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hjh8s님의 블로그
http://blog.yes24.com/hjh8s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hjh8s
hjh8s님의 블로그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1월 스타지수 : 별2,711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나의 리뷰
나의 서재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19 / 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최근 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ㅈ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새로운 글
오늘 10 | 전체 24680
2016-04-11 개설

2019-10 의 전체보기
산책자의 인문학_ 내 삶의 길 위에 놓인 예술을 읽다 | 나의 서재 2019-10-13 12:20
http://blog.yes24.com/document/1169569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산책자의 인문학

문갑식 글/이서현 사진
다산초당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길 위에서 발견한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의 기록들로 나를 채우는 시간!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예술가의 흔적을 좇아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길 위에서 발견한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의 기록들로 나를 채우는 시간!

 

 

 

   몇 달 전에 이탈리아 여행책을 읽다가 ‘단테를 따라 떠나는 투어’를 테마로 한 기획이 있어 관심이 생겼다. 단테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 도메니코 디 미첼리노의 <단테의 신곡>이 있는 두오모를 시작해 단테가 세례를 받은 산 조반니 세례당, 기도드리는 베아트리체를 훔쳐보았던 산타 마르게리타 성당, 단테가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에 빠진 지 9년 만에 처음 말을 걸었던 산타 트리니타 다리 등을 둘러보는 순이다. 뿐만 아니라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베로나에는 두 청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여전히 가슴 절절하게 남아 있다. 아쉽게도 과거의 영광과 달리 지금은 작은 박물관 정도에 지나지 않는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있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유럽은 곳곳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낭만적이다. 과연 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사랑과 낭만의 문장 사이를 산책하며 위대한 예술가들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산책자의 인문학」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꼭 이런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천천히 걸으며, 삶 사이에서 예술의 낭만을 엿보다

 

 

 

레온 트로츠키, 지크문트 프로이트, 알프레트 폴가, 슈테판 츠바이크, 페터 알텐베르크, 아돌프 로스 등 위대한 예술가와 건축가, 철학자를 만나보세요. 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은 1876년에 문을 연 카페 센트럴의 일상이었습니다. / 5p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링 스트라세라는 순환도로가 있는데,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센트럴’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철학자 등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곳곳에 손때를 묻혔을 것을 생각하면, 평소에 자주 마시던 커피와 디저트도 유독 특별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그래서 「산책자의 인문학」의 저자 문갑식 기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여행 하는 곳과 관련 있는 예술가와 작품을 미리 찾아본다고 한다. 카페 센트럴에서 마시는 커피가 특별해지는 것처럼 우리가 걸작이나 명작이라 부르는 작품을 한껏 감상하고 여행지로 떠나면, 눈에 보이는 공간의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책자의 인문학」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여러 도시와 마을을 중심으로 작가 개인의 삶은 물론, 위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 배경과 그것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예술사적인 의미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다루고 있어 예술가와 함께 그들이 남긴 흔적을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낯선 유럽의 도시와 마을이 친숙해지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결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위대한 예술가 15인의 흔적을 따라간다. 1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예술의 도시를 산책하다’ 편에서는 피렌체의 보티첼리, 빈의 클림트,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를 지나 프로방스에서 고흐와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난다. 이중 오랫동안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고 건축과 예술의 도시이기도 한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만큼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음 두 단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르네상스’와 그 르네상스의 터전을 만든 ‘메디치 가문’이다. 르네상스, 특히 서기 15~16세기의 100년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시기다. 예술,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산드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오늘날까지 위대한 예술가로 이름을 남긴 이들이 이 시기 피렌체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다.

 

 

 

   여기에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를 태동시킨 위대한 예술가들의 가장 믿음직한 후원자였다. 「마그니피카트의 성모」, 「동방박사의 경배」,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남긴 보티첼리도 이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책은 보티첼리가 메디치가가 피렌체에서 추방되고, 이후 사보나롤라가 집권하다 몰락하여 종말론에 도취되기까지 보티첼리의 예술 여정을 쫓아간다. 얼마 전에 tvn 프로그램 <요즘책방:책 읽어드립니다>를 보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실은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하기 위해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예술가에게 있어 후원자 혹은 권력자가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그런데 클림트는 왜 거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그토록 성적 표현에 집착했을까? 사실 클림트가 살던 시대의 분위기는 그의 그림보다 훨씬 더 퇴폐적이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윤리적으로 비판하던 이가 정작 자기 지갑을 윤락가에서 잃어버린 일화도 있었다. 미술사학자 아놀드 하우저는 이렇게 말한다. “창부는 격정의 와중에도 언제나 냉정하며 자기가 도발한 쾌락에 초연한 관객이다. 타인이 황홀한 도취에 빠질 때에도 고독과 냉담을 느낀다. 이러한 지점에서 창부는 예술가이자 쌍둥이 짝이다.” / 64p

 

 

노트스라다무스의 전문가 피터 르미서리어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시는 어떤 의미로든 해석이 가능하다. 거의 신빙성이 없다”라며, 그가 남겼다는 예언에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거의 5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힘을 잃지 않고 남아 있다. 그의 예언은 알 수 없는 미래를 궁금해하는 인간의 본능이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이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그의 예언서에 대입시킴으로써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105p

 

 

 

 

 

 

   2부 ‘사랑과 낭만의 산책하다’ 편에서는 리옹의 생텍쥐페리, 샤를빌 메지에르의 랭보, 뤼브롱산의 도데를 만나본다. 여기에서는 생텍쥐페리가 남미에서 항공사 주임으로 일하던 서른 살 무렵에 만난 사랑스럽지만 까다로운 성격의 아내에게 영감을 얻어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장미꽃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 어마어마한 미소년 랭보가 유부남 시인과 사랑에 빠져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일화,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슬픈 장면은 당시 알자스로렌 지방 사람이 겪었을 실제 감정과는 달랐다는 점이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몇 번이고 가출을 했던 반항아였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시인이란 견자여야만 하며, 의식적으로 견자가 되어야 한다고”라는 구절이 담긴 편지 한통을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는 랭보에게서 타인의 고통과 함께 괴로워하고, 모난 현실에 분노하는 언어를 만들려한 그의 남다른 예술가적 자질을 느낄 수 있다.

