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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 적이 있었나? | 기본 카테고리 2021-03-2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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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저
창비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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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신경숙 작가의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에서 주인공 딸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문한다. 그런 질문을 한 곳은 백야 때문에 잠못이루던 핀란드에서였다. 소설 속 딸의 직업은 작가이며 핀란드에 출판행사를 하러가서 통역을 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고도 골똘히 듣는 그 나라 사람들 때문이었다.

 

 

P. 373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라고 해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딸이 되어주었으면 수면장애 같은 것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낯선 나라에 와서 겨우 백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쩔쩔매다가 결국 옷장 속까지 기어 들어갔을 때에야 수면 장애를 겪는 아버지의 고통이 어떤 것일지가 떠올랐다.

 

 

인간이란 제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그제야 남의 고통이 눈에 들어온다. 자식의 고통이라면 더 일찍 알아챘겠지만 부모라면 다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멀리 떨어져 있고 부모가 일일이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다면, 저 먹고 사느라 바쁘고 제 새끼 키우느라 정신없다면, 자식에게 부모는 한참 뒷전일 수밖에 없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헌은 몇 년 전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부모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 엄마가 위암 수술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몇 년 만에 고향 J시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그 때부터 이 집안의 가족사가 시작되고 헌은 자신의 무심함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노부모가 겪고 있는 어려움, 불편함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평범한 가족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아버지는 '살아냈다, 너희들 덕분에 용케도 살아냈다' 고 유언처럼 말한다.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아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처 듣지 못하고 놓쳤던 내면들을 깊게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는 희생, 책임감, 헌신 같은 낱말을 내포하고 있는 대명사로 읽힌다. 그 아버지는 개별적 존재가 아니며 개인의 삶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한다. 작가는 그런 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속 아버지는 1933년생이고 조실부모했는데 다정다감한 아버지로 나온다. 어린 나이에 농부의 삶을 살게 되고 스무 살에 결혼해서 자식 여섯을 낳았다. 시골에서 소 키우고 벼농사 지어 자식 여섯을 모두 대학교에 보냈으니 대단한 아버지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한문으로 사자소학 배운 것이 지식습득의 전부였고 조그만 점방을 하느라 한글을 겨우 익힌 정도였다. 그럼에도 리비아에 일하러 간 장남과 편지를 주고 받기 위해 한글야학에 가서 맞춤법 공부를 했고 동네에서 사용할 농기구를 설명서만 보고 조립해서 항상 최초로 모는 사람이었다. 자식들을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였지만 한 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 남자였다.

 

이 소설을 읽고 공감과 감정이입을 크게 할 독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나이대가 비슷하고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일 것이라 예상된다. 3.15 부정선거와 4.19 당시의 시대 상황, 1980년대 사막에 일하러 떠난 남자들, 태생적 압박을 지고 살아가는 장남, 형제들 숫자가 많아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들은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역사책 속 이야기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부모세대조차 소설 속 형제들 나이보다 어릴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젊은 독자들이 전혀 공감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버지, 가족이라는 보편성이 가진 공감의 포인트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작가는 소설에서 3세대에 거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비중이 높고 인터뷰와 편지 형식을 빌어 큰오빠 승엽의 이야기, 둘째 오빠의 아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50년대에 시골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하는 효자로 살아야했던 큰오빠의 삶은 장남이라는 돌덩이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시지프스 같았다. 90년대생으로 보이는 조카는 둘째 아이를 낳고서야 아버지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고모에게 한다. 이 세 명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가는 이들이 하는 고민의 지점은 다를지언정 모두 엇비슷한 무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아버지들이 하는 말을 우리는, 자식들은, 들으려 한 적이 있었던가? 이 리뷰 처음에 한 질문은, 작가가 독자에게 한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 대부분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한 번도 대화란 걸 적이 없었고, 아버지가 하시는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그렇게그렇게 당신은 입을 닫은 게 아닐까.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은 독자들이 직접 아버지에게 가든 전화를 하든 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옛날 앨범을 꺼내 시작해보자.

