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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_ 우리는 이 따뜻한 ‘사랑’을 기억해야만 한다 | 나의 서재 2020-02-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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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저/이정민 역
살림출판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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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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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소설!

방황과 오해,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우리 시대의 분열된 가족을 감싸 안는 따뜻한 시도들!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로부터 어떤 놀라운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그때란, 항상 자신이 제일 영리하다고 믿는 자부심으로 하여금 스스로 멋지게 발화하는 순간일 것이다. 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하는 목소리에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응답해줄 자세가 되어 있는 아이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더 도전해보려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 하지만 그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보여주는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며 조급증을 내고, 현실적인 조건에 순응하거나 혹은 버티면서 살아가는 법만을 가르치며 살아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어른들이 스스로 착각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꿈이 좌절되고 있었던 것인지. 말을 사랑하고 할아버지에게서 마장마술을 배우며 꿈을 키워가던 소녀, 사라의 이야기를 좇아가며 나는 내 아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고민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수많은 불합리와 절망으로부터 우리가 지키고 또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호스 댄서』는 바로 이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자 곧 응답이다.

 

 

 

 

 

어떤 동물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

뭐든 처음에는 부족하기 마련인데,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 크세노폰, 『기마술』

 

 

 

   런던의 데이비슨 브리스코에서 아동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너태샤 매컬리는 뛰어난 실력으로 착실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부유한 동네에서 번듯하게 지어진 집에서 살며 누가 봐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은 그녀지만, 일 년 동안 집을 나가 살던 남편 맥이 자신의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오겠다는 연락을 받은 뒤로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맥은 두 사람의 공동명의로 된 집을 처분하자고 제안하며, 팔리기 전까지는 이 집에 머무르려 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맥에게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세 번의 유산을 겪는 동안 자신이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지 않아서 화가 났고,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있는 이때에 다시 나타나서 간신히 다져놓은 둑을 무너뜨리려고 해서 또 화가 났다. 무엇보다 더 기분이 나쁜 것은 그가 여전히 매력적인 남자이고, 심리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전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다시 아파트에서 살 생각을 하니 눈앞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체로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이르면 어느 정도 인생의 기반을 다지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만족스러운 집에 살면서 자기 분야에서도 탄탄한 경력을 쌓을 거라 예상한다. 거기엔 아이도 한두 명쯤 추가될 것이다. 너태샤는 자신의 평평한 배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아이를 낳지 못했으니 넷 중에서 하나를 이루지 못한 셈이다. 대단한 성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더욱이 아마디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경력 분야에서도 결함이 생겼다. / 205p

 

 

  맥이 돌아온 날 밤, 너태샤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슈퍼마켓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곤경에 처한 한 소녀를 구해주게 된다. 게다가 범죄가 잦은 도시 외곽의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소녀를 집에 바래다주다가 집이 도둑맞은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소녀의 이름은 사라, 상황을 살피기 위해 사라의 사정을 파악하던 너태샤는 사라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으며 그런 할아버지마저 얼마 전에 뇌출혈로 인한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맥과 함께 도둑맞은 집을 수습하고 사라를 집으로 데리고 온 너태샤는 오갈 데가 없고, 청소년임시보호소도 마땅치 않은 사라의 사정을 고려해 맥과 의논하여 사라를 잠시 맡아 돌보기로 한다.

 

 

 

너태샤는 거의 매일 그런 애들을 보았다. 난민을 비롯해 문제아들, 쫓겨나거나 방치된 청소년, 칭찬이나 지지, 포용 같은 단어를 알 길이 없는 십 대들. 그런 아이들의 얼굴은 너무 일찍 철면피가 되었고 그들의 마음은 철저히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도록 굳어져 있었다. 너태샤는 거짓말하는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집에서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게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애들, 성년이 될 무렵에 자라는 까칠하고 텁수룩한 수염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데도 열한 살이나 열두 살이라고 우기는 명명 신청자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뉘우침과 비행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 속에서 그 애들이 범죄에 빠지기란 어렵지 않았다. / 49p

 

 

너태샤는 지금도 여전히 부모의 이혼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역 당국과 이민국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해줄 것을 강렬히 요청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 경우에는 학대받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새로운 위탁 시설을 얻어주는 적극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방법을 남발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어쨌든 개선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68p

 

 

 

   한편, 자신이 기억하는 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에게서 엄격하게 말 타는 법을 배우며 자란 사라는 할아버지가 한때 기수로 활약했던 프랑스의 카드르 누아르 국립 승마학교에 함께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이었다. 할아버지의 친구 바르쥐가 카드르 누아르에서 가장 중요하고 경험이 많은 기수인 ‘위대한 신’이 된 데다 여자 기수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언젠가 사라 역시 그곳에서 활약할 날을 기약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사라의 일상은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집은 도둑을 맞고 할아버지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나마 부를 타고 달릴 때면 사라는 이 절망적인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살아야 하는 절망감과 앞으로 갚아야 할 돈, 병든 노인의 냄새를 풍기며 무력하게 침상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보는 고통을 그 순간만은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부는 사라에게 이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휩쓸리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절대적인 존재다. 이 때문에 사라는 부가 있는 마구간과 할아버지의 병원, 학교 그리고 너태샤와 맥의 집을 오가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하고 이내 학교 수업을 종종 빼먹거나, 부의 사료 값과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너태샤의 비상금에까지 손을 대기에 이른다.

