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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대신해 드립니다. 스릴러 소설《디 아더 피플》 | 소설 에세이 2020-07-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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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 아더 피플

C. J. 튜더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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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범죄자들의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불평한다. 최근만 해도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사건들은 겨우 1-2년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법원 판결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대체 정의가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해 준다면 과연 정의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스릴러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면 그 대신 나도 다른 사람의 복수를 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쇄 복수 스릴러 소설이다.

《디 아더 피플》의 작가 C.J. 튜더는 2018년 <초크맨>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스릴러 작가이다.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그의 작품이 인정 받은 후 차기작 <애니가 돌아왔다>의 연이은 성공으로 그는 스릴러 장르 소설 작가로서 입지를 확보했다.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은 C.J. 튜더의 세 번째 작품으로 [디 아더 피플]이라는 복수 대행 업체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방 안에 누워 있는 소녀와 방 안의 풍경을 묘사해준다. 빽빽히 둘러싸 있는 의료기기들, 피아노, 아이보리색 소라고둥 등. 기계음과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이 방에 갑자가 '도' 소리가 울러 퍼지며 그 순간 어딘가에서 다른 소녀가 쓰러진다. 침대 위의 소녀와 쓰러진 다른 소녀는 과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소설에는 세 명의 인물들이 그려진다.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앞 차에서 딸 이지를 발견하고 뒤쫓아 가지만 놓치고 마는 가장 게이브, 연이어 들려오는 부인과 딸의 죽음과 용의자로 지목되는 게이브,

딸 앨리스를 데리고 정체 모를 남자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프랜과 거울을 두려워하며 잘 쓰러지는 앨리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일을 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피곤에 찌든 워킹맘 케이트

이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는 바로 케이트이다. 게이브는 가족을 잃은 지 3년이 지난 후 일상을 잃고 캠핑카를 이끌고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딸이 탔던 차를 수색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고 홀로 캠핑카에서 살며 딸을 찾는 그에게 일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랜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앨리스와 함께 정체 모를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는 프랜의 사연이 무엇인지 그리고 앨리스가 자주 쓰러질 때마다 발견하게 된는 조약돌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인 케이트는 근무하는 커피숍에서 딸을 찾는 게이브를 향해 동정을 느끼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생활에 바쁜 사람일 뿐이다.

초반 <디 아더 피플>에 대해 딸과 가족을 잃은 게이브가 이 단체에 복수를 의뢰한 후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야기를 훨씬 더 영리하게 풀어간다. 먼저 불쌍한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게이브에게 막연한 동정을 느끼다가 조금씩 드러나는 그와 제니의 부부생활, 그리고 결정적인 그의 전과 이야기등은 게이브가 피해자가 아닌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프랜과 앨리스의 관계가 밝혀지며 갈수록 심해지는 앨리스의 기면현상 그리고 이 세 명의 연결관계가 드러나기까지 읽는 이들은 이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해갈 수 없다. 소설 속 간간이 등장하는 침실 속 소녀의 이야기가 이 세 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의 중심이리라 짐작하지만 과연 이 소녀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한다.

경찰이 아닌 억울한 사람들이 대신 복수해 주고 의뢰인이 다시 다른 의뢰인의 복수를 대행해 주는 이 검은 사이트 이 <디 아더 피플>에서 딸과 부인을 잃은 게이브가 의뢰인이였다면 이야기는 다소 전형적인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디 아더 피플> 사이트의 누군가로부터 지목 받은 복수 대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는 급반전을 맞는다. 과연 누가 그의 딸과 아내를 죽이게 했는가. 뭔가 단서가 잡히려 할 때마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져 나오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해 준다.

《디 아더 피플》 복수 대행 사이트에 얽힌 이들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조금씩 되찾아가는 일상. 소설은 비로소 매일 반복되는 지겨울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준다. 이 일상이 너무 가까이 있기에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알려주며 우리의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게 해 준다.

다만 이 소설 속에 아쉬운 건 병실에 누워 있는 소녀와 다른 맞은 편에 쓰러진 앨리스와의 관계가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이 두 소녀의 연결고리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 촘촘이 이어져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약간 튀어 나온 느낌이랄까. 다른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좀 더 완벽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C.J 튜더는 이 진부한 설정에 "복수 의뢰인은 다른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라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여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을 흥미로운 소재로 바꾸어 놓았다.

