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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_ 일상을 두드리는 엄마와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 | 나의 서재 2019-06-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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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저/이소담 역
놀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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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자라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지 부모가 꼭 읽어봐야 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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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에 대한 희망과 눈부신 통찰력!

한 아이가 자라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지 부모가 꼭 읽어봐야 할 소설!

 

 

   5살이 된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며 오늘 짝꿍이 바뀌었다는 말을 꺼냈다. 달마다 짝꿍을 바꾸니 반 친구들과 다양하게 어울릴 수 있어서 참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이 “그치요? 참 좋겠지요?” 라고 하기에 “응. 우리 아들, 친구가 많아서 참 좋겠네?” 한 번 더 말해주니 “엄마, 엄마한테는 짝꿍인 내가 있잖아요.” 하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때로는 엄마랑 안 논다고 투정도 부리지만 엄마 곁에는 늘 자신이 있다고 어른스럽게 얘기해주는 아이의 말에 울컥 눈물이 밀려나왔다. 그래, 엄마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아들 엄마 할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다나카와 엄마처럼.

 

 

 

 

 

 

삶을 살게 하는 가치에 대하여

 

 

   이렇다 할 친척도, 남편도 없지만 힘든 막노동을 담담하게 해내면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린 딸을 키워나가는 엄마 다나카 마치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하며 가난한 사정에도 의연하게 성장해가는 딸 다나카 하나미.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들은 모녀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하나미는 친구들의 아빠를 보며 자신의 아빠는 어떤 사람일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하나미 사이에서 아빠 얘기는 자연스럽게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고, 엄마가 워낙 얘기하기 싫어하니까 폭력을 쓰거나 술주정뱅이거나 도박을 좋아하는 구제 불능의 인간은 아닐까 짐작하기만 했다. 어쩌면 범죄자일지도.

 

 

 

   꽤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는 하나미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친구의 아빠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의 존재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들어온 재혼 자리가 거절되었다는 소식에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일까 싶어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가려는 고민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미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마음을 통해, 담임 선생님과 이웃인 겐토 오빠의 말을 통해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배워간다. 때로 가난 때문에 사립 중학교로의 진급은 엄두도 못내고, 친한 친구들과 드리밍랜드를 갈 형편이 안 되어 자판기 앞에 떨어진 동전을 주으러 다니기도 하며, 저렴한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에서도 반값 스티커가 붙은 식료품을 사야 하는 처지였지만 살아간다는 건 결코 높은 학력이나 부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간다.

 

 

“영국에는 ‘장식장 안의 해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가정에나 비밀로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의미지요.”

우리 집 장식장의 해골은 아빠였을까? / 19p

 

 

예전에 엄마랑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좋을지 얘기한 적이 있다. 부자가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벌레가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겠어.”

나는 하나도 안 좋을 것 같지만 벌레든 동물이든 괜찮으니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었으면 좋겠다. / 23p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진실을 전부 아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버리면 알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요.” / 66p

 

 

 

 

 

 

   하나미가 가난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갉아먹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엄마의 역할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 남자들과 섞여 일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딸을 위해 힘든 내색 없이 일을 하고 억척스럽게 가정을 일구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딸에겐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게다가 엄마가 원하는 대로 진학을 하지 못해 삶을 포기할까 망설이는 하나미의 친구 신야에게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만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인생관은 끊임없이 하나미를 비추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비루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인생은 그렇게 견뎌내는 자의 것이라는 가르침을 내내 딸에게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배가 고파서 죽는 거랑 은행을 먹고 죽는 것 중에 어느 게 좋니? 엄마는 배고파서 죽는 건 싫어.”

다른 음식을 먹는 선택지는 왜 없는데? 아무튼 엄마에게는 늘 ‘먹는 것’이 이긴다. 그래서 우리 모녀는 열심히 은행을 줍는다. 공원에서, 가로수 길에서, 신사에서, 모녀가 은행을 줍는 광경은 꽤나 서정적이어서 마치 한 계절의 풍경처럼 사랑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은행은 그런 달콤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살기 위해 구하는 절박한 식량이다. / 187p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비록 모녀 가정이기는 하나 어디 하나 구김 없이, 타인의 놀림에도 의연하게, 때로는 놀림을 당하는 아이의 편에 서주기도 하는 하나미를 보면서 역시 아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엄마뿐만 아니라 담임인 기도 선생님이나 겐토 같은 오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가난해도 늘 마음에 여유가 있고, 유쾌한 희망을 품고 사는 이 어린 소녀를 보며 우리 모두는 미래를 향한 기분 좋은 희망을 엿본다.