 

 

 

당시는 1960년이었다. 조니 알리데를 비롯한 대중문화가 유행하고 경직된 의식을 거부하는 시대가 찾아왔지만, 소뮈르에서는 변화의 기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카드르 누아르 국립 승마학교는 23명의 프랑스 에리트 기수들로 구성되었는데, 일부는 군 출신이고 일부는 민간인 신분이었다. 이들은 해마다 고난이도 승마 공연을 펼쳤고, 바로 이 행사가 카루젤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실제로 승마 공연 티켓은 지역 주민을 포함해 프랑스 유산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가 며칠이 안 돼 매진되었다. 때로는 루아르강 전역에 나붙은, ‘중력을 거스르는 위풍당당함과 신비로움을 뽐내는 말과 기수’라는 문구가 적힌 공연 포스터에 흥미를 느껴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 10p

 

 

카우보이 존의 축사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람직한 시설이기도 하고 성가신 존재이기도 했다. 시 공무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쳤고, 환경 위생 및 병충해 방제와 관련된 경고문을 끊임없이 발행했다. 하지만 존은 치즈 소스에 범벅이 된 채 밤새도록 이곳에 나와 있어도 설치류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을 거라고 반박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 역시 이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파트를 짓고 싶어했지만 카우보이 존은 축사를 팔려고 하지 않았다. (중략) 빅토리아 시대의 잘 정돈된 마구간들이 늘어서 있고 건초와 짚 더미가 쌓여 있는 그곳은 도시의 소음과 혼란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곳이기도 했다. / 38p

 

 

 

 

 

 

   사라를 공동으로 돌보면서 너태샤와 맥은 한 아이를 책임지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너태샤는 사라와 얘기할 때 적절한 말투를 찾느라 늘 애를 먹는다. 직업상 버릇처럼 의뢰인에게 설명하는 말투를 쓰거나 추궁하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질문을 건넬 뿐이다. 그러는 동안에 사라는 스스로 고립되어 간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이, 부의 마구간 임대료는 계속 밀려가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마구간 주인인 몰티즈로부터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마침내 자신의 말인 부가 다른 사람의 손에 팔릴 지경에 처하게 되자 더 이상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게 된 사라는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세상의 전부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부를 타고 멀리 달아나기로 한다. 그렇게 느닷없이 사라진 사라와 부를 쫓으면서 너태사는 그제야 자신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여러 번의 유산을 하며 거부당했다고만 생각한 그 존재에 대해 얼마나 근거 없는 장밋빛 환상을 품었는지 절감하게 된다. 사라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려 해보지도 않고 그저 지나치게 엄격했던 태도를 후회한다. 과연 사라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너태샤와 맥은 와해될 수 없어 보였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너태샤는 비좁은 축사와 불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 자유롭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닭들을 바라보았다. 신기한 비밀의 장소를 보는 것 같았고 오래전에 없어진 생활 방식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염소들과 덩치 큰 말들, 말라빠진 아이들도 보였다. 높게 쌓아 올린 짚더미 뒤로 환하게 불을 밝힌 날씬한 기차 한 대가 그들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아래쪽의 이런 진기한 광경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바로 이곳이 사라가 자란 곳이고 사라가 살아온 세상이었다. 과연 이런 곳은 현대 사회의 어느 영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사라와 같은 아이는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나갈 수 있을까? / 273p

 

 

카터 부인이 너무 확신에 차서 말하는 바람에 너태샤는 갑자기 사라에 대한 연민이 치솟았다. 너태샤는 눈앞의 광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지만 말의 동작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사라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개한 십 대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침착하게 말을 다루는 능력과 자기 일에 대한 애정, 옆에 있는 말과의 조용하고 적극적인 교감만이 돋보였다. 바로 이런 것이 위대한 열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 279p

 

 

“저도 늘 더 나은 동작을 하기 위해 애쓰는 거예요. 말과 나의 완벽한 소통이나 교감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요. 고삐를 잡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압력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말의 기분이나 제 몸의 상태, 땅바닥의 조건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기술적인 문제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말과 나, 두 마음과 두 심장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 288p

 

 

 

 

 

 

   『호스 댄서』는 할아버지와 말이 인생의 전부인 십 대 소녀 사라와 완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데에 대한 상처를 지니고 있는 너태샤, 타인으로부터 늘 호감을 얻지만 정작 아내를 이해하는 데는 서툴렀던 맥이 함께 하면서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가슴 따뜻한 소설이다. 그 속에서 빈민가의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 아동 학대, 공동 운명체로 나아가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사회제도적 시스템, 가족이라는 이상적인 판타지를 위해 여성들에게 더욱 철저히 요구되는 희생과 같은 주제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이렇듯 소설은 상당히 두터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인물과 유려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라인,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문장, 가벼운 듯 깊이 있는 시선으로 탄탄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이쯤하면 『미비 포 유』의 조조 모예스가 아니라 이제는 『호스 댄서』의 조조 모예스로 불리어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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