주인공이 의뢰인이 아닌 복수 대상자로 지목되어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설정한 점 또한 작가의 트릭을 엿볼 수 있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마무리 된 후 느끼는 평안함 속에서도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이 불안함 속에서도 자신의 일상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이 소설은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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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말들 | 오늘의 문장 2020-07-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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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참여

코로나로 나 역시 확찐자가 되었다. 몸이 더 무거워 진 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2~3kg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중계에 올라간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이게 내 몸무게 맞아? 몇 번이나 오르내렸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장  저녁을 단식하거나 예전에 사 놓은 다이어트 만두를 먹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와 함께 또 결심한 것이 있다면 바로 '나를 미워하지 않기'였다. 내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라는 것이 이번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이였다. 

엄마가 되면서 머리가 빠지고 누가 봐도 역력한 아주머니 티가 났다. 김희애나 김성령 같은 50대 배우들도 늘씬한 자태를 뽐내는데 그들보다 어린 나에게는 영락 없는 아주머니였다. 

그럴 때마다 내 모습이 원망스러웠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라는 생각에 확찐자가 된 몸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대로 가꾸어주고 예뻐해 주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이 <배려의 말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내 다짐이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내가 자기혐오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 이 사회가 심어놓은 거짓말에 속지 말자고 다짐한다. 


다이어트는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자아 존중감과 관련된 문제이다. 

음식이 적이요, 자신의 몸은 늘 배신가자 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는 자기혐오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된다. 


여성에 대한 외모 평가는 일종의 '신분 표지'처럼 여성을 억압하기 휘안 수단으로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추한 외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회의 문제, 구조의 문제였다.

 



배려의 말들

류승연 저
유유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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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말들 | 오늘의 문장 2020-07-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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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참여

무의식 중에 나오는 말들이, 또는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만들어내는지 간과할 때가 많다. 특히 그 중의 하나를 고른다면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 아닐까...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요즘, 여성을 나타내는 표현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남자의 나이에 비해 여성의 나이는 임신을 할 수 있는 가임기의 나이로 젊고 늙음을 평가하고 

남성의 뱃살은 중후함을 나타내고 여성의 뱃살은 자기 관리의 태만을 나타낸다. 

류승연 작가의 <배려하는 말들>에서는 남녀 사이에 여성을 '먹는다'는 표현의 부당함을 나타낸다. 


여성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깊은 무의식을 드러내는 언어가 

바로 여성을 '먹는다'고 하는 표현이다. 


멈춰야 한다. 인습에서 비롯된 수많은 '실수'가 범죄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표현과 시선은 사라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표현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용인해 왔나. 

학교,연예게 등에 일어난 미투 운동에서 정치권의 미투 운동으로 옮겨지는 이 시기. 우리는 더 많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 안에 잘못된 인습은 없는지. 작은 것이라도 바로잡고 고쳐나가야 한다. 



배려의 말들

류승연 저
유유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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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 인문 2020-07-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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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신지혜 저
보틀프레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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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되며 환경에 민감해진다. 이제 나만 잘 사는 시대가 아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비록 내가 부를 물려줄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커져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내가 어린 시절 바깥에서 자연과 더불어 뛰어 놀던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마트나 대형 시설만을 전전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고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늦기 전에 내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운동'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고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또한 그 결심으로 읽게 되었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내가 최근에 읽은 제로 웨이스트 책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와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가 저자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주로 다루었다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의 식습관과 화장품 등 더 포괄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신지혜씨는 쇼핑을 하며 물건을 채워감으로 욕구를 채웠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힘들어하던 시절 창밖의 연둣빛이 눈에 띄고 무작정 나가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며 걸었을 때의 희열을 시작으로 정상궤도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건을 채워가는 것이 아닌 비워가는 미니멀리즘, 축소주의의 삶, 요가를 배우면서 느끼게 된 자연에 대한 존중감등은 저자를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꾸어나갔다.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되고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며 함께 동참해 주기를 요청한다.

사실 나 또한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텀블러를 생활화하고 일회용 생리대에서 다회용 천 생리대를 사용하며 나무칫솔을 사용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채식주의였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육 동물의 문제점들이 이슈가 되면서 나와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고기 반찬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일들을 저자는 어떻게 채식주의자로 바꾸어 나갈 수 있었는지 소개해주며 의외로 우리 주변에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음을 많은 예로 설명해준다.

채식주의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사육형 동물도 문제지만 가축이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메탄가스를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우리가 버리는 것만이 아닌 먹는 것 마저도 환경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항상 처음이 어렵다. 저자 또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반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먼저 배려해주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저자만의 채식주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처음부터 단식하기보다는 서서히 양을 줄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또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바로 채식주의나 완벽한 환경 보호자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양을 조금씩 줄여갈 것을 요청한다.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이 실천이 자신의 생활 습관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다.