 

 

 

그러나 나는 그 의견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기도 선생님이 사회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신문도 때로는 틀리기도 합니다. 전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 신문을 의심하는 시선을 갖추고 자신만의 생각을 일궈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85p

 

 

“사형수도 사형 집행하는 날 아침이나 집행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을 때, 그리고 전기의자에 앉는 순간까지 사형을 중단하라는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무리 절망적이고 최악의 상황이라도 그 사람 나름의 희망이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아닐까? 비록 바늘 끝처럼 보잘것없는 희망이라도, 희미한 빛이라도, 환상이라도, 그게 있으면 어떻게든 매달려서 살 수 있어.” / 151p

 

 

 

 

 

 

   책을 덮으며 이 소설이 정말 14세의 나이에 쓰인 것이 맞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3년에 태어나 2019년 현재 만 열다섯 살이고 일본의 출판사 쇼가 쿠칸에서 개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무려 3년 연속 수상했다고 하니 그 이력도 참 놀랍다. 문학상의 도전한 동기가 상금을 받아 좋아하는 만화 잡지를 사고 싶어서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또래 아이다운 귀여운 구석이 엿보이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솔직함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소녀의 필력 앞에선 새삼 나를 반성하게 된다. 자칫 신파에 가까운 낡은 이야기가 아닐까했던 우려했던 게 미안할 정도니 말이다.

 

 

 

 

 

나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소설을 지어 친구들에게 돌려 보게도 하고, 대학생 때까지 문학 전공을 했던 문학도였지만 어느 새부터 글쓰는 일을 놓고 지내게 되었다. 돈을 벌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문득 그것이 굉장히 부끄럽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스즈키 루리카에게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글을 쓰라고, 너를 응원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또 이제는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과연 하나미의 엄마 같은 철학을 내 아이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되새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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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_ 사랑이라는 이름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법 | 나의 서재 2019-06-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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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배르벨 바르데츠키 저/한윤진 역
다산초당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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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락되었던 관계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심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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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랑은 이제 그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락되었던 관계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심리 수업!

 

 

   얼마 전에 베트남에서 폭력적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얼굴에 염산 테러를 당하고 만 여성의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여성이 외출 할 때마다 극심한 질투심을 보이던 남자는 폭력을 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잦아지는 폭력을 견디지 못한 여성은 이별을 고했다. 이전부터 이별을 직감한 남자는 몸속에 염산이 든 병을 하나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순간 그대로 여성에게 염산을 투척했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심심치 않게 데이트 폭력이나 이별로 인한 파괴적인 결말들을 접하곤 한다. 사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무도 많은 것을 허락한다. 사랑하니까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누구를 만나는지 일일이 밝혀야 하고, 사랑하니까 바빠서 연락이 되지 않아도 이해해줘야 하고, 사랑하니까 원치 않는 스킨십까지도 감내하려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자신의 저서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를 통해 이런 관계는 상처만 남을 뿐이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언어폭력, 물리적인 폭행을 경험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을 한 여성들 중에는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수년간 심하게는 십여 년이 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헤어지려고 할 때마다 돌아오는 파트너의 위협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관계를 지속하는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이때 누가 옳고 그른지를 논하고 잘잘못을 가려서 비난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서로를 망가뜨리는 이 관계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애써 그 상황을 부정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부정적인 신호를 일찍 알아차려 보다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책은 40년간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뿐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불완전한 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들을 권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제껏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이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

 

 

