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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짊어진 사람들, 일본 서정 호러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소설 에세이 2019-12-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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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저/김은모 역
작가정신 | 2019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서정성과 호러의 절묘한 만남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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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서정 호러 소설 표지를 보며 고개가 기웃거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정 호러라는 개념이 내 안에 성립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증은 커져갔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의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는 오츠 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등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담 전문 작가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호러 작품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긴 여운을 남기는 호러 소설, 이 책은 바로 작가의 특기인 서정 호러의 미학의 정점이 이 8편의 단편 소설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8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8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태어나지도 못한 채 뱃 속의 생명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내 지후유와 나,

이모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며 머리 없이 몸통으로만 살아가는 닭 교타로를 키우는 후코,

미래를 볼 수 있는 여자친구로부터 인생역전을 꿈꾸는 N,

학창 시절 왕따 대상이었던 요리코와 똑같은 외모의 자식을 낳게 되는 가오루 등등..

이 모든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삶 속에서 소중한 일부분이 상실된 채 살아간다. 그 상실 속에서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려 하는 그들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신기한 현상등이 펼쳐진다.

자신과 아내에게 시시때때로 나타나 일상을 방해하며, 아이를 잃은 후 약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엄마, 살려 줘'라며 호소하는 아이의 환청 소리가 들어나는 등 각각의 현상은 그들이 애써 억누르고 참던 그들의 상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이 책의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도 서정성은 뛰어나지만 내게 이 여덟 편의 단편집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을 꼽을 것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주인공과 친구 또래들이 결혼 후 죽은 피해자와 동일한 외모의 아이를 낳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사건들 속에서 다른 친구들은 이 끔찍한 현실 속에서 두려워하며 이 아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결국 살인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한다. 하지만 완강한 남편 앞에 자신의 피해자와 똑같은 외모의 아이를 키우게 되며 생기는 갈등과 괴로움, 그리고 결국 그 아이를 완전히 포용하기까지 과정은 강한 울림을 준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과거, 자신도 이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두려움,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가한 폭력의 흔적이 나타나는 아이를 정면으로 대하며 이 두려움을 피하기만 해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작품은 말해준다.

[아이의 얼굴] 뿐만 아닌 다른 소설 모두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현상과 마주한다.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의 주인공도 자신에게 들려오는 엄마를 찾는 그 환청 소리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이를 잃은 나의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머리 없는 닭 교타로 또한 머리가 없는 채로 옛 주인 후타를 찾아가며 살아간다.

오싹한 공포 대신 그들의 상실된 부분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소설은 책 표지 그대로 서정성과 호러가 절묘하게 만난다. 이 작품집의 호러는 무서움보다는 서정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반면 [곤드레만드레 SF]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집 중 가장 오싹함을 자아내주는 작품이다. 먼 미래가 아닌 몇 분 후의 미래만 취중상태에서만 볼 수 있는 지인의 여자 친구의 능력 앞에 일어나는 이 사건은 강한 반전과 함께 인간이 생존 앞에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 강한 충격을 준다.

서정 호러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즐겨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올랐다. 물론 그 분위기와 전개는 매우 다르지만 억울한 귀신들의 사연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한국적 정서와도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슬픔 속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작품들을 덮은 후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에게 공포를 주기보다 오히려 위로해 주려 그들에게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더 사랑해주기로 다짐하는 가오루와 다른 모든 인물들에게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쭉 나아가라고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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