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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두보 | 예술/문학/여행 2009-12-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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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보 평전

한성무 저/김의정 역
호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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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역자가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아마 국내에서 출판된(아니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는 유일한 두보평전이다. 그나마 중국고전문학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이백과 두보인 만큼 다른 작가 들 가령 굴원이나 도연명, 백거이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두보나 이백이나 책이 많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으로 본격적인 평전은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그 내용이 어떻건 두보에 관해서 알려면 봐야만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어떨까? 우선 두보에 대한 기본적인 전기적 사실들은 물론 두보가 그의 삶을 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충분한 분량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1500수가 넘는 두보의 시를 현대중국어로 완역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보는 다른 시인과 달리 자신의 시에서 소소한 사실들을 자세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시만으로도 그가 어디를 언제 어떻게(말을 타고 갔는지 걸어갔는지 누구와 갔는지 왜 갔는지 등) 그리고 거기에 가서 어떻게 살았는지(배를 곯았는지 박대를 받았는지 누가 쌀을 얼마나 보내줬는지 등) 등의 전기적 사실을 그의 시를 통해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에서 그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등을 쉽게 추려낼 수 있다.

이책의 구성은 두보의 시를 기초로 그의 행적을 연대기순으로 쫓아 배열하면서 그 시를 통해 두보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잇다. 분량이 상당한 만큼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이책의 그러한 성격 때문에 두보의 생애를 알기 위해서라면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두보를 알려고 한다면 즉 두보의 시세계와 그의 시를 느끼고 싶어서라면 이책은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시인의 평전이라면 시인의 개인으로서의 삶은 물론 그의 예술까지 포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의 스칼라십은 두보의 시세계에 대한 권위있는 평가를 내릴 정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학문적 수준은 평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중국학자들의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어찌 된 것이 자기나라에 대한 것인데도 중국학의 수준이 일본학자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구미학자들보다도 못하다. 이책의 저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책은 두보의 생애를 알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다른 책을 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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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의 거처 | 예술/문학/여행 2009-12-1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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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셸터

로이드 칸 저/이한중 역
시골생활 | 200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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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뭐라고 말하기가 힘든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재미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을 쓰면서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지가 언뜻 잡히지 않는다.

이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뗏장을 무덤에만 쓰는줄 알았더니 어엿한 건축재료였군, 흙을 이렇게 건축재료로 써왔구나 어 건초블럭으로 집을 짓는다고? 와 목재만으로 이렇게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구나 버스를 개조해 이렇게 집으로 쓸수도 있군. 살아있는 나무 위에 집을 지어 살다니!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았구나 이런 구조의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책의 앞부분은 동굴, 천막, 목조 건물등 세계 곳곳의 여러가지 역사적 스타일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런 집들이 어떤 재료로 어떤 기술로 지어졌는지를 사진과 그림, 설계도면을 통해 자세히 다룬다.

그러다 중간부터는 목재나 시멘트, 폐자재를 활용해 손수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기술적 설명이 길게 이어진다.

이책은 건축사이기도 하고 일반인이 손수 자기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책으로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저자는 그리 글솜씨가 좋은 것같지는 않다. 건축사로 읽히는 부분은 거의 다 남의 책을 인용한 부분이다. 그리고 서로 연결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건축사 부분과 뒤의 건축기술을 설명하는 부분의 연결도 애매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책의 성격은 건축의 만화경이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여기저기서 그러모은 자료들을 그냥 나열하면서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 만화경들을 보면서 책을 덮는 순간 저자가 이책으로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말로 설득된 것이 아니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책의 저자는 성당이나 궁전 박물관 또는 빌딩과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다루지 않고 생활공간으로서 기능하는 개인들의 거주지로서의 건축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개인주거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다른 모습을 띄어 왔는가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살았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공간을 다르게 구성했는가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주거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을 읽으면서 이런 공간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집을 짓는 데 그리 많은 돈은 들지 않겠는데 흠 쉽게 지을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건축의 아나키스트였던 것이다. 아마 그가 서울에 온다면 철근 콘크리트로 찍어낸 붕어빵 같은 아파트들이 도시를 점령한 것을 보면 기절을 할 것이다. 저자가 이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여유로우며 자유로운 개인공간을 꿈꾸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이책에 소개한 것같은 건물을 지을 일도 가질 일도 있을 것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는 언제나 꿈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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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팁 | 수신/심리 2009-12-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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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을 얻는 기술

레일 라운즈 저/이민주 역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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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의 핵심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에티켓에 관한 기본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예가 있다.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슬람권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이 아랍인의 집에 초대되었다. 식사를 하려고 앉으니 앞에 물을 담은 그릇이 있었다. 미국인은 흠 아랍사람들은 컵이 아니라 그릇에 물을 담아주는가보군 하고 그 물을 마셨다.

