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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_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실전서 | 나의 서재 2020-03-0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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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박주용 저
쌤앤파커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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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독창적이며 설득력 있는 글쓰기 기술의 모든 것!

이론에서부터 트레이닝을 통한 실전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실력 향상의 지름길을 제시하다! 

 

   요즘 따라 글 쓰는 데 부쩍 힘이 든다.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것으로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고, 완성된 글마저도 자신이 없다. 비교적 비슷한 패턴의 문장에, 단문 보다는 장문으로 글이 장황해지는 나쁜 습관은 둘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읽고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나만의 독창적인 글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 너머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고민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다거나 더 많은 글을 쓴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과연 나의 글쓰기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이래저래 답답함만 쌓여가고 이렇다 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었던 때에, 좋은 기회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읽게 되었다. 단순한 글쓰기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 좋은 지도안으로 삼아볼 만한 책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거나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반론하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라면, 나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음에도 글쓰기에 여전히 자신 없는 이들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자.

 

 

 

 

 

 

모든 글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필집 <학문론>에 수록된 글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를 인용하여 독서나 강의, 토론 그리고 글쓰기가 어우러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담아내야만 그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에 있어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또 싫어하는 이유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사실상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라고 한다. 또 다양한 의견을 장려하고 서로 존중하는 토론 문화 대신 여전히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사회의 영향 때문이라고도 한다. 더욱이 특정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읽거나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글로 써봄으로써 현재 이해 수준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 교육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평소 “비판적으로 읽고, 생산적으로 토론하고, 생각을 글로 쓴다”는 원칙하에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에서 글쓰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주도해온 저자는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 인용한 베이컨의 말처럼 지적 활동은 읽기, 토론, 그리고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강연을 듣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오디오북, 이미지, 동영상 등을 통해 많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식에 접근하는 것과 지식을 제대로 얻는 것 간에는 큰 괴리가 있다. 듣거나 읽을 때에는 다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막상 실제로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글로 설명하려 하다 보면 그제야 느낌에 의한 판단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깨닫게 된다. 바로 이것이 토론과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 18p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공부의 수단이자 목적으로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도구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쓰기 습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글쓰기 태도를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쓰는 습관들이기와 논증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글쓴이의 주장을 분석하는 법, 피드백을 통해 낯선 시선으로 다시 검토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다음 2장에서는 논리적 글쓰기를 ‘청출어람’을 위한 활동으로 특징지으며 꾸준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연습의 중요성과 함께 설득력을 갖춘 논증의 기술을 제시한다. 이때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을 해당 학계의 전문가들이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독창성임을 강조하며, 표절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를 할 것을 조언한다.

 

 

 

좋은 글의 특징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일화는 글쓴이의 솔직함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수록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 74p

 

 

 

 

 

 

   이어 3장과 4장에서는 하나의 주장을 요약하고 나아가 그 주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살펴본다. 논증하는 글을 쓸 때는 관련 분야의 적절한 글을 찾아내어 핵심 주장을 간결하게 독자들에게 요약해주어야 하는데, 이때 요약문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떠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 요약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좋은 요약문의 관건은 압축의 결과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원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글이 아니면서, 둘째는 원 글의 핵심 주장이 포함되어 있고, 끝으로 원저자가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 글에 담겨 있는 여러 정보 가운데 삭제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삭제한 다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문장을 찾아내서 그 문장에 담긴 내용을 자신의 문장으로 다시 표현해보자. 능동태를 수동태로, 수동태를 능동태로, 동사를 명사로, 명사를 동사로, 단문을 복문으로, 복문을 단문으로 바꾸는 등의 형태나 형식을 바꾸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단문으로 쓰는 습관들이기와 번역투 문장 즉 피동형 문장을 피하는 데 주의할 것을 잊지 말자.

 

 

 

간결한 요약을 위한 질문

· 핵심어는 무엇인가?

· 주제 문장은 무엇인가? 원 글에 제시되었다면 밑줄을 그어보고, 제시되지 않았다면 핵심어를 활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나?

· 원 글의 내용을 적절하게 압축했나?

· 요약의 길이가 적절한가? 너무 길거나 아니면 짧지 않은가?

· 요약문을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 요약문이 염두에 둔 독자의 수준에 적절한가?