   소냐와 프랑크라는 한 연인이 있다. 소냐는 전남편인 헤르베르트와의 결혼 생활이 불행했다. 그는 출장이 잦았던 터라 집안일과 두 아이의 양육을 전적으로 소냐에게 맡겼고, 대화조차 자주 나누지 않았다. 그는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자기가 할 일을 다 했다고 믿는 사람이었으며 소냐의 감정과 가치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집도 다 이렇게 살아!”라는 말로 상황을 대처할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는데, 때마침 온라인 매칭 사이트를 통해 프랑크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프랑크는 헤르베르트와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 친근하면서 다정한 말투, 매너 있는 태도로 그녀에게 다가왔고 달콤한 찬사와 스킨십도 아낌이 없다. 그녀는 마침내 사랑이 가득하고 조화로우며 성적으로도 정열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소냐는 프랑크와 함께 살 꿈에 푹 빠져 남편의 집을 나와 그와 함께 살 집을 구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시각에서 고민해보지 않은 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그만큼 절박한 상태였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마음이 너무나 강렬했다. 심지어 그녀는 아직 프랑크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이미 그를 ‘내 인생의 남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소냐가 자신의 딸과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대화만 나눠도 질투를 하며 그녀가 직장을 구하지 않고 오로지 집에서 자신만을 바라보기를 원한다. 심지어 그는 아내가 있음에도 법적으로 갈라서는 것을 계속해서 미루고, 커플 매칭 광고를 통해 다른 이성과의 만남까지 나누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말이다. 이때마다 소냐와 프랑크는 서로를 헐뜯고 다투지만 소냐는 무려 7년이나 이 고통스러운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헤어질 듯 하면서도 돌아서면 아이처럼 엉엉 울며 그녀에게 매달리고 한결같이 용서를 구하는 프랑크의 태도 때문이다.

 

 

 

소냐가 프랑크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 사랑받고 싶어서

- 혼자가 되기 두려워서

- 유년 시절부터 이어진 외로움을 채우려고

- 관심받고 싶어서

- 존중받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 또다시 남녀 관계에서 실패했다는 수치심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 143p

 

 

프랑크와 소냐의 행동에서 우리는 시계추처럼 이별과 재결합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관계를 떠올린다. 이들은 안정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관계다. 이런 관계에 놓인 사람은 대부분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렇기에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부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192p

 

 

 

 

 

 

   뭐지? 왜 소냐는 프랑크와 헤어지기를 숱하게 결심하면서도 다시 그를 받아들이고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거지? 그녀의 단호하지 못한 행동에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책의 저자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이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두 사람의 먼 과거를 되짚어본다. 소냐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자신이 가족과 집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찍이 가져야 했다. 당시 소냐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였지만 오히려 아빠를 챙겨야 했다. 누군가를 보살피기 위해 정작 자신의 욕구는 잠시 접어두거나 아예 부정하는 인생이 그렇게 시작됐다. 어른과 아이의 역할이 역전되면서 소냐는 더 이상 아이로 남을 수 없었기에 그만큼 빨리 어른이 됐다. 천천히 자라며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는 데 시간을 써야 할 시기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자 자아를 구축하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한편 프랑크는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어릴 때 혼자 방치됐거나 버려진 경험이 있어 트라우마가 생겼고, 결국 그 연령대로 자아 상태가 형성되어 다 큰 성인이 된 다음에도 헤어지거나 남겨지는 상황을 못 견디게 된 것이다.

 

 

 

현대 심리학은 나르시시즘을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본다. 유년 시절 겪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기애적 성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자존감은 무의식적으로 두 가지 방어 수단을 활용한다. 하나는 악습, 과보호, 수용이고 다른 하나는 애정과 공감의 부족 그리고 거부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건 아이를 소유물처럼 대하는 것만큼이나 방치하는 것도 아이의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 276p

 

 

 

   책은 소냐와 프랑크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들을 나르시시스트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그들을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나르시시스트는 대체로 상대가 항상 내 말에 동의하기를 바란다. 또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항상 자신의 욕구와 관심사만 생각하며 모든 일에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둔다. 지나치게 질투를 하는 것은 물론, 상대가 뭘 하든 항상 잘못된 행동이라고 질책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며, 상대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통제하려 한다. 뿐만 아니라 나르시시즘 관계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를 꿈에 그리던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성적 측면을 강조하거나 아예 섹스와 사랑을 혼동하기도 하며 경고 신호가 발동해도 그걸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습관처럼 “당신 잘못이야”란 말을 반복하고 옛 애인에 대한 비난과 경멸을 서슴없이 표현하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상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추려고 한다. 또 자신의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차단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몹시 예민해지고 분노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나르시시즘에 빠진 관계를 맺고 있다고 깨달았다면 이제는 이별을 준비할 차례라고 말한다. 상대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상처받은 마음의 치료를 위해 꼭 심리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심리 치료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찾는 법과 더불어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꼭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중 상당수가 연인의 행동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제대로 납득하는 순간 자신을 괴롭히던 죄책감에서 해방될 수 있고,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트라우마와 대인 관계 장애를 치료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을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잠재해 있던 나르시시즘을 자주성과 높은 자존감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활기 넘치는 관계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연인은 공통 관심사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비슷한 성향을 함께 찾는다. 다시 말해 굳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긴장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 275p