아버지, 이 때 얘기 좀 해주세요!”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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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의 당신의 민낯을 만날 준비를 하라! | 기본 카테고리 2021-03-1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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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밸런스 게임

김동식 저
요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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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부모라면, 자녀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왔을 것이다. 도덕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또 어떤 것을 배우게 하든 그건 모두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잘 생각해보면! 오롯이 자식을 위한 행동이었나? 아이에게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세뇌하듯 가르친 이유가 사실은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다! 말도 안 된다. 소설 속 이야기니까.

 

위는 김동식 작가의 열 번째 소설집 <밸런스 게임> 돈 나오는 버튼을 누를 것인가를 읽고 든 생각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부모에게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고 19살이 된 어느 날, 주인공 김남우는 정신을 잃고 낯선 곳에서 깨어나 다짜고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버튼을 누르고 돈 100만원을 받아가라는 게 아닌가. 김남우가 버튼을 누르면 어떤 사람이 죽게 되고, 그는 돈을 받아가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버튼을 김남우는 누를 수가 없었다. 철저한 도덕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남우가 버튼을 누르지 않자 주겠다는 돈의 액수가 자꾸 올라갔다. 백만원에서 시작해 천만원, 1억까지 가더니 결국 20억에서 그는 유혹에 흔들리고 만다. 버튼을 누르고 돈가방을 받아 밖으로 나오니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고 싱글벙글 좋아하는 게 아닌가.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아 나왔는데 부모가 잘했다고 하질 않나, 100억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 아깝다며 아쉬워하기까지! 주위에는 고작 천만원 받고 버튼 눌렀다며 혼나는 아이까지 있었다.

 

김남우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돈 때문에 자신에게 도덕교육을 시킨 거였다고? 돈을 벌기 위해 길러진 거라고? 김남우의 질문에 부모는 한 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아무렴 어때?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다 도덕적으로 성장하면 그걸로 좋은 거 아니야?”

 

도대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도덕적으로 키운 게 맞는지? 결과적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다 좋다는 건지?

 

이 소설을 읽고 너무 비약이다, 소설이니까 극적인 연출을 한 거겠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끌고 간 건 인정한다. 소설 주제가 돈이면 다 된다고 여기는 배금주의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주제보다 부모들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 이 소설로 포문을 열었다. , 현실을 살펴보자. 부모들이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자식 공부시키는 이유가 뭔가? 자식이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나와 취직 좋은 데 해서 돈 많이 벌고 떵떵 거리며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 아닌가? 그렇게 모든 걸 바쳐 교육에 올인하는 부모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다. 서울대 보낸 부모, 전문직 가진 누구누구의 부모로 불리고 싶은 것이다. 우쭐해지고 싶고 자식 잘 키웠단 칭찬도 받고 싶다.

 

어림도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자녀교육 시키는 부모가 어딨나? 그리고 그게 어째서 부모를 위한 건가? 다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

 

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자식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보라! “엄마는 나를 왜 공부시켜요?”라는 질문에 당연히 널 위해서라는 답이 나오는지! 그렇게 부모 자식 모두 힘들게 공부해서 자식이 좋은 직업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면 결과적으로 좋은 거 아니냐며 반문하게 된다면 이 소설에서 부모가 마지막에 한 대답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관에 의문을 던진다. 돈 많이 벌게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들 가르치는 건지? 자신을 위해서인지? 물어본다. 작가는 이번 책 <밸런스 게임>에서 선택게임 같은 설정을 많이 두었다. 돈과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 주인공을 내몰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의 주특기인 딜레마 상황이고, 늘 그렇듯 만약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해보게 만든다. 처음에 인용한 소설 돈 나오는 버튼을 누를 것인가를 비롯 부모들에게 선택 상황을 준 소설이 여러 편 있는데 모두 내가 부모라면 저럴까? 치를 떨게 만드는 스토리였다.