 

 

 

인력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장대한 풍광 앞에서 이곳이 프랑스 중부나 남부보다는 화려하지 못하다고 내심 깔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다. 치열하게 ‘견자’가 되기를 갈망하던 랭보가 내게 준 선물이 바로 이 깨달음이었다. / 144p

 

 

 

 

 

 

   3부 ‘위대한 인문주의의 고향을 산책하다’ 편에서는 아레초의 페트라르카, 피렌체의 단테, 체르탈도의 보카치오, 베네치아의 카사노바를 만난다. 사실 페트라르카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열어젖힌 중세의 문을 닫고, 처음으로 근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 다소 낯선 시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예술가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또 아직까지도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신곡」 읽기를 이 책을 통해 도전해볼까 하는 용기를 갖게 된 점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 한편, 그간 가지고 있었던 카사노바의 이미지에 반전을 가할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번역가 김석희가 카사노바의 인생관을 두고 “카사노바에게 인생은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식탁과 같았다. 인생이라는 식탁 앞에서 죄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어느 음식에서 맛보면 좋을지 몰라 어리둥절하지만 그 식탁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 갈망의 눈길은 관능적인 욕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을 찬미한 시인이었고 삶의 기쁨을 만끽한 쾌락주의자였다.”고 말한 데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삶에는 좀 더 많은 변명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301년, 겔프 네리당은 교황과 당시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의 동생인 발루아 백작의 군대를 피렌체로 끌어들인다.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외세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이후 정권을 독점한 네리당은 비아키당을 숙청했는데, 단테는 제거 대상 1순위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하는데, 이때 자기 집에 『신곡』「지옥 편」의 1곡부터 7곡까지를 놔두고 떠나는 바람에 원고가 사장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단테의 집을 압수 수색한 사람 중 하나가 궤짝에 담긴 원고에 감동해 단테에게 그 원고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 212p

 

 

『데카메론』의 탄생 배경은 흑사병, 바로 페스트였다...(중략)...페스트의 무서운 점은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본성가지 공격하고 파괴한다는 것이다. 전염병이 옮을 것이 두려워 사람이 죽어도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않았고,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게 된다. 만약 오늘날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닥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 221p

 

 

 

 

 

 

   마지막 4부 ‘안개 자욱한 스파이와 판타지의 세계를 산책하다’ 편에서는 옥스퍼드에서 루이스를, 런던과 베를린에서 르 카레를, 프랑스와 빈 등 여러 곳에서 스파이 소설의 거장 포사이스의 흔적을 찾아간다. 여기서는 루이스와 돌킨이 서로를 독려하며 좋은 영향을 주었던 점, 옥스퍼드대학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귀족 엘리트 계층이라 생각했던 평론가들의 생각과 달리 수없이 사기 행각을 저지른 직업 사기꾼의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난 존 르 카레, 스파이 소설에서도 시대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 존 르 카레와 포사이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1960년대 동서 간의 긴장 상황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존 르 카레의 소설이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그런 치열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 가볍고 행복한 것을 동행하게 했는데, 그런 소망을 화끈하게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십 대 더벅머리 청년 네 명이다.”

존 르 카레의 소설이 ‘십 대 더벅머리 청년 네 명’, 즉 전설의 록밴드 비틀스와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 274p

 

 

 

   앤 트루벡의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라는 작품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고 한다. ‘집이야말로 문학적 관음증, 숭배 혹은 더 거칠게 말하자면 문학 포르노와 엮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이탈리아 아레초 마을은 페트라르카가 태어난 집을 생가로 보존했지만, 페트라르카는 거기에 산 적도 없었고 생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라고. 「산책자의 인문학」을 읽으며 모차르트가 살아 있을 때나 비참하게 죽어갈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잘츠부르크가 현재는 가게의 초콜릿, 연필통이나 싸구려 장식에까지 모차르트를 써먹는 모습이나, 고흐가 자신의 요동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던 장소인 생 폴 무솔 정신병원이 당시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찬물 목욕을 시켜주는 일만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웬만한 관광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한 곳이 된 점도 씁쓸한 자국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마 세상에 수많은 감각을 내어놓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유산을 영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또 그것을 책을 통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안방까지 공유할 수 있게 한 저자와 이 땅의 수많은 저자들에게도 새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말하기 독서법_ 내 아이를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독서법 | 나의 서재 2019-10-12 01:46
http://blog.yes24.com/document/1169343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말하기 독서법

김소영 저
다산에듀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 아이 독서 습관을 올바르게 길러주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말하기로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초등 독서 교육!

우리 아이 독서 습관을 올바르게 길러주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잠이 들기 전이면 5살인 아들은 꼭 책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이불 위에 눕는다.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을 오래 전부터 들였던 터라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주로 이 시간에 독서를 하다 보니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이라든지, 충분한 대화를 주고받지 못한 채 잠이 들어버려서 언제부턴가 이마저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리니까, 책을 읽는 즐거움만 느껴도 충분하다고 위안을 삼지만 독서습관에 균형을 잡고, 읽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쓰는 법도 일러줘야 할 시기가 이제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활용한 전문가들이 워낙 많지만, 이왕이면 부모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읽은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되 아이의 독서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적절한 지도법을 미리 알아둘 수만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읽게 된 『말하기 독서법』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실천해볼 수 있는 좋은 독서 방법을 일러주어 매우 실용적인 책이었다. 특히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말하기나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책을 꼭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진짜 독서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독서법

 

 

  『말하기 독서법』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독서 교육의 필수 지침과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독서 교육책이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하다 독자와 어린이책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에 독서교실을 연 전문가로, 독서교실을 찾은 아이들과 직접 시도해보고 얻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저자의 독서교실을 찾은 아이들은 무엇보다 책 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는데, 그 비결은 바로 ‘말하기 독서법’에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은 후 아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고 실제로 도움 되는 활동은 ‘말하기’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서 교육의 목적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기르고, 목적에 맞게 읽고 평가하는 능력을 익힘으로써 평생 독자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읽기를 중심으로 말하기와 글쓰기가 힘을 더해 책 읽는 능력을 탄탄하게 키워가게끔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아이들의 독서 환경은 무리한 독후활동, 특히 독서기록장 같은 글쓰기 활동에만 치우친 까닭에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말았다. 독서기록장은 독서 상황을 살피고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는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 도구인 것은 사실이나, 독후감 쓰기에 앞서 ‘말하기’를 선행한다면 책에 대한 감상을 한결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무턱대로 쓴 성의 없는 말, 낙서 같은 그림으로 채우는 독서기록장 한 장 보다 아이의 진짜 생각이 정리된 한두 문장이 더 ‘자기 것’에 가깝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아이가 말하기를 통해 자기 방식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는 법을 깨치고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책 읽는 힘이 길러진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논하는 말하기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가 자기 생각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만일 생각이 불분명하다면 적절한 질문과 대화로 분명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말을 하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말하다가 그를 이해하게 되어 오히려 응원하게 되는 식으로 말이죠. 또 어떤 모험이 별로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다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말하다보니 의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기 생각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 34p