그러나 아랍권에선 손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씯어야 하고 미국인이 마신 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손을 씯으라고 준 물이었다. 미국인은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을 본 주인은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더니 미국인처럼 자기 몫의 물을 마셨다.

주인은 미국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아랍권에선 그런 관습이 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아랍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적한다면 주인된 입장에서 그를 난처하게 하는 것이고 그의 무지를 폭로하는 일이 된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자신감과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예의의 기본정신을 어기는 일이 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이책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 관해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레일 라운즈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이 이책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스킬'에 관한 책이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듯이 이책은 어떤 일관된 줄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74가지 스킬을 한권에 모아놓았다는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 스킬들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인 상대에 대한 존중과 상대를 존중하면서 나 자신을 높이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존중할 마음이 안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말과 행동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형식적인 예의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즉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마음이 그렇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잠깐 스쳐가는 사이면 몰라도 본심이 아니라면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알아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많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책들이 그런 기교적인 면을 가르치고 있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본심이 없다면 이책의 번역제목처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그리고 레일 라운즈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책 역시 그런 기교를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본심이 있을 수 있는가? 수많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스쳐지나가는 일회적인 관계이다. 영업용 미소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스쳐지나가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본심을 모르고 오해하는 경우는 흔하다. 내용과 형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물론 레일 라운즈의 다른 책들이 알려주는 것은 형식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형식을 갖추는 것이 내용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이책의 성격이 그렇고 그런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자. 그러나 스킬을 말해주는 책은 이책뿐이 아니다. 이책은 그리고 레일 라운즈의 다른 책들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레일 라운즈 책의 장점은 우선 스킬의 다양함이다. 이책에는 74가지 스킬이 소개되어 있다. 레일 라운즈의 다른 책들 역시 이책만큼 많은 스킬이 소개된다. 그러나 다양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나열로 인해 기억하기도 힘들고 머리만 복잡한 경우가 더 많으니까. 사실 레일 라운즈의 책은 읽고 나면 그 내용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많은 내용이 우겨넣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뛰어넘는 장점은 그 스킬들의 기원이다. 레일 라운즈의 책들이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이유는 그 스킬들 하나 하나가 그녀의 실제 체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생생하게 전달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다는 것이다. 레일 라운즈는 스킬을 소개할 때 다른 책에서 본 것 어디서 들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녀 자신 또는 그녀가 관찰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 경험에서 얻은 교훈들을 책에 쓴다. 그런 특징은 이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책은 이책 자체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책 자체로 완결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책의 내용이 그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힘이 있지만 체계화되어 완결되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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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을 거닐다 | 예술/문학/여행 2009-12-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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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크레이지 아트, 메이드 인 코리아

임근준 저
갤리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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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인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이책의 제목에는 크레이지 아트란 말이 나오지만 소개되는 작가들과 작품들은 미친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서 미쳤다는 말은 'Only the paranoid surive'라는 앤디 그로브의 책제목과 같은 의미이다.

어느 전문가 세계이든 자신의 일에 미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이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런 의미에서 미친 사람들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 확고한 견해가 있고 그 견해를 밀고나가는 프로다운 집착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생존자가 되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책이 다루는 21인의 작가들은 바로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책의 배경이 되는 시간대는 작고한 백남준씨가 사재를 털어 한국에 유치했던 휘트니 비엔날레가 열린 1993년 이후 한국미술계에 등장한 A급 신예작가들이다. 연령대는 386세대와 7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들이 된다.