 

 

 

   책을 갈무리하며 저자는 ‘나는 아무 감정이나 던져버려도 되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나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내가 우선이다’, ‘실패한 관계는 빨리 인정하기’, ‘전문가에게는 연인의 속내까지 설명하기’, ‘새 인생을 제대로 준비하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한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너가 원하는 대로’ 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며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더 생각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사랑이란 이름으로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면서 나의 의지를 세우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어딘가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받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보다 건강하고 나다운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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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 샐러드 200_ 몸이 가벼워지는 맛있는 샐러드 백과 | 나의 서재 2019-06-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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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루 한 끼, 샐러드 200

에다준 저/김유미 역
로지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매일 적고 싶은 샐러드 레시피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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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양한 샐러드가 있다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매일 적고 싶은 샐러드 레시피 200!

 

 

   주말에 신랑이 “좀 가볍게 먹을 게 없을까?” 하고 물었다. 주말이라고 고기를 잔뜩 챙겨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한 모양이었다. 샐러드처럼 가벼운 음식을 먹으면 좋겠는데 샐러드용 야채는 사놓으면 금방 물러져서 잘 사놓지 않는데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차돌박이용 고기를 구워서 거기에 샐러드 야채와 시판용 소스를 뿌려서 먹는 게 다인지라 막막해졌다. 결국 샐러드 먹겠다고 배달앱을 켜고 주문을 했는데 돈까스니 스파게티니 다른 음식까지 함께 주문하느라 배는 더 더부룩해졌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니 몸이 빨리 회복 되지 않고 몸무게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고민인 요즘, 뭔가 맛있으면서도 다양하게 샐러드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처럼 샐러드를 먹고 싶은데 무엇을 해먹으면 좋을지 몰라 오늘도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이토록 많은 샐러드가 있다니, 일단 입부터 떡 벌어지게 하는 <하루 한 끼, 샐러드 200>이다.

 

 

 

매일 먹어도 좋은 160가지 샐러드와 30가지 드레싱, 10가지 토핑

 

 

   <하루 한 끼, 샐러드 200>은 쉽고 건강하며 감각적이라는 호평을 받는 영양사 겸 요리연구가인 에다준의 정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요리책이다. 매일 먹어도 좋은 160가지 샐러드와 30가지 드레싱, 10가지 토핑들을 선별하여 굽고, 볶고, 찌고, 절이는 등 조리법만 바꿔도 샐러드의 무한변신이 가능하도록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보기만 해도 잎채소의 신선함과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다양한 샐러드 사진들은 보고 있자니,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본격적으로 들어 가기 앞서 ‘이 책의 사용법’을 통해 분량 표기, 식재료 선택, 도구 사용법, 보관법, 열량 계산법을 익힌 후 ‘샐러드를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를 통해 쉽고 간편하면서 맛도 좋아지는 샐러드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책은 ‘양식’, ‘일식’, ‘한식·중식’, ‘에스닉’, ‘과일·채소’ 샐러드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기와 생선을 곁들여 손님 초대 요리로도 제격인 양식 샐러드, 부드럽고 담백한 맛으로 식탁이 좀 더 멋스러워지는 일식 샐러드, 입맛이 없을 때는 화끈하고 매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반찬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한식·중식 샐러드, 감칠맛과 채소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고 남플라와 감귤류, 스파이스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에스닉 샐러드, 과일과 채소의 달콤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간편함이 생명인 과일·채소 샐러드 등이다. 이 외 스페셜 페이지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드레싱, 건강한 맛을 지키는 채소 보관법 팁, 샐러드에 맛을 더하는 10가지 토핑, 4가지 버섯으로 만드는 다양한 샐러드까지 추가로 소개하고 있어 유익하다.