· 원저자가 읽으면 동의할까? / 102p

 

 

이들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하려면 전형적인 번역투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모호한 의사 표현 문장은 원래 추측할 때 쓰는 표현인 “~ 인 것 같다”, “~ 수 있다.” 혹은 “~ 로 보인다”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h에서처럼 통계 용어인 타당성에 ‘높아 보인다’라는 추측성 표현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 g의 ‘알아보지 못하는 것’, ‘실망감을 줄 것’과 h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k의 ‘연결됨이’, 그리고 l에서 ‘재미있기’와 같은 명사형·관용형 문장은, 동사나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명사형으로 변화된 문장이다. 영어에서 흔한 동명사나 부정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습관화된 표현일 수 있는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아니다. / 114p

 

 

 

   5장에서는 여러 개의 주장을 조직화하여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신 만의 독창적인 주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어 논리적 글의 기본 구조라 할 수 있는 개요를 발전시켜 주장이 담긴 초고를 작성하는 몇 가지 유형을 6장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7장에서는 글쓰기와 관련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퇴고를 다룬다. 전체 구성의 짜임새를 점검하는 데서부터 문단 간 연결 점검, 세부적인 문장 내 표현, 삭제와 추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글을 좀 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끝으로 8장에서는 자기 글을 제대로 평가하는 법과 남의 글을 읽고 적절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조언하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자료들 간의 관계를 정리하고, 복잡한 논증의 구조를 찾는 데 유용한 논증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는 법과 말이나 글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메타코멘터리를 이용하는 법은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초고를 작성할 때는 일단 전체 흐름에 맞게 관련 내용을 많이 포함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퇴고할 때는 적절히 삭제하여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특정 부분을 빼더라도 독자가 글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 지장이 없으면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문장이라도 과감히 빼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량에 맞추어야 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부분과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삭제해야 한다. / 245p

 

 

 

 

 

 

   앞서 고민했던 것처럼 그간 내가 쓴 글은 독창적인 생각을 제시하는 데 부족한, 평범한 글이었다는 점에 있어 이 책은 무엇을 보완해야 하고 어떤 점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모호한 느낌에 머무르지 말고, 무엇을 배웠는지 말이나 글로 반응’할 것을 강조했던 대목은 특히 유념하려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틀리더라도 현재의 이해 수준을 드러낼 때 다른 사람의 비판과 도움으로 배움의 기회가 생긴다던 저자의 말처럼, 책에 대한 감상을 쓸 때도 내가 이해한 수준과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려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이렇듯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더없이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다. 수록된 33개의 글쓰기 트레이닝으로 실전 감각을 높이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평소 글을 쓰는 데 막막함을 느꼈거나 글쓰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참고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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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_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세대 이해 | 나의 서재 2020-03-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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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저
쌤앤파커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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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직장, 일에서 발생되는 세대갈등과 세대불통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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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대의 서사를 알아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직업, 직장, 일에서 발생되는 세대갈등과 세대불통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오늘의 단어’로 ‘꼰대(KKHONDAE)’를 선정하여 화제가 된 바가 있다. BBC는 꼰대를 가리켜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 세계의 누리꾼들은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댓글을 달며 많은 공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과 서열주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이 말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세대 갈등이 가장 큰 위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꼰대들의 전형적인 멘트인 “나 때는 말이야”를 “라떼는 말이야~”로 비꼬아 쓴 말이 각종 매체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고, 꼰대란 말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며 무조건 반발하고 귀부터 막고 보는 역꼰대 현상 역시 꼰대 현상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렇듯 ‘세대 차이’가 ‘세대 위기’로 이어지고 이제는 ‘세대전쟁론’으로 부각될 정도로 큰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지금, 세대 간 화해와 공존의 길은 없는 것일까?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세대전쟁론, 위기를 기회로 삼는 3세대 공존법

 

 