 

 

말하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알아간다는 것은 곧 관점을 세우는 일입니다. 책 읽기의 큰 소득이자 목표입니다. 관점을 가지면 독서의 질이 달라집니다. 더 자세히, 더 비판적으로, 더 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읽기와 말하기가 서로를 돕는 셈이죠. / 41p

 

 

 

   저자는 아이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질문을 만들면 누구든 책과 자신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려면 부모님과 선생님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말하기 독서는 어떤 원칙을 두고 지도해야 할까? 첫째는 ‘말할 내용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는 물론이고 지식을 전할 때도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정확히 무엇에 관한 것이지 스스로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혹시나 아이와 대화하다가 이야기가 곁길로 빠질 때 중심을 잡되, 새로운 내용이나 뜻밖의 마무리라도 의미가 있다면 폭넓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둘째는 ‘유의미한 질문 만들기’다. 정답을 아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때 답을 들은 다음에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말투와 내용을 분리해서 지도하기’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하는 속도도 모두가 다르듯 이는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므로 아이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말하는 스타일보다 말의 내용에 집중해서 지도해야 하며 고쳐야 할 대화 예절과 발표 태도, 말투가 있다면 아이가 말하는 내용과 분리해서 지도해 주어야 한다. 넷째는 ‘부모가 말하기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애매한 표현 대신 명료한 표현을 쓰고, 아이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중간중간에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적절한 표현을 함으로써 듣는 태도도 가르치도록 한다. 끝으로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하기’다. 아이가 말하기를 할 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추궁하거나 혼내지 않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잘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가장 좋은 독서 교육입니다. 부모가 독서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더 좋은 점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주제, 새로운 내용으로 아이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 52p

 

 

 

 

 

  이제 ‘말하기 독서법’의 중요성과 원칙을 깨달았다면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갈래별 말하기 독서법을 익힐 차례다. 책은 창의성을 키우는 그림책, 언어의 힘을 키우는 동시, 생각을 키우는 동화,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는 지식책 말하기로 나눠서 설명한다. 챕터별로 책을 읽는 법에서 시작하여 아이가 읽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해당 책의 특징에 따른 말하는 법과 독후활동까지 체계적으로 일러준다.

 

 

 

   이중 이야기의 단편적인 부분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곧장 줄거리 정리로 들어가는 것보다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단어 찾기’를 추천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아이가 해당 책을 소개할 때 꼭 들어가야 되는 단어를 떠올려 적어보는 것이다. ‘단어 찾기’는 책을 읽을 때 글에 집중하는 것을 돕고, 중요한 장면을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단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단어를 채워 넣는 형식으로 줄거리 정리를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어의 개수는 책의 분량과 아이 수준에 따라 조절하면 되는데, 이때 불필요한 단어는 걸러내고 핵심 단어만 꼽을 수 있도록 부모가 지도해줄 필요가 있다.

 

 

 

   또 지식책을 읽을 경우 표지 안쪽(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대목 역시 흥미롭다. 주로 ‘차례’를 읽어보기를 강조하는 책은 읽어봤지만 ‘작가 소개’는 다소 의외였달까. 그러고 보면 지식책 작가들은 대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아이가 ‘작가 소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이력을 살핌으로써 아이는 세상의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만나고, 이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와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아이에게 작가 소개를 읽어주는 것은 소홀히 했는데, 앞으로는 이 부분도 빼놓지 않고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특별한 시작이 담긴 그림책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세요. 독서교실 아이들은 “왠지 멋있어요”, “영화 같아요”, “좀 더 기대가 돼요” 하는 각자의 느낌을 말해주었습니다. 물론 잘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 독자가 책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이런 장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낯선 예술적 장치를 경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 93p

 

 

독서교실에서는 좋아하는 시를 소개할 때 먼저 시를 낭송하고, 한 구절 또는 낱말을 골라 거기에서 느낀 점을 말해봅니다. 이 수업을 할 때마다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감상을 말할 때 자신의 속마음을 더 잘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한 아이는 시에서 문제아로 손가락질 받는 아이가 하는 말을 공감되는 말로 고르더군요...(중략)...시의 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면 감상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게다가 동건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시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감상이죠. / 117p

 

 

아이가 무엇을 배울 때 ‘자기 힘으로’ 하는 것을 강조하거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중요하게 여겨서 무엇이든 혼자 해보도록 가르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큰 틀에서는 그 교육 방식에 동의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잘해본 경험치’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따라 해도 좋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잘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야 혼자서도 잘할 수 있습니다. / 157p

 

 

 

 

 

 

   이어 파트 3에서는 말하기로 다진 독서법을 글쓰기로 연결 지어 쓰기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한다. 여기서는 국어사전을 활용하는 법이나 ‘O글자 낱말 대기’, ‘긴 문장 만들기’, ‘초성 퀴즈’를 통해 어휘를 늘리는 법, 관용 표현을 익히고 활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끝으로 마지막 파트에서는 아이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감각적인지 직관적 성향인지에 따라 말하기 교육을 달리 적용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내 아이를 바로 이해하고 자기 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이 외에 책은 실제 아이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예시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해당 설명에 따른 다양한 책도 소개하고 있으니 그대로 따라해 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이렇듯 『말하기 독서법』은 그간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독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 좋은 책이었다. 덕분에 아이와 책을 읽을 때 이렇게 해 봐야지, 읽고 나서는 이런 질문들을 해봐야지, 또 이런 독후활동을 해봐야지 하는 계획들을 세워볼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거나 책을 많이 읽기만 할 뿐 읽은 후 구체적인 표현을 어려워하는 아이의 부모라면 꼭 이 책을 곁에 두고 보시길 추천 드린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_ 삶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기똥찬 솔루션 | 나의 서재 2019-10-10 06:52
http://blog.yes24.com/document/1168867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오마르 저
팩토리나인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단순, 명쾌, 공감력 높은 인생 솔루션으로 현대인들의 다양한 고민에 응답하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화제의 유트브 채널 ‘오마르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단순, 명쾌, 공감력 높은 인생 솔루션으로 현대인들의 다양한 고민에 응답하다!