 

 

 

 

 

 

   각 페이지에는 재료 준비물과 조리법, memo를 통한 특별팁, 1인분당 칼로리까지 함께 적혀 있어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하루 한 끼, 샐러드 200>의 장점은 평소에 잘 사용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한 샐러드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걸로도 샐러드를 만들 수 있나? 하는 놀라움이 드는 요리가 곳곳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손님을 맞이하거나 좀 더 프레시한 식탁을 완성해보고 싶을 때 이 책이 톡톡한 도움을 줄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나 같은 요리무식자에게는 평소 가볍게 도전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이는 요리도 더러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마음먹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하나씩 정복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님 맞이용 샐러드, 우리 식탁이 화려해질 수 있는 샐러드, 자이어트를 위한 저칼로리 샐러드까지! 평소 샐러드를 좋아하고 즐겨먹는 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맛있는 샐러드 드셔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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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_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 것이다 | 나의 서재 2019-06-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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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하맨션

조남주 저
민음사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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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그래서 낯설지 않은 기묘한 국가, 그 속에서 연대를 꿈꾸는 자들의 찬란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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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당한 자들을 위한 삶의 마지막 공동체, 사하맨션!

낯설지만 그래서 낯설지 않은 기묘한 국가, 그 속에서 연대를 꿈꾸는 자들의 찬란한 반란!

 

 

   『82년생 김지영』으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조남주 작가가 신작 『사하맨션』으로 돌아왔다. 어느 미래의 가상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다. 시장의 논리에서 배제되고 등돌려진 자들의 공포와 불안을 예리하고도 담담하게 묘파해낸 조남주 작가의 이번 작품은 탄압과 혁명,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었던 과거 우리 시대의 유산으로부터 조금도 멀어지지 않은 미래 세계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래서 낯선 듯 조금도 낯설지 않은 이 기묘한 국가와 사하맨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무섭고, 참혹하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의 날갯짓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끝까지 함께 살 것이다

 

 

   사람들은 도시의 이름 대신 기업의 이름으로 도시를 불렀다. 도시는 기업에 인수되었고 거대한 기업인지 국가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했다. “타운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회장은 대국민 담화문으로 밝혔지만, 도시는 계열 임직원들로 이루어졌고 직원이 아닌 사람들은 묘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공항, 철도, 도로, 공공주택 등은 회장의 일가나 기업의 간부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타운은 공동총리제를 도입했으나 총리들의 정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채널이 단일화되고 신문사가 통폐합되었다. 휴일에 세 사람 이상의 성인이 모임을 가질 때에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했고,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가 있었고,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었고 걸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 도시를 인수하던 당시 회장은 원주민 모두를 새 도시국가의 주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총리단에서 무분별한 밀입국을 막기 위해 주민 자격을 두었고, 살던 방식대로 조용히 살아가던 이들까지 추방 명령을 받고 그들이 떠난 주거지들은 빠르게 철거되었다. 그 가운데 주인이 될 수도 없고 떠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 일부가 사하맨션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사하맨션에는 엄마의 추락사를 자살로 둔갑시킨 이사 업체의 사장을 죽이고 사하맨션으로 도망쳐 들어온 701호의 도경과 진경 남매,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나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214호의 사라, 무서울 만큼 커다랗고 재빠른 몸을 지닌 탓에 사하맨션의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 서는 311호의 우미,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들어 온 꽃님이 할머니, L2로 태어났지만 보육사의 꿈을 꾸며 사하맨션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305호의 은진 등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짊어진 인물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 이들은 비록 기묘한 기업 국가의 시스템과 제도권 밖에서 거부당하고 열악한 환경과 소모품으로 전락한 취급을 받는 난민들이었지만 스스로 자급자족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공동체가 되었다.

 

 

 

‘타운’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이상한 도시국가. 밖에 있는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국가에서 사하맨션은 유일한 통로 혹은 비상구 같은 곳이다. / 33p

 

 

L2 대부분은 주민 자격이 되지 않으나 고향을 떠날 수 없어 2년마다 모욕적인 자격 심사와 건강 심사를 받고 L2 체류권을 연장해 가며 타운에 남은 원주민과 그런 L2들이 양육의 의지 없이 낳은 아이들이다. 진경은 L2도 못 되었다. ‘사하’라고 불리었다. L도 L2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마땅한 이름도 없는 이들. 사하맨션 주민이라서 ‘사하’인 줄 알았는데 사하맨션에 살지 않아도 ‘사하’라고 했다. 너희는 딱 거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15p

 

 

 

 

 

 

   소설은 의사이자 도경과 사랑에 빠진 타운 주민 ‘수’가 인적이 드문 공원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때 함께 차에 타고 있었던 도경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은 수의 죽음이 강간과 살인에 의한 것이라 발표하고 그 범인으로 도경을 지목한다. 맨션을 들쑤시는 경찰들의 매서운 감시망 속에서 도경은 사라의 집으로 들어가 숨게 되고, 단조로웠던 맨션 전체가 이내 어지럽게 뒤틀리게 된다. 그 와중에 훤한 대낮에 경찰로부터 사라가 희롱을 당하고, 우미는 살아 있는 자신의 몸을 일종의 실험 대상처럼 여기며 마음대로 가져다 쓴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맨션의 사람들은 점차 이제껏 깨닫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과 현실 너머의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 51p