  우리는 흔히 1960년대 생을 베이비부머 세대, 1970년대 생은 X세대, 1980년대 생은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생을 Z세대라고 부른다. 각자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문화, 사고방식이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으며,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르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까?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의 저자 김성회는 근원적으로 거부감은 ‘왜 내 생각과 신념을 따르지 않지?’ 하는 불만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는 각 세대의 경험과 그들이 통과해온 삶의 서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즉, 세대 이해는 시대 서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사회 변동성이 클수록 차이를 배격하기보다 다름을 끌어안고 기대치와 눈높이를 서로 맞추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질성과 갈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뒤집어서 다양성의 조화로 생각하면 전쟁, 위기가 아닌 ‘세대기회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는 센 세대(베이비부머 세대), 낀 세대(X세대), 신세대(MZ세대)로 일컬어지는 3세대의 저마다 다른 목소리에 고루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살아온 삶, 특히 세대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직장 내, 직업, 일 등에 있어 그들의 생각과 내재된 서사를 다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세대 갈등을 극복해보려 한다. 아울러 국내 최고의 리더십 코칭 전문가인 만큼 세대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이 시대의 리더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높이고 당장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함께 전수한다.

 

 

 

 

 

 

   아무래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직장의 경우, 저마다 다른 세대 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세대 간의 특징 역시 분명하게 드러난다. 깨지고 부딪히고 넘어지며 개척해온 베이비부머 세대(센 세대).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란 명제 앞에서 때론 윤리도, 양심도 미뤄야 했다. 이들 세대에게 밥값은 비루함과 엄숙함을 동시에 가진 말이다. 생계는 비루한 것이지만 그것만큼 지엄한 것도 없었다. 눈뜨자마자 출근하고, 퇴근하면 베개에 머리를 대기가 무섭게 곯아떨어졌다. ‘하면 된다’를 믿고 달려왔고, 뛰는 만큼 성과도 나던 시절이었다. 신분의 수직이동 면에서 다이내믹 코리아가 가장 어울리는 시대였다. 개천에서 사는 붕어, 가재, 개구리도 노력만 하면 용이 될 수 있는 세대였다. 성실한 만큼 성공한다는 명제 하에 ‘월화수목금금’ 성실 하나로 버텨온 세대이며, ‘간조심조(간은 조직에, 심장은 조국에)’는 뜨거운 정열과 명분으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온 이들 세대의 찡한 건배사다.

 

 

 

   한편, 고도 성장기에 자라 민주화 시대 이후에 대학을 다녔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넌금융위기를 직격으로 맞은 X세대(낀 세대). 회사에 헌신해봐야 헌신짝이 된다는 걸 실감한 이들은 실력을 쌓는 것만인 위기 돌파,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실한 직장인’을 지향했다면 이들은 ‘탁월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몸값 높이기에 열중했다. 그런데 이들은 대기실에서 언제 기회가 오나 벼르고 있었더니 위로는 386세대 장기집권에 밀려 무대에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그 사이 치고 들어온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영부영 밀려날 상황이 됐다고 억울해 한다. ‘그 날’을 위해 부단히 갈고 닦았지만 ‘못다 핀 꽃 한 송이’로 ‘아니 벌써’를 읊조리며 내려와야 할 처지다. 또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잔소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늘 양단에서 고민하는 이들은 햄릿에 비유된다.

 

 

 

   MZ세대는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하다. 이들에게 공정성은 개인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합리적 실용주의다. ‘나중에’란 말보다 즉각 보상,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 이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대의명분을 원색적으로 내세우지도 않고, X세대처럼 주장을 감추지도 않는다. 필요한 때마다 기회를 봐 자신의 생각을 즉각 표출, 표현하는 카멜레온 같은 보호색 세대다. 또 이들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전체를 위한 개인의 양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목적과 의도, 명분이 좋아도 ‘과정이 옳지 않다면’, ‘내 삶에 불이익이 생긴다면’, 단호히 거부한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보장보다 즉각 보상을 원한다. 나중은 없으며, 지금 받지 못하면 나중에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들은 늘 불안과 대비에 전전긍긍한다. 직접경험보다는 늘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 공부를 하도록 한 영향이 크다. 사회라는 책에서 배우기보다 책 속에서 사회를 배우려 하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는 끝나지 않고 뛰어들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은 도전은 늘 두렵다. 변동이 심한 사회를 살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만을 추구하려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가장 열심히 대비하지만 가장 불안해하는 세대, 밀레니얼의 역설이다.