 

 

   유투브에서 ‘오마르’만 검색해도 나오는 유명 채널 하나가 있다. 바로 ‘오마르의 삶(아주 다양한 문제들)’이다. 중단발 머리에 이국적인 듯한 외모로 이름마저도 독특한 오마르다. 부산 사투리를 장착해 말투에 특유의 억양이 묻어나오지만 전달력이 높은 또렷한 목소리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채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주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삶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이다.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숱한 고민에서부터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선입견들, 주의하고 익혀야 할 삶의 다양한 요령들을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례들에 비추어 설명한다. 적어도 ‘인생 2회차’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인생 문제에 도가 튼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뼈 때리고, 사이다 같은 기똥찬 솔루션들을 제공하니 그를 ‘인생 선배’ 정도로 삼아 따라가보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발목에 걸리적거리는 문제들을 조금은 가뿐하게 넘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미지근하고 어중간해도 괜찮다. 그런 인생도 있는 거지.”

 

 

   화제의 유투브 채널 ‘오마르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한 눈에 보기 쉽게 담아놓았을 뿐 아니라 영상에서는 수록되어 있지 않았던 ‘보태기’를 담아 읽는 재미를 더해놓았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유사 콘텐츠가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할 때 그는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며 애써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일에 힘을 낭비하고 관계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응원한다. 어떤 거창한 위로나 가르치듯이 자신의 논리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인생의 순리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줄 뿐인데 어느새 마음에 켜켜이 쌓여있던 해묵은 먼지들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

 

 

 

   책은 직업, 취미, 사랑, 우정, 가족, 아르바이트 혹은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이상한 마음 같은 것들을 들여다본다. 1장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속 편한 사람들’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불편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본다. 이를 테면 가까이하면 암 걸릴 것 같은 인간들이나, 꼰대의 전형들, 막말과 돌직구를 구별 못하는 이들,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사람들, ‘내 가수’는 나만 알아야 한다는 이상한 심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이 중 ‘부산 사람이라는 종족은 따로 없다’ 편에서 동물의 원숭이처럼 사투리를 시키는 사람들이나 회와 바다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해야 한다는 어떤 부산 사람의 이미지에 반기를 드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이 간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보니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베스트셀러는 다 읽었겠네?” 혹은 “어, 이거 되게 유명한 건데, 안 읽어봤어?” 등이다. 이런 말 뭐하지만 나는 베스트셀러를 안 좋아한다. 남들 다 읽는다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나만의 취향이 반영된 책과 그저 책장 한구석에 있어도 읽어보고 싶은 책은 읽는 것 정도다. 그러니 제발 무엇이 무엇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걸로 나를 판단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한다는 건 무슨 뜻이냐면,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젊은이들을 문제 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면, 지한테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꼰대가 되는 걸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잘 살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아니면 정말로 고장 난 인간,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 26p

 

 

“난 돌려 말하질 못해. 솔직해서 그런 거니 이해해줘.”

뭐 이런 식. 말 쉽게 던지고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분위기 엉망으로 만들면서 그런 자신을 담백하고 쿨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변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기 말은 똑바로 하자.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하고 무식한 거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뭐 거짓말쟁이라서 말을 조심히 하는 거냐고. 그건 그들이 기분 꼴리는 대로 뱉으면 엉망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성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솔직함이 다른 이에게 상처 주는 것 외에 아무 기능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솔직함이 아니다. / 41p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던 편을 꼽자면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편이다. 알다시피 탕수육을 먹을 때 흔히 발생하는 논란이다. 찍먹이냐, 부먹이냐. 저자는 우선 강경하 찍먹임을 밝히며, 왜 찍먹이 우리가 다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찍먹은 부먹을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먹은 찍먹을 아예 없애버린다. 예를 들어 보자. 두 사람이 탕수육을 먹는다. 당연히 부먹 한 명과 찍먹 한 명. 찍먹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 둘 다 원하는 방식으로 탕수육을 먹을 수 있다. 어떻게? 찍먹인 사람은 늘 하던 대로 하나씩 소스를 찍어 바삭한 탕수육을 먹으면 되고 부먹인 사람은 자기 몫의 탕수육만 소스에 넣어두었다가 눅진한 탕수육을 먹으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괜찮은 논리다. 사실 나는 부먹에 가까운 퐁먹(?)이다. 찍어서 먹으면 튀김의 딱딱한 질감이 느껴지고, 부어서 먹으면 소스가 고루 뿌려지지 않으니 나는 소스에 튀김을 서너 개 미리 넣어놓고 촉촉해졌을 무렵이면 꺼내 먹는다. 뭐, 나는 굳이 이걸 고집하는 편은 아니지만, 우리가 찍먹과 부먹을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결국엔 어떤 예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논리대로 난 찍먹이니까, 난 부먹이니까, 원래 이렇게 먹어야 하는 거야 하는 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오마르의 현명한 제안에 따라, 찍먹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리, 제발, 묻지도 않고 냅다 탕수육 위에 소스를 붓는 참사(?)를 일으키지는 말자.

 

 

 

우리의 기대치만큼 우리는 관용적이지 못하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 것. 그리고 잘못을 조율하는 과정 자체를 나쁘게 보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관계라는 건 티끌 하나 없는 백지 같은 게 아니니까. / 54p

 

 

쉽게 생각하면 빈정거리지 않는 것이나 칭찬하는 것 모두 그 대상을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남보다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빈정거리는 말투가 습관이 되면 사람들은 당신이 가진 불안감과 열등감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칭찬을 많이 하면 실제 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그러니 빈말이라도 남을 칭찬하는 습관을 들여보라. 여유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 81p

 

 

 

   2장 ‘연애도 체력이 필요해’에서는 연애를 하다보면 좁혀지지 않는 의견들에서부터 연애 전 혹은 연애 후의 기본 매너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남자가 첫사랑을 못 잊는 진짜 이유나 막상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왜 마음이 식는가에 대한 연애 심리 같은 것도 살펴본다. 이건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보건데,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지 않고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상대가 내가 아니고, 내 마음을 모두 다 알지 못하는 이상(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는데) 이렇게 해주길 바란다거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초능력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기대를 하면 기대를 하는 만큼 상심도 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나를 기쁘게 해줄 때면 상대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 연애라는 것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환상 속에서 이제는 나와야 한다. 이효리, 이상순 커플. 참 천생연분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효리 씨가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말을 하더라.

“세상에 별 남자, 별 여자 없더라.”