 

그녀는 아들을 죽였는가, 죽이지 않았는가에서 놀이공원 대관람차 추락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는 보상금 7억을 받을지, 30억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역시 돈이다. 애고 어른이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꿋꿋했던 도덕심은 내팽겨치고, 자식이고 친구고 다 필요 없다. 엄마가 먼저, 아빠가 먼저는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이혼문제까지 뭐든지 내기를 거는 부모의 이야기다. 그 내기란 말 배우기를 시작한 자식이 엄마, 아빠 중에 먼저 말하게 되면 불린 그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아이 앞에서 나 엄마라고, 나 아빠라고, 계속 외친다. 그러다 셋째 아이에게도 내기를 거는 상황이 벌어진다. 서로 아이를 붙잡고 말을 가르치는데 이번엔 엄마가 아빠를, 아빠가 엄마를 가르친다. 상대를 먼저 부르도록 하는 그들의 내기 조건이 무엇이었을까? 물론 반전이 있으며 황당하다. 그러나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 뉴스가 수시로 나오는 걸 보면, 실제로 소설 같은 황당 사례가 있을 것만 같다.

 

사라져라에는 두 소설가가 등장하는데 그저 경쟁관계에 있는 소설가 이야기일 줄 알았더니 여기에도 부모가 나오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나온다. “죽은 딸이 살아 있다는 메일에서도 부모의 조건에 대해 묻는다. 좋은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아기를 납치해서 키우면 훌륭한 아이로 자랄거라 예상했으나 그 아이는 자라면서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더니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 역시 부모의 조건에 대해서 묻는 것이며 유전이냐 환경이냐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겠냐며 계속 물어왔다. 나는 그의 소설을 대부분 다 읽었다. 이번에 같이 출간된 <문어>는 못 읽었지만... 이 책 <밸런스 게임>에서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자식을 위한다는 당신들의 진짜 마음은 무엇인가?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환경이 어떻든 모범생으로 자랄 수 있다고, 진짜 그렇다고 믿는가? 자식의 죽음을 돈으로 흥정할 수 있나?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책은 부모들이 읽으면 뜨끔할 것이다. 책과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돌아보면 더욱 그럴 것이고, 부모로서의 민낯을 직면할 때 몹시 당황스러울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인간과 사회, 미디어, 자본주의 등을 소재로 우리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부모의 조건이라는 주제에 관통하는 소설들을 꼽아봤다. 다른 독자들은 자신이 어떤 것을 화두로 삼느냐에 따라 22편의 소설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동식 작가는 2018년 첫 소설집 <회색인간>을 시작으로 이번 <밸런스 게임>이 열 번째이며 3년 동안 거의 900여 편의 소설을 썼다. 그동안 그의 소설은 극과극의 평가를 받아왔다. 문학적이지 않다는 비판과 너무 재미있다는 평가까지, 그 재미에 푹 빠진 독자들은 청소년들이다. 전국의 중, 고등학교에서 초청하고 싶은 작가 1순위라고 하니 학생들에게 그의 소설이 인기가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극단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소설을 써온 작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여전히 소설 쓰는 게 재미있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 실타래가 끊어지지 않길 바라본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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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 기본 카테고리 2021-03-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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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소개하는 사진속에서 미시사를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소재 속에서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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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미시사! | 기본 카테고리 2021-03-1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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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저
시공아트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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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사진작가의 신간이다. 전작 <사진을 읽어드립니다>에서 사진의 역사를 돌이켜봤다면 신간에서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예로 들어 전작에서 던졌던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서 보여 주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사진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러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진을 볼 때 사진 속 이야기를 읽어 내려고 하고, 사진을 촬영할 때는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아서 셔터를 눌러 보시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사진이 말하는 것을 찾아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며 단순히 잘 찍는 사진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번호는 매기지 않았으나 장마다 관통하는 주제를 제목에 담고 있다. 이런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완독의 부담도 없다. 훑어보다가 제목 혹은 사진이 마음에 들면 거기서부터 읽어도 된다. 나는 서평단 책으로 받았기 때문에 순서대로 다 읽었는데 어느 하나 심심한 것 없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유려한 글빨에 감탄했다. 사진을 잘 찍으면 글도 잘 쓰는 모양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선별한 사진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진부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진까지 다양하다. 대중에게 잘 못 알려진 속사정이 있는 사진은 팩트체크 해주고, 역사적인 사진 속에 숨은 이야기들도 꺼내 읽어준다. 이를 위해 사진을 찍은 사람이 생존해 있다면 그와 직접 인터뷰를 했고, 가족에게 저작권이 있다면 자료를 사용하면서 역시 인터뷰를 했다. 또한 여전히 필요한 사진의 효용성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잘 찍은 사진, 좋은 사진의 소재란 무엇인지 독자에게 화두를 던진다.