 

 

 

밀레니얼은 같이 해야 할 목적이 있을 때는 낯선 사람들끼리도 모여 힘을 합친다. 혹자는 이를 일러 ‘포용적 개인주의’라 말하기도 한다. 혼자이면서 외롭고 싶지 않을 때의 대응법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혼자이지만 함께 있고,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 가능하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MZ세대만큼 고독과 독립에 내성이 강한 세대는 없었다. / 201p

 

 

 

   이렇듯 저마다 다른 세대 간의 목소리는 그들이 어떤 주제에 민감하고, 또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며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속속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세대 간에 발생하는 가치관의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는가? 저자는 세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선배세대의 입장에서는 부평초같이 표류하는 세대, 즉결 처리만을 요구하는 세대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당연히 예전보다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래가 늘 불안한 이들에겐 이제 예전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단지 잘해주는 것, 갑질 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책은 여러 가지 접근법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교육과 조언의 중요성이다. 선배랍시고 경륜이나 직위만 내세우며 내실 없이 뻐기기만 하는 것은 문제지만, 선배의 조언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단단하게 대비시켜야 하는 것이 선배와 어른의 역할이다. 둘째, 독립성은 존중하되 고립은 유의해야 한다. 선배는 후배가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이고 지원해야 한다. 기대보다 미진하다면 신속하게 피드백을 해주어 결과물을 수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멘토링해주어야 한다. 셋째, 선공후사보다 선사후공하는 것이다. 멘토링이라는 미명 하에 회사 정책을 강요하거나, 일 잘하나 감시하거나, 조직의 목적을 주입하기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넷째,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멘토링도 연공서열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자세, 젊은 후배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세대 공존의 지혜이자 진정으로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끝으로 감성지능과 디지털지능 교환하기다. MZ세대로부터 디지털지능을 배우고, 선배세대로부터 감성지능을 배우는 방법이다. 젊은이들에게 빌려주기 위한 손수건(지혜)은 늘 갖춰놓되, 울기 전에 미리 닦아주는 성급함은 갖지 않는 것, 그것이 선배의 지혜다. 선배들은 후배에게 묻고 배우자. 저자는 이것이 바로 선배세대가 오래돼 상한 포도주스가 아니라 명품 와인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생존의 필수 지혜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화법에 관한 조언도 새겨볼 만하다. 첫째는 허점 색출보다 맹점을 보완해주기다. MZ세대가 선배세대의 말에 무조건 귀를 막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것은 지적이 아니라 지원이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이때 진정한 인생선배로서의 위엄이 선다. 둘째, ‘기승전’으로 끝내라. 수고했다는 격려 혹은 질책 뒤의 괜한 사족이 아닌 여백을 남겨놓는 대화가 중요하다. 셋째, 방법보다는 방향을 이야기하자. MZ세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방법 없이 방향만 이야기하면 ‘오지랖’이다. 방향은 확고히 하되, 방법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진짜 대화를 이루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열정과 열심의 기대치를 낮추자.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야심을 가질 수도, 가질 필요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과거에도 성공하는 이는 소수였는데 저성장기인 오늘날 그 숫자는 더 적어졌다. 성공을 지향하고, 승진과 보상에 목매는 야심만만한 사람만으로 100% 채워져 있는 것보다는 욜로(‘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족이 함께 있는 조직이 낫다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자. 바람직한 것은 ‘직업 소명’이지만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다. 일을 ‘생계’로만 삼는 유형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 다만 ‘소명’과 ‘생계’는 보상과 인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 84p

 

 

유능한 어른>유능한 꼰대>무능한 어른>무능한 꼰대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MZ세대는 무능한 어른보다는 유능한 꼰대를 우위에 둔다는 점이다. ‘상대에게 도움 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그것이 무능과 유능을 가른다. 이들에게 유능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깜냥도 안 되는 포부가 아니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이다. MZ세대의 마음속엔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지?’ 하는 질문이 항상 내재해 있다. 리더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갈 길, 룰과 롤을 가르쳐달라는 바람이다.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 정도의 업무력을 갖춘 데다 공감력도 높다면 그가 바로 유능한 어른이다. / 85p

 

 

 

 

 

 

   저자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직 충성심, X세대의 합리적 개인주의, MZ세대의 디지털 능력과 글로벌 마인드는 그 어느 시대에서 한 지붕 아래 공존한 적이 없었던 강점들이라고 한다. 각 세대의 행위와 동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세대 갈등은 세대 공감으로 이어지고 세대 차이는 다양성 조화를 위한 천혜의 기회가 된다는 책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세대라는 틀 속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직장 혹은 조직 문화의 경우,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을 진지하게 실천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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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_ 제 인생은 스스로 만들 거예요 | 나의 서재 2020-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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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저/강미경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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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전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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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4명의 사랑스러운 소녀들!