자,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짝은 죽을 때까지 찾을 수 없고, 이해와 노력 없이 잘 굴러가는 연애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 104p

 

 

처음에 연인은,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하지만 오래가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일상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불만이 생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싸울 일들이 생기겠지. 나는 아마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연인만 탓할 것이다. 왜 나를 불행하게 내버려 두냐고. 물론 엄청난 착각이지. 내 가슴에 뚫린 구멍은 타인이 책임질 수 없고, 완벽히 채워줄 수도 없다. 사실 나를 불행하도록 내버려 둔 사람은 따로 있다. 언제나 나를 곁에서 지켜줄 수 있음에도 그 역할을 남에게 미룬 사람, 바로 나 자신. / 141p

 

마음이란 사랑이든 우정이든 마찬가지지만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근데 기어코 그것을 만져봐야 믿겠다는 이들이 있다. 백 번 만지면 그 의심이 사라질까. 더 깊어질 뿐이다. 예외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검열하고 옭아매는 형국이라면 사실 외부에서 할 말은 없다. 둘이 그러고 잘 살겠지 뭐. 근데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믿어주는 노력. / 154p

 

 

 

 

 

 

   3장 ‘안 만만해지기 연습’에서는 대화 속에서 지켜야 할 매너,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법, 사과하는 법, 뒷담화하기 전에 알아둘 것, 알바 구할 때 알아야 할 몇 가지 등 삶의 기본적인 기술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중 표제작이기도 한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편을 읽으며 나는 한때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던(지금은 조금 덜어낸 편이지만) 유년시절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어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두루 잘 지내기 위해, 한 번 겪어본 왕따(이것도 착한 척 한다고 왕따를 당한 거지만)를 또 한 번 겪지 않기 위해 착한 아이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정말 당시에는 죽기보다 싫었던 게 미움을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착한 아이가 되려고,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했고, 이 결정이 나를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등장하는 옛 친구 B가 했던 말처럼 그냥 나도 “진작 남들을 실망시킬 걸” 그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

 

 

언제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자신이 좋은 ‘제공자’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야기가 가진 즐거움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내미는 엄지, 그것이 당신의 몫이다. 썰 재미있게 푸는 법 이야기 하는데 뭐 이렇게 진지할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웃음을 만드는 것은 숭고한 일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프로 웃음꾼으로 가는 길에는 뭐랄까, 아무튼 그런 숭고함이 필요하다. / 197p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건 요령보다 마음가짐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믿기 싫은 사실이겠지만 지금 겪고 있는 그런 인간들은 살면서 계속 만나게 된다. 한 사람만 참고 넘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

보태기: 이런 고민이 심한 사람일수록 마음이 여린 사람이 많고, 이들은 혹시 본인이 처신을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절대, 아니다. 세상에 무시당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도 가만히 있는 당신을 불편하게 건드릴 권리는 없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 201p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를 읽으며 나 역시 서른을 넘긴 나이다보니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몇 번씩 소환하기도 했으며, 나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찜찜한 문제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운 독서 시간이었다. 번외로 ‘언팔하고 싶은 SNS 계정 유형 5’, ‘살면서 알게 된 사소하지만 확실한 팩트들’, ‘왜 우리는 연애를 해도 행복하지 않을까?’, ‘연애, 꼭 해야 하는 걸까?’, ‘별생각 없었는데 서른 넘고 나니 후회되는 것’, ‘지금, 오늘 행복하신가요?’도 수록되어 있으니 영상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책도 꼭 만나보시라 추천 드리고 싶다. 특히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20~30대 청년들에게 이 책이 적절한 위안과 혜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꿈의 책_ 모든 것 사이에 있으면서 그 어디에도 없는 것 | 나의 서재 2019-10-10 01:12
http://blog.yes24.com/document/1168849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저/김인순 역
쌤앤파커스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감각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 사이에서 삶의 원형을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소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삶의 죽음의 경계에 머물렀을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감각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 사이에서 삶의 원형을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소설!

 

 

 

   “물 좀 주세요.”

    살포시 열려 있는 방문 틈새 사이로 사그라져 가는 듯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나는 엄마의 부탁에 따라 빨대가 꽂혀 있는 컵에 미지근한 물을 담고 방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간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던 병원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던 게 석 달 전인데, 나의 외할머니는 바스라질 것 같은 몸을 하고선 빨대를 힘껏 빨아들인다. 당신에게 물을 건네는 이가 외손녀라는 것도 알지 못할 만큼 불투명한 눈빛이지만 삶을 향한 갈망만큼은 꿀꺽꿀꺽 들이켜는 소리만큼이나 강렬하다. 외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삶에 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죽음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일까. 허공에 부유하는 시선으로 그녀는 어디를 더듬어보고 있는 것일까. 생애 가장 찬란했던 어떤 순간일까, 미련과 후회로 점철된 과오의 순간일까. 혹은 미처 가 닿지 못했던 어떤 꿈의 세계를 상상하고 있을까. 그건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꿀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꿈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기고 갈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늘 더 열렬히 사랑할 것

 

 

   코마(COMA). 일반적으로 의식 수준이 정상이 아닌, 즉 각성이 아닌 상태로 흔히 ‘혼수상태’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혼수상태란 자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아주 심하게 자극을 주어도 환자를 깨울 수 없는 상태이다. 『꿈의 책』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바로 이 코마 즉,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꿈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한 남자와 그의 곁에 남겨진 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용서와 화해,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다. 이야기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 샘을 만나러 가는 길에 템스강에 빠진 소녀를 구한 주인공 헨리가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데서 시작된다.

 

 

 

   엄마 몰래 아빠에게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가 이 같은 사고를 겪은 데에 대한 미안함과 혈육이라는 데서 기인하는 본능과도 같은 끈끈한 감정은 샘을 매일 같이 병원으로 이끈다. 특히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며 타인의 영혼을 들여다볼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샘은 비록 아빠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지만 영혼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안다. 반면, 헨리가 응급 시 사전 의료 지시서에 결정권자로 기입한 옛 연인 에디는 이미 오래 전에 헨리와 이별을 한 데다 그로부터 사랑을 거부당했다고 믿었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 ‘나는 응급 상황을 위한 여자다. 삶이 아니라 죽음을 위한 여자.’ 라는 그녀의 고백처럼 여전히 그로부터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수치심에 몸을 떨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면에서 헨리를 사랑하고 있다고 소리치는 진실의 목소리를 차마 외면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에디는 혹시나 헨리가 깨어나 그녀를 다시 밀어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영영 그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엄마와 학교를 속여 가며 매일 아빠를 찾아오는 무모하지만 지혜로운 샘과 함께 헨리의 곁을 지키기로 한다. 그러는 동안에 샘은 에디를 통해 자신이 미처 몰랐던 아빠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에디는 헨리와의 소중한 추억을 돌이켜보면서 사랑과 상처를 함께 어루만진다.

