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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2호 ㅣ #SF 무크지 | 문학 2020-12-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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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의 SF #2

고호관,김혜진,배명훈,손지상 등저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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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SF를 좋아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 〈매스 이펙트〉라는 게임으로 SF를 처음 접했어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때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과학기술과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진 소재의 다양성이 마치 화학 반응을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다채롭기도 해서 SF를 좋아해요. 


요즘은 경계를 허물고 소외된 것들을 품는 이야기로서의 SF 소설을 즐기고 있습니다. 전문 과학 지식에 무게를 두고 쓰인 하드 SF는 어렵지만 읽는 내내 놀라운 발견을 하는 것 같아서 성취감이 들죠. 반면 《종이 동물원》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올리면 감성 SF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장작이 타는 소리를 판타지, 우주선 내부를 걸어갈 때 나는 금속 마찰음을 SF에 비유하면서 판타지는 따스하고 SF는 차갑다는 막연한 인상을 가졌었는데, 《종이 동물원》을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은 이후론 그런 가정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어요. 


《오늘의 SF》 2호를 읽으면서 wavve 웨이브에서 첫 공개된 SF 앤솔로지 'SF8'도 함께 챙겨 보았어요.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민규동 감독님의 인터뷰가 무크지에 실려있는데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SF, 일상을 소재로 하는 SF(p.51)" 고민하면서 작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합작품을 감상했어요.



SF를 소비하는 독자인 저는 재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상상력을 즐겼거든요. (중략)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 감독이 갖는 불행 중 하나는…. 이야기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게 아니라 영상화 가능성을 엮어 생각할 수밖에 없죠.


영화라는 트랙이 제게 생기면서부터는, SF 세계관의 대세를 만든 큰 작가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금방 휘발되고 작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46쪽, 「두려움을 즐기는 연출가, 민규동」 



SF의 매력은 결국 사실주의 전통에서 재현이 불가능한 것들을 재현하면서 현실을 낯설게 보게 하는 것이겠죠.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것처럼 인지적 소외를 시키고, 지금 사는 사회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SF에는 매력이 있단 말이에요. 

54쪽, 「두려움을 즐기는 연출가, 민규동」 







소설 코너는 검은색 종이 위에 흰색 잉크로 인쇄된 부분에 실려있어요. 검은 면에는 SF를, 흰 면에는 

비소설을 싣는 게 《오늘의 SF》만의 특징 중 하나래요. 단편부터 중편까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독자의 세상 또한 반전시켜요. 〈프레퍼〉는 지구 멸망 후 세워진 가게에서 팔 것 같은 까슬까슬한 스웨터 느낌이 났고, 〈인터디펜던트 바로크〉는 눈과 뇌가 빙그르르 돌아가는 기분 좋은 환상을 주었고, 〈임시조종사〉는 판소리와 SF의 만남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이었어요.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음성 지원이 된답니다. 이 작품을 언젠가 판소리 공연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스위트 솔티〉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자극했고, 〈0에서 9까지〉와 〈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 차가운 땀이 흐르는 작품이었어요. 〈수진〉은 이상하고도 신비한 SF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오늘의 SF》는 원고 청탁을 할 때 특정 테마를 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작가님들의 개성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아니리) 

옛날 서울 청파동에 지하임이라는 청년이 살았겠다. 

나이 스물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서른 넘어까지 진귀한 재주를 익혔으니, 이름하여 로봇 조종술이라. 세상천지 백 명 남짓 지닌 희귀한 재주이되 로봇이 전 세계 열 대 안팎으로 레드오션이 따로 없었더라. 백수 모양으로 낮에 자고 저녁 용돈 벌러 가기를 수삼 년이나, 일야(一夜)에 귀가하여 우편함 고지서 봉투를 개봉하여 본즉 겉면은 고지서이되 내용은 채용통지라.

199쪽, 「임시조종사」 








인터뷰와 칼럼 코너에서는 SF 창작자들의 고민과 SF를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신작 SF 책을 리뷰한 코너에 나오는 책들은 내용이 궁금해서 당장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SF의 매력이란 자꾸만 들춰보고 싶고, 알고 싶고, 파고들고 싶은 것들을 기꺼이 내어준다는 점이에요. 소설, 인터뷰, 비평, 칼럼, 에세이, 리뷰 등 다채로운 글을 읽으면서 '아, 이래서 SF가 정말 좋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SF를 향한 애정과 사랑이 되살아나는 순간을 만들어 준 책입니다. 


긴 시간을 헤매고 깨달은 건 도주 자체엔 의미가 없다는 것, 내 시야와 처지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고, 인간이 비인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에 회의가 드는 이들에게 환상문학은, 판타지와 SF는 그래서 사려 깊은 벗이 될 수 있다. 뛰쳐나온 곳에서 어떤 태도로 뭘 바라볼지 대화할 수 있다면 더. 

21쪽, 「SF를 쓴다는 것, SF 작가로 산다는 것」


"SF 영역은 기술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거의 모든 종류의 사고실험이 가능한 곳으로, '정의 justice'와 '젠더 gender' 그리고 '물리 법칙 physics'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문화적 설정에 의한 상상이 가능하다"

284쪽, 「SF와 과학기술 그리고 우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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