 

 

"우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서로 미안하지? 나한테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지? 아무도 내게 사과를 안 해. 누군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요즘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나." / 117p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으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 164p

 

 

우미는 자신의 몸이 이정표가 되기 위해 뜯기고 버려지는 빵 같았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뜯어내다 보면 내 몸에는 뭐가 남을까. 헨젤의 빵은 새들이 모두 쪼아 먹어 버렸고 헨젤과 그레텔은 결국 집을 찾아가지 못했지. / 272p 

 

 

 

   ‘타운’과 ‘사하맨션’을 중심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 가상의 국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전달한다. 30년 전에 조산원에서 일을 하고 있던 꽃님이 할머니와 낙태 시술을 받으러 온 어린 연인들과의 일화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낙태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원장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은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고 그래서 아이를 낳는 곳은 아이를 낳지 않는 곳도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고 부주의할 수도 있고 상황이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번의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문장은 조남주 작가가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여성과 인권에 관한 주제들을 이 작품에서도 뚝심 있게 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나비 폭동이 일어났던 날, 소방 헬기가 시위대를 향해 물을 쏟아 붓고 시위대보다 더 많은 군인과 경찰이 무기를 휘두르며 공포를 조장하고 국가 체제에 반하는 이들을 묵살하는 행위들은 오늘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게 해서 섬뜩하다.

 

 

 

   이 때문에 등장인물 중 보육사를 꿈꿨던 은진이라는 인물이 유독 의미 있게 읽힌다. 맨션 내에 살고 있던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우울한 유배지, 그 안에 속한 어찌할 수 없는 번거롭고 불편한 부속물 같은 존재였지만 은진이 온 후로 아이들에게 맨션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기대’라는 감정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어제와 다른 일 혹은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적인 예감을 품게 된 것이다. 은진이 직접 요리를 한 적이 없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식사 예절을 가르친 적도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밥을 잘 먹고 매일을 새로운 놀이로 삼았던 것처럼 ‘사람’이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문제의식’과 ‘시도’가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공동체라는 ‘연대’가 희망을 엿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고 알고 살았던 사람이 ‘원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273p

 

 

거기 없었어. 따라가도 없었어. 그러니까 항상 진짜가 어디 있을지 생각해야 해. / 329p

 

 

  ‘수’라는 여인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개인과 공동체, 소수와 약자를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주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정체되거나 후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사하맨션』을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틀 너머의 조남주 작가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으니, 계속해서 응원할 수 있는 작가가 늘어서 기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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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_ 나의 광대한 우주, 엄마 | 나의 서재 2019-06-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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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쿄타워

릴리 프랭키 저/양윤옥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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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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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12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동 소설!

지금 당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명작! 

 

 

   이따금 엄마나 아빠를 ‘부모’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맛보게 되는 상처와 좌절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얼굴 뒤에 감쳐진 진짜 표정들, 단단하던 신체가 하나둘씩 약해지고 기울어지는 모습들까지. 부모와 자식 그 관계와 위치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아니 내가 부모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엄마도 하고 싶었던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아빠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혼자서 삭혔을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이, 어쩌면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희생과 인내,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도 역시 그들과 닮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다정했던

 

 

   출간 즉시 ‘일본문학의 가장 높은 달성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품 <도쿄타워>가 12년 만에 다시 독자들 앞에 섰다. 당시 유명 배우 오다기리 죠 주연의 동명 작품 <도쿄타워> 역시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은 까닭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미처 접하지 못했던 작품이라 지금에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어쩐지 반가웠다. 교교한 달빛을 품고 있는 도쿄의 밤과 화사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듯한 도쿄타워가 배경인 표지가 무척이나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1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의 표지만 봐서도 그렇고 ‘대도시 도쿄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일과 사랑 이야기’ 쯤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은 12년 전에 읽었다면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것, 어쩌면 단순 신파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평범하게 읽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 역시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보니 오롯이 가슴으로 전해지는 이 책의 내용이, 문장 하나하나가 그렇게도 좋고 또 애달팠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먼지를 밖으로 쓸어내지는 못해도 방구석에 밀어놓다 보면 흘러가는 시간이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든 연극 소품 같은 ‘가정’ 정도는 만들어 준다.