 

 

 

닥터 사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계 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코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 98p

 

 

“코마 상태에 있는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부인을 사랑한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같아요.” 닥터 사울이 좀 더 조용히 말한다. “그런데도 부인은 부인의 모든 애정과 에너지를 그에게 쏟아 부어야 합니다. 부인의 모든 사랑을. 부인이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말이죠. 행복한 결말 없이. 현재하지 않는 사람과 부인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내게 될 겁니다.” / 106p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는 모든 것 사이에 있으면서 그 어디에도 없는, 바로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 그 어느 ‘중간 세계’에서 꿈을 꾸듯 유영한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가 혼자 돌아오게 되었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종군 기자로서의 규칙을 어기고 탈레반으로부터 이브라힘을 구해내려던 순간에 머무르기도 하고, 종군 사진 기자였던 마리프랑스와의 보낸 하룻밤 등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 삶을 수많은 부정(否定)과 두려움으로 그렇듯 마구 낭비할 수 있었을까? 그릇된 갈림길들에서 부정하고, 올바른 갈림길들에서 나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중요한 고비들을 인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상실과 미련으로 점철된 순간들을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게 된 깨달음을 통해 동시에 구원받기도 한다.

 

 

 

사람이 죽어서 아무것도, 그야말로 순전히 아무것도 만회할 수 없는 최후의 시간이 시작되면 무엇을 가장 깊이 애석해하는지 보인다. / 88p

 

 

이것이 삶의 의미이다.

나는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데도 가족을 떠나지 않는 남자들을 처음으로 이해한다. 이 작은 인간들이 있기 때문에. 꾸밈없고 거짓되지 않은 이 작은 인간들. 이들을 사랑하는 일은 매우 단순하며, 그렇기에 도저히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 173p

 

 

“때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 헨리는 덧붙인다. 그의 손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들을 한다. 나한테 좋은, 너무 좋은 일들을.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분명 삶의 일부이고 또 그게 삶의 현실이야.” / 461p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바로 ‘아버지’다. 헨리와 에디는 일찍이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게 되는데, 특히 헨리는 파도가 아버지와 자신을 덮치던 순간을 자주 꿈꾸곤 했다. 아버지가 배의 바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반 실신한 채로 파도에 실려 흔들거리는 사이, 헨리는 아버지의 손을 몇 시간이나 꼭 붙들고 있었지만 고작 열세 살에 불과했던 그에게 그 이상의 힘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의 친밀하고 강인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속절없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야 했다. 그렇게 살아 있는 내내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을 지니고 있었던 헨리는 역설적이게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러서야 하나의 놀라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가 네 손을 놓았을 수도 있어. 네가 아버지 손을 놓은 게 아니라.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이따금 손을 놓을 수밖에 없어.”

 

 

 

등대에 올라가기 전에 층계를 위까지 올려다보지 말고 첫 번째 계단만 보라고 아버지는 충고했다. 한 계단 한 계단씩만 보라고.

“너보다 훨씬 더 막강해 보이는 도전에는 이런 식으로 응하는 거란다. 그러면 도전을 이겨낼 수 있어.”

세상을 작게 만들어라. 정확히 보아라. 네 앞에 놓인 기나긴 밤이 아니라 바로 앞의 순간만 생각해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길을 완전히 가늠하기 위해서는 끝가지 가봐야 한단다, 에드위나.” / 145p

 

 

나는 아버지를 보면,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금세 안다. 우리에게 온 세상을 뜻했던 사람을 잃어버리면 그렇다. 우리의 삶에 균열이 생기고 웃음과 홀가분함이 그 균열 속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부재는 우리를 파괴한다. 별안간 우리는 깨어 있는지 꿈을 꾸는지 분명히 구분하지 못한다. 마치 죽음이 세계들 사이의 세계에 들어서는 걸 가능하게 하는 듯 보인다. / 436p

 

 

 

 

  헨리는 자신의 삶에 가해졌던 균열의 시간들과 화해하고 용서하게 되면서 이제야 자신의 불완전한 인생이 갑자기 의미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샘과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에디로 인해. 이렇듯 46일의 시간 동안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그를 지키는 샘과 에디의 이 꿈결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살아있음에의 의미와 곁에 있는 내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다. 죽음이라는 모호하고 초월된 감각을 언어를 빌려 생생하게 구현하고, 코마에 대한 병리학적인 정보와 코마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겪고 있을 제도적이고 정서적인 문제까지 사실감 있게 그려낸 점 역시 남다른 울림을 전한다.

 

 

 

“매디에게 필요한 건 기쁨을 주는 것들이야. 코마에 빠진 사람들을 ‘각성 상태’ 가까이 끌어당기는 것들은 늘 작은 일들, 작고 소중한 일들이란다.” / 202p

 

 

나는 헨리의 이름을 부르는 걸 배운다. 메리언은 어떤 깊은 곳에서 떠돌고 있는 헨리를 도로 데려올 수 있는 가장 긴 줄이 바로 이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나는 다섯 개의 알파벳으로 된 줄사다리를 헨리를 향해 던지는 상상을 한다. 나는 예배당을 향해 속삭인다. “헨리.” / 229p

 

 

 

 

 

 

   책을 덮으며 ‘아마 그것은 바로 내 이야기일지 모른다. 또 우리 모두는 지금 읽히는 이야기들일지 모른다. 이야기들은 우리를 구해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소멸되지 않도록.’이라는 문장이 마음을 내내 두드린다. 우리는 모두 삶으로써 저마다 읽히는 이야기들을 쓰고 있는 중이기에, 허망하거나 의미 없는 삶이란 없다는 그녀의 메시지가 연약한 우리 삶에 견고한 메아리가 되어 전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살다, 읽다, 쓰다_ 글쓰기는 ‘인간의 산물’이다 | 나의 서재 2019-10-08 10:22
http://blog.yes24.com/document/1168455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살다, 읽다, 쓰다

김연경 저
민음사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80여 편에 이르는 세계 문학을 한 권으로 만나는 지적 유희의 시간!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고전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길잡이다!

80여 편에 이르는 세계 문학을 한 권으로 만나는 지적 유희의 시간!