 

 

 

 

이 책에 소개된 사진들을 이 리뷰에 모두 담을 수는 없으므로 인상 깊었던 사진 몇몇을 소개한다. 먼저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한 아래 사진으로 작가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사진을 책의 처음에 배치한 이유는 수상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닌 듯하다. 이 사진은 일부 네티즌에 의해 조작된 가짜사진이라는 음모론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도 이 사진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기사로 보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진 속 세 모녀는 중남미 캐러밴들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의 열악한 난민 캠프에 수용된 그들을 작가는 밀착 취재 중이었다. 국경수비대와 캐러밴들이 조용히 대치하고 있던 그곳의 분위기가 급변하게 된 것은, 갑자기 캐러밴 남성 두 명이 국경 장벽의 바닥쪽 흙을 파내기 시작하면서였다. 마치 철망을 넘어뜨리려는 것처럼 보이자 미국 국경 수비대는 바로 최루탄을 발사했다. 그 최루탄은 작가의 근처에 있던 한 가족 앞에 떨어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연기를 피해 달아나는 가족들의 급박한 모습을 찍으려고 휴대하던 방독면은 쓰지 못했다. 작가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그들과 함께 뛰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마리아 메자라는 온두라스 출신의 여성으로 혼자 다섯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중남미 캐러밴에 합류하였으며 미국에 정착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했다. 최루탄이 터지는 순간 아이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안고 뛰었단다. 그녀는 사실 여느 캐러밴처럼 국경까지 왔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가 작가의 사진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인권 단체의 도움으로 미국 망명이 받아들여졌다.

 

생존을 위협받으며 찍었던 사진이 한 가족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짜 사진이라는 의혹에 시달렸다. 마리아 역시 가짜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반이민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포한 내용을 작가가 읽어보니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듯하게 들렸다고 한다. 그나마 그들의 분석에 반박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타 언론사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가능했다.

                                 

 

작가는 사진을 보는 사람의 배경지식과 관점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되며 그 과정에서 의도적 왜곡이 개입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도 왜곡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다보니 작가가 찍은 사진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아래 사진 두 장.

 

 
 
 

 

왼쪽은 본 적 있는 사진이고 오른쪽은 처음 보는 사진이다. 왼쪽은 조작의 의도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없진 않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진가의 말과 찍힌 여인의 말이 달랐으며 사진가에 의해 유명해진 여인의 사연과 실제는 달랐다.

        
→  사진가가 말한 당시 상황                           

그녀는 백인이 아니라 체로키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이었다. 1930년대에 그녀가 원주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관심을 가졌을까? 그녀는 사진을 찍지 않길 바랐다고 했으니 사진가의 말과는 차이가 많았다. 포토저널리즘의 윤리가 정립되기 이전 시대의 사진을 오늘날의 잣대에 맞추어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작가는 말했다. 당시 상황은 연출된 게 아니었고 지금 와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진가가 본인 위주로 해석한 게 아닐까 싶다. 사진가는 특종을 챙겼고 그 여인은 당시에 아무 이득이 없었으니까.

