것이다."라고요. 오늘날이라고 이와 다를까요. 우리는 누구나 의견을 낼 권리가 있고 다양한 견해를 포용해야 한다고 배워왔지만 때때로 다른 사람이 자신과 견해가 같지 않을 때 불쾌감을 느끼거나 화를 낼 때가 많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통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승리자들의 기념비만을 바라보는 세상을 향해서, 수백만의 존재를 망가뜨리고 그 무덤 위에 자신들의 허망한 왕국을 세운 사람들이 인류의 진짜 영웅이 아니라, 폭력을 쓰지 않고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진짜 영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 / 230p

 

 

 

 

 

 

   이렇듯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명작을 엄선하여 이를 통해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것은 결국 '책 읽기'라는 행위를 필요로 하겠지요. <천천히 읽기를 권함> 편에서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행복하고, 천천히 읽어가는 동안 행복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책을 덮으면서 행복하면 됐지 더 바랄 것이 뭐 있을까요' 라고 하였듯 그저 책을 가까이 하고 일상처럼 여기면 되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책장을 채우고 있는 책들을 보며 힘들 때는 위안이 되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그저 감동을 느낍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 덕분에 꽤 오랜만에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그런 소중한 계기를 선물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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