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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ㅣ#장르소설 #희곡 | 문학 2020-09-0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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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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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두려워요.

본문 201쪽.








집콕 생활 중에 <심판>을 읽게 된 건 행운이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이다. 그의 전작 <타나토노트>와 <기억>을 읽은 독자라면 익숙한 설정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책장을 펼침과 동시에 지금 내가 원형 극장에 앉아 있다고 상상했다. 관객석이 꽉 차있다. 조명이 꺼지고 말소리와 기침소리가 잦아든다. 막이 오른다. 아, 이게 얼마 만의 연극인가.



연극의 등장인물은 4명이다. 천국의 심판대에 오른 남자 아나톨이 주인공이다. 아나톨의 인생을 심판하는 재판에 재판장, 검사 그리고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곳에서 생전에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가장에 좋은 직업인이었다는 아나톨의 주장이 맞는지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관객석에는 재판을 구경하러 온 천사들이 앉아있다.










'심판'하면 엄숙하고 딱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읽기 전에는 희곡 <심판>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러는 당신은, 신앙이 있나요?


시시각각 변해요. 지상에 있을 때, 샹젤리제 근처에서 주차 자리를 발견하면 신을 믿게 되더군요.


가브리엘이 히쭉 웃는다.

본문 137쪽.



재판장, 검사와 변호사 모두가 한때 인간이었으며,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치며 아나톨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검사 베르트랑은 변호사 카롤린과 한때 부부 사이였다. 이 둘이 티격태격하느라 지금 재판 중인지 부부 싸움 중인지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순간도 있다.



천국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인간 세상에 대해 무지한 재판장. 로마인이었던 재판장 가브리엘은 텔레비전, 인터넷이나 비행기 같은 게 낯설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생에 학교 교사였던 검사는 요즘 애들은 노력 없이 학업성취도 시험을 통과한다며 프랑스 교육 제도에 불만을 표한다.



천국의 심판이지만 그 심판을 내리는 자들은 인간다움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어딘가 미완성되고 엉뚱하고 어설픈 것이다. 희곡의 무대가 되는 '천국'또한 완벽한 곳이 아니었고 인간 세상과 많이 닮아있다. 천국에서 보면 세상이 아주 작게 보일 것이다. 떠들썩한 심판 과정 속에 인간사가 축소되어 들어가 있다. 마치 스노볼 속 모형처럼.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결함 있는 등장인물이 주제의식을 전달하며 헛웃음도 자아낸다. 베르나르식 유머인 “타자적 시선을 통한 특유의 비틀기(218쪽)“가 아낌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피고인 아나톨 피숑을 삶의 형에 처합니다.

본문 156쪽.




검사가 지목한 아나톨의 가장 큰 죄는 바로 자기 자신을 배신한 죄다.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지 않은 죄. 안락함을 추구한 죄.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것은 인간이라면 한 번쯤 하는 후회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좋은 부모, 자랑스러운 자식, 멋진 친구, 호감 가는 동료, 사랑스러운 배우자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결국 완벽하긴커녕 좋은 사람도 되기 어렵다는 현실에 부딪히기도 한다.




지상으로 돌아가는 건 다시 인간이 된다는, 결국 무지해진다는 뜻이잖아요. 그동안 실수를 저질렀는데, 다음 생에서도 또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예요.


괜찮아요, 지금부터 당신의 내생을 위한 이상적인 여정을 우리가 함께 고를 거니까요.

본문 162쪽.




과연 아나톨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 삶을 얻게 될까? 무지한 채로 새 삶을 살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라며 삶의 형을 거부하는 아나톨.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디 쉬운가(92쪽)". 그러나 죽는 것만큼이나 사는 것도 두렵다. 그런 그를 변호사는 어떻게 설득할까? 뒤 내용이 궁금하다면 <심판>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극장 문은 24시간 열려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판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장르소설 #프랑스문학 #프랑스희곡 #천국 #법정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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