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아들,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 대동맥해리 수술로 인한 하반신 마비...
한 사람에게 연이어 찾아온 이 불행 속에 딸 앞에서 무심코 뱉은 한 마디.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텐데… 죽고 싶다."
가혹한 인생 앞에 닥쳐온 저자 앞에 누군가가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고 딸은 엄마에게 한 마디를 한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엄마의 불행은 엄마만의 불행이 아니였다. 딸 역시 다운증후군 동생이 있었으며 아빠와 다툰 날 밤 아버지를 잃었으며 엄마는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 수술 후 하반신 마비가 된 후 엄마의 짐까지 인생에 지게 된 딸은 죽고 싶다는 엄마 앞에 다그치기는 커녕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라며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무슨 선택을 해도 괜찮다며 말을 하는 딸 앞에 저자는 다시 용기를 낸다.
저자 기시다 히로미씨는 남들이 보기엔 박복한 인생이다. 연달아 찾아온 불행 앞에 죽어도 된다는 딸의 말에 다시 힘을 내고 자신이 근무하던 곳에서 환자들의 마음을 들어 주는 세라피스트의 일을 시작하고 다시 앞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듣는 청중의 마음을 일으켜 주는 강연을 하는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불행이 남에게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되고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저자를 불행에서 일으켜 세운 건 힘내라는 다그침보다 저자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주며 지켜봐주는 말 한마디였다는 것이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보며 힘겨워하는 저자에게 책망보다는 "키우고 싶지 않으면 키우지 않아도 돼." 라는 남편의 말과 하반신 마비가 되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자신의 모습 앞에 죽고 싶다는 말에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라는 딸의 말은 그냥 포기하라는 것이 아닌 저자를 존중하며 인정해 주는 말 한미였다. 그 말 한마디 속에 저자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게 된다.
장애인의 마음을 전하며 그에 걸맞는 유니버설 매너를 전하는 데 앞장서는 저자의 글 앞에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가진 게 더욱 많음에도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하며 내가 가진 일상이 얼마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인생에서 의미 없는 일들은 없다. 저자의 지난 인생이 현실을 위한 주춧돌이 되어 주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건 너무 잔인하다.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희망을 선택할 때 길이 열린다는 것을 저자는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삶으로 희망을 보여준 저자와 딸 앞에 나도 오늘의 희망을 선택하기로 결심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