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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_ 나의 광대한 우주, 엄마 | 나의 서재 2019-06-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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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쿄타워

릴리 프랭키 저/양윤옥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지금 당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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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12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동 소설!

지금 당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명작! 

 

 

   이따금 엄마나 아빠를 ‘부모’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맛보게 되는 상처와 좌절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얼굴 뒤에 감쳐진 진짜 표정들, 단단하던 신체가 하나둘씩 약해지고 기울어지는 모습들까지. 부모와 자식 그 관계와 위치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아니 내가 부모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엄마도 하고 싶었던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아빠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혼자서 삭혔을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이, 어쩌면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희생과 인내,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도 역시 그들과 닮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다정했던

 

 

   출간 즉시 ‘일본문학의 가장 높은 달성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품 <도쿄타워>가 12년 만에 다시 독자들 앞에 섰다. 당시 유명 배우 오다기리 죠 주연의 동명 작품 <도쿄타워> 역시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은 까닭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미처 접하지 못했던 작품이라 지금에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어쩐지 반가웠다. 교교한 달빛을 품고 있는 도쿄의 밤과 화사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듯한 도쿄타워가 배경인 표지가 무척이나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1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의 표지만 봐서도 그렇고 ‘대도시 도쿄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일과 사랑 이야기’ 쯤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은 12년 전에 읽었다면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것, 어쩌면 단순 신파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평범하게 읽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 역시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보니 오롯이 가슴으로 전해지는 이 책의 내용이, 문장 하나하나가 그렇게도 좋고 또 애달팠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먼지를 밖으로 쓸어내지는 못해도 방구석에 밀어놓다 보면 흘러가는 시간이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든 연극 소품 같은 ‘가정’ 정도는 만들어 준다.

하지만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들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37p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도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한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이다.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작중 화자인 ‘나’는 이렇게 술회한다. 나에게 있어 아부지(아버지)는 우주의 어딘가에,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머나먼 어딘가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존재이고 엄니(어머니)는 ‘있다’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그런 존재였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당최 알 수 없고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아버지와 달리 비록 가난하지만 모자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정성을 다해 홀로 키워주신 어머니 덕분에 따뜻한 이웃과 친척들 사이를 오가며 무람없이 자랄 수 있었다. 소설의 전반부는 이렇듯 유년시절의 ‘나’가 성장을 하면서 느꼈던 가족의 의미와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들로 전개된다.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아이는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뛰어난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약한 생물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갖추고 태어난 본능이다.

‘부부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할 일이 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분명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당사자만 모르고 있는 둘만의 일’은 어린 아이나 타인의 냉정한 눈에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다. / 38p

 

 

결국 파랑새는 내 집 새장 속에 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행복의 파랑새가 결국 내 집의 새장 속에 있었던 것처럼 ‘행복’은 ‘가정’에 있다.

이 법칙에서 인간은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인간은 정말 재미도 없고 가능성도 의외성도 없는 생물이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생물인 것이리라. / 105p

 

 

 

   주인공인 나는 고향을 떠나 미술공부를 위해 홀로 도쿄로 상경한다. 마치 우리의 서울이 그러하듯 일본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꿈과 낭만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쿄로 모여든다. 도쿄타워는 그러한 꿈의 첨탑을 상징한다. 하지만 나는 애초의 원대한 꿈과는 달리 학교를 빠지기 일쑤고, 이렇다 할 의지도 상실한 채 도박에 전전하다가 빚까지 지게 된다. ‘아득히 지평선 너머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거대한 영원. 이 거리에 동경을 품고 저마다의 고향에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찾아온 사람들. 이 도시는 그런 사람들의 꿈과 희망, 회한, 슬픔을 잠들게 하는 커다란 묘지인지도 모른다.’던 그의 표현대로 도쿄에서의 삶은 하나하나 꿈을 묻어두는 묘지와 다름없다.

 

 

 

착취하는 측과 착취당하는 측, 무시무시한 승부가 명확히 색깔별로 분류되는 곳에서 자신의 개성이나 판단력이 함몰되고 마는 모습에 빈곤은 떠도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가난’이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결코 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쿄의 ‘볼품없는 가난’은 추함을 넘어 이미 ‘더러움’에 속한다. / 57p

 

 

그 무렵에 우리가 보았던 것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먹고 살기조차 힘겨운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장래나 미래에 불안을 느끼거나 침울해졌던 일은 없었다.

그보다 우선 당장 눈앞의 일에 허덕거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분명 앞으로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것도 시작한 게 없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를 따분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손에 넣은 사람에게나 두려움과 따분함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 247p

 

 

 

 

 

 

   하지만 고향에서 살던 엄니가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도쿄로 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나의 생활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빚도 청산하고 점차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면서 풍족하지는 않아도 엄니와의 단란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한때는 아는 이 하나 없이 아들이 사는 대도시에 간다던 엄니를 고향에 살던 자매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워낙 붙임성 좋고 음식 솜씨가 좋은 엄니인지라 그의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친구나 이웃들 덕분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비록 형편은 좋지 않아도 내 자식처럼 거둬 먹이고 정작 본인은 찬밥을 먹었던 엄니의 그 마음에 내 눈시울도 붉어진다. 하지만 마치 예고된 운명처럼 엄니의 몸에 위암이 찾아오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그간 한결같이 보여준 엄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 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 148p

 

 

아부지 인생은 큼직하게 보였지만, 엄니의 인생은 열여덟 살의 내가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내게 나눠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 192p

 

 

 

 

 

 

   진부한 신파에 불과한 소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타워>란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도시 이면에 담긴 청춘의 애환들을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냄과 동시에 비록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하는 건 가족이고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매우 진실 되게 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사적인 추억거리에 함몰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완결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역시 좋은 소설과 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좋은 법인가 보다. 12년이나 훌쩍 지나서 읽는 책이 여전히 잘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도쿄타워>가 보여준 그것처럼 묻혀 있던 또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다시 조명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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