하지만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들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37p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도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한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이다.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작중 화자인 ‘나’는 이렇게 술회한다. 나에게 있어 아부지(아버지)는 우주의 어딘가에,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머나먼 어딘가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존재이고 엄니(어머니)는 ‘있다’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그런 존재였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당최 알 수 없고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아버지와 달리 비록 가난하지만 모자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정성을 다해 홀로 키워주신 어머니 덕분에 따뜻한 이웃과 친척들 사이를 오가며 무람없이 자랄 수 있었다. 소설의 전반부는 이렇듯 유년시절의 ‘나’가 성장을 하면서 느꼈던 가족의 의미와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들로 전개된다.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아이는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뛰어난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약한 생물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갖추고 태어난 본능이다.

‘부부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할 일이 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분명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당사자만 모르고 있는 둘만의 일’은 어린 아이나 타인의 냉정한 눈에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다. / 38p

 

 

결국 파랑새는 내 집 새장 속에 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행복의 파랑새가 결국 내 집의 새장 속에 있었던 것처럼 ‘행복’은 ‘가정’에 있다.

이 법칙에서 인간은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인간은 정말 재미도 없고 가능성도 의외성도 없는 생물이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생물인 것이리라. / 105p

 

 

 

   주인공인 나는 고향을 떠나 미술공부를 위해 홀로 도쿄로 상경한다. 마치 우리의 서울이 그러하듯 일본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꿈과 낭만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쿄로 모여든다. 도쿄타워는 그러한 꿈의 첨탑을 상징한다. 하지만 나는 애초의 원대한 꿈과는 달리 학교를 빠지기 일쑤고, 이렇다 할 의지도 상실한 채 도박에 전전하다가 빚까지 지게 된다. ‘아득히 지평선 너머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거대한 영원. 이 거리에 동경을 품고 저마다의 고향에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찾아온 사람들. 이 도시는 그런 사람들의 꿈과 희망, 회한, 슬픔을 잠들게 하는 커다란 묘지인지도 모른다.’던 그의 표현대로 도쿄에서의 삶은 하나하나 꿈을 묻어두는 묘지와 다름없다.

 

 

 

착취하는 측과 착취당하는 측, 무시무시한 승부가 명확히 색깔별로 분류되는 곳에서 자신의 개성이나 판단력이 함몰되고 마는 모습에 빈곤은 떠도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가난’이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결코 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쿄의 ‘볼품없는 가난’은 추함을 넘어 이미 ‘더러움’에 속한다. / 57p

 

 

그 무렵에 우리가 보았던 것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먹고 살기조차 힘겨운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장래나 미래에 불안을 느끼거나 침울해졌던 일은 없었다.

그보다 우선 당장 눈앞의 일에 허덕거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분명 앞으로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것도 시작한 게 없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를 따분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손에 넣은 사람에게나 두려움과 따분함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 247p

 

 

 

 

 

 

   하지만 고향에서 살던 엄니가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도쿄로 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나의 생활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빚도 청산하고 점차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면서 풍족하지는 않아도 엄니와의 단란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한때는 아는 이 하나 없이 아들이 사는 대도시에 간다던 엄니를 고향에 살던 자매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워낙 붙임성 좋고 음식 솜씨가 좋은 엄니인지라 그의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친구나 이웃들 덕분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비록 형편은 좋지 않아도 내 자식처럼 거둬 먹이고 정작 본인은 찬밥을 먹었던 엄니의 그 마음에 내 눈시울도 붉어진다. 하지만 마치 예고된 운명처럼 엄니의 몸에 위암이 찾아오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그간 한결같이 보여준 엄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 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 148p

 

 

아부지 인생은 큼직하게 보였지만, 엄니의 인생은 열여덟 살의 내가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내게 나눠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 192p

 

 

 

 

 

 

   진부한 신파에 불과한 소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타워>란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도시 이면에 담긴 청춘의 애환들을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냄과 동시에 비록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하는 건 가족이고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매우 진실 되게 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사적인 추억거리에 함몰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완결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역시 좋은 소설과 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좋은 법인가 보다. 12년이나 훌쩍 지나서 읽는 책이 여전히 잘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도쿄타워>가 보여준 그것처럼 묻혀 있던 또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다시 조명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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