이 고전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무려 여섯 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전 <작은 아씨들>이 2019년에 이르러 새롭게 개봉되었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최연소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시얼샤 로전과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로 익히 잘 알려진 엠마 왓슨이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만큼 작품성 역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아가 관람하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지만, 일단 원작부터 읽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된 『작은 아씨들』 버전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오리지널 커버이자 1868년 초판본 커버 디자인으로, 적절하게 삽입된 영화 스틸컷과 부록까지 추가로 만나볼 수 있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몰입감과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그 시절, 소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미국의 어느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네 자매 중 제일 맏이인 메그는 상당한 미인에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치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허영기가 조금 있는 열여섯 살의 소녀다. 그녀는 또래의 젊은 처녀라면 누구나 예쁜 물건과 재미있는 친구들, 행복한 생활을 갈망하듯 가난을 큰 고민거리로 삼으며 가끔씩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반면, 둘째인 조는 “난 나이가 차서 미스 마치라고 불리는 것도 싫고, 기다란 드레스를 입는 것도 싫어.”, “마음은 온통 아빠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싶은 생각뿐인데 집구석에 틀어박혀 할머니처럼 뜨개질이나 해야 하다니.” 하고 푸념할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녀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미덕으로 삼았던 결혼을 거부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며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솔직한 성격의 여성이다.

 

 

 

   셋째인 베스는 아버지가 ‘작은 평온’이라 부를 만큼 조용한 말씨에 평화로운 표정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열세 살의 소녀다. 그녀는 자신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만 간혹 외출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만의 행복한 세계 속에 살기를 원한다. 막내인 에이미는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오는 기회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할 거야”라고 당당히 말할 만큼 세속적 욕망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늘 자신의 몸가짐에 신경을 쏟고 화가가 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아이다. 소설은 이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네 명의 ‘작은 아씨들’이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이웃과 사랑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조의 야망은 뭔가 굉장한 일을 하는 거였다. 그게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 터였다. 조의 가장 큰 고통은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뛰어다닐 수도, 말을 탈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급한 성격과 직선적인 말투,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기질 때문에 조는 늘 궁지에 빠졌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인생은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는 시소게임 같았다. / 87p

 

 

세상에는 베스처럼 수줍음을 잘 타고, 말이 없고, 구석 자리에 앉아 있다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걸 너무 즐거워해서 오히려 누구에게서도 그 희생을 인정받지 못하는 소녀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화덕 위의 작은 귀뚜라미가 노래를 멈추고 나면, 따뜻한 햇살이 침묵과 응달을 남겨둔 채 모습을 감추고 나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 91p

 

 

메그는 에이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였고, 성격이 거의 정반대이긴 하지만 베스에게는 조가 그런 존재였다. 수줍음을 잘 타는 베스는 오로지 조한테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베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껑충한 키에 늘 덤벙대는 조에게 가족 중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서로를 끔찍이 아꼈지만, 동생을 한 명씩 맡아서 각자의 방식대로 돌봐주고 있었다. 메그와 조는 이를 ‘엄마 놀이’라고 부르며 어린 여성의 모성 본능으로 인형 대신 동생들을 보살폈다. / 93p

 

 

 

 

 

 