 

 

   열일곱 살의 메리는 여행 도중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일행과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싹한 기분에 사로잡히거나 공포로 피를 얼어붙게 만들만큼 무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메리는 우연히 내연의 관계이나 장차 남편이 될 퍼시와 유명 시인인 바이런이 나누는 대화에서 착안하여 굉장한 영감에 사로잡힌다. 그들이 나눴던 대화의 주제란, 당시 학계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갈바니즘’이었다. 이는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 이탈리아 의사 갈바니의 실험에서 유래한 혁신적인 요법으로, 인간의 힘으로 죽음을 되돌릴 수 있다는 추측을 낳았으며, 이러한 상상이 광기에 사로잡힌 의사와 그가 생명을 부여한 괴물에 관한 공포소설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바로 그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이다.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이런 괴기스러운 공포 소설이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여성이 썼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뼈아픈 회환과 자기연민에 빠진 채 얼음 뗏목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아무런 인과율도 없이 ‘괴물-악마’로 태어나 부조리한 삶을 살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유비”를 느낌으로써 ‘읽기’라는 행위의 숭고한 실존을 깨닫는 것은 또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에게 있어 고전 문학은 마치 정복의 대상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읽는 자’의 지적 유희를 채우는 가장 ‘이상적인 독서’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은 여전히 어렵고, 고전만큼이나 더 어려운 평론가들의 해설은 심지어 그것을 읽어내지 못한 독자에게 얼마간 좌절감까지 느끼게 하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살다, 읽다, 쓰다』는 고전 문학에 대한 장애를 다독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좋은 길잡이일뿐더러, 책을 덮고 나면 예전에 읽어봤던 고전을 다시 찾아보거나 이제야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책을 통한 공부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여전히 모범생일 필요가 있다.”라며 먼저 손을 잡아주는 그녀의 이끌림에 나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모두에게 거의 똑같이 주어지는 삶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가

 

 

   『살다, 읽다, 쓰다』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고 누구나 알아야 할 교양이 되는 세계 고전 문학을 한 데 모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사생활 등의 정보를 통해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문학 에세이다. 소설가이자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과 소설 창작을 강의하며 10년 동안 세계 문학 공부에 깊이를 더해 온 저자의 독서 기록이기도 하다. 여기에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8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인간의 욕망과 모순, 삶과 죽음의 사이에 존재하는 희비극 속에서 인간의 자의식과 근원을 찾아나간다.

 

 

 

 

 

   책은 총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을 염두에 두고 『고리오 영감』, 『나귀 가죽』, 『적과 흑』, 『마담 보바리』 등을 조망한다. 특히 사실주의의 대가인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통해서 근대, 자본주의, 대도시, 속물들, 야망에 찬 청년, 전혀 미화되지 않은 날 것의 삶 등 우리 삶의 축소판을 들여다보고,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목숨을 조금씩 앗아 가는 나귀 가죽의 이야기 『나귀 가죽』을 통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거의 똑같이 주어지는 ‘삶(시간-욕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1804년생인 라파엘은 물론 욕망의 화신이었던 못생긴 청년 발자크의 미화이다. 라파엘의 자살-욕망(타나토스)은 삶-욕망(에로스)과 등치되고 ‘그로써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요양차 찾은 온천장에서 사소한 일로 결투(살인)까지 한 다음 라파엘이 택한 최후의 길은 그야말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중략)...죽음의 순간은 극적이지만, 나귀 가죽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시작된 삶-죽음의 과정(추정컨대 폐병에 걸린 듯하다.)은 속도가 느리다. 많이 욕망하면 빨리 죽는다. 하지만 욕망을 죽인 채 조심조심 영위되는 삶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 모두에게 거의 똑같이 주어지는 ‘삶(시간-욕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졌다는 점에서 『나귀 가죽』은 과연 부제대로 ‘철학 소설’이며 발자크의 거대한 문학 기획인 ‘인간 희극’의 첫 고리가 될 만하다. / 『나귀 가죽』편 중에서 28p

 

‘악’을 향한 끌림은 자연스레 ‘선’을 향한 갈망을 동반한다. 마찬가지로 패륜적이고 패덕적인 무보상적 행위의 저변에 윤리와 도덕에 대한 강박관념이 깔려 있는 일이 왕왕 있다. 실제로 ‘악’으로 변역되는 프랑스어 mal에는 ‘고통’이라는 의미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보들레르에게는 문학 자체가 악덕에 빠진, 온갖 소외된 자들을 향한 고통과 연민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 『파리의 우울』편 중에서 44p

 

 

 

 

 

 

   2장과 3장은 문학 이상의 문학, 소설 이상의 소설에 관한 장으로, 인간과 세계의 ‘모순’을 탐구한 문학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삶의 일면과 인간 본연의 어리석음을 들여다본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하는 『오이디푸스 왕』으로 시작하여 사유라는 행위를 통해 유의미하고 존엄한 인간의 존재를 확인하는 『팡세』와 욕망이란, 특히 ‘검고 깊은 욕망’이란 그 속성상 모순덩어리에 염치없는 대식가임을 확인케 하는 『맥베스』가 그러하다. 세계의 이원성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하는 『파리의 노트르담』, 생명의 있음과 없음 사이의 경계, 삶과 존재의 이면을 이루는 어둠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이룬 『검은 고양이』도 등장한다. 특히 윤리와 도덕이란 동병상련에 기반한 것이며 상대적이고 위태로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과 『덤불 속』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가장 읽어보고 싶은 인상적인 작품으로 손꼽고 싶다.

