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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공저/신유진 역
1984Books(일구팔사북스)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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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에 걸렸다. 항암치료를 받는다.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다. 음모도 빠진다. 가슴 옆 겨드랑이 쪽에 카테테르라는 기기를 삽입하여 피부가 볼록 튀어나와 있다."

 

"섹스 후에 사진을 찍는다, 직후이거나 그 다음날 아침에 찍는다. 섹스 전에 벗어던진 옷가지들, 침대 아래 흩어진 신발들, 뭔가를 먹은 흔적이 있는 테이블 위를 찍는다. 사진 찍기에 동의했던 둘은 찍은 사진들로 글을 썼다."

 

위 두 활동에 어떤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가? 개별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나? 유방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의 수기와 특이한 활동을 하는 커플의 상관 관계란?

 

있다! 60대 초반의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연애를 했고 섹스 후에 사진을 찍었으며 그 사진들을 같이 보다가 글을 쓰기로 했고 그것이 책으로 나왔으며 제목은 <사진의 용도>이고 작가는 아니 에르노이다. 공저자이자 그녀의 애인은 마크 마리이다.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치료를 하는 동안 마크 마리와 사귀었고 그들의 연애를 사진과 글로 남겼다.

 

얼마전 암을 치료하는 의사의 책을 읽으면서 항암치료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접했다. 그 책에 항암치료하며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는 60대 여성의 사연은 없었다. 프랑스와 한국은 정서도, 사람들의 행동도 차이가 있다. 암치료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이렇게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암에 걸렸을 때의 반응이나 항암 치료를 받는다고 할 때의 분위기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우울하고 슬프다. 의도하지 않았건만 애잔한 배경음악이 귓가에 자동 재생된다

 

나는 경탄했다. 어째서 이 프랑스 작가의 항암치료는 이렇게 에로틱할 수가 있지?

 

p.41

나는 특히 이 사진의 무질서함이 좋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막 마쳤고, 침대 시트는 구겨졌고, 베개는 푹 꺼졌다. 침대 위, 바로 책상 앞에 놓인 것은 틀림없이 A의 검은 실크 셔츠일 것이다. 가발을 쓴 다른 두 장의 사진 속에서 그 옷을 입고 있다. 이곳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그녀는 내게 민머리를 보여 준다. 아주 짧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는데,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 당시 브뤼셀에 등장하여 곳곳에 포스터가 깔린 애니 레녹스를 닮았다. 항암치료 후에 새로 나온 그녀의 머리카락, 나는 그것을 쓰다듬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솜털, 두 번째 탄생이다. 그녀에게 인위적인 헤어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이렇게 외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p.100

베니스 여행에서 돌아와 3주 후에 찍은 사진이다. 두 번의 화학요법 치료 사이에 여행의 날짜를 맞추기가 무척 어려웠다. 어느 오후, 우리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종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먼저 와 있던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내려가고 우리들만 남았다. 우리가 서로를 끌어안은 그곳에서 바로 아래로 수도원 경내와 산 조르조 수도원 내부의 정원이 보였다. 나는 티셔츠 밑으로 브래지어를 벗어서 수도원 경내에 떨어지길 바라며 공중에 던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미풍에 실려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광경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항암치료 받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슬픈 건 고사하고 아픈 사람 같지가 않았다.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것, 병원을 다녀왔다는 것 정도의 서술만으로 치료 중이라는 걸 실감할 정도였다.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그것을 같이 보며 이야기 하고, 그러다가 글로 써보자고 합의하고, 14장의 사진을 고르고, 각자가 글을 쓰되 쓰는 동안은 서로 보여주지는 말고 언급조차 하지 말자며,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고 책으로 냈다.

 

나는 결론내렸다. 이 활동들이 그녀의 유방암 치료에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이 책을 쓴 게 2000년대 초반이었고 그녀는 아직 생존해 있으니!

 

그들에게 사진의 용도는 지난 밤에 한 행위의 확인이었을까? 인화된 사진을 보며 오래지 않은 일을 마치 추억처럼 회상하는 놀이였을까? 사진을 텍스트로 변환하며 새로운 발견을 했을까? 정지된 이미지만 보여지는 사진 속에 들어있는 움직임은 둘만의 비밀이다. 각 사진마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하다가 찍은 장면이라고, 글로 써서 책으로 내어 만천하에 공개했다지만, 독자는 모른다. 사진과 텍스트를 대조하며 읽어봐도 알 길이 없다. 지금은 헤어졌겠지만 당시의 기록은 각자의 비밀이 되었을 것 같다.

 

아니에르노 시리즈를 다섯 권 받아서 세 권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다. 이번 책 <사진의 용도>를 읽으면서 그런 작업을 할 마음이 통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에 더욱 그러했다. 누가 감히 이런 책을 낼 수 있을까! 그녀라서 가능했으리라.

 

아니에르노라는 문학!’

그저 프랑스 소설이나 프랑스 문학, 이런 수식보다 적확한 단어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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