 

위 오른쪽 사진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사진이다. 2019년 하다만 국제 사진전에서 <엄마의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사진가는 12만 달러를 받았다. 베트남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장애를 가진 가난한 아이가 안고 있는 사진을 보며 우리는 모정과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아래처럼 연출된 사진이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사진가가 현장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진은 빈곤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가난을 자극적으로 연출한 빈곤 포르노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보도상을 받은 사진들이 연출된 사례가 있다보니 김경훈 작가의 난민 사진도 반이민주의 극우집단의 의심을 받게 된 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외에도 사진 덕분에 아동인권을 환기시키게 된 사례, 어떤 상황을 보고 마음대로 찍은 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SNS에 올린 사례등, 이 책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사진과 그 사진이 말하는 것들을 독자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시공간의 격차가 많은 사진들 사이에서 미시사를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소재 속에서 보편적 기본정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자칫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는 이유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이다. 사진을 배우는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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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타지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21-03-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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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65일

블란카 리핀스카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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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은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로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되었다. 이웃 블로그에서 리뷰가 심심찮게 올라왔고 남자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칭찬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로 보지는 않았던 <365일>을 다산북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으로 읽게 되었다.

폴란드 작가, 블란카 리핀스카

 

이 책을 호불호라는 단어보다 더 극적으로 평가할 말은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서평단으로서 이 책을 평가하려니 고민이 좀 되었다. 긍정적, 부정적 감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뒤섞이곤 했다. 그래서 긍,부정 둘 다 쓰려고 한다. 객관적인 평가라는 말은 있을 수 없고 어차피 주관적 감상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365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여자 주인공 라우라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피아가문의 수장 마시모에게 납치당한다. 마시모가 라우라를 납치한 이유는 총에 맞아 혼수상태일 때 나타났던 환상 속 여성의 얼굴이 라우라였다는 것이다. 라우라는 365일 동안 마시모 곁에 있어야 하며 그 안에 사랑에 빠질 것이라 장담한다. 마시모는 상상불가한 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라우라에게 필요한 것은 뭐든 명품으로 사준다. 머무는 집은 5성급 호텔 이상이고 호화로운 요트를 둘 만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으며 라우라가 어딜 가든 경호가 붙는다. 아, 빠지면 안 되는 것! 당연히 둘의 섹스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둘의 외모는 모델, 배우 뺨칠 정도니까. 특히 마시모는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형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독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평가 먼저!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를 보쌈 해 오던 때를, 나무꾼이 선녀 옷을 숨겨 떠나지 못하는 선녀를, 21세기에 등장시키느냔 말이다. 명품 드레스와 신발, 페라리 차, 호텔 같은 집을 주면 납치 당해도 땡큐하며 들어가서 산단 말인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도, 성격은 어떤지, 나와 맞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잘생기면 다 오케이인가?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하며 남자 마음대로 해도 상관 없다고? 결론은 돈 많고 잘 생기고 나만 사랑해주는 남자!

 

이 문장은 글자 그대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여성들의 로망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 그렇다! 잘 알고 있다! 너무나 허황된 꿈이라는 걸... 진짜로 그런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날 리 만무하다는 걸! 그런데 꿈 좀 꾸면 안 되나?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니 로망 아닌가! 그러니 책에서라도 좀 실현시켜보자! 내가 라우라가 좀 되어보자고! 책의 장면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고 상상하다가 혹시 꿈에서 마시모 같은 남자랑 좋은? 시간 보내게 되면 것도 좋은 일 아닌가. 책의 내용을 상상하며 읽는 맛이 이런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소설은 여성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나무를 너무 많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을 지언정, 여성독자들이 읽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 역시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미켈레 모로네라는 배우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모양이다. 책이 3권 시리즈인데 영화도 후속편이 나올 예정이다. 그나저나 영화 365일이 미국 골든 래즈베리상(최악의 영화와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에 후보로 올랐다고 한다. 악명도 유명은 유명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끌어 돈을 벌면 되는 거다! 그것이 자본주의!!

 

 

참고로 섹스씬 묘사 수위가 아주 높으므로 혼자 읽길 권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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