 

 

그렇다면 그의 죄는 대체 무엇인가? 어두운 욕망에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 무모함? 마녀들의 예언을, 즉 자기 안의 속삭임을 맹목적으로 믿은 어리석음? 실현된 욕망을 견뎌 내지 못한 나약함? 혹은 세속 권력의 쟁취에 덧붙여 도덕적인 완성까지 거머쥐려했던 탐욕? 아마 전부 다일 것이다. 다만, 그것은 각각 정반대되는 긍정적인 가치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실로 아름다운 것은 추억하고 깨끗한 것은 더럽다. 물론, 그 역도 참이다. 그러나 이 보편적인 모순이 곧 인간의 본질이며 그 흐름이 곧 인생이다. / 『맥베스』편 중에서 83p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악행쯤은 허용된다는 논리에 따라 끊임없이 악이 양산된다. 그악하고 처절한 순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노파는 사기꾼 여자 덕분에, 사내는 또 이 노파 덕분에 살아남는 공생 관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윤리와 도덕이란 동병상련에 기반한 것, 그토록 상대적이고 위태로운 것인가. 「라쇼몬」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스물세 살 때 쓴 사실상 처녀작인데, 인간 본연의 이기주의와 선악의 이율배반성에 대한 서슬 퍼런 묘사가 충격적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 나아가 진리인가. / 『라쇼몬』편 중에서 128p

 

 

 

 

 

 

 

  4장은 주로 ‘생활과 일상’이 담긴 세태 소설과 영미 문학과 러시아 문학의 ‘웰메이드’ 소설을 담고 있다. 구혼 소설이자 가정 소설답게 미시적인 규모로 오밀조밀하게 포착된 세태와 풍속,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가 도드라진 작품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단순히 페미니즘을 주장하기보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넘어 작가로서 바람직한 자세를 갖출 것을 촉구한 『자기만의 방』, 윌리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의 경제,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을 조망한 『세일즈맨의 죽음』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어 5장에서는 저자가 청소년기에 즐겨 읽은 성장 소설과 예술가 소설에 대한 글을 담고 있다. 엄정한 시민 사회와 관능적인 예술 세계를 그려낸 『토니오 크뢰거』, 질풍노도의 한 가운데서 제각기 불안과 떨림의 병을 앓으며 ‘데미안-압락사스’를 갈구하던 우리 청춘의 기록 『데미안』, 예술의 세계와 생활의 세계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달과 6펜스』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

 

 

 

사춘기 때나 중년이 된 지금이나 『폭풍의 언덕』은 환상적인 소설이다. 즉,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렸음에도 여전히 아리송한 우리의 욕망과 인생의 깊은 속살, 그것을 결코 길들여질 수 없는 20대 여성 특유의 거칠고 날선 야성의 문체로 포착한 음화(陰畵)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폭풍우와 히스 꽃, 연인들의 포옹과 키스, 심지어 브론테 집안을 점령한 요절의 유전자(어머니도 단명했다.)와 성화(聖畵) 같은 분위기의 초상화까지 합세하여 이 소설은 우리 청춘의 영원한 노스탤지어로 남을 것이다. / 『폭풍의 언덕』편 중에서 154p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원제는 ‘아버지들과 아들들’, 즉 복수이다.)은 제목이 암시하듯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표층적으로는 1890년대에 이르러 더욱더 첨예해진 사상 대립이 부각된다. ‘60년대 세대’, 즉 민주 진영을 대표한 젊은 지식인의 입장인 ‘부정(否定)’은 ‘니힐리즘’이라 불렸는데, 이는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극히 정치적인 개념, 일종의 행동 강령에 가까웠다. 실제로 많은 니힐니스트들이 유형이나 추방, 망명까지도 감수한 혁명가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쓴 체르니셰프스키, 투르게네프와도 친분이 있던 바쿠닌이 대표적인 예이다. / 『아버지와 아들』편 중에서 169p

 

 

 

 

 

  끝으로 6장과 7장에서는 카프카, 카뮈, 쿤데라, 보르헤스 등 실존과 부조리에 대해 고민한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 속에서 드러나는 정치의 본질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인간이 인간이길 멈출 때 비로소 그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는 『변신』, ‘자리-이름’과 각종 서류에 기초한 관료제의 암흑과 미로가 폭로된 『성』, 문학은 논리와 조리와 상식이 놓쳐 버린, 인과 관계와 필연성의 원칙으로는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우연한 틈새(부조리)를 보여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이방인』, 전체주의의 악몽 속에서 철저히 마모돼 가는 개인의 실존을 포착한 걸작 『1984』, 만성 폭력, 일상이 되어버린 폭력을 문제 삼은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장에서는 “작가가 실험적 자아(인물)를 통해 실존의 중요한 주제를 끝까지 탐사하는 위대한 산문 형식”이라는 점에서 소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든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골의 소설가적 재능은 예민한 코와 왕성한 위장에 있었다. 1830년대와 1840년대 초반, 러시아 문학이 낭만주의의 끝물을 붙잡고 있을 무렵, 그는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자는, 절대 죄스러울 것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주의를 기울인 최초의 작가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초월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이 허망한 욕망을 혹독히 단죄하고자 했다. 속물스러운 가치를 탐했던 그의 주인공들은 실제로든 비유적으로든 모두 죽는다. 한편, 소설 바깥에서 고골은 자기 자신을 단죄한다. 말년에 이르러 종교에 심취한 그는 기괴한 단식을 감행, 포도주 몇 방울로 연명하다가 스스로를 굶겨 죽이기에 이른다. 서른 살만 돼도 웬만큼 타협하게 되는 속물스러움에 고골은 왜 그토록 큰 우수를 느꼈던 것일까.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편 중에서 282p

 

 

『파리대왕』은 ‘어른-아빠’가 아이들을 구원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소설 바깥에 더 큰 공포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섬 속의 아이들이 봉화냐, 사냥이냐 하는 문제로 다투다가 결국 두 명의 희생양을 내기에 이르렀다면, 섬 밖의 어른들은 숫제 핵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른 세계라고 ‘짐승’이라는 이름의 불안과 공포가 없을 리 없다. 잭 일당에게 잔인하게 살해되어, 무수한 파리 떼에 뒤덮인 암퇘지의 머리, 즉 ‘파리대왕(베엘제붑-악마)’은 우리 안에 있으며 그것이 결코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점, 이것이 진정한 비극이다. / 『파리대왕』편 중에서 330p

 

 

닮음에 대한 게르만의 강박관념은 ‘나’가 그 자체로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라는 믿음의 부재와 자존감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존재가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에 앞서 나를 지우고 싶은 욕망, 나아가 나의 손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좀비(분신)’를 갖고 싶은 욕망은 거의 동일한 메커니즘에 종속된다. 이는 걸작이 되어야 마땅한 자신의 소설이 기존 문학의 질 나쁜 모방이자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궤를 같이한다. / 『절망』편 중에서 341p

 

 

 

 

 

 

   『살다, 읽다, 쓰다』를 읽다 보면 무려 8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아우른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덕분에 고전이라는 무게감을 제법 덜어낸 기분이다. 책에 수록된 작품을 미리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하고, 그 속에서 무엇을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글쓰기는 ‘인간의 산물’이며, 우리는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삶을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숭고하며 때문에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은 무릇, 책을 읽어야 사람이라 했던가. 오늘도 한 권의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성숙해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