저자가 휘트니 비엔날레를 경계선으로 잡는 이유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한국미술에 준 쇼크를 계기로 1993년을 전후해 한국미술의 지형이 판갈이를 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이 역동성을 보이기 시작한 70년대 이후 주류를 지배한 것은 추상주의였고 80년대 민중미술이 대두되면서 양파전이 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전후로 민중미술은 그 존재의미가 없어졌고 세계미술의 중심인 미국의 트렌드를 바로 안방에서 볼 수 있었던 휘트니 비엔날레는 민중미술은 물론 앵포르말로 대표되었던 주류미술까지 같이 날려버렸다. 이후 90년대를 장악했던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 이후 한국미술과 세계미술간의 시차는 거의 없다시피하게 되었다. 즉 세계미술의 직접적인 영향에 한국미술이 노출되었고 경제가 그렇듯이 미술역시 세계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책이 다루는 작가들은 그렇게 판이 달라진 한국미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경쟁할 능력이 된다고 저자가 판단한 작가들이다.

이책에선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었던 홍팡 세대까지를 연령대의 상한선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전후해 미술은 물론 음악, 문학을 비롯한 예술에서 어떤 주도적인 트렌드란 의미가 없어졌고 홍팡세대 이후 이책이 다루는 작가들에게 어떤 뚜렷한 트렌드를 잡아내기 어렵다. 오히려 그들의 작품에서 읽히는 것은 개별성 또는 특이성의 향연이다. 이책은 그러한 특이성의 향연을 나열한다. 21인의 작가들은 모두 개별적이고 어떤 도식으로 잡아내어지지 않는다.

이책은 그 작가들의 개성을 짧은 작가론에 담아 나열하면서 한국미술의 현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의 개성을 포착하는 저자의 필치는 예리하면서 평이하게 읽힌다. 이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일화로 작고한 불문학자인 김현 교수가 미술평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미술평론가들의 글을 보다보면 내 자신이 작문선생이 되어버린다. 읽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학적인 언어유희에 담긴 내용도 별볼일 없는 글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그런 병폐에서 예외이다.

이책의 작가론은 평이하게 읽히면서도 짧은 글에 담긴 내용은 깊이와 폭이 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작가의 전시회들은 물론 작품들을 개관하고 작가를 직접 만나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나를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작업까지 관찰하는 공을 들였다. 그런 준비가 있는 글은 당연히 내용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읽기 쉬워진다. 말하려는 내용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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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간 수다쟁이 | 예술/문학/여행 2009-1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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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매장 가는 길

박정민 저
아트북스 | 200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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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수다'이다. 이책의 내용이 수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저자가 2004년 한해 동안 썼던 일기를 정리해 책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일기의 형식대로 날자순으로 배열한 책의 내용에 어떤 체계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비슷하게 맥락이 통하지 않는 여러가지 잡다한 사건들이 두서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들의 나열에서 어떤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나고 나서 가지를 치고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 때 만들어지는 사후적인 성격일 뿐이다.

그러면 어지러운 다른 사람의 수다에서 건질 것이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있다'

CJ에서 5년을 근무하다 이거다라는 필이 꽂혀서 뉴욕으로 날아간 저자는 소더비가 운영하는 경매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경매학교를 나와 견습과정을 거치면서 경매라는 사업을 몸으로 익혀간다. 그러다 보석에 강한 크리스티로 옮겨가 견습과정을 계속 거친다.

이책의 내용은 이런 타임라인을 따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몸으로 겪어내는 뉴욕의 사람들과 생활문화가 묘사되며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업무를 직원의 눈으로 관찰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책의 키워드는 뉴욕과 경매회사이다. 물론 이책의 두서없는 형식때문에 그 두가지 키워드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이책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1년동안 저자가 몸으로 겪은 기록만 존재하는 이책에서 어떤 체계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저자는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책의 두서없음으로 인해 체계를 거쳐 정보가 걸러졌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다양하고 잡다한 그렇기에 구체적인 정보들이 이책에는 수록될 수 있었고 그 정보들은 다른 체계적인 책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서 이책의 가치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책의 가치는 이책만으로 얻어지지는 않는다. 세계미술의 수도인 뉴욕의 미술시장에 대해 다른 책을 보았다면 그런 책들에서 얻을 수없는 디테일을 보기 위해 이책을 볼 때 이책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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