한 가지 물건을 살 때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닌 한 물건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며 소비를 지양하는 것 또한 저자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을 자제하고 바로 코 앞 동네 슈퍼를 이용하며 불필요한 비닐 포장과 포장 박스를 줄여 나가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생활이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주며 삶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회사에서 소비를 자유롭게 하는 회사 동료들을 부러워만 했는데 내가 자연을 위해 (돈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무리한 구매를 하지 않고 아끼는 삶이 더 자연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하자 내 자신에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이 전보다 더 충만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더 나아갈 길이 많다. 함께 사는 사회. 지금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삶의 생존요건이 되었다. 나 역시 배운만큼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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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같은 소설 《내 인생은 열린 책》 | 소설 에세이 2020-07-1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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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저/공진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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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연극을 좋아한다. 아무리 3D영화가 실감난다고 하지만 배우들이 관객 가까이에 호흡하고 연기하는 그 생동감은 영화가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스크린으로 비춰진 연기와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는 그 생생함을 비교하지 못한다. 소설에도 그런 소설이 있다. 멀리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소설과 내가 바로 그 현장에서 인물들과 함께 있는 듯이 느껴지는 소설. 연극처럼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소설.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내 인생은 열린 책》은 <청소부 매뉴얼>로 먼저 국내에 알려진 작가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세 번의 결혼, 생활고에 시달린 작가가 청소부 ,병원 접수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그녀는 일하고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만 써왔다. 전작 <청소부 매뉴얼>에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 43편이 실렸고 《내 인생은 열린 책》에는 22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2편의 단편 중 처음 실린 소설 <벚꽃의 계절>에는 아들 맷을 돌보는 주부 카산드라가 나온다. 육아에 지친 카산드라는 남편이 귀가하는 다섯 시 사십 오 분이면 남편 옆에 가서 하루 일과를 물어보며 이야기를 한다. 아이와 산책하고 공원에 가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는 카산드라를 보면 지금이나 그 때나 엄마들은 변함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매일 기계적으로 일하는 우체부 이야기를 하면 소설가 직업 답게 항상 "우편집배원"이라고 정정하는 카산드라의 남편을 보면서 꼭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남편도 내가 단어를 잘못 말하면 항상 지적하기 바빴던 남편. 어쩜 남자들은 이리 똑같을까.

똑같은 일상에서 다소 변화가 있었던 특별한 날, 카산드라는 또 남편에게 변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똑같다. "우편집배원"이라며 그녀의 단어를 지적할 때 카산드라가 던진 한 마디가 유독 통쾌하다.

"데이비드, 제발 나하고 이야기 좀 해."

이 22편의 소설 중 가장 연극 같은 느낌을 고른다면 단연 《1956년 텍사스에서의 크리스마스》이다. 아... 이 단편소설. 주인공 타이니의 대사가 아주 찰지다. 모든 인물들을 통통 튀는 인물로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이 소설 속에 느껴진다. 지붕 위에 올라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친척들을 바라보는 타이니가 꼭 연극 관객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크리스마스답게 비행기를 타고 식량을 뿌려대며 산타 행세를 한 후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남편 타일러와 렉스의 행위 뒤 연이어 들려온 라디오 뉴스는 정말 이 소설 중의 가장 큰 웃음을 안겨준다.

"조금 전에 들어온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후아레스의 빈민촌에 신비한 산타가 나타나 장난감과 함께 그곳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식량을 떨어뜨리고 갔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깜짝 놀랄 크리스마스 소식에 비극적인 일이 합쳐졌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햄 깡통에 한 양치기 노인이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표제작인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는 클레어 베이미가 아이들을 맡겨두고 외출했을 때 아이 조엘이 사라진 해프닝을 그린다. 아이 조엘이 수로에 빠졌다고 생각해 헬리콥터와 경찰이 출동하고 클레어의 전남편이 오고 시어머니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집합한다. 단 한 사람. 아이 엄마 클레어 베이미만 없다. 이 사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클레어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먹고 마시는 동네 사람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아들 조엘을 클레어가 발견하고 시시하게 마무리 지었을 때 경찰은 클레어에게 왜 새벽 3시에 전화했냐고 묻는다. 그저 안부차 전화했다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클레어의 답변에 경찰은 할 말을 잃는다.

"맙소사! 윌트, 가세. 이 정신병원 같은 집에서 어서 나가자고. 가서 아침이나 먹세."

루시아 벌린의 소설의 특징은 어느 상황이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청소부 매뉴얼>에서도 느꼈지만 이 소설의 인물들 또한 자신의 환경에서 견디어 가는 수동형 삶이 아닌 자신만의 능동적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 살아감을 소설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끝은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끝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 단편들의 인물들이 아직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청소부 매뉴얼>도 좋았지만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루시아 벌린의 작품을 더 깊게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소설. 바로 연극 같은 소설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 인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 동네 이웃을 만난 듯한 느낌. 그들의 사는 모습 속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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