   1부에서는 네 자매가 이웃인 로런스 씨와 그의 손자인 로리와 허물없는 우정을 나누어가는 과정, 일명 ‘라임 사건’으로 인해 에이미가 학교를 관두게 되고, 조와 다투어 언니가 아끼는 원고를 불태우기까지 하는 불상사를 일으킴으로써 스스로는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조는 자신의 몰인정함을 반성하게 되는 일화가 펼쳐진다. 한편 메그는 모팻 집안에서 처음으로 상류 사회 생활을 경험하면서, 가난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요란한 치장으로 그들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했던 자신의 경솔함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전쟁 중에 종군목사로 참전한 아버지가 위독해졌다는 전보를 받고, 어머니가 병간호를 하러 떠나는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꺼이 잘라 팔고, 베스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 성홍열에 걸리자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에게 헌신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토록 단란했던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가 맴돌기 시작하자, 하루하루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집에는 슬픔과 적막감이 감돌았고 일을 하며 기다리는 자매들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제야 메그는 혼자 앉아 일을 하다 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지를 실감했다. 사랑, 보호, 평화, 건강 등과 같은 인생의 진정한 축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어떤 사치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조가 컴컴한 방에서 병에 시달리는 어린 동생과 함께 지내며 베스의 아름답고 착한 성품을 새삼 깨닫는 한편,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 느끼게 된 것도 이때였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면서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박한 미덕들, 예를 들어 재능이나 부, 미모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미덕들을 발휘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베스의 욕심 없는 꿈을 정식으로 인정하게 된 것 역시 이때였다. / 377p

 

 

 

   위독했던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뒤, 메그가 가난하지만 정직한 브룩 씨를 만나 결혼을 맹세하는 것에서 1부가 끝이 나고,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부가 시작된다. 소설은 메그가 소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또 성홍열을 앓은 뒤 급격하게 생기를 잃었지만 가족의 사랑 안에서 삶의 의지를 이어나가던 베스를 통해 초연하고도 성숙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가족이 더욱 단단하게 연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대고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 중이던 에이미는 돈이라는 가치에 따르기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성숙한 여인으로의 자세를 보여준다. 끝으로 조에게서는 작가로서 자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고뇌하고 한 개인으로서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듯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후반, 마치 가의 소녀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신의 꿈과 사랑을 직시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자기긍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이 중요해, 메그. 젊은 부부는 언젠가는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단다. 처음 느낀 애정은 지키려고 애쓰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거든. 그리고 부모에게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도 없단다. 존을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으로 만들지 마라. 시련과 유혹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네 아이들만큼 존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켜줄 존재도 없으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너희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 785p

 

 

“부자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호의호식할 권리도 없고, 돈을 쌓아두었다가 엉뚱한 사람들이 낭비하게 할 권리도 없어.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현명하게 돈을 써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낫지.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즐겁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후하게 베풀어 우리만의 기쁨에 추가로 큰 즐거움을 하나 더 얹자고.” / 912p

 

 

 

 

  사회적 제약이 심하던 시절에 여성들을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고전은 1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소설을 읽다보면 이 소녀들이 보여준 삶을 향한 능동적인 자세는 어머니인 마치 부인의 교육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유사 계열의 소설인 『오만과 편견』에서 베넷 부인이 보여주었던 과거의 보편적인 여성관에 비해 그동안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딸들이 엄마의 충고를 군말 없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때는 기꺼이 나서서 일이 더 쉬워지도록 거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딸들이 스스로 교훈을 배우도록 가만히 놔둔다. 뿐만 아니라 겸손의 미덕과 일과 놀이의 균형 있는 자세, 결혼에 대한 가치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내면의 중요성, 사회적인 의미로서의 여성 등에 대해 솔직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등장인물 중 유독 마치 부인에게 이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 부모일까.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가,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 놀이를 못하는 일은 절대 없단다, 에이미. 왠지 아니? 형태는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린 늘 천로역정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짐은 여기에 있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단다. 그리고 선의와 행복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역경과 실수를 헤치고 진정한 하늘의 도시인 평화로 향하도록 인도하는 길잡이란다. 자, 어린 순례자 여러분, 이제 놀이가 아니라 진짜 생활 속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니?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너희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는 거야.” / 31p

 

 

“난 너희들에게 욕심이 많단다. 하지만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출세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로지 부자이기 때문에, 화려한 저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자와 결혼한다면 진정한 가정을 꾸린다고 할 수 없단다. 사랑이 부족한 가정은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지. 물론 돈이란 것은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야. 그리고 잘만 사용하면 고귀한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너희들이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권좌에 있으면서도 자긍심과 평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여왕보다 행복하고 사랑받고 만족할 수만 있다면 난 너희들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거야.” / 206p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노예처럼 일만 하진 말거라.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단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 249p

 

 

 

 

 

 

   만약 10대 혹은 2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마치 부인이 아니라 조 또는 에이미에게 더 이입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작은 아씨들』은 누구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나를 상상하고 꿈꿔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것이 왜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원작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기회에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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